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7)
회귀해서 건물주-507화(50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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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요?”
“그래, 혹시 그 친구가 개인적으로 재산이 있거나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말이야.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니까 말이야.”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박선우 실장은 대답 대신 오히려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조사를 안 해도 뻔할 뻔 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 이제 고작 스물아홉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와서 1, 2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세상이 쉽지 않았을 테고 결국은 부모한테 손을 벌렸을 것이다.
그 부모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런 자식을 모른 척할 수는 없어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 허름한 건물 하나를 사 줬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어린애를 상대로 더 조사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민홍식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박 실장 얘기로는 어차피 뻔하다는 거지?”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어차피 그의 나이가 말을 해주고 있는 거니까요. 모르긴 몰라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1, 2년 해봤지만 세상이 만만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결국은 그 부모한테 손을 벌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그 부모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작은 건물 하나를 사 줬을 테고?”
“그렇죠, 그런데 그 철부지는 또 아무것도 모르고 비디오 값만 한 달에 5, 6천씩 퍼부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음…….”
민홍식 회장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결국 민홍식 회장도 박선우 실장의 생각에 동의를 한다는 의미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박선우 실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차피 이제 이틀 후면 오픈할 테니까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될 겁니다. 그러면 바로 답이 나올 거 같습니다.”
“음, 그래 알았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우리의 예상이 99% 맞을 겁니다.”
“그래야지. 설마 그 1%가 현실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지. 하여간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거니까 항상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다시 물었다.
“그리고 부평점 인테리어 공사는 별일 없이 진행되고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공사 기간을 2주로 잡았으니 이 달 말이면 끝날 거고 다음 달 1일에 맞춰 오픈할 겁니다.”
“공사기간을 2주나 잡았다고? 내가 알기론 거기 매장은 크게 손댈 게 없어서 그 정도까지는 안 걸려도 되는 걸로 아는데?”
“일을 좀 만들었습니다. 최소한 그 정도는 걸려야 우리한테 떨어지는 돈이 5천 정도 됩니다. 어차피 인테리어에서 가장 많이 남겨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알았네, 그거야 박 실장이 전문이니 알아서 하고. 혹시라도 그 유 사장 입에서 엉뚱한 말 나오면 안 되니까 적당히 빼라고. 지금이야 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만히 있겠지만 나중에라도 알면 골치 아프니까 말이야.”
“네, 그 부분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돈에 관해서 만큼은 이미 계약서에 두 말 못 하도록 명시해 놨으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래, 알았네.”
툭툭.
민홍식 회장은 박선우 실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은 민홍식 회장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충성 맹세라도 하듯이 말이다.
***
“사장님 이게 마지막입니다.”
“그래? 그럼 이거까지만 빨리 끝내고 저녁 먹으러 가자.”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바코드 작업이다.
그때만 해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는 곳은 많지 않았다. 웬만한 곳은 노트에 적는 곳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달랐다.
가게를 인수하고 확장 공사를 끝내자마자 프로그램 업체를 불러 컴퓨터에 대여 프로그램부터 설치했다.
물론 컴퓨터도 없었기에 컴퓨터를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곤 장 공사가 끝난 다음 폐업 가게에서 비디오를 들여온 후 바로 바코드 작업에 들어갔다.
3만 장의 비디오테이프에 일일이 라벨을 붙이고 컴퓨터에 등록하는 작업이다.
직원 다섯 명과 사장인 현성까지 포함해서 여섯 명이 이틀 동안 작업을 한 것이다.
“사장님 다 끝냈습니다.”
“그래, 다들 수고했다. 명훈아, 애들 데리고 갈빗집 가서 고기 먹고 와.”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이명훈에게 내밀었다.
이명훈.
이번에 뽑은 직원 다섯 명 중에서 25살로 나이가 가장 많은 직원이다.
이명훈이 현성을 보며 바로 물었다.
“어? 사장님은 안 가십니까?”
