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8)
회귀해서 건물주-508화(508/740)
현성은 큰 소리로 반갑게 맞았다.
“형님! 어서 오십시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비디오 전문 업자인 최윤수였다. 그렇다 보니 그를 반기는 현성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했던 것이다.
“어이! 김 사장, 그동안 잘 있었는가?”
반갑기는 최윤수도 마찬가지인 듯 그의 목소리에도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잠시 인사를 나눴다.
안양에서 처음 만난 날 두 사람은 헤어지기 전에 서로 형과 동생으로 지내기로 했기에 두 사람의 만남은 더욱 반가운 듯했다.
잠시 후.
최윤수가 가게를 휙 둘러본 후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많은 비디오를 이틀 만에 정리를 끝낸 거야?”
폐업 가게 비디오를 현성의 가게에 넣어준 사람이 바로 최윤수였다. 그렇다 보니 그는 지금 깔끔하게 정리된 비디오를 보며 물은 것이다.
현성의 대답이 바로 이어졌다.
“네, 형님. 조금 전에 분류 작업에 이어 바코드 작업까지 끝냈습니다.”
“바코드 작업?”
“네, 라벨지 일일이 다 붙이고 컴퓨터에 입력까지 모두 끝냈습니다. 이제 손님만 오면 됩니다.”
현성의 말에 최윤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있던 비디오에 추가로 들여온 비디오까지 합치면 총 3만 장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그 많은 비디오를 바코드 작업까지 끝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장르별 분류였다. 드라마, 액션, 스릴러 등 모든 비디오가 장르별로 그림같이 분류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비디오에 관해 웬만한 내공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 바로 분류 작업이다. 그런데 그 많은 비디오를 완벽하게 정리를 끝낸 것이 아닌가 말이다.
최윤수는 바로 물었다.
“누구 작품이야?”
“네? 뭐가 말입니까?”
“비디오 분류 작업 말이야. 이 많은 걸 누가 와서 도와준 거야?”
“제가 우리 애들 데리고 직접 했습니다.”
“애들?”
애들이라는 말에 최윤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우리 직원들 말입니다.”
“들? 지금 ‘들’이라고 그랬어?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직원이 한 명이 아니라는 얘기지?”
“네, 다섯 명입니다.”
“…….”
최윤수는 다섯이라는 말에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기껏해야 매장은 40평이다. 그런데 직원이 다섯이라니…….
전국 어디를 가도 40평 매장에 직원이 다섯인 곳은 없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터.
최윤수는 바로 물었다.
“혹시 배달할 거야?”
“역시 선수라 다르시군요. 직원 숫자로 배달할 거라는 걸 바로 알아채시는군요?”
“그 정도야 기본이지. 그나저나 감당이 되겠어?”
감당이란 말에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윤수가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이 정도의 매장에서 직원 다섯을 쓰고도 유지가 되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혹시 저 위에 입점한다는 영화마음 때문이야?”
얼마 전에 안양에서 최윤수를 처음 만났을 때 영화마음 얘기는 이미 했었다. 그렇다 보니 최윤수는 이미 그 영화마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네, 맞습니다. 어차피 다음 달이면 영화마음도 오픈할 테니 어쩔 수 없이 전쟁이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배달까지 하겠다는 것이고?”
“물론입니다. 어차피 시작하는 거 제대로 하려고요. 그리고 배달을 하는 이유는 꼭 대여가 목적이 아니라 회수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회수?”
“네, 영화를 보고 나서 전화를 주면 바로 회수를 하러 가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회수를 하게 되면 비디오 회전율이 그만큼 올라가니까요.”
최윤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다. 보통은 1박 2일로 빌려가지만 직접 회수를 하게 되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또 빌려갈 수 있으니 비디오의 회전율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호응이다.
고객들이 과연 얼마나 호응을 해주느냐.
최윤수는 바로 물었다.
“과연 고객들이 호응을 해줄까?”
“하게끔 해야죠.”
“그 말은 방법이 있다는 얘기네?”
“물론입니다. 현금으로 돌려줄 겁니다.”
“현금으로?”
“네, 어차피 포인트 적립보다는 현금이 최고니까 말입니다. 다 보고 나서 바로 전화를 주면 회수를 함과 동시에 500원씩 돌려줄 겁니다. 사실 500원이 적은 금액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딱!
