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27)
회귀해서 건물주-527화(527/740)
529
3일 후.
영화마음 오픈 당일.
새벽 5시.
뒤척이던 유승일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옆에 있던 그의 아내인 한미숙이 바로 물었다.
“왜, 잠이 안 와요?”
“그러게, 아까 눈을 떴는데 영 잠이 안 오네.”
“어젯밤에도 제대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거 같더니 무슨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은 아니고 막상 오픈을 한다니까 긴장이 돼서 그런지 잠이 잘 안 오더라고. 솔직히 젊은 나이도 아니고 50대 중반을 넘어서 어떻게 보면 이제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하는 건데 긴장이 안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하긴 그렇겠지요, 솔직히 저도 어젯밤에는 잠이 안 오더라고요.”
한미숙이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한 듯 표정이 어두웠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괜찮을까요?”
“왜, 불안해?”
“그게…….”
잠시 망설이던 한미숙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처음 계약할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이 동네에 있는 비디오 가게들도 다 작고 우리와는 경쟁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 꼬맹이가 나타나면서 엉망이 된 거 같아요.”
“여보, 어쩌면 말이야…….”
유승일이 무슨 말을 하려다 중간에서 말을 멈췄다.
그러자 한미숙이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말인데 하다가 말아요?”
“그게 말이야…… 요즘 들어서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처음부터 너무 나쁜 마음을 먹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쁜 마음이요?”
“그래, 우리가 들어오면 이 동네 대여점을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잖아? 안 그래?”
“그거야 그렇죠.”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만 살겠다고 남을 다 죽이겠다고 생각했으니 그게 착한 마음은 아니지. 그땐 그게 내가 사는 길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막상 입장이 바뀌어 누군가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또…….”
유승일은 말을 하다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했겠구나 싶더라고.”
“그 사람들이요?”
“그래, 이 동네에서 조그맣게 부업으로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던 사람들 말이야. 그 사람들도 어쨌거나 한 가정을 지키는 사람들일 텐데 말이야. 결국 우리가 그 사람들의 평화롭던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가 된 거 같아서 마음이 좀 그래.”
“그거야…….”
한미숙은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얼핏 생각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 남편이 한 말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들이 없어져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유승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땐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
“그땐 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역시 사람은 그 입장이 돼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 거 같아.”
“여보!”
한미숙이 유승일을 단호하게 불렀다.
그러자 조용히 얘기하던 유승일이 깜짝 놀라며 한미숙을 바라봤다.
“어? 왜?”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응? 뭐가?”
“당신 지금 모습 말이에요. 어차피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에서 지금의 그 약한 모습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오늘이 오픈하는 날인데 그렇게 약한 모습으로 어쩌시려고 그래요? 물론 무슨 얘긴지는 알겠는데 지금에 와서 그런 태도는 정말 아닌 거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럼요, 우리가 무슨 10대 애들도 아니고 그런 감성에 빠질 때가 아니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우리는 죽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해요.”
“후!”
유승일은 대답 대신 한숨을 짧게 내쉰 다음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바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 여보, 내가 잠깐 헛소리를……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말이야.”
“여보! 우리 독해지지 않으면 안 돼요. 이제부턴 전쟁이에요.”
“어, 그래, 알았어!”
유승일은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강하게 끄덕인 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미숙이 다시 물었다.
“아침도 안 드시고 어디 가시려고요?”
“그냥 동네나 한 바퀴 돌다 오려고. 어차피 이제 다시 또 잠자기는 틀린 거 같아서 말이야.”
“네, 알았어요. 얼른 다녀오세요. 난 그럼 시간 맞춰서 당신 좋아하는 버섯 된장찌개 끓여 놓을 테니까요.”
“음, 그래, 7시까지 올게.”
유승일은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안방을 나섰다.
잠시 후.
유승일이 나가고 혼자 남은 한미숙.
“효오…….”
그녀의 입에서 가는 한숨이 길게 나왔다.
두 달 전 가게를 알아보기 위해 인천 시내를 안 다녀 본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본사에서 특별히 예전부터 눈여겨본 자리라고 하면서 지금의 상가를 알려줬다.
평수도 크고 상권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그건 바로 주변에 있는 작은 비디오 대여점들이었다.
본사의 설명으로는 지금의 자리에 오픈을 하게 되면 1년 안에 다른 대여점들은 모두 정리가 될 거라는 거였다.
그들의 말만 무조건 믿을 수는 없어 직접 주위의 대여점을 돌아본 결과 그들의 판단이 맞을 거란 판단이 들었기에 바로 계약을 맺었다.
물론 이때까지도 주변의 대여점들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 후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가장 가까이 있는 대여점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큰 문제는 없었다. 아니,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픈하기 3일 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 동네 있는 모든 대여점에 같은 시간대에 현수막이 걸린 것이다. 말로만 듣던 대여료 덤핑이 시작된 것이다.
500원!
영화마음이 덤핑을 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영화마음을 상대로 덤핑을 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그제야 덤핑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상대는 이미 처음부터 영화마음을 노리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은 있었다.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본사!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본사의 답변은 너무도 무책임할 정도로 형편없는 대답이었다.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도 몰랐고 전혀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단은 상대와 같은 대여료를 받으면서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이미 상대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음을 시인한 셈인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남편도 말은 안 했지만 불안해서 잠을 못 자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초짜라고 무시했던 상대한테 위압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또한 어쩌면 이 게임에서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마침내 오픈하는 오늘 남편의 입에서 마음 약한 소리까지 나오게 된 것이고.
“휴우……!”
한미숙의 입에선 조금 전보다 더 깊은 한숨이 길게 나오고 말았다.
