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9)
회귀해서 건물주-509화(50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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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최윤수는 다른 말 대신 가볍게 웃고 말았다.
잠깐이지만 돈 때문에 고민을 했던 자신에 대해 무안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지금의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 그는 분명히 장당 2천 원은 선물이라고 했다.
그 말은 곧 비디오 중고시장의 가격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정확하게 말이다.
물론 비디오 가게를 운영했다면 중고시장의 가격을 아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중고 거래를 하지 않는 대여점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기껏해야 잠깐 시간이 날 때 가게를 대신 봐준 것이 전부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중고시장의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웃음을 멈춘 최윤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이해하기엔 어딘가 의심쩍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흠흠.”
최윤수의 입에서 헛기침이 나왔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묻고 싶은데 그러기엔 왠지 말이 바로 안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최윤수를 보며 먼저 물었다.
“왜, 목이 안 좋으세요?”
“어? 아니, 그건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안 가는 게 있어서 말이야.”
“네? 뭐가 말입니까?”
“뭐긴 뭐야, 김 사장 때문이지.”
“저요? 제가 왜요?”
현성은 최윤수를 바라봤다. 그 이유를 물은 것이다.
최윤수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조금 전에 나한테 장당 2천 원은 선물이라고 그랬지?”
“네, 그랬죠.”
“그 말은 중고시장에서 정상 가격이 12,000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얘기잖아?”
당연히 알고 있는 얘기다. 대여점 운영을 몇 년을 했는데 그 정도를 모르겠는가.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했다.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게 왜요?”
“난 그게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조금 전에 분명히 아는 가게에서 잠깐씩 가게를 봐준 게 다라고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 중고 가격까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말이야.”
“아, 그거요.”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 최윤수가 아무 말도 없이 잠깐 고민을 했던 이유를 알았다.
대여점 경험도 없는 사람이 중고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최윤수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현성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영업사원한테 물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굳이 그런 일로 영업사원한테까지 물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대답이 그나마 최윤수를 이해시킬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대답을 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윤수의 태도가 바로 바뀌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영업사원…….”
최윤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영업사원이라면 중고 가격을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알고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내 말이 그 말이야. 대여점을 운영한 것도 아니고 아는 가게에서 잠깐씩 가게를 봐줬다는 사람이 중고 가격까지 알고 있으니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갔던 거고.”
말을 마친 최윤수가 한 템포 쉰 다음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유가 뭐야?”
“이유요? 무슨 이유요?”
“가격 말이야. 중고 가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으면서도 나한테 2천 원을 싸게 주겠다는 이유 말이야?”
“아, 그거요.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선물이라고 말입니다.”
“선물?”
“네, 제가 형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러니…….”
“잠깐만!”
최윤수가 손을 들어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선물? 그래, 좋다. 선물 싫어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유가 뭐야? 나한테 선물을 주는 이유 말이야? 최소한 그 이유는 알아야 나도 받든 지 할 거 아니야.”
최윤수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사실 처음 선물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안양에서 처음 보고 며칠 전에 폐업 집 비디오를 옮기던 날 보고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런데 갑자기 선물이라는 말을 끄집어내니 그게 이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냥 이유는 묻지 말고 받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사람이 그럴 수야 없지. 선물도 작은 선물도 아니고 장당 2천 원이면 기본 250장만 잡아도 한 프로당 50만 원이야.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고 한 달에 여섯 프로만 계산해도 합이 3백만 원이야. 그런데 그걸 아무 이유 없이 나보고 받으라고? 이건 말이 안 되지. 아니, 받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런 사람이다.
역시나 사람의 인성은 변하지 않는 듯하다.
전생에서도 항상 그랬던 사람이다. 남에게 호의는 베풀면서도 정작 자신은 남들로부터 이유 없이 작은 거 하나라도 받지 않으려던 그였다.
지금도 역시나 마찬가지인 거고.
현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신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이번 비디오 때문입니다.”
