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26)
회귀해서 건물주-526화(52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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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경찰서?”
현성은 경찰서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만큼 지금의 이 상황이 놀랍다는 얘기였다.
놀란 건 현성뿐만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던 이명훈과 유영석 또한 놀란 듯 통화하는 현성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다시 박철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제가 사고를…… 냈습니다.
“사고? 넌 괜찮아?”
사고라는 말에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괜찮아?’라는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괜찮은데 상대방 차가…….
“알았어, 일단 너만 괜찮으면 됐어.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기다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바로 이명훈을 보며 말했다.
“명훈아, 철호 때문에 나 경찰서 간다. 혹시 늦을지 모르니까 시간 되면 마감하고 퇴근해!”
휙!
그 말을 끝으로 바로 가게를 뛰쳐나가는 현성이었다. 이명훈으로선 미처 대답할 시간도 없었다. 그만큼 지금 현성의 마음은 급박하다는 얘기였다.
현성이 사라지고 남은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건 막내인 유영석이었다.
“명훈이 형, 지금 봤어요?”
“뭘?”
“우리 사장님이요.”
“사장님이 왜?”
이명훈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는 듯 유영석을 바라보며 가볍게 물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사장님이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철호 형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요?”
“응? 글쎄…….”
“넌 괜찮냐고 그랬어요.”
“어? 그랬던가…… 그런데 그게 왜?”
“그게 왜라니요?”
유영석은 이명훈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형은 뭔가 이상한 거 못 느꼈어요?”
“이상한 거? 글쎄…….”
“어? 그럼 저만 이상한 건가요? 저는 조금 전에 그 말을 듣는 순간 여기가 찡했거든요.”
유영석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이명훈이 무슨 얘긴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너 여기서 일하기 전에 중국집에서 잠깐 일했다고 그랬지?”
“네, 3주 동안 있었어요.”
“거기서 나온 이유가 뭐라고 그랬지?”
“나온 게 아니고 쫓겨났어요. 배달하다가 넘어지면서 음식을 엎었다고 욕은 욕대로 먹고 얼마 안 되는 월급에서 그 음식값까지 제하고…….”
유영석의 말이 길어졌다.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도 화가 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명훈이 다시 한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의미였다.
마침내 유영석의 말이 끝나자 이명훈이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런 놈도 있는 거야.”
“그런 놈이요?”
“그래, 그런 중국집 사장 같이 나쁜 놈이 있는 반면에 우리 사장님 같이 훌륭한 분도 있는 거라고. 나도 솔직히 지금까지 여러 군데서 일을 해봤지만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은 처음이야.”
“그죠? 형이 봐도 그렇죠? 제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이 그 얘기입니다. 사고를 냈는데도 화를 내거나 욕부터 하는 게 아니라 ‘괜찮냐’라고 먼저 물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무조건 바로 달려가고 말입니다. 세상에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말하는 유영석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그에겐 조금 전의 상황이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이명훈이 조용히 유영석의 이름을 불렀다.
“영석아!”
“네, 형.”
“그렇다고 착각은 하지 마라.”
“네? 착각이요?”
“그래, 우리 사장님 같은 분이 많을 거란 착각 말이야. 세상에는 말이야…… 아니다, 굳이 너한테 이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 같고, 중요한 건 너나 나나 다행히도 좋은 사장님을 만났다는 거야.”
이명훈이 한 호흡을 쉰 다음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사장님이 없는 지금부터 우리는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게 사람의 도리라는 거고 말이야. 가끔 보면 그걸 또 악용하는 인간들이 있거든.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그러지 말자는 거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넵,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철호 형은 괜찮겠지요?”
“사장님이 가셨으니까 잘 해결하실 거야. 자, 손님들 몰려올 시간이다. 비디오 정리하고 우리도 준비하자.”
이명훈이 말을 끝내며 비디오를 들고 정리를 시작하려 하자 유영석이 바로 그를 불렀다.
“명훈이 형!”
“응? 왜?”
“고마워요, 사장님 못지않게 형도 저한테는 진짜 고마운 사람이에요. 형 같은 사람도 세상엔 많지 않겠지요?”
