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17)
회귀해서 건물주-517화(51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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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1층으로 내려오자 이미 이명훈이 가게 문을 열고 청소 중이었다.
현성은 안으로 들어서며 바로 물었다.
“명훈아, 언제 왔어?”
“30분 전에 왔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오픈하는 날이라 신경이 좀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일찍 나왔습니다.”
툭툭.
현성은 이명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무래도 직원들 중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다 보니 책임감이 남다른 듯했다.
그때 뒤에 있던 유영석이 이명훈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명훈이 형, 안녕하세요!”
“어, 그래. 근데 무슨 일 있어? 아침부터 목소리가 무지 밝다.”
“헤헤, 그래요? 사실은 사장님한테 오늘 아침에 아주 큰 선물을 받았거든요.”
“선물?”
“네, 사실은 일주일 뒤부터 매장에서 반찬을 팔기로 했거든요.”
“매장이라면…… 여기서?”
이명훈은 검지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러자 유영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사장님께서 군대 가기 전까지…….”
유영석은 조금 전에 현성과 나눴던 얘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명훈 또한 흥미롭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유영석의 설명이 끝나자 이명훈은 현성을 향해 바로 물었다.
“사장님, 지금 영석이 말이 사실입니까?”
“응, 사실이야.”
“그런데 갑자기 웬 반찬 가겝니까?”
“혼자 먹기 너무 아깝더라고. 너 혹시 영석이가 만든 반찬 먹어 봤어?”
“아니요, 근데 영석이가 요리를 한다고요?”
이명훈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내가 오늘 아침에 황태콩나물국과 반찬 몇 가지를 먹어 봤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고. 그래서 이왕이면 군대 가기 전까지 경험 삼아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현성의 답변이 끝나자 이명훈이 이번엔 유영석을 보며 물었다.
“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었어?”
“헤헤, 어쩌다 보니…… 오늘 점심때 드셔 보세요. 여기 가방 안에 있거든요.”
“어? 그게 진짜야?”
“네, 아침에 사장님 거 준비하면서 형들 점심때 드시라고 포장해서 가져왔거든요.”
“오~ 기대되는데!”
이명훈이 활짝 웃었다.
그때 가게 안으로 직원 세 명이 나란히 들어오며 동시에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어서들 와라.”
현성이 인사를 건네자 이번엔 이명훈과 유영석을 향해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쪽으로 주목. 이제 잠시 후면 방앗간에서 시루떡이 도착할 거야. 그러면 내가 어제 얘기했던 대로 자기가 맡은 지역에 나눠주면 돼. 그리고 혹시라도 더 달라고 하는 사람 있으면 인색하게 굴지 말고 더 줘도 돼. 떡은 넉넉하게 했으니까, 다들 알았지?”
“네, 사장님.”
그때였다.
빵빵.
1톤 트럭 한 대가 가게 앞에 도착했다. 방앗간에서 떡을 싣고 온 것이다.
“사장님, 설마 저 떡이 다 우리 겁니까?”
이명훈이 트럭 적재함에 실린 떡을 보며 물었다. 얼핏 봐도 그 물량이 상당하다 보니 놀란 듯했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다섯 가마니 맞췄다. 어차피 행사 도우미들 불러서 시끄럽게 하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동네 사람들 떡이나 드시게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말이야.”
“아니, 그렇다고 다섯 가마니나…….”
이명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트럭을 향해 걸어 나갔다.
얼마 후.
가게 안에 수북이 쌓인 떡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현성이었다. 전생에서는 여유가 없다 보니 동네 사람들한테 떡 하나 못 돌리고 장사를 했었다.
그렇다 보니 동네 사람들을 볼 때마다 무안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자, 다들 한 박스씩 들고 출발!”
현성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다섯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방앗간에 돈을 더 주고 개별 포장을 했기에 박스 채로 들고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시 일일이 개별 포장을 다시 해야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확실히 전생에서 사용하던 스마트폰과는 벨소리부터 차이가 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으로선 이게 최신형 핸드폰인 것을.
