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16)
회귀해서 건물주-516화(516/740)
518
다음날.
쾅쾅!
“어? 이게 무슨 소리야?”
현성은 아침을 먹으려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아침 7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장님!”
건물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은 얼른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봤다.
“야,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밖에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어젯밤 늦게까지 같이 술을 마셨던 유영석이었다.
아직 출근 시간은 한 시간이나 남은 상황이다 보니 현성으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영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해장국 끓여 왔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유영석의 손에는 뭔가 들려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잠시 후.
2층으로 올라온 유영석이 바로 물었다.
“혹시 아침 식사하셨습니까?”
“아니, 이제 먹으려고.”
“다행입니다. 저는 혹시 제가 늦은 줄 알고…… 휴우!”
유영석은 안도의 한숨을 쉰 후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뒤를 따라가며 현성이 바로 물었다.
“조금 전에 해장국이라고 그랬냐?”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바로 드실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달그락.
유영석은 국그릇에 가지고 온 해장국을 덜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뭔가를 더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건 또 뭐야?”
“헤헤, 반찬이요. 아침에 몇 가지 만들어 봤어요.”
“몇 가지?”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식탁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이미 못 보던 반찬 세 가지가 접시에 담겨 있었다.
반찬은 감자볶음과 달걀말이 그리고 어묵볶음이었다.
물론 어려운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이제 스무 살짜리 사내놈이라는 것이다.
“이걸 아침에 다 만들었다고?”
“이 정도는 금방 만들어요. 자, 사장님, 이제 이쪽으로 오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유영석이었다.
물론 어젯밤에 요리에 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이기에 대충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예상을 못 했었다.
“좋다, 일단 먹어 보자. 우리 영석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후릅.
현성은 일단 숟가락으로 황태콩나물국부터 맛을 봤다.
“어라?”
국물 맛을 본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어느 유명한 해장국집에서 먹었던 황탯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먹고 난 다음의 느낌은 더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듯했다.
“어떻습니까?”
그때까지도 유영석은 숟가락도 들지 않고 현성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최고다!”
“진짭니까?”
“그래,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황태해장국 중에 최고다.”
“나이스!”
유영석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듯 기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국물은 왜 이렇게 깔끔한 거야?”
“달걀이요.”
“어? 달걀……?”
그러고 보니 유영석이 끓인 황태콩나물국엔 달걀이 없었다. 보통은 거의 마지막에 달걀을 풀어 붓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 깔끔함의 비밀은 달걀을 넣지 않은 게 이유라는 얘기다. 결국 그는 어떤 맛을 내기 위해 뭔가를 넣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그 뭔가를 뺌으로써 그 맛을 살렸다는 얘기기 된다.
현성은 유영석을 한 번 슬쩍 바라본 후 바로 물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보통은 다 달걀을 푸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야.”
“두 가지를 다 먹어봤는데 저는 이게 더 낫더라고요.”
“그러니까 두 가지를 다 시험을 했다는 얘기네?”
“네, 대신에 그 부족한 맛을 쌀뜨물로 채웠습니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 어쩐지…….”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에 먹었을 때 느꼈던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의 비밀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달걀을 넣은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 반대일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달걀을 넣느냐 안 넣느냐가 아니다. 어차피 그건 개인 각자의 기호에 따라 다를 테니 말이다.
중요한 건 유영석은 그 두 가지 맛을 다 이미 비교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자신만의 맛을 찾아냈다는 것이고.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 그는 음식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정도 실력은 갖추었다는 얘기다.
우물우물.
현성은 이번엔 달걀말이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달걀 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깊은 맛을 내고 있었다.
“혹시 달걀말이 간은 뭐로 한 거야?”
“새우젓이요.”
“새우젓?”
“네, 새우젓을 넣으면 소금으로 간을 한 것보다 그 맛이 더 깊어지거든요.”
“…….”
씨익.
현성은 말 대신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요리 실력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던 것이다.
현성은 이어 감자볶음과 어묵볶음을 하나씩 맛봤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맛이었다. 웬만한 반찬 가게에서 먹었던 것과 비교를 하더라도 더 나으면 나았지 절대 뒤처지는 맛이 아니었다.
현성은 유영석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영석아, 너 지금 만들 수 있는 반찬이 몇 가지나 되냐?”
“글쎄요,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아마 김치 종류까지 다 하면 거의 스무 가지 정도는 될 거 같은데요.”
“스무 가지? 허…….”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어젯밤에 청양 고춧가루를 약간 더 추가함으로써 돼지고기 맛을 바꾸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일단 아침부터 먹자. 그러고서 자세한 건 밥 먹은 후에 얘기하자.”
“네? 무슨 얘기요?”
“내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일단 먹자. 좋은 일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어서 먹자.”
“아, 네…….”
유영석은 고개를 살짝 갸웃한 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현성이 나중에 얘기하자고 한 말이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30분 후.
식사를 마친 두 사람 앞에는 커피 두 잔이 놓여있었다.
후릅.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진짜 잘 먹었다. 해장국도 그렇고 반찬들도 최고였어. 오늘 아침은 영석이 덕분에 내가 너무 행복했다.”
