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12)
회귀해서 건물주-512화(512/740)
514
영화마음 본사.
“그게 무슨 소린가?”
민홍식 회장은 조금 전 박선우 실장으로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지금 그 얘기를 다시 확인하려는 것이다.
박선우 실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그 동네에 있는 모든 대여점들이 그 친구한테 운영권을 넘겼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니, 정신이 안 나가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게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조사한 바로는 그 동네 대여점들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제 막 처음으로 대여점을 시작하는 그 젊은 친구한테 가게를 맡긴다는 게 말입니다.”
“음…….”
잠깐 생각을 하던 민홍식 회장은 다시 물었다.
“조건은?”
“조건이요?”
“그 사람들이 아무 조건도 없이 가게 운영권을 그 친구한테 넘기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 친구가 제시한 조건이 뭐냔 말일세.”
“그런데 그게 또 …….”
박선우 실장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무슨 조건인데 말을 못 하는가?”
“그게 너무 황당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친구가 제시한 조건이 …….”
박선우 실장은 현성이 제시한 조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민홍식 회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박선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지금까지 벌었던 평균 순수익을 매달 주겠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대신에 운영권을 달라고 했답니다. 대여료나 비디오 구매비 결정권을 말입니다.”
“결국은 대신 운영을 하겠다는 얘기군.”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대여점을 운영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한두 개도 아니고 자신의 가게까지 포함하면 총 여섯 개의 대여점을 운영하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허허, 이거야 원…….”
민홍식 회장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전혀 경험도 없는 사람이 한두 개도 아니고 여섯 개의 대여점을 운영하겠다니 말이다.
‘도대체…….’
잠시 생각을 하던 민홍식 회장이 다시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월세를 내는 사람들이니까 그렇다 치고 그 최 사장이란 사람은 건물도 자기 건물이지만 경력도 10년이나 됐다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그 어린 친구한테 그 가게를 맡긴다는 얘긴가?”
“그 친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 그게 뭔데?”
“소중한 일상을 지켜주고 싶다고 했답니다.”
“일상을 지켜주고 싶다? 허허…….”
민홍식 회장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만큼 그 말이 민홍식 회장한테는 어이가 없게 들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때 박선우 실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이런 말도 했답니다. 최소한 주위 사람들과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입니다.”
“뭐 더불어 사는 세상? 아주 꼴값을 떠는구먼.”
“그러니까 말입니다.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건 그렇고 그 친구 내일 오픈한다고 했던가?”
“네, 그렇습니다.”
피식.
무슨 생각을 하는지 민홍식 회장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친구 300장 주문한 거 맞지?”
“히트 말씀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영업 사원한테 300장 주문 넣은 거 확인했습니다.”
“정말 미친놈이 틀림없군. 그런 식으로 운영해서 과연 얼마나 버티겠다고……?”
“그러니까 말입니다. 아마도 월말에 비디오 값 결제할 때쯤 되면 머리가 터질 겁니다. 그런 식으로 다른 비디오도 받다 보면 6천만 원은 기본일 테니 말입니다.”
“한 달에 6천이라…… 완전 또라이가 틀림없군.”
민홍식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성이 출시 후 열흘 후에 중고로 물건을 팔 것이라는 걸 알 리 없는 민홍식 회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물품비로 6천만 원을 결제하는 곳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현성의 뒷담화를 한참이나 더 나눈 후 사무실을 나왔다.
***
-히트 300장 입하!
가게 앞에 걸린 현수막을 바라보던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때 직원인 이명훈이 바로 물었다.
“사장님, 내일 진짜 히트가 300장 들어오는 겁니까?”
“왜 못 믿겠어?”
“아니, 못 믿는 게 아니라 실감이 안 나서 말입니다. 저도 비디오 가게를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아무리 대박이라고 해도 10장 이상 꽂혀있는 가게를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사실이다. 보통 아무리 대박이라고 해도 10장 이상 한 작품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여점들이 대박이라고 하더라도 2~5장 정도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물론 초대형 매장일 경우에 한해서 간혹 100장 이상을 구매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희박하다.
그런 상황에서 300장이 들어온다고 하니 이명훈으로서는 당연히 믿기 어려운 것이다.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300장을 꽂아놓으면 볼만 할 거다.”
