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19)
회귀해서 건물주-519화(5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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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이게 다 뭡니까?”
떡을 나눠주고 돌아온 이명훈이 바닥에 쌓여있는 비디오 박스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히트!”
“히트요?”
“그래, 이게 바로 작년 8월에 개봉한 그 히트야. 알파치노와 로버트드니로가 주연한 액션 범죄영화 말이야. 이번 달 최고 대박이지.”
“아, 그렇군요. 아니, 그런데 이렇게 일찍 나온 겁니까? 아직 9시도 안 됐는데 말입니다.”
“그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은…….”
현성은 어떤 이유로 비디오가 이렇게 일찍 입고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명훈이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아,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어쨌거나 중요한 건 대한민국에서 지금 이 시간에 히트가 입고된 대여점은 우리 가게밖에 없다는 거죠?”
“굳이 따지자면 그런 셈이지.”
“야! 이거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는데요.”
이명훈이 웃으며 양쪽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미소를 띤 채 물었다.
“그렇게 좋아?”
“당연히 좋지요, 지금 이 말은 대한민국에서 우리 가게가 넘버원이라는 얘기잖아요. 안 그래요?”
“어?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하하.”
전생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얘기였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웃음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두 분 뭡니까? 무슨 일인데 이렇게 즐거우십니까?”
떡을 나눠주고 온 직원들 중에 한 명인 유영석이 현성과 이명훈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명훈이 나서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직원들 모두는 조금 전에 현성과 이명훈이 그랬듯이 웃음과 함께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현성의 입가에는 또 한 번의 미소가 번졌다. 그 이유는 직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내 일처럼 생각하고 즐거워한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비디오 배달을 예정보다 일찍 시작하려면 떡 돌리는 걸 조금 서둘러야 할 거 같다.”
“넵,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제부터 빛의 속도로…….”
역시 나이가 가장 많은 이명훈이 알아서 분위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다른 직원들도 알았다는 듯 주먹을 흔들며 의지를 불태웠다.
“내가 다시 말하지만 난 혼자 먹지 않는다. 장사 잘되면 그만큼 너희들 월급으로 돌아갈 테니까 나를 믿고 수고 부탁한다. 자, 그런 의미에서 이거 하나씩들 마시고 힘내자.”
현성은 그런 그들을 향해 박카스를 내밀었다.
***
영화마음 본사.
민홍식 회장이 박선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그게 정말이야?”
“네, 조금 전에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을 통해 보고가 올라왔는데 10시부터 오늘 출시 예정이었던 히트를 배달하기 시작했답니다.”
“그 말은 이미 히트가 그 꼬맹이 가게에는 입고가 됐다는 얘기가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박선우 실장이 말을 하다 말고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인상을 쓰며 바로 물었다.
“왜? 무슨 말인데 말을 하다가 말아?”
“그게 하도 어이가 없는 얘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어이가 없는 얘기? 그게 뭔데?”
“소장이 직접 영업사원과 함께 9시도 되기 전에 비디오를 봉고차에 싣고 그 꼬맹이 가게로 찾아갔답니다.”
“뭐? 소장이 직접?”
민홍식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전국에 수많은 비디오 가게를 오픈했지만 영업소 소장이 직접 비디오를 들고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그것도 9시 이전이라니.
보통 영업사원 출근 시간이 9시 까지다. 그 얘기는 남들은 출근도 하기 전인 8시에 이미 준비를 마치고 영업소를 출발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건 완전 대놓고 차별이 아닌가 말이다.
민홍식 회장은 다시 물었다.
“그게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틀림없이 스타맥스의 마 소장이었답니다.”
“이런 개자식이!”
민홍식 회장의 입에서 바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이 민홍식 회장의 눈치를 슬쩍 살핀 후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그리고 또 있습니다.”
“또? 뭐가 또 있다는 거야?”
“인천에 있는 영업소 소장들과 영업사원들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그 꼬맹이 가게로 축하화환을 보냈답니다.”
“이 개자식들이 진짜……!”
민홍식 회장이 말을 하다 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 또한 화를 참지 못하고 인상을 쓰며 바로 말을 이었다.
“진짜 얍삽한 새끼들입니다. 우리 영화마음이 전국에 몇 갠데 우리가 오픈할 때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들이…….”
“그만!”