“미안하다, 나는 손님이 한 분 오시기로 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너희들끼리 가서 먹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기는 소고기도 괜찮으니까 너희들이 먹고 싶은 걸로 아무거나 먹어. 물론 소주도 한잔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명훈과 다른 직원들이 가게에서 나가고 5분쯤 지났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처음엔 기다리던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예정에 없던 사람이었다.
씨익.
현성의 입가에 바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 들어온 사람 또한 반가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세이.
아주 오래전 전생의 기억이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빵집 주인이다.
그녀가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거의 이틀에 한 번씩은 꾸준히 비디오를 빌리러 오던 손님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기억한 건 특이한 이름 때문이기도 했다. 앞뒤로 이름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현성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혹시…… 지금 비디오 빌릴 수 있어요?”
어차피 그녀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예상했던 거였다. 비디오 가게에 들어오는 목적은 하나뿐일 테니 말이다.
정식 오픈이야 이틀 뒤지만 그렇다고 처음 들어온 손님인데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네, 물론입니다. 골라 보세요.”
“그래요? 저는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줄 알고…….”
“네, 맞습니다. 정식 오픈은 모레입니다. 하지만 손님이 오셨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더군다나 제가 인수를 하고 첫 손님인데 말입니다.”
“어머! 그래요? 몰랐어요. 저는 그냥 불이 켜져 있길래 그냥 들어왔던 건데…… 저, 그럼 모레 올까요?”
그녀 또한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장사를 한다고 다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이 또한 그녀의 성격일 것이다. 온화하고 배려심 있는 그녀의 성격.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안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으니까 골라 보세요. 장사하는 사람이 그 정도 융통성도 없겠습니까? 천천히 골라 보세요.”
“……네, 그럼.”
이세이는 천천히 걸으며 비디오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건 채 1분도 지나기 전이었다.
“가게가 너무 넓어져서 참 좋네요. 완전히 다른 가게가 됐네요.”
“아, 그래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이 칭찬을 하니 기분이 좋은 건 당연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말에 힘이 실렸다.
그러자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혹시 장사를 오래 하셨나 봐요?”
“네?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말씀하시는 게 처음 장사를 하는 사람 같지 않고 너무 정감이 가게 말씀을 잘하시는 거 같아서요.”
“하하, 그렇습니까?”
현성은 가볍게 웃고 말았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아무리 전생이라고 하지만 20년을 넘게 장사를 했으니 그 버릇이 어디로 가겠는가 말이다.
사실 장사를 처음 하게 되면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전생에서 현성 자신이 그랬었다.
머릿속에서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입으로는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은 시간이 지나서야 해결됐던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생에서 장사한 사실을 얘기할 수도 없는 문제고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식당을 핑계 댈 수밖에 없었다.
“식당에서 일을 좀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버릇이 나왔나 봅니다.”
“아, 어쩐지…….”
이세이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비디오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드라마’라는 푯말이 적힌 곳이었다.
잠시 후.
“이거요.”
이세이가 내민 건 홍콩영화인 ‘야반가성’이었다.
우인태 감독에 장국영과 오천련이 주인공인 멜로드라마, 이 영화를 보고 울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물론 현성 또한 예전에 몇 번씩 봤던 영화다.
“이거 보시려면 손수건 한 장으로는 안 될 겁니다.”
“어? 사장님도 보셨나 보네요? 사실은 제가 이거 보고 싶어서 찾았는데 먼저 사장님은 구매를 안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보니까 있어서 얼른 골랐어요.”
비디오 가게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비디오를 선택하는 문제다.
어느 비디오를 살 것이냐.
물론 출시되는 모든 비디오를 사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구매비다. 무턱대고 선별 없이 모든 비디오를 구매했다가는 그 비용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장사이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작은 가게는 대중적인 영화를 중심으로 비디오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전 주인은 ‘야반가성’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영화 같은 경우는 시간을 길게 보고 구매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게 바로 작은 가게의 비애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에 폐업 가게에서 사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디오가 너무 많아서 좋네요. 아무래도 앞으로 매일 올 거 같은데요.”