“진짜 그럴 거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는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과연 그 300장이 다 나갈지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애들이 열심히 광고하고 있는 거잖아?”
배달 직원 4명이 반경 3킬로 내에 있는 아파트를 돌면서 전단을 뿌리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앉아서 오는 손님만 받아서는 그 물량을 소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훈이 다시 물었다.
“그리고 궁금한 게 또 있습니다.”
“이번엔 또 뭐야?”
“열흘 후면 300개 중에 250개는 다시 중고로 판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그게 왜?”
“사장님 말씀으로는 그때까지 비디오 원가를 다 뽑는 건 기본이고 수익도 내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진짜 가능할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이명훈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명훈아, 지금부터 내가 묻는 거에 대답해 봐.”
“네? 아, 네.”
“우리가 배달을 하면 하루에 몇 번 정도 나갈 거 같아?”
“음……글쎄요, 아침부터 새벽 두 시까지 영업을 하니까 많이는 대여섯 번도 나갈 테고 아니면 한 번 나가는 것도 있을 테니까 평균적으로 세 번 정도는 나가지 않을까요?”
“그래, 물론 그보다 더 많이 나가면 좋겠지만 평균적으로 세 번이라고 치고, 그렇게 열흘을 계산하면 몇 번이야?”
“음…… 하루에 세 번이니까 열흘이면 서른 번이요.”
이명훈은 당연하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우리가 대여료가 얼마지?”
“2천 원이요.”
“아니지, 바로 회수를 하는 조건으로 빌려주는 거니까 천오백 원이지. 5백 원 돌려주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아, 그렇군요. 그럼 하루에 대여료가 4천5백 원이 되는군요. 평균 세 번으로 잡았으니 말입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4천5백 원에 열흘을 곱하면 총대여료가 나오겠지?”
“아……!”
탁!
이명훈이 무릎을 치며 바로 말을 이었다.
“45 곱하기 10은 450이니까, 45,000원이 되는 거군요.”
“내가 비디오 값이 얼마라고 그랬지?”
“22,500원이요.”
“자, 그럼 이제 계산해 봐. 얼마가 남는지?”
“계산할 것도 없네요. 바로 22,500원 남네요.”
“땡!”
현성은 웃으며 이명훈의 머리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이명훈이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왜요? 분명히 계산하면 그렇게 나오는데요?”“비디오 파는 값은 어디로 갔어? 그것도 계산해야지.”
“아! 맞다. 만천 원에 판다고 하셨으니…… 정확히 계산하면 33,500원 남는 거네요. 와! 열흘 만에 말입니다. 그러면 거기다 250개를 곱하면…….”
잠깐 계산을 하던 이명훈이 현성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사장님, 대박입니다. 정확히 8,375,000원 나옵니다.”
“야, 너는 그게 또 바로 암산이 되냐?”
“하하, 제가 학교 다닐 때 주산을 배웠거든요. 어! 사장님, 근데 그게 다가 아닌데요? 50장은 아직 남지 않았습니까?”
“그거까지 계산하면 얼마나 나오냐?”
“잠깐만요……그러니까 그게…… 헐!”
계산을 하던 이명훈이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말았다. 그런 그가 눈이 동그래지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사장님, 진짜 대박입니다. 나머지까지 계산하니까 정확히 9,500,000만 원 나옵니다. 거기다 50장도 이미 비디오 값을 다 뽑은 상태니까 비디오테이프는 고스란히 남는 거고요.”
“어때? 이 정도면 비디오 장사도 할 만한 거 아니야?”
“대충 한 프로당 천만 원만 계산하고 대박 프로로 5개만 잡아도 순수익만 5천만 원입니다. 그것도 열흘 만에 말입니다. 와! 이게 진짜 가능한 숫자이군요!”
이명훈이 입을 벌린 채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달에 비디오가 몇 개나 나올 거 같아?”
“글쎄요, 대충 30개 정도 되나요?”
“50개도 넘어.”
“그렇게 많아요?”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중에 돈이 되는 걸 고르는 게 중요하지.”