민홍식 회장이 손을 들어 박선우 실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쪽팔리니까 그만해.”
“네? 아, 네…….”
“그건 그렇고 그래서 히트가 몇 장이나 들어간 거야?”
“9박스 들어갔답니다.”
“9박스? 그 말은 결국 60장은 푸시 물량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네? 어차피 300장 산다고 했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게 또…….”
박선우 실장이 이번에도 말을 하다가 말았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바로 인상을 쓰며 물었다.
“뭐야? 이번에도 또 뭐가 있는 거야?”
“그게…… 오후에 한 박스 더 들어가기로 했답니다.”
“뭐? 한 박스 더? 그 말은 결국 100장을 서비스로 밀어주겠다는 거야?”
“결론적으로 그렇습니다. 이건 염연히 특혜를 주는 겁니다. 우리한테는 그렇게 짜게 굴면서 그 꼬맹이한테는…….”
쾅!
민홍식 회장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말았다.
“결국 마 소장 이 개자식이 나한테 엿을 먹였다 이거지?”
“마 소장한테 바로 전화 넣을까요?”
박선우 실장이 핸드폰 폴더를 열며 말했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넣으면?”
“네?”
“넣으면 뭐 변하는 게 있냐고? 그래 봤자 우리만 쪽팔리는 거잖아, 안 그래?”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기에는…….”
“박 실장!”
민홍식 회장이 갑자기 말하고 있는 박선우 실장을 불렀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이 자세를 바로 잡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회장님!”
“아마추어 같이 왜 이래? 마 소장이 우리를 신경 썼다면 그렇게 했을 거 같아?”
“그건…….”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라는 얘기야. 그 꼬맹이가 300장을 주문하니까 축하화환도 보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아침부터 직접 찾아가는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
“그렇긴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야, 어차피 이런 일로 전화를 해봤자 쪽팔리는 건 우리야. 그래, 좋아, 막상 전화를 했다고 쳐, 뭐라고 말을 할 건데?”
민홍식 회장이 숨이 차는지 호흡을 한 번 쉰 다음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저기는 왜 100장을 밀어줬냐고 할 거야? 좋아, 그렇다고 치고, 만약 그러면 마 소장이 뭐라고 할 거 같아?”
“…….”
“‘그럼 사장님도 300장 주문하세요, 그럼 얼마든지 100장 밀어 드릴 테니까요’라고 말하면 뭐라고 말할 건데?”
“…….”
할 말이 없는 박선우 실장이었다.
사실 민홍식 회장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영업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판매량일 테니 말이다.
민홍식 회장이 진정하려는 듯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박 실장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잘 알아.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정신을 챙겨야지, 안 그래?”
“네, 알겠습니다. 제가 잠깐 화가 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 나 또한 잠깐 화가 나는 바람에 이성을 잃었던 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문제는 앞으로야, 과연 그 꼬맹이가 그 400장을 어떻게 돌리는지 중요할 테니까 말이야.”
“글쎄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경험도 없는 초짜가 욕심만 많아서 물건만 잔뜩 들여놓고 어쩔 줄 몰라서 헤맬 겁니다. 아마도 문 닫을 때쯤이면 적어도 200장 이상은 그냥 남아 돌 겁니다.”
“하긴 제까짓 게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겠어?”
민홍식 회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박선우 실장 또한 한쪽 입꼬리를 실룩 거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바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 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인천으로 출발해 볼까요?”
“그러자고, 인천에 가서 윤 사장이랑 얼른 점심 먹고 그 꼬맹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러 가자고. 가서 재미있는 구경 좀 하고…….”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
오후가 되자 현성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달도 배달이지만 오후가 되면서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매장으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5~10살짜리 아이들의 방문이 유독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비디오를 보는 게 거의 유일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후뢰시맨이다.”
“여기 바이오맨도 있어.”
“어? 이건 심형래 나오는 우뢰매 시리즈잖아? 와! 1탄부터 9탄까지 다 있어.”
“야, 넌 뭘 볼 거야?”
“너무 많아서 고민이야. 먼저는 이렇게 많이 없었는데 이번에 사장님이 바뀌면서 만화 영화가 엄청 많아졌어. 저 사장님 아무래도 돈 엄청 많은 가봐.”
현성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사실 이번에 가게를 확장하고 비디오를 채우면서 가장 신경 썼던 파트가 어린이 프로와 드라마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과 여자들이 움직이면 온 가족은 자연스럽게 비디오 가게로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러왔다.