최윤수는 엄지와 중지를 튕기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어차피 다 보고 나면 집에 가지고 있어 봤자 소용이 없을 테니 말이야. 거기다 500원이 적은 돈도 아니고.”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비디오 가게의 고질병도 해결되고 말입니다.”
“고질병?”
“네, 연체료 문제 말입니다.”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회수 문제가 의외로 골치 아플 때가 많다.
빌려간 후 그다음 날 바로 반납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비디오 회전율이 떨어진다.
비디오 회전율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다음이 바로 연체료 문제다.
흔히 하는 말로 비디오 대여는 동네 장사다. 그렇다 보니 연체를 한 사람들이 연체료를 달라고 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한 동네에서 살면서 무슨 연체료를 받느냐’라는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게 한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도 연체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연체료를 받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심하게 다투거나 돈을 카운터에 팽개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법대로 하라면서 막무가내로 버티는 사람도 있다.
결국 그 사람들은 ‘대여 금지’라는 마지막 수단을 쓰긴 하지만 그러자니 오죽하겠는가 말이다.
이게 바로 대여점의 고질병이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말이다.
오죽하면 고소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 정도로 비디오 가게에서 연체 문제는 심각한 고질병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현성은 지금 그 고질병을 직원이 직접 회수함으로써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최윤수의 말이 이어졌다.
“하긴 대여점을 하면서 허구한 날 연체료 문제로 동네 사람들과 싸우는 것도 할 짓은 아니지.”
“그러니까요, 그런데 직접 회수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결국은 비디오 회전율도 높이고 연체료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하겠다는 거네?”
“그렇죠, 그리고 중요한 건 부가 매출도 꽤 오를 거란 겁니다.”
“부가 매출?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순하게 반납만 하지는 않을 거란 얘깁니다.”
피식.
최윤수는 현성의 말이 끝나자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김 사장 말은 반납 전화를 하면서 다른 비디오를 또 주문할 거란 얘기지?”
“네, 바로 그겁니다.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저의 예상으로는 60% 정도는 그럴 거라고 봅니다. 특히 주말에는 더 그럴 거고요.”
“아마도 그렇겠지.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밤새도록 보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사실이 그랬다. 그때만 해도 다른 여가 생활을 할 것이 마땅치 않다 보니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
주말이면 비디오 다섯 개 정도는 기본으로 빌려가는 사람들이 상당했었다.
심지어는 무협 시리즈로 2, 30편씩 빌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경우 그 사람들은 비디오 기계 두 대를 번갈아 돌리곤 했었다. 기계가 열을 받으니 그런 식으로 밤을 새워가며 봤던 것이다.
최윤수가 다시 말했다.
“김 사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네? 뭐가 말입니까?”
“나한테 분명히 비디오 대여점은 처음이라고 그랬잖아? 그지?”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네? 뭐가요?”
현성은 모른 척 되물었다. 어차피 최윤수가 무엇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생의 경험을 얘기할 수 없으니 모른 척했던 것이다.
최윤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누가 김 사장을 보고 초짜라고 하겠어?”
“저는 그저…….”
“그저 뭐? 내가 이 업자 생활을 한 게 올해로 딱 10년이야. 그런데 말하는 걸 보면 나보다 한수 위란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형님도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제가 어떻게 형님보다…….”
“아니!”
최윤수가 손을 들어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내 눈은 못 속여. 내가 볼 때 김 사장은 틀림없이 어떤 식으로든 비디오와 관련된 일을 한 개 틀림없어. 내 말이 틀려?”
“음…….”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다니던 비디오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하소연을 많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최윤수를 이해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 하소연을 듣고 개선책을 찾은 거라는 거야?”
“따지고 보면 그런 셈이죠. 그 사장님이 여건만 되면 자신도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럴 여력이 없다 보니 그냥 하소연만…….”
“그래서 김 사장은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거고?”
“네, 맞습니다.”
“혹시 거기서 가끔 아르바이트도 했었나?”
현성은 잠깐 고민을 했지만 바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미 거짓말을 시작했기에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네, 사장님이 일이 있을 때 가끔이요.”
