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2)
회귀해서 건물주-502화(5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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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예상대로 그의 질문은 전생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요구사항이었다.
그가 좋아하는 건 중국 무협영화였다. 그렇다 보니 비디오로 무협영화가 출시되게 되면 가장 먼저 연락을 달라는 것이었다.
전생에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알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 요구 사항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게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그가 말한 요구 사항에는 단순히 비디오를 먼저 보겠다는 이유 말고도 또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공짜.
박상진이 말한 의미는 영화를 보기는 보는데 공짜로 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몰랐다. 그래서 비디오가 출시되자마자 바로 연락을 했었다. 그런데 빌려가면서도 계산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렇데 몇 번 빌려가기에 그다음에 왔을 때 외상값을 달라고 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잔소리.
외상값을 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부터 시도 때도 없이 와서는 잔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처음 그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결국은 그다음부터 어쩔 수 없이 억지춘향으로 공짜로 비디오를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치사하고 추잡스럽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박상진이 바로 그런 추잡스러운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쩌겠는가?”
박상진이 다짐이라도 받으려는 듯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피식.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야 건물주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으니 바로 대답을 했지만 지금은 그때의 현성이 아니었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박상진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어른이 얘기를 하는데 대답을 한 하고 웃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유 사장, 자네는 지금 이 상황을 어찌 생각하는가?”
“네? 저 말입니까?”
갑자기 호출을 받은 유영철이 당혹스럽다는 듯 박상진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박상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려, 그래도 내가 명색이 건물주 아닌가. 그런데 내 말을 이런 식으로…….”
“사장님!”
박상진의 말을 끊은 건 현성이었다.
어차피 더 들어봤자 건물주에 대한 생색만 낼 것이 빤하기에 중간에서 말을 끊었던 것이다.
건물주가 무슨 큰 뭐라도 되는 것처럼 유세를 떨던 박상진이었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사장님께선 지금 뭐가 불쾌하신 겁니까? 저는 아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을 걸로 아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그래? 그럼 조금 전에 그 웃음의 의미는 뭔가?”
“그거야 너무 고마워서 그런 거 아닙니까?”
“고마워서?”
“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건물주께서 장사를 하는데 도움을 주신다는 데 그보다 더 고마울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도움이라고?”
박상진은 현성의 말에 얼핏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대답을 이었다.
“네, 비디오가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빌려가겠다고 하시는데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설마 추잡스럽게 공짜로 보시겠다는 건 아닐 테니 말입니다.”
아무리 전생에 당한 일이긴 하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추잡스럽다’는 말을 썼던 것이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박상진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바로 되물었다.
“허허, 지금 나보고 추잡스럽다고 했는가?”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저는 어디까지나 그런 사람이 있을 경우를 빗대서 얘기한 거지 사장님이 그렇다는 건 아니니까요. 설마 우리 사장님같이 훌륭하신 분이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어? 어, 흠흠…… 당연하지, 그까짓 비디오 하나가 얼마나 한다고 추잡스럽게 그런…….”
박상진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었다.
현성은 그런 박상진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중국 무협영화가 출시되면 제일 먼저 전화를 드릴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현성의 립서비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어차피 전화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화를 한다 해도 비디오를 볼 인간도 아니다. 어차피 그는 처음부터 돈을 내고 비디오를 볼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박상진의 입에서 바로 본심이 흘러나왔다.
“그냥 전화하지 말게. 필요하면 내가 직접 갈 테니 말이야.”
공짜로 보자니 추잡한 인간이 되는 거고 그렇다고 돈을 내고 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결국 그의 선택은 포기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전생에 당한 게 있는데 여기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아닙니다. 제가 꼭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전화가 아니라 댁으로 직접 배달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허, 됐다니까.”
“아닙니다, 무술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신다는데 제가 당연히…….”
“됐다니까!”
순간적으로 박상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자 짜증이 많이 난 듯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가 죽을 현성도 아니었다.
이번엔 현성도 한술 더 떴다.
“왜, 그새 마음이 변하신 겁니까? 혹시 사장님이 원하시면 그까짓 돈 2천 원 안 받고 공짜로 빌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현성이 그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었다.
만약 현성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바로 추잡한 인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성이 저질인 박상진이라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까지는 버릴 수 없는 듯했다.
“어허, 이 친구가 됐다니까 사람을 왜 자꾸 추잡한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저는 그게 아니라…….”
“거기까지!”
박상진이 손을 들어 현성의 말을 끊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모욕을 당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런 그가 바로 공인중개사인 유영철을 불렀다.
“유 사장!”
“네, 사장님.”
“어서 임대계약서 꺼내게. 아무래도 내가 빨리 어디 좀 가봐야 할 거 같네. 그러니 빨리 계약을 서두르세.”
박상진의 얼굴에 붉은빛이 약간 돌았다. 그만큼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불편하다는 얘기였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두고두고 공짜로 비디오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니 말이다.
그때 유영철이 입을 열었다.
“임대계약서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어차피 계약하려면…….”
“사장님.”