“어서 오세요!”
바쁘다 보니 얼굴을 확인도 하기 전에 반갑게 인사부터 건넸다.
그러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김 사장, 나야.”
“어? 진수 형!”
방금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아침에 다녀갔던 영업사원인 전진수였다. 그런 그의 손에는 비디오 박스 하나가 들려 있었다.
“빨리 오느라고 했는데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는 저녁에나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사실이다. 전생에서 이 동네는 저녁 7시나 넘어야 영업사원이 왔었다. 그렇다 보니 그만큼 신프로를 대여할 수 있는 시간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어차피 영업사원 또한 정해진 코스대로 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니 말이다.
“사실은 오늘부터 코스를 바꿨어. 원래 이 동네는 저녁에 돌았는데 아무래도 김 사장 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말이야.”
“네? 저 때문에요?”
“솔직히 우리도 어쩔 수 없거든. 아무래도 판매량이 많이 나오는 곳을 우선적으로 돌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김 사장이 나한테는 최고 고객이니 당연히 코스를 바꿔야지. 앞으로 이 시간이면 올 테니까 그렇게 알아.”
현성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2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 말은 전생과 비교하면 최소한 5시간은 빨라졌다는 얘기다.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진수 형, 이거 마셔요.”
현성은 얼른 박카스를 하나 전진수한테 내밀었다.
어찌 됐든 전생에서 그로부터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 말이다.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이라도 3장을 사면 1장 정도는 푸시 물량을 줬던 그였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히트는 몇 장이나 나갔어?”
빈 박카스 병을 내려놓으며 전진수가 물었다.
아마 그의 입장에서도 가장 궁금한 게 그거였을 것이다.
아침에 비디오를 주고 간 게 9시였다. 그리고 지금 시각은 오후 2시를 막 넘겼고 그렇다면 비디오가 입고된 지 5시간이 지났다는 얘기다.
물론 비디오 장사가 저녁 장사인 건 맞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시간쯤이면 최소 1/5이라도 대여가 돼야 그게 정상일 것이다.
360장에 1/5이면 70장이 조금 넘는다.
전진수는 궁금한 마음에 현성을 바라봤다.
“동신 아파트 105동 301호!”
현성은 히트 비디오를 배달 직원에게 건네며 짧게 말했다. 그리곤 바로 전진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게 398명째입니다. 이제 두 명만 더 나가면 400명입니다.”
“…….”
전진수는 할 말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분명히 비디오 총개수는 분명히 360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현성이 말한 건 398명이라고 했다. 그 말은 360장이 이미 한 번씩 다 돌고 두 번째 돌고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전진수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진짜 벌써 한 바퀴 다 돌고 두 번째 도는 거야?”
“형 덕분입니다. 형이 비디오를 일찍 가져다주는 바람에…….”
따르릉!
현성은 말을 하다 말고 전화를 받았다.
“네, 시네마 천국입니다. 아, 네네, 히트요? 잠시 후에 들어오면 바로 배달하도록…….”
휙!
전진수는 통화하는 현성을 바라보며 손짓을 하고는 가게를 나갔다. 어차피 더 있어봤자 방해만 될 듯싶어 그리 한 것이다.
전진수는 가게를 나오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이 나가봐야 70장 정도 나가면 많이 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곧 400명을 넘는다고 하니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이명훈이 바닥에 있는 비디오 박스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사장님, 저건 개봉 안 합니까?”
“저건 주변 비디오 대여점 다섯 곳에 8장씩 나눠줄 거야.”
“아, 맞다. 사장님이 그 대여점들까지 관리한다고 하셨죠?”
“어, 그래. 조금 있다가 애들 오면 배달시킬 거야.”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매장에는 열세 명 정도가 비디오를 고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방금 들어온 사람까지 합치면 스무 명 정도가 매장을 채우게 된 셈이었다.
딸랑!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면서 남자 두 명이 또 들어왔다. 두 사람 다 양복을 말끔하게 빼입은 상태였다.
“어서 오세요!”
현성은 역시나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넴과 동시에 얼굴을 확인했다.
‘어쭈, 요놈들 봐라!’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한쪽으로 말려 올라갔다. 지금 막 들어온 사람들은 자신도 이미 전생에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