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4)
회귀해서 건물주-504화(504/740)
506
일주일 후.
확장공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설비업자인 김동호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팀 외에 다른 한 팀을 더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김동호가 가져갈 수 있는 공사 수익은 반으로 줄게 된다.
반면 공사 기간은 그만큼 단축되게 된다.
결국, 그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수익을 포기하고 공사 기간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수익을 포기한다는 것,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당연히 그 이유가 궁금했기에 현성은 공사 첫날 그 이유를 물었었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상도.
장사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기본을 지키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그만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영화마음이 들어올 자리는 현성의 가게와 불과 100미터,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상도를 어긴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김동호는 자신의 수익까지도 포기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건 그게 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싸워서 꼭 이기라는 말도 잇지 않았다.
공사 기간이 단축된 만큼 현성이 할 일도 많았다.
우선은 폐업하는 대여점을 하나 인수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비디오 물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가게는 10평이고 앞으로 확장하는 가게는 40평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비디오 물량이 부족하게 된다. 그래서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폐업하는 대여점을 인수해야 하는 것이다.
폐업하는 대여점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보다는 사람이 직접 거래를 했기에 중간에서 폐업 물건을 잡아주는 전문 업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성은 지금 바로 그 전문 업자를 만나기 위해 안양으로 가는 것이고.
최윤수.
흔히 말하는 비디오 업자다. 대여점 오픈과 폐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
그때만 해도 비디오 시장이 워낙 컸던 상황이라 업자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았다. 그 많은 업자 중에서도 최윤수를 현성이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가장 양심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그를 만난 건 비디오 업계에 뛰어들고 10년쯤 지났을 때였다. 그전에 많은 업자들을 상대해봤지만 최윤수만큼 양심적인 업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모든 거래를 그 외에는 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래서 그를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안양 시내에 들어선 현성이 트럭을 세운 곳은 어느 다방 앞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카페나 커피숍은 드물었다. 그렇다 보니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주로 다방을 이용했었다.
“어서 오세요!”
현성이 지하에 있는 다방으로 들어가자 화장을 곱게 한 여사장이 반가운 목소리로 맞았다. 그러자 현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시선을 돌려 홀을 살폈다.
그러자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윤수였다.
저벅.
현성은 망설일 것도 없이 최윤수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안 반가울 리가 없었다. 전생에서도 워낙 잘 지냈던 사이라 최윤수를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최윤수의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하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혹시 어제 전화하셨던…… 김현성 씨?”
“네, 사장님. 제가 어제 전화드렸던 김현성입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우리가 전에 본 적이 있던…… 가요?”
최윤수의 목소리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다. 그의 입장에서는 현성을 보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니 말이다.
“아닙니다.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렇죠? 저는 사장님이 하도 반갑게 인사를 하시기에 전에 만났는데 제가 기억을 못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하, 그러셨습니까? 사실은 비디오 영업사원으로부터 사장님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 터라 저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비디오 영업사원을 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거짓말도 아니다. 어차피 전생에서도 그를 알게 된 것은 영업사원을 통해서 알게 됐으니 말이다.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최윤수가 손을 내밀었다.
“이유야 어쨌든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최윤수입니다.”
“아, 네. 저도 반갑습니다. 김현성입니다.”
현성은 최윤수가 내민 손을 두 손으로 얼른 잡았다.
역시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느낌이 손을 통해 전해지는 듯했다.
그렇게 전생의 인연이었던 또 한 사람을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 후.
최윤수가 먼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래, 비디오가 필요하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사실은 이번에 제가 가게를 확장하면서…….”
현성은 왜 비디오가 필요한지 설명을 이어갔다.
척하면 척, 현성이 몇 마디를 하자 최윤수는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최윤수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대여점을 인수했는데 3주 후에는 100미터 옆에 영화마음이 들어온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영화마음과 경쟁을 하기 위해 가게를 확장한 것이고 그렇다 보니 비디오 물량이 필요한 거고요?”
“네, 맞습니다. 어차피 물량 싸움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음…….”
최윤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많이 어두웠다.
그런 그가 입을 연 건 2분쯤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아무래도 그 역시 영화마음과 경쟁을 한다고 하니 그게 걱정이 된 듯했다.
“한 가지만 먼저 확인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말씀하세요.”
“다음 달에 들어온다는 그 영화마음은 몇 평입니까?”
“50평입니다.”
“50평이라…….”
최윤수는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는 어느새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장소 불문하고 담배를 피우는 일은 자연스러웠기에 현성 또한 그러려니 했다.
잠시 후.
최윤수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은 후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죄송하지만…… 혹시 사장님께서는 그전에 대여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최윤수의 입장에서는 현성이 영화마음과 경쟁을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우선 경험을 묻는 것일 테고.
“없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비록 나중엔 시대의 흐름 때문에 비디오 업종이 사라졌지만 마지막 DVD까지 대여를 했으니 최소한 20년은 대여점 운영을 했었다. 물론 일정 시기 후엔 대여 품목이 비디오나 DVD에서 책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그 얘기를 사실대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없다고요?”
