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18)
회귀해서 건물주-518화(51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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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살짝 번졌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확실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스타맥스 영업소의 영업사원이었다.
이름은 전진수.
영업사원 중에서도 유독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다. 나이는 현성보다 다섯 살이 위였고 나중에 아내인 윤지수와 결혼식을 할 때도 유일하게 예식장까지 찾아와 축하를 해줬던 그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는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이 가는 상황이었다. 스타맥스 영업사원과 같이 왔다면 그는 틀림없이 스타맥스 영업소의 소장일 것이다.
소장이 대여점에 직접 찾아온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벌어진 것이고, 그 이유는 이제부터 알아보면 될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스타맥스의…….”
전진수가 먼저 현성을 향해 자신의 소개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현성의 예상대로 그는 스타맥스의 영업소 소장이었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히트’를 300장이나 주문한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자신들 유통사의 작품을 많이 구매해 달라는 게 그가 찾아온 이유였다.
이유야 어찌 됐든 소장이 직접 대여점을 찾아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인사하는 현성의 목소리에도 고마움이 가득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축하 화환도 감사한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주시고, 자, 안으로 드시죠?”
“잠깐만요, 그전에 차에서 내릴 게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영업소 소장은 전진수와 함께 봉고차에서 박스를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게 안에 쌓인 박스는 총 9개였다.
영업사원인 전진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문하신 히트입니다.”
“히트요?”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각은 아직 9시도 안 된 상태다. 그런데 벌써 오늘 출시된 작품이 입고된 것이다.
보통은 저녁 7시를 전후로 영업사원이 왔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영업사원 또한 코스별로 돌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신프로를 대여하는 시간이 그만큼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누굴 원망할 문제가 아니었기에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9시도 되기 전에 신프로가 입고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예약 주문까지도 다 받아 놓은 상태다. 그 얘기는 지금부터라도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군다나 오늘 출시된 프로를 다른 대여점보다 그만큼 일찍 돌릴 수 있다는 건 경쟁하는 차원에서 이보다 더 유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여점에 입고된 사례일 겁니다.”
영업소 소장이 자랑하듯 말을 꺼냈다. 그런 그가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이 물건을 먼저 배달을 하지 않으면 오늘 전 부장이 영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일반 차량에는 이 정도의 물량을 실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주문 물량이 많기 때문에 영업 사원의 차량에는 물량을 다 실을 수 없기에 일부러 봉고차에 싣고 왔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현성의 시선은 어느새 바닥에 쌓여있는 물건으로 향했다.
그건 바로 오늘 출시된 ‘히트’가 담겨있는 박스였다.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주문한 물량과 달랐기 때문이다.
박스 하나당 비디오테이프는 40장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 박스 개수는 9개다. 그렇다면 지금 비디오 수량은 총 360장이라는 얘기다.
현성이 주문한 양은 300장이고, 그렇다면 결국은 60장이 더 왔다는 결론이 나온다.
씨익.
순간적으로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 이유는 그 60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일단 모른 척 영업사원을 보며 물었다.
“저기요, 지금 이 수량이 맞습니까? 제가 볼 땐 뭔가 착오가 있는 거 같습니다만.”
“아, 그거요?”
영업사원인 전진수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웃음을 띤 얼굴로 바로 말을 이었다.
“300장의 20%, 그러니까 60장은 제가, 아니, 우리 영업소에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총 360장이 온 겁니다. 60장은 나중에 제가 2, 3주 후에 다시 회수해갈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그냥 돌리시다 빼시면 됩니다.”
일명 ‘푸시 물량’으로 비디오 업계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20% 정도의 물량은 구매하는 양에 비례해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것 또한 각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20% 이지만 또 어떤 곳은 50%, 100%, 300%인 곳도 있다. 결국은 회사마다 작품마다 그 푸시 물량은 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푸쉬 물량 또한 모든 대여점에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갔던 것은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
모든 업종이 그렇듯 비디오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구매비가 많을수록 그 푸시 물량 또한 그에 비례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상대적으로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바로 후자의 경우였다. 대여점 규모가 작다 보니 주문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 보니 당연히 그런 혜택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영세업자의 비애였던 것이다.