현성이 중간에서 박상진을 불렀다.
그러자 박상진이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입을 열었다.
“왜?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임대계약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저는 임대계약이 아니라 매매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매매?”
박상진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지금 매매라고 했는가?”
“네, 임대가 아니라 매매입니다.”
“허허, 매매라…… 우리 어린 사장님 돈은 있고?”
박상진의 표정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현성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말이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 조롱하는 눈빛이었다.
씨익.
그 모습을 본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어차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조롱에는 조롱으로 되갚아주는 현성이었다.
그러자 박상진이 못마땅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바로 물었다.
“아까도 웃더니 이번에도 또 웃어?”
“얼마면 됩니까?”
한 번은 제대로 내지르고 싶었던 말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예의상 이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상진이기에 일부러 염장을 지른 것이다.
건물주로서의 갑질.
그것도 추잡스러울 정도로 사람을 피곤하게 했었다.
비디오 공짜는 물론이고 어떡하든 건물주 노릇을 하려고 시도 때도 없이 잔소리를 했었다.
“얼마면 되냐고? 지금 나랑 놀자는 겐가?”
화가 잔뜩 났는지 박상진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장난 아닙니다. 왜 제 말을 못 믿으시겠습니까?”
“허허, 이 친구가 정말…….”
박상진은 여전히 현성의 말을 못 믿는 듯했다.
그때였다.
옆에 있던 유영철이 박상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사실입니다.”
“뭐? 뭐가 사실이라는 거야?”
“여기 계신 김 사장님의 말씀 말입니다.”
“뭐? 김 사장? 언제 봤다고 김 사장이야? 이제 고작…….”
“형님, 잠깐만 저 좀 보시죠.”
유영철이 박상진의 팔을 잡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몇 분 후.
다시 사무실로 들어온 두 사람.
박상진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그런 그가 현성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그게 유 사장의 말이 사실인가?”
“글쎄요, 유 사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식당 말일세. 강원도에 있는 그 식당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박상진의 설명이 이어졌다. 현성은 그저 설명을 이어가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고.
박상진이 설명을 끝내며 다시 물었다.
“지금 내가 한 말이 다 사실인가?”
“…….”
현성은 말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박상진이 옆에 있는 유영철을 한번 슬쩍 바라본 후 다시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확실히 그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그렇게 큰 식당은 하루에 매출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어느새 말투부터 바뀐 박상진이었다.
현성은 그런 박상진을 보며 미소를 지은 후 입을 열었다.
“얼마 안 됩니다. 대충 10억 정도요.”
“…….”
더 이상 아무 말이 없는 박상진이었다.
30분 후.
유영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김 사장님, 이제 다 됐습니다. 그럼 계산은 어떻게…….”
“지금 바로 드리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이 끝나자 지갑에서 수표 세 장을 꺼내 박상진에게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두 장은 1억 원짜리고 또 다른 한 장은 5천만 원짜리입니다. 합이 2억 5천입니다.”
“네, 사장님.”
박상진은 조용히 현성이 내미는 수표를 받아 챙겼다. 여전히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1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김 사장님,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이유가 뭡니까?”
“이유요?”
“네, 그렇게 큰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오셔서 다른 것도 아니고 비디오 가게를 하시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서 말입니다.”
박상진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루에 매출이 10억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올라와서 그것도 다른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비디오 가게를 한단 말인가 말이다.
박상진의 질문에 답을 한 건 현성이 아니라 유영철이었다.
“형님, 그 답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아까 물어봤는데 여기 사장님이 영화를 무지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직접 비디오 가게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 말을 자네는 믿는가?”
“네?”
“나는 그 말을 못 믿겠네. 세상에 어느 누가 영화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박상진의 말은 결국 자신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박상진의 반응이 맞을 것이다. 세상에 어느 누가 아무리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비디오 가게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박상진의 얘기를 들은 현성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내를 만나기 위해 비디오 가게를 한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성의 답변은 아까 유영철한테 한 것처럼 똑같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유 사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그저 영화가 좋아서…….”
“허허…….”
박상진은 현성의 답변이 끝나자 그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현성으로서도 더 이상은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웃음을 멈춘 박상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건물은 필요 없는가요?”
“다른 건물이요?”
“그래요, 나한테 건물이 또 하나 있는데 이번 참에 마저 팔아버릴까 싶어서 말입니다.”
현성도 알고 있는 건물이다. 비디오 가게에서 약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건물이다. 그 건물 같은 경우는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 건물로서는 가치가 별로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1년 후다. 그곳이 1년 후면 그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파출소가 들어오게 된다.
그 덕분에 박상진은 현 시세보다 세 배를 받았던 바로 그 건물이다. 물론 그 사실을 지금 박상진은 당연히 모르고 팔겠다는 것이고.
이건 또 웬 떡인가.
씨익.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1년 후면 박상진이 땅을 치며 후회할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현성은 박상진을 보며 바로 입을 열었다.
“그 건물도 사겠습니다.”
전생에서 당했던 것을 제대로 갚아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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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