최윤수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개인도 아니고 체인점인 영화마음이다. 그것도 매장이 50평이나 되는 대형 체인점.
그런데 그런 가게를 상대로 경쟁을 하겠다?
그것도 대여점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말이다. 이건 보나 마나 답이 나온 상태다.
필패.
이건 지는 게임이다.
“휴우!”
생각을 하던 최윤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그만큼 비관적이라는 얘기였다.
한편 그런 최윤수의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빙긋 웃고 말았다.
물론 최윤수가 왜 한숨까지 쉬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 바닥을 조금만 안다면 누구나 최윤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개인도 아니고 체인점, 거기다 50평이나 되는 대형 매장이다 보니 당연히 게임이 안 된다고 생각할 테니 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전생에서 20년 동안 대여점을 운영했던 현성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렇다 보니 어두운 최윤수와는 다르게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담배를 끝부분까지 피우고 있는 최윤수를 불렀다.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그렇게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사장님께서 왜 그러는지는 잘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건 게임이 도저히…….”
“잠깐만요!”
현성은 최윤수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바로 말을 이었다.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우선 한 가지만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월세를 안 냅니다.”
“네? 월세를 안 낸다고요? 그 말씀은…….”
“네, 제 건물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최윤수의 얼굴이 활짝 펴지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월세를 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경쟁력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리하다는 거였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이제 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얘기가 달라지지요. 영화마음 같은 경우는 매장의 크기로 봐서는 월세만 하더라도…….”
“3백입니다.”
월세 3백.
그것도 비디오 대여점으로 그 정도의 월세라면 엄청난 금액이다.
최윤수의 말이 이어졌다.
“월세가 3백이라는 얘기는 상권이 그만큼 받쳐준다는 얘기네요?”
“그러니 영화마음이 들어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요? 그 정도 상권 분석이야 이미 끝내지 않았겠습니까?”
“물론 그렇겠지요,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니까요. 자, 그럼 이제부터 하나씩 비교를 해봅시다.”
최윤수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그만큼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월세의 비중이 중요하다는 결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 전에 현성이 대여점 경험이 없다고 했을 때만 하더러도 이미 포기한 듯한 표정이었는데 이젠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윤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월세는 확실히 유리한 상황이 되었고 매장 크기도 그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운영 방식인데 일단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사장님의 의견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혹시 사장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운영방식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저는 앞으로…….”
현성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자세히 설명을 이어갔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라 해도 신프로 싸움이다. 신프로 물량을 얼마큼 확보하느냐, 그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물량 조절이다.
무조건 물량을 늘렸다가는 비디오 구매비만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만큼만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 중요한 게 물량을 다시 되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50장을 샀을 경우 일주일 혹은 열흘 단위로 그 물건을 다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지 지날수록 신프로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인기 있는 프로 못지않게 장르별로 구색도 중요하다. 손님의 취향은 각자 다르니 말이다. 특히 드라마나 다큐까지도 모든 프로를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손님층이 두터우냐가 결국은 그 가게의 생명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현성은 한참 동안을 대여점 운영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최윤수는 현성을 바라보며 놀랍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에만 하더라도 현성이 대답하기를 분명히 대여점 운영은 처음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최윤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네? 뭐가 말입니까?”
“분명히 조금 전까지도 대여점은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영업사원들한테 도움 좀 받았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실력이 아닌데 말입니다.”
최윤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란 자고로 말을 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누구한테 배워서 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조금 전 말하는 그의 태도를 봐서는 누군가에게 잠깐 배워서 얘기하는 게 아니었다. 최소한 10년 이상의 내공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말들이었다.
최윤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대여점 운영에 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미 사장님께서 훤히 꿰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그건 그렇고 흔히 얘기하는 대박 프로는 몇 장이나 구매하실 생각이십니까?”
“300장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윤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여점을 알고 있지만 200장이 최고였다. 그 매장 같은 경우는 평수만 해도 100평이 넘는 매장이었다.
그런데 40평인 가게에서 300장이라…….
문제는 구매비다. 300장이면 그 구매비만하더라도 6백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것도 더군다나 한 프로를 기준으로.
만약 한 달에 다섯 프로만 그런 식으로 300장씩 산다고 해도 구매비만 해도 3천만 원이 넘는다.
“휴우!”
최윤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한도를 넘어섰기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그때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6개월입니다.”
“6개월이요? 그게 무슨……?”
“6개월 만에 승부를 내겠다는 얘깁니다. 영화마을과 말입니다.”
전생에서야 4년 만에 두 손 들고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지만 이번엔 그 반대로 갚아줄 것이다.
그렇다고 승부를 오래 끌고 갈 생각도 없다.
6개월.
6개월 동안 융단폭격을 할 것이다. 자본으로 밀고 들어온 그 대가가 어떤 건지 제대로 자본으로 보여줄 것이다.
“허허…….”
최윤수는 현성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지금까지 영화마음과 싸워서 이겼다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그 기록이 깨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