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15)
회귀해서 건물주-515화(515/740)
517
회귀해서 건물주
“바로 그겁니다.”
“그거?”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유영석이 말하는 ‘그거’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이다.
궁금한 마음에 현성은 바로 다시 물었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거라니?”
“조금 전에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 말입니다. 앞으로 한 가족처럼 지낼 사람들이라 잘 먹이고 싶었다는 그 말씀 말입니다.”
“응? 그게 뭐 어쨌다고?”
“저는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집안 환경이 안 좋아서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사장님 같은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열이면 열, 모든 사장님들은 먹는 거부터…….”
유영석의 설명이 길어졌다.
설명은 길었지만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하나였다. 그건 바로 지금까지 겪어봤지만 모든 사장들이 직원 먹는 것에 대해 인색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유영석의 말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거야 일부 사람들이 그런 거지.”
“제가 아직 어려서 그게 일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그때까지 겪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과 함께 뷔페 가던 날 저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깨달았다고?”
“네, 세상에는 이런 사장님도 계시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유영석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그때까지도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이런 식으로 악랄하게 산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을 만나고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장님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유영석은 말을 하다 말고 힐긋 현성을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가식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가식?”
“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몰라 가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역시 사장님은 다른 사람들이랑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확신이 오늘 이걸로 확인이 되었고요.”
유영석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물론 그 핸드폰은 조금 전에 현성이 가게에서 나눠준 그 핸드폰이었다.
피식.
현성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유영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게 바로 저의 이유였습니다. 사장님에 대한 믿음이 생긴 이유 말입니다.”
“그래서 면접 때도 하지 않았던 얘기를 오늘 한 거고?”
“네, 맞습니다. 핸드폰을 딱 들었는데 제일 처음 사장님이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가게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드렸던 겁니다.”
“…….”
현성은 다른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유영석이 무슨 이유로 핸드폰을 받자마자 처음으로 자신한테 전화를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싶었다.
그는 세상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두운 면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데 이번에 현성을 만나면서 그게 다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잠시 후.
현성은 유영석을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자, 한잔 받아라.”
“아닙니다. 이번엔 제가 먼저 따르겠습니다.”
유영석은 바로 소주병을 잡고 두 손으로 소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현성의 잔에 술이 차자 바로 소주병을 현성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제 저도 한잔 주십시오.”
“그래, 자, 받아.”
현성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그의 잔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챙!
잔을 채운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잔을 부딪친 다음 먹음직스럽게 익은 돼지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안주를 먹던 유영석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여기 고기에 뭔가 부족한 거 같지 않습니까?”
“응? 글쎄다…….”
“제가 보기엔 청량 고춧가루를 반 스푼만 더 넣으면 이 느끼한 맛도 잡고 매콤한 게 괜찮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쉽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유영석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물었다.
“그게 진짜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음식 맛은 귀신 같이 알거든요.”
“음…… 그래?”
현성은 바로 포장마차 주인을 불러 조금 전 유영석이 얘기한 대로 설명을 한 다음 고기 한 접시를 더 주문했다.
잠시 후.
포장마차 주인이 고기를 한 접시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근데 너무 맵지 않을까요?”
“글쎄요, 저도 이 친구를 한번 믿어보려고요.”
현성의 시선은 바로 유영석을 향했다. 그러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집게로 고기를 연탄불 위에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또 꽤나 자연스러웠다.
5분쯤 지났을까.
유영석이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현성의 앞접시에 놓으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드셔 보십시오!”
“어, 그래.”
우물우물.
고기를 먹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말았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물었다.
“사장님, 제 말이 맞죠?”
“그래, 조금 전보다 느끼한 맛도 잡아주고 매콤한 게 확실히 소주를 당기네. 야, 요것 봐라.”
현성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바로 소주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곤 바로 포장마차 주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여기 잘 익은 요놈으로 한 점 드셔 보시겠습니까?”
“네? 제가요?”
포장마차 주인은 약간 당황스럽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사장님께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 그럼 잠깐 실레 좀…….”
우물우물.
잠깐 망설이던 포장마차 주인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어?”
“어떻습니까? 제 말이 거짓이 아니죠?”
“허허, 이게 무슨 일이죠?”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혹시나 했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 감각이 좀 특별한가 봅니다. 이제 판단은 사장님이 하시면 되실 거 같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손님들한테도 맛을 보여드리고 괜찮다고 하면 앞으로 이런 식으로 양념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포장마차 주인이 인사를 하고 돌아가자 현성은 유영석을 보며 바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냥 느낌으로요.”
“느낌으로?”
“네, 그냥 딱 먹으면 그 맛이 느껴져요. 뭐가 부족한지…… 그리고 제가 자취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끔 요리를 해 먹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 헤헤…….”
유영석은 대답을 하면서도 멋쩍은 듯 머리를 슬쩍 긁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이 상황이 조금은 쑥스러운 듯했다.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요리 좋아하냐?”
“특별히 좋아하는 건 모르겠고 자취를 하면서도 라면은 거의 안 먹습니다.”
“라면을 안 먹는다? 그 말은 결국 밥을 먹는다는 얘기고, 밥을 먹게 되면 아무래도 반찬이 필요할 테고…… 너 혹시 반찬도 만들 줄 알아?”