이세이는 어느새 활짝 웃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먼저보다 비디오 물량이 3배나 늘어났으니 그녀로서는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여기에 이름하고…….”
현성은 이세이 앞으로 고객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이세이가 반색을 하며 바로 물었다.
“어? 이젠 노트에 안 적네요?”
“하하, 이젠 컴퓨터로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 고객카드에 한 번만 적으시면…….”
현성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세이는 웃으며 고개카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타다닥.
현성은 이세이의 고객카드를 받아 빠른 속도로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던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어? 조금 전에 식당에서 일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요?”
“프로그램을 다루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요. 누가 보면 10년 정도는 비디오 가게에서 일한 줄 알겠어요?”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직업은 못 속인다고 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몸으로 익혔던 거라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인 것이었다.
삑.
현성은 바코드를 찍고 비디오테이프를 이세이한테 내밀었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제가 미안하지요. 그러지 말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의 첫 손님입니다. 앞으로 자주 오시라도 드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받아 주세요.”
그렇게라도 반가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한 인연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곳을 떠난 건 현성이 비디오 가게를 오픈하고 1년쯤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문제는 그녀 또한 경쟁업소 때문이었다.
그녀의 빵가게 바로 건너편에 체인점인 파리바게또가 들어온 것이다.
6개월, 그녀가 버틴 시간이었다.
결국 그녀는 파리바게또가 들어오고 6개월 만에 운영하던 빵가게를 접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녀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고 갔던 빵이 생각날 정도였다.
그때 이세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그냥 가도 돼요?”
“정 그러시면 지나가는 길에 빵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어? 제가 빵가게를 하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들어오실 때부터 맛있는 빵 냄새가…….”
“호호, 아 그러셨구나. 알았어요, 제가 이따 퇴근하면서 꼭 드리고 갈게요.”
얼마 만에 보는 웃음인지 모른다.
마지막 떠나면서도 애써 웃음을 잃지 않으려던 그녀다. 하지만 마지막 헤어지면서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딸 때문이었다.
삼촌이라고 부르며 유난히도 잘 따르던 그녀의 딸, 이름은 윤수정.
이름만큼이나 눈이 맑았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안부를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때였다.
이세이가 매대에 놓인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반갑게 소리를 쳤다.
“어머! 이거 파는 거예요?”
이세이가 고른 건 특별판으로 나온 ‘라이온 킹’이었다.
“네, 이번에 나온 특별판입니다.”
“우리 수정이가 이거 너무 좋아하거든요.”
“수정이요?”
현성은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그러자 이세이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네, 제 딸이요. 이제 4살인데…….”
그때 헤어지고 그 후로는 보지를 못했었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도 가끔 생각이 났던 녀석이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그 아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현성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름만큼이나 예쁘겠네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그렇지 않아도 여기 공사를 하는 바람에 요즘 비디오를 못 본다고 난리랍니다. 이거 라이온 킹 주세요.”
이세이는 매대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얼른 끄집어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공짜로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오히려 불편할 거 같아 어쩔 수 없이 원가만 불렀다.
“네, 15,400원이요.”
“어? 여기엔 2만 원이라고 적혀있는데요?”
“마음 같아서는 그냥 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불편해하실 거 같아서 원가만…….”
톡.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세이가 만 원짜리 두 장을 카운터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만 받을게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그 말과 함께 바로 가게를 나가는 이세이였다. 역시 변한 게 없는 그녀였다. 전생에서도 항상 서비스라도 주려면 한사코 마다했었다.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혼자서 애를 키우며 약해지지 않으려고 그랬다는 것이었다.
“휴우!”
현성의 입에서 한숨이 길게 나왔다. 어차피 올가을 10월이면 파리바게또는 여지없이 그 자리에 들어올 테니 말이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현성이 아까부터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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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