사람이 그 입장이 돼봐야 그 심정을 안다고 했다.
지금의 심정이 딱 그런 상황이다.
처음 계약할 때만 하더라도 다른 대여점들이 없어지던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때 그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역지사지.
내가 막상 그 입장이 되고 나니 이제야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다고 해서 지금에 와서 변할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그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 또한 선택한 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를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한미숙은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결국은 그녀 또한 지금의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그녀 또한 몰랐을 것이다. 훗날에 지금의 이 순간을 후회할 날이 있으리란 걸 말이다.
***
“후후!”
아침 운동을 하던 현성이 막 사거리 모퉁이를 지날 때였다.
“뭐야? 저 인간?”
현성의 시선은 한 상가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오늘 오픈 예정인 영화마음이 자리한 곳이었다.
지금 시각이 새벽 5시 30분이다. 당연히 불이 켜져 있으면 안 되는 시간이다. 그런데 불이 켜져 있었다.
그 얘기는 누군가 이 시간에 가게 문을 열었다는 얘기다.
그 누군가는 뻔할 테고.
“그래, 어차피…….”
저벅.
잠깐 망설이던 현성은 발걸음을 영화마음 쪽으로 돌렸다. 어차피 오늘부터 전쟁을 시작할 상대이지만 굳이 현성 자신이 피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생에서 그만큼 당했던 인물이고.
딸랑!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 예상했던 대로 유승일이 뭔가를 하고 있었다.
“어? 너, 너는……?”
당연히 놀란 건 유승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손가락으로 현성을 가리킨 채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처음 본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야?”
“저야 아침 운동하는 길에 불이 켜져 있길래 들어와 봤지만 아저씨야 말로 이 새벽에 뭐 하는 겁니까?”
현성은 말을 하며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생에서야 기에 눌려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자 유승일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지금 남의 가게에 와서 이게 뭐 하는 건가?”
“구경 좀 할까 싶어서요.”
“구경? 염탐이 아니고?”
씨익.
현성은 대답 대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조용히 가게를 둘러본 후 유승일 앞으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8천이죠?”
“뭐?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비디오 물건값 말입니다. 아마도 본사에서 요구한 값이 그 정도 될 겁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험…… 굳이 그걸 자네가 알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은데…….”
유승일은 순간적으로 뜨끔했다. 4만 장에 8천만 원, 본사에서 정확히 요구한 급액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5천이요.”
“뭐? 5천? 그건 또 뭐야?”
“본사가 먹은 돈이요. 그 자식들이 앉은자리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먹은 돈이 그만큼 이라고요.”
“…….”
유승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저녁에 비디오 중고업자 한 명이 와서는 한다는 말이 비슷한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만 가라!”
축객령.
유승일 자신이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최고의 감정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쉽게 물러날 현성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곳에 들어오기로 작정했을 때는 어느 정도의 각오는 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게 안을 다시 휙 둘러본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5천이요.”
“그만하라고 했다.”
“인테리어에서 걔들이 먹은 돈이요. 일주일이면 끝나는 공사를 20일이 했으니 그놈들도 참 악질은 악질이네요.”
“오…… 천?”
사람인데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보니 유승일 또한 현성이 던진 미끼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네, 생각을 해보세요. 비디오 가게에서 20일씩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진열장으로 핑 둘러치면 그만인데, 안 그렇습니까?”
“…….”
유승일은 대답 대신 가게 안을 둘러봤다.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입구를 제외한 벽면 모두가 비디오 진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본사는 비디오에서 5천, 인테리어에서 5천 먹은 겁니다. 그것도 지들은 손도 하나 까딱 안 하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뭐?”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요. 아저씨만 당하는 거 아니고 그 체인에 가입하는 초보자들은 다 당하는 거니까요.”
“휴우…….”
유승일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 금액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게 끝이 아닐 겁니다.”
“……?”
“잡다하게 여기저기서 빼먹은 게 최소 3천, 결국 1억 3천은 걔들 주머니로 간 겁니다. 2억에 오픈한 거 맞죠?”
2억 얘기는 전생에서 유승일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이다. 처음 대여료 문제로 찾아갔을 때 자랑삼아 2억에 오픈했다고 했었다. 물론 그땐 현성도 경험이 없다 보니 그런 줄 알았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그게 모두 거품이었다는 걸 알았다.
“결론적으로 2억 중에 7천만 원만 가게에 들어가고 나머지 1억 3천은 그 자식들이 처먹었다는 얘깁니다. 진짜 나쁜 놈들이죠?”
“…….”
“지금은 믿지 못하실 겁니다. 아니,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겠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었을 테지만 말입니다.”
부드득.
유승일은 어금니를 다시 한번 꽉 깨물었다. 평생을 일하고 받은 피 같은 퇴직금이다. 그런 돈을 그런 식으로 한 입에 털어 넣을 줄이야.
유승일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장담할 수 있어?”
“왜요? 못 믿으시겠죠? 지금은 그럴 겁니다. 하지만 아저씨도 이 바닥에서 조금만 더 있어보면 알 게 될 겁니다. 그놈들이 얼마나 악랄하고 나쁜 놈들인지 말입니다.”
“…….”
유승일은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그의 양 손에는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 두세요.”
“끝이 아니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빼먹은 걸로 만족할 놈들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곶감 빼먹듯 쏙쏙 빼먹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
유승일이 할 수 있는 건 한숨을 쉬는 거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그 한숨을 쉬는 것조차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저는 여기까지, 혹시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다음 기회에…….”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은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여기에 들어온 목적은 그한테 염장을 지르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자신이 한 말이 전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저기 잠깐만!”
유승일이 급하게 현성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