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3)
회귀해서 건물주-503화(503/740)
계약을 마친 현성이 찾아간 곳은 설비 사무실이었다.
비디오 가게를 확장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비디오 가게는 10평 남짓이다. 그 안쪽으로 살림방과 부엌까지 다 터도 채 20평이 안 된다.
물론 혼자 장사를 한다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한 달 후다.
한 달 후에는 체인점인 영화마음이 100미터 거리에 들어오게 된다. 그것도 대형 50평으로.
상도를 안다면 기본 상식으로는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체인점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 사람들 머릿속에는 아예 처음부터 주변 상권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죽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오히려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있는 곳으로 치고 들어오는 게 그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어차피 경쟁이 당연한 거라고 떠들던 그들이다.
그 당시만 해도 일부 대형 대여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영세한 소형 대여점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웬만한 동네에는 대여점들이 10개는 기본이었다. 보통 평균적으로 200미터마다 하나씩은 있었다.
심지어는 서로 마주 보고 있을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그 당시에 유행했던 말이 ‘할 거 없으면 비디오 가게나 하지’라고 했을까.
그 정도로 비디오 시장이 흥할 때였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체인점이었다.
전국을 무대로 그들의 화려한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그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기존의 영세 대여점들은 버틸 수가 없었다.
그 동네에서 가장 중심 상권에 점포를 차리고 물량과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데 그들을 상대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전국의 수많은 대여점들이 2, 3년 만에 피눈물을 흘리며 폐업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현성이었다.
현성이 비디오 가게 건물을 아예 사버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때는 당했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전생에서야 아무것도 없었으니 체인점과 맨몸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니 오죽했겠는가.
할 수 있는 건 인건비 따먹기밖에 없었다.
죽으나 사나 혼자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17시간씩 시간을 지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결국은 4년 만에 두 손 들고 말았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이유는 건물주인 박상진의 월세 인상도 한몫했었다.
어찌 됐건 영화마음에 밀려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생에서야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젠 모든 걸 다 가졌다.
건물도 내 건물, 평수도 이젠 옆 가게까지 트면 40평은 충분히 나온다. 다행인 건 지금 옆 가게가 공실이라는 것이고.
이제부터는 그때 당했던 그 서러움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어차피 자신들이 그렇데 당당하게 했던 말,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경쟁은 당연한 것이라고, 경쟁에서 밀리면 사라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하면서 조소를 짓던 그들.
이제 그 아픔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꼭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현성이 인천으로 올라온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아내를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그때 당했던 그 서러움을 되갚아주기 위해서.
“후후! 기대해라, 영화마음.”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딸랑.
현성은 설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현성을 반겼다.
그의 이름은 김동호.
물론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전생에서도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다.
그와 친하게 지냈던 이유는 의리 때문이었다.
대형 체인점인 영화마음이 들어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쪽 가게를 이용한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의리를 지켰던 사람이다.
그래서였을까.
인사를 하는 현성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네? 아, 네. 어서 오세요.”
김동호는 현성의 반가운 목소리에 약간 어색한 듯 놀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그런 김동호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먼저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저 아래에 있는 ‘비디오 세상’이라는 대여점을 인수한…….”
우선은 인사가 먼저였다. 마음 같아서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 또한 현성 혼자만의 감정이었기에 감정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아, 그 비디오 가게 저도 이용하는데 주인이 바뀌었군요?”
“네, 조금 전에 계약 끝냈습니다. 그래서 공사 좀 하려고요.”
“공사요?”
“네, 확장을 할까 합니다. 지금 옆 가게도 공실이라 그거까지 터서…….”
현성은 일단 공사를 어떤 식으로 할 건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동호는 조용히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동호는 말 대신 머리를 살짝 긁적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 문제가 아니라 혹시 이거 건물주한테 허락을 받은 겁니까? 공사가 너무 커서 말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1층 건물 자체를 통으로 다 트는 일이다 보니 당연히 건물주의 허락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 말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그냥 샀습니다.”
“네? 사요? 그 말씀은…….”
“네, 어쩌다 보니 그냥 아예 건물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사를 하는 거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저는 혹시나 하고…… 하하, 제가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했군요. 그나저나 부럽습니다.”
“네?”
“건물주 말입니다. 우리 같이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꿈이 건물주 아닙니까, 그런데 사장님은 젊은 나이에 벌써 건물주가 되셨으니 말입니다.”
100%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현성 또한 전생에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건물주였으니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어찌 한두 사람의 얘기겠는가. 한 달 한 달 월세를 내는 사람이라면 건물주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동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저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생각 같아서는 내일부터라도 당장 했으면 좋겠지만 사장님 일정이 어떠신지 몰라서요.”
“잠깐만요.”
김동호는 노트를 꺼내 뭔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정을 확인하는 듯했다.
잠시 후.
김동호가 노트를 덮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내일 일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도 될 거 같으니 내일 아침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 말씀은 저 때문에 일부러 일정을 변경하신다는 말씀인가요?”
“꼭 그건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 때문입니다.”
“네? 그게 무슨……?”
현성으로선 얼핏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분명히 일정을 바꾸는 건 틀림없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자신이 부탁을 해서 일정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 이유가 김동호 본인 때문이라고 하니 쉽게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감동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돈 때문입니다.”
“돈이요?”
“네, 사장님의 공사가 돈이 되니까 말입니다. 저 또한 어쩔 수 없이 돈을 보고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
김동호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했다. 공사의 규모가 크다 보니 돈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일 일정을 바꿨다는 것이었다.