“여보세요.”
-사장님, 접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주방장 겸 부사장인 김일수였다.
“또 그런다, 우리끼리는 편하게 하자니까.”
-어? 그, 그래.
“식당엔 별일 없지?”
-응, 여전히 정신없지 뭐, 올해 벚꽃이 유난히도 예쁘게 피다 보니 매일 정신이 없다. 그건 그렇고 오늘 비디오 가게 오픈하는 거 맞지?
“응, 맞아. 바쁠 텐데 그래도 기억을 하고 있었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당연히 기억해야지. 그래서 저번에 가르쳐 준 주소로 화환 하나 보냈다.
“네가 꽃을?”
-왜, 나는 꽃 하고 안 어울리냐?
“하하, 아니, 그게 아니고…….”
김일수의 모습과 꽃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지 마라, 나도 알고 보면 생긴 거하고 다르게 여린 놈이니까.
“여려? 네가?”
-너 진짜…… 됐고, 아무튼 개업 축하한다.
“자식, 그래 고맙다. 그래도 친구밖에 없구나. 그리고 내 대신에 식당 운영하느라 수고 많다.”
-알면 빨리 내려오던가.
“미안하다, 아직은 내가 인천에서 할 일이 좀 많다. 그러니 네가 좀 계속 수고 좀 해줘라.”
-참! 제수씨는 언제 만나는 거야?
“아직 1년 남았어.”
사실이다. 전생에 아내 윤지수가 이 동네로 이사를 온 건 98년 4월이다. 그렇다 보니 아직 그녀를 만나려면 1년 정도 남은 것이다.
사실 이번에 일찍 인천으로 올라온 건 영화마음 때문이었다. 영화마음이 이 동네 상권을 초토화시키기 이전에 상권을 지켜야 하기에 말이다.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미리 알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존부 알릴 수 없었기에 그냥 올라왔던 것이다.
수화기 너머에서 김일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뭐? 그게 사실이야?
“그래, 그렇게 됐다. 사실은 내가 따로 할 일이 있었거든.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얘기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올라왔다. 네가 이해해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그렇다고 내가 악의로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몰라!
김일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어쩌다 서운한 마음이 들 때면 나오는 목소리였다.
“삐졌냐?”
-몰라,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일손이 달려서 주방에 사람 두 명 정도 더 뽑아야 할 거 같은데, 괜찮지?
“당연히 괜찮지. 그리고 내가 올라오면서 식당에 관한 모든 권한은 이미 너한테 일임했잖아.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해, 일일이 나한테 얘기 안 해도 돼.”
-그건 아니지, 엄연히 사장은 너니까 말이야.
“자식, 하여간 고집은……. 어쨌거나 고맙다, 그래도 네가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그래, 알았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바로 보고할 테니까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오케이, 난 너만 믿는다. 아! 그리고 화환 고맙다. 자, 그럼 오늘도 수고해라.”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전생에서는 원수나 다름없던 김일수였다. 그런데 이번엔 식당을 통으로 맡길 정도로 믿음이 생겼기에 전화를 끊자마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왔다.
빵집을 운영하는 이세이와 그녀의 딸내미인 윤수정이었다.
현성은 바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지금 출근하시는가 봅니다. 우리 수정이 공주님도 안녕!”
“네, 안녕하세요. 수정이도 인사해야지.”
“…….”
윤수정이 아직은 쑥스러운 듯 말 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이세이가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호호, 요 녀석이 처음엔 이렇게 낯을 가려요. 하지만 몇 번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여우짓을 한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조금만 더 참지요, 뭐. 이제 두 번째 봤으니까 앞으로 두세 번만 더 보면 친해질 테니까요.”
“그리고 이거 비디오 반납이요.”
이세이가 내민 건 이틀 전에 빌려갔던 비디오 두 개였다. 비디오 제목은 야반가성과 신데렐라.
“재미있게 보셨어요?”