“비디오가 왜?”
“이번에 형님이 저한테 주신 폐업 비디오가 2만 장이 넘습니다. 그런데 형님은 그 물건을 천백만 원밖에 안 받으셨습니다. 형님 수수료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맞죠?”
“응, 맞아. 그런데 그게 왜?”
“제가 알아보니까 아무리 폐업 물건이지만 이 정도 물건이면 기본 이천만 원은 충분히 받아도 되는 물건이더라고요. 그런데 형님은 그런 물건을 저한테 천백만 원만 받으신 겁니다.”
아무리 폐업 물건이지만 적정 가격이라는 게 있다.
중고 업자들이 보통 폐업 물건을 잡을 때는 최소의 금액으로 잡는다. 그건 어느 업종이고 당연한 것이고.
문제는 그 물건을 다시 오픈 매장에 되팔 때다.
비디오 같은 경우는 보통 구색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진다. 즉 구색이 좋으면 금액이 높아지고 구색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금액이 낮아진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아무리 구색이 안 좋다고 해도 폐업 가격보다 최소 2, 30%의 이윤이 더 붙는 건 기본이다.
중고 업자들 또한 그 정도의 수고비는 챙겨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물건 같은 경우엔 구색이 상당히 좋았다. 이 정도면 그냥 폐업 가격의 더블로 받아도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최윤수는 달랐다.
그는 폐업 가격에서 10%의 금액만 더 추가해서 받았다. 일반 다른 업자에 비하면 구백만 원이나 싸게 가격을 받은 것이다.
최윤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대답을 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그게 왜라니요? 다른 업자들 같은 경우는 기본 이천은 불렀을 텐데 형님은 저한테 폐업 가격의 10%만 더 받은 겁니다. 그런데 왜라니요?”
“그건 내 원칙이야. 폐업 물건을 얼마에 잡던 나는 그 금액의 10%만 더 받아. 그건 내가 10년 전에 비디오 중고 업자로 뛰어들 때부터 나 스스로가 정했던 원칙이야.”
현성도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전생에서 그와 친해진 후 그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이니 말이다. 폐업 물건을 싸게 잡든 아니면 비싸게 잡든 자신은 딱 10%만 먹는다고 말이다.
최윤수가 다른 중고 업자들과 다른 게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흔히 말하는 한탕주의, 그게 그한테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비디오 업계에서 마지막까지도 살아남았던 사람이 바로 최윤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땐 그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내 코가 석자이다 보니 항상 도움만 받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게 그 사람의 업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고마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땐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그 정도 여유는 충분히 되다 보니 이제라도 그 고마움을 전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원칙이라고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니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의 원칙이었던 거군요.”
“그래, 그러니까 그 문제는 동생이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얘기야.”
“아니요, 그건 아니죠. 형님은 그게 원칙이라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로서는 형님 덕분에 좋은 물건을 싸게 샀으니 그 고마움을 표현하겠다는 겁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내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저 내가 정한 원칙을…….”
“형님!”
이번엔 현성이 최윤수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원칙이라는 거 아무나 정할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아니, 정할 수는 있겠죠. 단지 실천이 힘든 거죠. 사람은 누구나 돈 앞에서 욕심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형님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거고 말입니다.”
“음…….”
현성의 말이 끝나자 최윤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시.
최윤수가 천천히 현성을 불렀다.
“김 사장.”
“네, 형님.”
“고마워, 그렇게까지 생각을 해주니 말이야. 하지만 거기까지만.”
“네?”
“그 마음까지만 받겠다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니야.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제 막 시작하는 동생한테 그런 선물을 받는다는 건 내 마음이 허락이 안 돼.”
“…….”
이번엔 현성이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잠시 후.
현성이 최윤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형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한 발 물러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게 뭔데?”
“이번 달 한 달만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해주십시오. 다음 달부터는 이런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뭐야? 결국은 끝까지 고집을 부리겠다는 거야?”