“아, 네…… 그런 게 있었군요.”
현성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지만 지금은 그런 티를 낼 수 없었기에 약간의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전생에서 못 받은 서비스까지 받아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전생의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현성은 일단 영업사원인 전진수를 불렀다.
“전진수 씨!”
“네? 아, 네. 무슨……?”
전진수의 입장에서는 현성이 갑자기 이름을 부르니 놀란 듯했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진수 씨의 말대로라면 이번에 히트 같은 경우는 최소한 5장은 사야 1장을 밀어줄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지요, 아무래도 그 정도는 사야…….”
“그 얘기는 5장 미만을 사는 경우에는 푸시 물량을 줄 수 없다는 거지요?”
“네, 그렇죠.”
전진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혹시 5장 이상을 사는 대여점이 전체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음…… 그건 대충 전체 대여점의 30% 정도 될 겁니다.”
“그래요? 그럼 나머지 70%는 모두 5장 미만이라는 거죠?”
“그렇죠, 아무래도 중대형 가게보다는 작은 가게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왜요?”
전진수는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건 옆에 있는 영업소 소장도 마찬가지였다.
현성은 두 사람을 슬쩍 바라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그 물량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네? 그 물량이요? 어떤…….”
“작은 가게에서 판매되는 만큼의 푸시 물량 말입니다. 제가 볼 때는 그 물량 또한 엄청날 거 같은데 말입니다.”
“어? 그건…….”
전진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은 속으로 웃었다.
아마도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다. 어차피 정당한 방법으로 유통하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현성이 이번엔 옆에 있는 영업소 소장을 보며 물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그건 어디까지나 영업 사원의 영역이라…….”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네? 그게…….”
영업 소장의 입장에서는 난처한 질문일 수밖에 없었다.
왜 모르겠는가,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모르는 척할 뿐이다. 그 또한 영업 사원이 창출할 수 있는 수입원이니 말이다.
그 물량을 유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 혹은 친척이 운영하는 대여점에 그 물량을 유통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일명 관리숍을 아예 몇 개 지정해서 그 물량을 대여 형식으로 해서 매월 얼마씩 관리비를 받는 것이다.
자신 또한 과거에 영업 사원일 때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얘기를 대놓고 대여점 사장한테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유통 방법은 아니니 말이다.
영업소장도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영업사원인 전진수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나섰다.
“흠흠, 사장님. 하고 싶은 얘기가 뭡니까? 우리 돌려서 얘기하지 말고 화끈하게 얘기합시다.”
전진수의 성격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전생에서도 그런 그의 성격 때문에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현성은 그런 전진수를 보며 씨익 웃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혹시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네? 갑자기요?”
“어차피 앞으로 계속 볼 텐데 호칭이라고 정리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들어서 말입니다.”
“네? 하하…….”
전진수가 갑자기 웃더니 현성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까짓것, 그럽시다. 능력 있는 사장님이 형이라고 부르겠다는데 굳이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덥석.
현성은 전진수가 내민 손을 바로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부탁은 오히려 제가 해야죠.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이제부턴 그 말부터 편하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제가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으니 말입니다.”
“하하, 그럴까요, 아니, 그럴까. 그나저나 이 사장님 성격 맘에 드네. 자, 그런 의미에서 조금 전에 얘기했던 그 얘기마저 끝내자고.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화끈하게 대놓고 얘기하자고.”
“좋습니다, 그럼 저도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얘기하겠습니다. 그건…….”
현성은 말하기 전에 옆에 있는 영업 소장을 힐긋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다. 그만큼 그 또한 현성의 말이 궁금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진수형, 이왕 주는 거 열 박스 채웁시다.”
“열 박스?”