그의 얘기를 다 듣고 난 현성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일을 하면서 이왕이면 돈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굳이 왜 그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생색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당신 때문에 일정을 바꿨다고 말이다.
그랬다면 현성 또한 그렇게 믿었을 것이고.
그런데 김동호는 그러지 않고 돈 때문이라고 솔직히 얘기를 한 것이다.
왜?
그 이유가 뭘까?
“혹시 그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굳이 왜 저한테 솔직하게…….”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자신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물었다.
그러자 김동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바로 대답했다.
“사장님 때문입니다.”
“저 때문이라고요? 제가 왜요?”
“아무래도 앞으로 친해질 거 같아서 말입니다.”
“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그만큼 그가 한 말이 놀랍다는 의미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오늘 처음 봤는데 남녀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고백을 했으니 말이다.
김동호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제 취향이 남자는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하, 취향이요?”
“사실은 처음 들어오실 때 느낌이 왔습니다. 이 사람하고는 왠지 코드가 맞을 거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했던 겁니다. 나중에라도 친해진 다음에 무안해질까 봐 말입니다.”
씨익.
현성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전생에서도 김동호와는 많은 생각들이 비슷했었다. 정치 성향도 그렇고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까지도.
그렇다 보니 영업을 마친 후에도 새벽까지 가끔 술을 마시곤 했었다. 참 많은 얘기를 나눴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앞으로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네? 형님이요? 이제 막 처음 봤는데 갑자기요?”
“시작은 형님이 먼저 하셨습니다. 조금 전에 형님이 먼저 고백하지 않으셨습니까? 저한테 말입니다.”
“하하, 고백이라…….”
“네, 분명히 앞으로 친해질 거 같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겁니다.”
어차피 현성으로서도 바랐던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부터 부르고 싶었던 말이 ‘형님’이라는 말이었다. 전생에서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됐던 사람이라 그 마음은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이 처음이라 참았던 것이고.
그런데 김동호가 먼저 앞으로 친해질 거 같다고 하니 오히려 반가워 아예 형님이라고 부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야 무조건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딱 들어오는데 형님 인상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솔직히 김동호의 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전생에서도 김동호와 친해진 건 나중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말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에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동호였다.
“거짓말도 잘하시는군요?”
“거짓말이요?”
“네, 제가 저 자신을 모르겠습니까? 가끔 거울을 보면 제가 봐도 인상 더럽다는 게 딱 보이는데 그런 저한테 인상이 좋다니요,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어? 저는 그렇게 생각 안 들던데요. 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려니 의외로 말이 길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기에 끝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로 아무 사람이고 칭찬하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현성의 거짓말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하하, 좋습니다. 거짓말인 줄 빤히 알면서도 기분은 좋네요. 됐으니까 이제 그 정도면 됩니다.”
김동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제부턴 저한테 편하게 말을 놓는 겁니다.”
“그게 좀 처음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알았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는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전생의 인연을 다시 찾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현성을 보며 김동호가 바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이름이 현성이라고 했던가?”
“네, 형님 맞습니다. 김현성입니다.”
“원래 그렇게 성격이 좋은가?”
“네? 제가요?”
“그래, 오늘 처음 봤지만 보기 드문 성격이라서 말이야. 어쨌든 반갑네, 이렇게 잘 생기고 성격 좋은 아우를 만나서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악수나 한 번 할까, 난 김동호네.”
김동호는 손을 내밀었다.
현성은 그런 김동호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현성이 먼저 물었다.
“형님, 공사 기간은 어느 정도나 걸리겠습니까?”
“글쎄, 이게 공사가 커서 아무래도 아무리 빨리 해도 한 달은 걸릴 거 같은데…….”
“한 달이요?”
“응, 일단 그 건물이 오랜 된 건물이라 벽이 옹벽이거든. 그 벽을 깨는 작업이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거야.”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 달씩이나 걸리면 안 된다는 거다. 그 이유는 한 달 후에는 영화마음이 이미 개업을 하기 때문이다.
‘음,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형님, 지금 계산한 공사비가 얼마입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이니까 최소로 잡아도 2천은 들 거야.”
2천이면 싼 금액이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기본 2천5백은 불렀을 것이다. 역시 전생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양심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3천 드리겠습니다.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당겨주십시오.”
“3천?”
“네, 사람을 최대한 더 쓰는 한이 있더라도 공사 기간을 당겨주십시오.”
“후우!”
김동호는 대답 대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얼핏 봐도 고민이 많은 듯했다.
잠시 후.
고민을 하던 김동호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유가 있는가? 그렇게까지 공사 기간을 앞당겨야 하는 이유 말이야.”
“네, 저 위에 있는 모퉁이 상가 아시죠?”
“응, 알지. 그런데 그게 왜?”
“거기에 한 달 후면 영화마음이 들어옵니다.”
“영화마음? 그거 대형 체인점 아닌가? 그거 들어오면 동네 상권은 초토화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하는 겁니다.”
“결국은 전쟁을 하겠다는 거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 고민에 빠진 듯 아무 말이 없던 김동호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3천까지는 필요 없고 5백만 더 주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이 전쟁을 하겠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지!”
김동호의 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만큼 그의 의지가 강하다는 거였다.
과연 공사 기간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현성 또한 알 수 없었다. 그저 김동호를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