“고집이 아니라 최소한 한 번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게 해 주십시오.”
“허, 참…….”
최윤수는 다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1분이 조금 더 지났을 때였다. 그 정도로 또 고민을 했다는 얘기다.
“김 사장, 이렇게 하자.”
“네? 어떻게요?”
“우리 둘 다 고집을 꺾기에는 오늘 밤을 새워도 끝이 안 날 거 같다. 그러니 우리 서로가 양보를 하자고.”
“양보요?”
“그래, 내가 먼저 양보를 할 테니 김 사장도 양보를 하게. 우리 똑같이 천 원씩만 양보를 하자고. 11,000원에 이번 달만 거래를 하는 걸로 말이야. 자, 어떤가?”
피식.
현성은 대답 대신 웃고 말았다.
솔로몬의 선택, 그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현성이 최윤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이 이기셨습니다.”
“내가? 난 그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10년 동안 이 업을 해오면서 내 원칙을 꺾은 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러니 오늘은 동생이 이긴 거야.”
“좋습니다, 형님. 그럼 서로 이긴 걸로 합시다. 하하…….”
“그래, 그러자고. 하하…….”
두 사람은 마주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전생에서의 귀한 인연, 그 인연을 다시 잇는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현성의 웃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듯했다.
한 시간 후.
최윤수가 떠나고 혼자 남은 현성.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디오 구매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 최윤수와 마지막으로 약속을 했다.
앞으로 이 가게에서 나오는 모든 중고 비디오는 최윤수가 유통하는 걸로 말이다.
최소한 3천 장은 소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금액만 해도 3천만 원이 넘는다. 그렇게 되면 총구매비에서 반 정도는 중고를 유통함으로써 해결되는 것이다.
“자, 비디오 문제는 해결했고…….”
현성이 자리에서 막 일어났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톡 뛰어 들어왔다.
“싸장님~”
어설픈 발음으로 현성을 부르며 뛰어 들어온 사람은 바로 빵집 사장인 이세이의 딸내미인 윤수정이었다.
그녀의 뒤에는 이세이가 웃으며 서 있었다.
“싸장님 이거!”
윤수정이 현성 앞으로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그게 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어? 이거 웬 빵이야?”
“우리 엄마가 싸장님한테 주래.”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근데 우리 공주님은 이름이 뭐야?”
“…….”
윤수정은 대답 대신 뒤에 있는 이세이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름을 가르쳐줘도 되는지 묻는 듯했다.
이세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수정이 바로 입을 열었다.
“수정, 윤! 수! 정!”
또박또박 대답하는 윤수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다시 물었다.
“우리 수정이는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예쁜 거야?”
“히힝~”
갑자기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려 이세이의 품으로 사라지는 윤수정이었다.
그런 윤소정을 보며 현성이 바로 물었다.
“수정아, 혹시 신데렐라 볼래?”
이세이의 품에서 말은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윤수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이세이를 보며 물었다.
“괜찮지요?”
“네, 주세요. 대신 이번 한 번 만이요. 애들 습관 되면…….”
현성은 이세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디오 케이스에서 비디오를 꺼내 비닐봉지에 넣어 윤수정 앞으로 다가갔다.
“수정아, 이거 가지고 가서 재밌게 봐.”
“…….”
말 대신 얼른 비닐봉지를 받아 드는 윤수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장님 말고 삼촌이라고 불러, 알았지?”
“쌈촌……?”
윤수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세이를 바라봤다.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응, 그래. 앞으로는 삼촌이라고 불러.”
이세이의 말이 떨어지자 윤수정이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작은 입을 벌렸다.
“쌈촌~”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마지막으로 이사 가던 날 가기 싫다고 울먹이던 윤수정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잠시 후.
이세이와 윤수정이 떠난 후에도 현성은 문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전생에서야 아무런 힘이 없었으니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 파리바게또에 맞설 것인지, 현성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