“뭐? 하하…….”
이명훈은 웃으며 유영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다음 비디오를 들고 진열장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영석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부평 경찰서에 도착한 현성.
그의 한쪽 손에는 박카스가 한 박스 들려 있었다. 어느 정도 세상을 살다 보니 적당한 윤활유는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에 경찰서 오는 길에 준비를 했던 것이다.
그런 그의 표정 또한 가게에서 막 나왔을 때보다는 많이 편안해 보였다.
어차피 가해자가 오토바이라고 했다. 또한 다친 데도 없다고 했고.
그렇다면 그 얘기는 사고치고는 큰 사고가 아닐 거라는 게 현성이 내린 판단이었다.
스윽.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일단은 박철호부터 찾았다.
어차피 전생에서도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경찰서에는 몇 번 와본 적이 있었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한 번에 박철호를 찾을 수 있었다.
척!
박철호 옆으로 다가간 현성은 그의 어깨를 살짝 짚었다. 그러자 박철호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푹 숙였다.
“사장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맞은편에 앉은 경찰을 바라봤다. 그의 어깨에는 무궁화 봉오리가 세 개 얹혀 있었다. 경장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곤 바로 그의 가슴에 달린 이름을 확인했다.
“안녕하십니까? 김 경장님, 밤늦게까지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거 별거 아니지만…….”
현성은 바로 박카스를 건넸다.
그러자 뭔가를 작성하던 김경철 경장이 현성을 힐긋 바라보며 물었다.
“누구신지……?”
“아, 네, 저는 여기 박철호의 보호잡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무슨 이런 걸 다…… 일단 그쪽으로 앉으시죠!”
김경철 경장의 목소리에 친절함이 묻어났다. 역시 세상을 살면서 적당한 윤활유는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현성이 막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순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당신이 이 꼬맹이 보호자야?”
“네? 아, 네, 그런데 누구……?”
“내 람보르기니 어떡할 거야?”
“람보르기니요?”
“혹시 람보르기니가 뭔지 모르는 거야? 하긴 비디오 가게나 하는 사람이 알 수가 없겠지. 내 애마가 바로 그 람보르기니야.”
현성은 그제야 그 남자가 누구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건 그의 말투였다.
아무리 상대가 가해자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어쭈, 가해자 주제에 인상을 써?”
“…….”
“그러다 잘하면 사람 치겠다?”
“그만해라. 어디서 어린놈이, 겁대가리 없이…….”
참다못해 현성 또한 반말이 나가고 말았다.
그때였다.
탕탕!
김경철 경장이 책상을 내리치며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
“이봐요, 민광기 씨, 빨리 자리로 안 돌아갑니까? 지금 해결하려고 오신 분한테 이러면…….”
“뭐? 해결? 흥!”
민광기라 불린 그 남자는 김경철 경장의 말을 끊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경찰 아저씨가 보기에는 지금 이 사람이 내 차 수리비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거야 지금부터…….”
“비디오 가게 한다며? 어? 그런데 내 차 수리비를 낸다고?”
민광기의 시선은 어느새 현성을 향해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수리비만 해도 2천이야, 그런데 그걸 이 아저씨가 낸다고? 겨우 비디오 가게나 하는 아저씨가?”
민광기는 다른 사람이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때였다.
현성의 옆에 있던 박철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지금 우리 사장님 무시하는 겁니까?”
“뭐? 이봐요? 이 어린 새끼가 어디서…….”
“나한테는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는데 우리 사장님한테는 예의를 지켜주십시오. 우리 사장님 당신한테 그런 소리 들을 정도로…….”
“뭐? 사장님? 풉!”
민광기는 박철호의 말을 끊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야, 꼬맹이. 요즘은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도 사장이라고 부르냐?”
“지금 비디오 가게라고 무시하는 겁니까?”
“무시가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야.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개나 소나 다 사장이라고 부르면…….”
“그만해라!”
민광기의 말을 끊은 건 바로 현성이었다.
“저쪽으로 가서 찌그러져 있어, 내가 얼른 조사 마치고 수리비 주고 갈 테니까 조용히 좀 하고, 응?”
“뭐가 어째?”