“네, 어차피 두 분 다 얘기를 못 하는 거 보니까 뻔한 거 같은데 저도 그 남는 물량 좀 씁시다. 자, 어때요?”
현성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자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잠시 후.
전진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동생, 대여점 처음 하는 거 맞아?”
“네, 당연히 처음이지요. 그런데 왜요?”
“왜긴, 이 사람아. 누가 보면 최소한 10년은 한 줄 알 거야. 내가 이 바닥에서 올해로 8년째인데 동생 같은 선수는 처음 본다.”
“선수요? 하하…….”
현성은 유쾌하게 웃고 말았다.
전생에서는 몰라서 당하고 영세하다는 이유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럴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
전진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비디오는 이따가 오후에 다시 한 박스 가져다줄 테니까 나중에 짜장면이나 한 번 사.”
“짜장면 가지고 되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날 잡아서 소장님 모시고 한 번 오십시오, 제가 소고기 한번 제대로 쏘겠습니다. 자, 그리고 이거요.”
현성은 지갑에서 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전진수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수표를 받아 든 전진수가 입을 쩍 벌렸다.
“어? 이게 뭐야?”
“오늘 가져온 비디오테이프 값입니다. 남는 돈은 나중에 정산하면 됩니다.”
영업사원들의 애로사항 중에 가장 큰 게 바로 월말에 결제를 받아내는 일이다. 물건을 팔았으니 당연히 물건값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금액이 큰 경우에는 일부 금액은 다음 달로 이월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 보니 월말만 되면 현금 서비스를 받아 그거 메꾸는 게 영업사원의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마감을 치기 전에는 월급을 받을 수 없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애로사항을 알고 있기에 현성은 미리 결제를 한 것이다.
반면 수표를 손에 쥔 전진수는 손이 떨릴 정도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월말만 되면 수금하기에 바쁘다. 한 사람이라도 마감을 못 치면 다른 영업사원까지도 월급을 받을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월말만 되면 소화도 안 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이번에 히트를 300장 주문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이유는 결제 때문이었다.
흔한 말로 물건 잔뜩 구매한 후에 월말에 가서 돈 없다고 배 째라고 하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국 어디에서도 전례가 없는 300장 주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은근 신경이 쓰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결제를 할 줄이야.
전진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확 밝아지는 순간이었다.
“동생, 고맙네.”
“고맙긴요, 당연한 거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수고 많았어요. 소장님도 다시 한번 화환 감사드리고 아침부터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이 비디오를 가지고 열심히 장사하겠습니다.”
“하하, 우리 사장님 정말 멋지십니다. 솔직히 우리 전 부장도 조금은 걱정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방에 해결해 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돕도록 하겠습니다.”
영업소장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전생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영세 대여점이 그랬듯이 현성 또한 월말만 되면 비디오 값 메꾸기에 급급했었다.
그때 전진수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동생, 우린 이제 그만 갈 테니까 오늘 대박 나게. 소장님 이만 가시죠.”
“잠깐만 이거 가지고 가세요.”
현성은 얼른 떡 한 박스를 전진수한테 건넸다.
“어? 이걸 다 가져가라고?”
“영업소에 계시는 다른 영업사원들과 나눠 드세요. 그리고 퇴근할 때 몇 개 가지고 가서 어머니 드리고요.”
“어머니?”
“집에 어머니 안 계세요?”
“물론 계시기야 하지만 동생이 그걸 어떻게 알고…….”
전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느낌으로요.”
“느낌으로……? 허허, 그것 참.”
전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가 현성을 향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좋다, 나도 느낌이 좋다.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항상 밖으로 영업을 뛰면서도 혼자 집에 계시던 어머니를 위해 퇴근길이면 가끔 떡을 사들고 들어가던 그였다. 어머니가 유독 떡을 좋아하신다고 하면서 말이다.
덥석.
현성은 그런 전진수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었다.
전생에서의 소중한 인연을 또 한 사람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