“하긴 나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때만 해도 비디오 시장이 활성화된 탓에 한 달에 나오는 비디오만 해도 엄청났었다. 영업사원만 해도 열 명이 넘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중요한 건 돈이 되는 프로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대여점으로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현성은 그걸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고.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너, 진도이 알지?”
“진도이요? 당연히 알죠, ‘젖소부인 바람났네’ 찍은 배우잖아요?”
“그게 몇 편까지 나올 거 같아?”
“글쎄요…….”
“13편까지 나와,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계속 나온다는 얘기야.”
그 당시에 한 달에 나오는 에로비디오만 해도 엄청났었다. 물론 시작은 젖소부인 시리즈로 시작했지만 그 비디오가 대박이 나면서 에로비디오 시장은 순식간에 확 커지고 말았다.
제목도 압권이었다.
‘꽈배기부인 몸풀렸네’, ‘자라부인 뒤집혔네’처럼 ‘○○부인 ○○했네’식의 수없이 많은 아류작이 만들어졌다.
그 외에도 어쭈구리 시리즈, 처제의 일기 시리즈 등 에로비디오의 시장은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이명훈이 바로 물었다.
“어? 사장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응? 어…… 다 아는 수가 있어.”
씨익.
현성은 멋쩍은 탓에 그저 가볍게 웃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돈이 된다는 거야.”
“젖소부인 시리즈요?”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고 에로비디오 자체가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엄청난 호재라는 거야. 내가 볼 때 오히려 돈이 되는 건 메이저급인 대박 비디오보다도 에로 비디오가 더 실속이 있을 거야.”
이유는 간단하다. 구배비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도 일반 개봉 영화보다 쌀뿐더러 한 장을 사게 되면 몇 장씩 서비스로 밀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후에 반품하는 조건이다.
그러면서도 대여료는 다른 영화와 같으니 당연히 수입 면에서는 유명한 개봉 영화보다 나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훈이 다시 물었다.
“에로비디오 한 달에 엄청 나오지 않나요?”
“그러니까 내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거야. 그거 보는 사람들은 무조건 보거든.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우리 가게 매출의 40%는 에로비디오가 차지할 거다.”
“그 정도나 많이요?”
“두고 봐라. 내 말이 틀림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잠시 생각을 하던 이명훈이 다시 물었다.
“혹시 사장님이 생각하는 한 달 매출이 얼마나 돼요?”
“두 장.”
“두 장이면…… 이천은 아닐 테고, 혹시…… 이, 이억이요?”
“그래, 너도 아까 계산해봤지만 한 프로로 순이익만 천이야. 그것도 10일 만에 말이야. 그런 식으로 계산하면 최소한 그 정도는 나오지 않겠냐?”
“음…….”
잠깐 고민을 하던 이명훈이 현성을 보며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사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명훈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만큼 그는 지금 흥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비디오 가게에서 2억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흥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채용 당시 사장인 현성이 월급을 정하지 않고 매출에 비례해서 월급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툭툭.
현성은 이명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후 말을 이었다.
“명훈아, 기대해라.”
“솔직히 저는 떨립니다. 과연 한 달 후에 제 월급이 얼마나 될지 말입니다.”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네가 얼마를 상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일 거라는 거다.”
“아아!”
이명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나를 믿어준 대가다.”
사실 처음 채용할 때 월급을 제시하지 않았었다.
어쩌면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직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 나중에 매출에 비례해서 월급을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 말은 매출이 적으면 당연히 월급도 적어진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명훈은 기꺼이 일을 하겠다고 했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명훈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사장님은 제가 그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아십니까?”
“글쎄다, 솔직히 그건 나도 궁금하다. 그게 사실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씨익.
이명훈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사장님의 첫 질문 때문입니다.”
“첫 질문?”
“네, 사장님은 그날 저한테 ‘밥은 먹었냐?’고 물었거든요. 그 말이 저는 그렇게 고마웠습니다. 제가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사장님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런 결정을 했던 겁니다.”
“……!”
현성은 다른 말 대신 이명훈의 어깨를 다시 한번 툭 쳤다. 굳이 다른 말은 필요 없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이명훈이 턱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사람은 누군데 아까부터 우리를 계속…….”
현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길 건너편으로 향했고 그런 그의 입가에는 바로 비릿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저벅!
현성의 발걸음은 길 건너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