“그리고 여기 경찰서야, 너 같은 망나니가 노는 놀이터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저쪽에 가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이 형이 빨리 끝내고 람본지 털본지 수리비 줄 테니까.”
“…….”
민광기는 말없이 현성을 보며 웃고 있었다. 누가 봐도 비웃음이었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나한테 수리비를 주겠다고?”
“당연하지, 사고를 냈으니까 책임을 지는 거야 기본 아니겠냐? 그리고 그 말버릇 좀 고쳐라. 네가 그러고 다니면 욕먹는 건 너네 부모님이니까 말이야.”
“어디서 감히 우리 부모님을…….”
“쉿!”
휙!
현성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댄 후 손짓을 했다.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듯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현성은 그런 그를 힐긋 바라본 후 고개를 돌려 김경철 경장을 보며 말했다.
“사고 내용 좀 간단하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김경철 경장은 사고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사고 내용은 간단했다. 박철호가 탄 오토바이가 서 있는 민광기 차의 조수석 백미러를 쳤고 그 바람에 흠집이 조금 생겼다는 것이었다.
김경철 경장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흠집이 조금 났는데 그 수리비가 2천이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 차가 보통 그렇게 나옵니다.”
“음…….”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수리비 2천만 주면 깨끗하게 끝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인사사고가 난 것도 아니니 서로 합의하면 종결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네?”
김경철 경장은 황당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건 옆에 서 있는 민광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현성의 왼쪽에 앉아있던 박철호가 현성을 갑자기 불렀다.
“사장님!”
“넌 가만히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백미러가 깨진 것도 아니고 흠집이 요만큼 났는데…….”
박철호는 억울하다는 듯 말이 길어졌다.
스윽.
현성은 지갑에서 수표 두 장을 꺼냈다. 그리곤 옆에 서 있는 민광기를 보며 물었다.
“이 형이 지금 이 수표를 너한테 줄 거거든.”
“어? 진짜 준다고?”
“반말하지 말고.”
“어? 아, 네…….”
수표 두 장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자 민광기의 태도가 조금 전과는 확 달라졌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다시 물었다.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그래,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백미러를 교환할 거 같지가 않단 말이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우리는 차에 기스가 조금만 나도 쪽팔려서 못 타고 다닙니다.”
“그게 진짜야?”
“당연하지요!”
어느새 순한 양으로 변한 민광기였다.
팔랑!
현성은 그런 민광기를 보며 수표를 살짝 흔들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오케이, 그럼 이거 주면 이 사건은 바로 종결인 거지?”
“물론입니다.”
“자, 받아라.”
현성은 바로 수표 두 장을 민광기한테 내밀었다. 어차피 이런 놈들한테는 이 방법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5분 후.
현성은 김경철 경장을 보며 물었다.
“김 경장님, 그럼 우린 이제 가도 됩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진짜 괜찮으십니까?”
“네? 뭐가요?”
“그게 돈이…….”
“괜찮습니다. 3일 정도 열심히 비디오 장사하면 됩니다. 안 그래? 철호야?”
현성은 시무룩해 있는 박철호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하지만 박철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경찰서 밖으로 나온 세 사람.
현성이 민광기를 보며 물었다.
“잠깐 차 구경 좀 할 수 있겠냐?”
“네? 아, 네.”
민광기는 대답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바앙! 바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람보르기니가 현성의 앞에 와서 섰다.
스르륵.
문이 열리면서 민광기가 자랑스럽다는 듯 차에서 내렸다.
“이게 람보르기니라는 거야?”
“네, 이 차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이탈리아에서…….”
“됐고, 하나만 확인하자.”
현성은 민광기의 말을 끊은 다음 바로 물었다.
“내가 2천만 원 줬으니까 이쪽 백미러는 내 거 맞지?”
“네? 그게…….”
“맞잖아? 분명히 조금 전에 내가 2천 줬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민광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현성의 몸이 움직였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어느새 벽돌이 한 장 들려있었다.
퍽! 퍽!
현성은 사정없이 조수석의 백미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박철호의 입가에도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또 한 사람, 그는 바로 김경철 경장이었다.
그 또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가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