“웬만한 거는 대충 만들어요.”
“웬만한 거?”
현성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재능을 유영석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급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혹시 최근래에 만든 반찬이 뭐야?”
“김치요.”
“김치? 김치를 네가 만든다고?”
“많이는 안 하고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담가요. 제가 익은 것보다는 생김치를 좋아해서요.”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일반 가정주부도 귀찮아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그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제 고작 스무 살짜리가 자취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김치를 담근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앞에 앉은 유영석은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런 경우는 하나밖에 없다.
별종.
유영석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별종이란 의미가 나쁜 의미는 아니다.
특별하다는 것.
그는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그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일 수도 있는 것이고.
이쯤 되자 현성은 궁금한 게 있었다.
“야, 유영석.”
“네, 사장님.”
“너, 혹시 꿈이 뭐야?”
“꿈이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말이야.”
“글쎄요, 음…….”
유영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쪼르륵.
현성은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라 한 번에 들이켰다. 그리곤 불판에서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역시 처음에 먹었던 맛과는 확실히 달랐다. 고작 청양 고춧가루 반 스푼을 더 넣었을 뿐인데 그 맛은 확실히 달랐다.
물론 그 맛을 찾아낸 건 바로 앞에 앉은 유영석이고 말이다.
현성은 고기를 씹으며 유영석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유영석이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으며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 모르겠다고?”
“네, 지금까지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유영석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그런 그가 안주도 안 먹은 채 바로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제가 학교 다니면서 소원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소원? 글쎄…….”
“독립하는 거였습니다. 집이 진짜 싫었거든요. 매일 엄마와 아버지가 싸우고…….”
유영석의 말이 길어졌다.
부모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쪼르륵.
유영석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소주병을 들어 그의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리곤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른 후 소주잔을 들었다.
“일단 쉽지 않은 얘긴데 이렇게 얘기를 해줘서 고맙고 이제부터 좀 더 얘기를 해보자. 자, 마셔.”
“네, 고맙습니다, 사장님.”
두 사람은 술잔을 가볍게 맞댄 다음 술잔을 비웠다.
잠시 후.
현성이 먼저 물었다.
“그래서 졸업을 하자마자 집을 나온 거고?”
“네, 그래서 그동안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던 겁니다. 어차피 독립을 하려면 방 얻을 돈은 필요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반지하 방을 얻은 거고?”
“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천국 같은 공간입니다. 비록 곰팡이 냄새도 나고 가끔 이상한 벌레들도 나오지만 집보다는 훨씬 행복합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어차피 남들 눈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상관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네가 행복하면 된 거니까 말이야.”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는 희망도 생겼고요.”
“희망?”
“네, 바로 월급 말입니다. 사장님을 만나기 전에 두 군데에서 일을 했었는데 제대로 월급도 안 주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럴 염려는 없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유영석의 얼굴에 어느새 웃음기가 번지고 있었다. 조금 전 부모나 성장 과정을 얘기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래, 그 월급 받으면 뭘 하려고?”
“10만 원만 남기고 다 저축할 겁니다. 어차피 6개월 후에는 군대에 가야 하니까 그때까지 최대한 모을 겁니다.”
“그다음은?”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건 제대를 한 후에 생각할 겁니다. 일단은 군대에 가기 전에 천만 원을 모으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지금 천만 원이라고 그랬어?”
“네, 근데 이건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어제 명훈이 형이 월급 얘기를 살짝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명훈이가 뭐라고 그랬는데?”
현성은 급한 마음에 유영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잠깐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장님과 얘기를 나눠보니까 최소한 2백은 될 거 같다고…….”
“2백? 명훈이가 그렇게 말했어?”
“어어, 이거 지금 제가 실수하는 거 아닌가요? 왠지 기분이…….”
“노노,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난 그저 명훈이가 뭐라고 그랬는지 궁금한 것뿐이었으니까 말이야.”
현성은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너의 목표는 일단 군대에 가기 전에 천만 원을 모으는 거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영석아, 만약에 말이야…… 그 목표 치에 몇 배가 되면 어떨 거 같아?”
“네? 몇 배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만약이라고 그랬잖아.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떨 거 같냐고?”
“어…… 그렇다면 제가 솔직히 하고 싶은 게 하나가 있기는 한데…….”
유영석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장사요.”
“장사? 무슨 장사?”
“헤헤…….”
말은 안 하고 부끄럽다는 듯 웃음을 흘리는 유영석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뭔데?”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음식을 먹어보면 뭐가 부족한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음식 장사를…….”
“오~~ 그래! 바로 그거야! 반찬 가게!”
“반찬 가게요?”
“그래, 내가 볼 때 너한테는 그게 딱일 거 같다. 군대 제대를 한 후 시작하는 거야. 어때 네 생각은?”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데…… 하지만 문제는 돈이…….”
유영석의 시선이 현성한테 향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내가 볼 땐 너의 6개월 치 월급으로도 충분할 거 같은데?”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너 나 믿는다고 그랬지?”
“그거야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좋다. 지금까지는 네가 꿈꿀 기회가 없었다고 그랬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믿고 꿈을 한번 꿔봐라.”
“…….”
유영석은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