“헤헤, 고맙습니다. 혹시나 입맛에 안 맞으실까 봐 걱정했는데…….”
“그나저나 언제부터 요리를 한 거야?”
“요리까지는 아니고 그냥 중학교 때부터 집에 오면 아무도 없으니까 조금씩 하다 보니…….”
유영석의 설명이 이어졌다.
잠시 후.
유영석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갑자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영석아!”
“네? 아, 네.”
“시작하자.”
“시작이요? 그게 무슨……?”
유영석은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보니 그저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반찬 가게 시작하자고.”
“네? 반찬 가게요?”
“그래, 내가 어젯밤에 얘기했던 거 말이야.”
“그건 군대 제대를 한 후에 하자고 사장님께서…….”
“아니!”
현성은 유영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거 같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이제 6개월 후면 군대에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라도 미리 하자는 거야.”
“저는 지금 사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장사를 하려면 우선 매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되고…….”
유영석의 말이 길어졌다.
그의 말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매장은 이미 있다.”
“매장이 있다고요? 어디예요?”
“비디오 가게.”
“네?”
유영석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이보다 더 좋은 매장은 없을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지금 비디오 가게에서 반찬을 팔자는 거죠?”
“그래, 군대에 가기 전까지 미리 팔자는 거야.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이 반찬 냉장고만 하나 준비하면 되니까 말이야.”
“잠깐만요…….”
유영석은 생각이라도 하려는 듯 머리를 짚었다.
그러기를 잠시.
갑자기 유영석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거 같은데요.”
“안 된다고? 이유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시간이 없어요. 비디오 가게에서 끝나는 시간이 새벽 두 시고 출근 시간이 아침 아홉 시인데 반찬을 만들 시간이 도저히…….”
유영석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그는 실망한 탓인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출근 시간을 조정하면?”
“네?”
“출근 시간을 조정하면 해결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건 사장님한테 너무 죄송해서…….”
“자식!”
툭.
현성은 유영석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야, 어차피 이 얘기는 내가 먼저 꺼냈어, 그러니까 너는 죄송할 필요 없는 거야. 오후 1시 어때?”
“오후 1시요?”
“그래, 출근시간 말이야. 어차피 오전에는 조금 한가할 테니까 너는 그 시간에 반찬을 만들어서 1시까지 출근하면 되잖아.”
“그게 진짭니까?”
유영석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그런 그가 바로 물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침 일찍부터 만들어서 그날그날 팔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
“형평성 문제요. 다른 형들하고 근무시간이 달라지니까 말입니다. 이 문제는 사장님께서 월급을 조정해 주시면 감사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미안해서 안 됩니다.”
피식.
현성은 대답 대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 와중에도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얘기하는 유영석의 모습이 기특했기 때문이다.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전에 먼저 하나만 묻자.”
“네, 뭐요?”
“반찬을 파는 목적이 뭐야?”
“목적이요?”
“그래, 네 대답에 따라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다르거든. 그러니까 네가 확실하게 그 목적을 얘기해 봐.”
“음…….”
유영석은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2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만큼 그는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의미였다.
“경험이요.”
“경험?”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사장님께서 저한테 이렇게 기회를 주시는 것도 돈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그 이유는?”
“제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눈치 하나는 빠르거든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크다 보니…… 헤헤.”
유영석은 멋쩍은 듯 머리를 슬쩍 긁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엔 반찬을 팔라고 하기에 언뜻 돈부터 생각했는데 사장님의 평상시 모습을 생각하니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평상시 모습?”
“네, 물론 사장님을 만난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보면서 느낀 게 돈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비록 가진 건 없지만 아직은 어리니까 사장님처럼 흉내라도 내보려고 생각하다 보니 지금은 돈이 아니라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게 사장님의 뜻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씨익.
현성은 그런 유영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저 어젯밤에 거의 못 잤습니다.”
“못 잤다고? 왜?”
“너무 행복해서 말입니다. 어제 사장님이 저한테 꿈을 꾸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래서 잠 안 자고 밤새 꿈을 꾸었습니다.”
“결론은?”
“일단 제대를 한 후 사장님 말씀처럼 반찬 가게를 해서 돈을 많이 벌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돈이 인생의 목적은 아닙니다. 저의 목적은…….”
유영석이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겁니다.”
“…….”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게…….”
“인생의 목적이다? 이거지?”
유영석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오케이 그럼 됐어. 반찬 가게는 일주일 후부터 시작할 거야. 반찬 냉장고는 알아서 다 준비할 테니까 너는 이 돈으로 내일부터 반찬 재료 준비해.”
현성은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유영석한테 내밀었다.
그러자 잠깐 망설이던 유영석이 돈을 받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이 돈은 제가 월급 받으면 바로…….”
“됐어, 오늘 아침 해장국 값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이거 하나만은 명심해. 세상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거. 오늘 아침에 네가 해장국을 끓였듯이 말이야.”
“…….”
“자, 이제 내려가서 비디오 가게 문 열자.”
“…….”
유영석은 다짐이라도 하듯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