“이제야 내 의문이 풀리는구먼.”
“의문이요?”
“그래, 사실 조금 전에 김 사장이 직원들을 데리고 이 많은 비디오를 장르별로 분류했다고 했을 때 이해가 안 갔거든. 그 분류 작업은 비디오에 대해 웬만한 내공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니까 말이야.”
맞는 얘기다. 적은 양도 아니고 3만 장이 넘는 비디오를 장르별로 분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성 또한 전생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윤수가 바로 말을 다시 이었다.
“그건 그렇고 결국 사고를 쳤더군.”
“사고요? 제가요?”
“그래, 모레 출시되는 ‘히트’ 말이야. 300장을 주문 넣었더군.”
“어?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자네가 아직 이 바닥이 생각보다 좁다는 걸 모르는군. 아마 나뿐만이 아니고 전국에 웬만한 업자들은 벌써 다 알고 있을 걸.”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어차피 영업소별로 경쟁은 필수다. 그렇다 보니 이미 예상 판매량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천 영업소에서 300장이 더 늘었으니 그 소문은 바로 퍼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늘어난 물량이 한 곳에서 주문을 한 것이니 모든 시선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군요. 사실은 그래서 형님을 보자고 한 겁니다.”
“그 의미는?”
“동생이 사고를 쳤으니 형님이 해결을 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보고 책임을 져라?”
“형님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되시니까 말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하하…….”
최윤수는 대답 대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현성이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들었다는 얘기다.
중고 업자를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물건이다. 그것도 신프로를 얼마나 많이 유통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의 능력이 좌우된다.
그런데 현성은 지금 그 물량을 주겠다는 것이고.
흔히 얘기하는 공생관계가 되는 것이다. 현성은 대량의 초도 물량을 해결하고 최윤수는 그 중고 물건을 또 유통하는 것이다.
현성 또한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 샀던 300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잠시 후.
최윤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몇 장을 뺄 건가?”
“250장입니다.”
“250장이라…… 그 말은 결국 50장은 자체적으로 소화를 하겠다는 거네?”
“네, 그 정도는 제가 천천히 나중에 빼도 되니까요.”
“하긴 한두 달 지나도 어차피 작은 가게들은 필요할 테니까. 그래, 물건을 빼는 시점은?”
“출시된 후 10일입니다.”
물건을 빼더라도 중요한 게 타이밍이다. 너무 이르면 가격이 비싸고 그렇다고 너무 늦으면 유통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딱 좋네.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고.”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물건을 파는 건 타이밍이니까요.”
“역시 대단하단 말이야. 자, 그건 그렇고 가장 중요한 가격 문젠데, 김 사장이 원하는 금액이 얼마야?”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중고 거래이지만 중고 시장에도 정해진 가격이 있다. 문제는 그 가격을 과연 현성이 알고 있는지 최윤수로서는 그게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을 바라보는 최윤수의 눈빛이 기대에 찰 수밖에 없었다.
그때 현성의 입이 열렸다.
“만 원입니다.”
“만 원?”
최윤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보통 새 제품은 22,500원이다. 물론 대박급에 한해서다. 그렇지 않은 프로는 가격이 약간씩 다르다. 19,800원, 17,600원 등 영화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대박급일 경우 중고 시장에서 가격은 출시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일주일 만에 뺄 경우는 15,000원, 열흘 만에 뺄 경우는 12,000원이다. 보통 하루에 1,000원씩 빠지는 셈인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현성이 ‘만원’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중고 시장에서의 가격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어쩐다?’
최윤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대로 얘기를 할 것이냐,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만 원씩에 가져갈 것이냐.
만 원씩에 가져가게 되면 250장이니까 앉은자리에서 50만 원을 버는 셈이다. 그것도 한두 프로도 아니고 한 달에 여섯 프로만 계산해도 다 합치면 3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거기에 장당 2천 원씩의 이윤을 붙여 일반 대여점에 팔게 된다. 그렇게 되면 흔한 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하지만…….
잠시 고민을 하던 최윤수는 머리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그건 양심상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최윤수는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현성의 말이 빨랐다.
“장당 2천 원은 제가 형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
최윤수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쉴 뿐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모른 척 고개라도 끄덕였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