“말도 마세요,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눈가가 약간 부었다니까요. 참! 오늘이 개업하는 날이죠?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혹시 떡 좀 드릴까요?”
“혹시…… 이게 다 떡이에요?”
이세이는 가게 한쪽에 쌓여있는 떡을 보며 놀랍다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네, 넉넉히 했습니다. 동네분들 하나씩 드리려고요.”
“호호, 대단하시네요.”
“떡 좋아하시면 몇 개…….”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윤수정이 갑자기 떡이 쌓여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이세이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호, 얘가 떡순이예요.”
“떡순이요?”
“네, 빵보다 떡을 더 좋아해서 제가 가끔 떡순이라고 불러요.”
“하하, 그래요?”
현성은 바로 종이 가방에 떡을 가득 담아 윤수정 앞으로 걸어갔다.
“수정아, 이거 삼촌 선물. 이거 다 먹고 모자라면 또 줄게.”
“…….”
“자, 받아.”
“…….”
윤수정은 대답 대신 엄마인 이세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세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현성이 내민 종이 가방을 받았다.
그러자 이세이가 바로 윤수정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한테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
“어서~!”
“……쌈촌, 고마……워.”
윤수정은 간신히 입을 열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활짝 웃었다. 전생에서는 멀리 있다가도 이름을 부르며 양팔을 벌리면 뛰어와 품에 안기던 윤수정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이세이와 윤수정이 나가고 잠시 후에 2.5톤 트럭이 가게 앞에 섰다. 그 트럭이 꽃배달 차라는 건 호루를 씌운 것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혹시, 김현성 사장님?”
트럭 기사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꽃배달입니다. 물량이 좀 많은데 어디에 놓을까요?”
“네? 물량이 많다고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조금 전에 통화를 끝낸 김일수 외에는 꽃을 보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이게 다 뭐야?”
현성은 가게 앞에 줄지어 늘어선 화환을 보며 황당할 뿐이었다. 화환의 개수는 총 스물다섯 개였다.
현성은 천천히 화환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허허…….”
화환을 확인하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 이유는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사람들이 축하 화환을 보냈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비디오 영업소만 해도 열한 개다. 물론 그 영업소마다 지역별로 영업 사원이 또 따로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 화환을 보낸 것이었다.
그러니까 영업소장이 11개, 담당 영업사원들이 11개, 그런 식으로 22개는 그 사람들이 보낸 것이었다.
영업소장과 영업사원이 화환을 보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 이유야 뻔한 거고.
구매력.
현성이 이번에 주문한 ‘히트’ 때문일 것이다.
작품 하나로 결제 금액이 6백만 원이 넘는다. 그렇다 보니 그 소문은 이미 각 영업소에 퍼졌을 테고, 그다음이야 설명 안 해도 뻔한 거고.
결국은 구매력이 있다 보니 각 영업소별로 인사 차원에서 화환을 보냈다는 얘기가 된다.
쩝!
현성은 입맛을 다셨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어쩔 수 없겠지만 전생과 비교해서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 이건?”
현성은 두 개의 화환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화환은 바로 박희철과 신춘오 회장이 보낸 것이었다.
현성이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 두 사람, 그 사람들이 또 이렇게 축하를 해준 것이다.
잠깐 화환 리본을 만지작거리던 현성은 고개를 숙였다. 비록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마지막 화환 앞에 섰다.
김일수가 보낸 화환이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잊지 않고 챙겨준 녀석이다.
“읏차!”
현성은 생각할 것도 없이 김일수가 보내준 화환을 번쩍 들어 입구 쪽으로 옮겼다. 그리곤 바로 또 두 개의 화환을 들어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입구 쪽으로 마저 옮겼다. 그건 바로 박희철과 신춘오 회장이 보낸 화환이었다.
“음, 좋아!”
현성은 입구 양쪽에 나란히 늘어선 세 개의 화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끼익!
봉고차 한 대가 가게 앞에 멈췄다. 그리곤 바로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내린 사람이 현성을 향해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