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31)
회귀해서 건물주-531화(53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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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일주일 후.
“…….”
유승일은 가게 한쪽에 쌓여있는 박스를 보며 할 말을 잊은 듯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자그마치 120박스.
그 박스는 다름 아닌 전국의 영화마음에서 보내온 비디오다.
당연히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전혀 그럴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비디오들은 필요가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비디오들은 쓰레기라는 얘기다.
시작은 일주일 전이었다.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 다음 날부터 전국에서 보낸 비디오가 도착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설레는 마음이었다.
오죽했으면 처음 비디오를 받았을 땐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감동은 박스를 확인하기 전까지가 다였다.
박스를 열고 비디오를 확인하는 순간 조금 전까지 가졌던 고마운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우선 실망스러운 건 비디오의 상태였다.
이건 누가 봐도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낸 것이 아니라 버릴 데가 없어서 보냈다는 생각밖에 안 들 정도로 상태가 형편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먼지를 털고 상태를 확인했지만 역시나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보내온 비디오들이 이미 매장에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또 있었다. 그건 바로 비디오의 양이었다.
첫날에 배달된 비디오 양만도 30박스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50박스.
총 80박스에서 쓸 만한 비디오는 단 20개뿐이었다. 한 박스에 보통 40장 정도 들어있었으니 총 3,200장 중에 20장만 건졌다는 얘기다.
이틀을 거의 장사도 제대로 못하고 거기에 매달린 거 치고는 너무도 형편없는 결과물이었다.
결국 이건 아니라는 판단으로 바로 본사 박선우 실장한테 전화했다.
더 이상 비디오를 보내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보낸 사람들 거는 계속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중에 도착한 것이 40박스였다.
나중에 도착한 40박스는 아예 개봉도 안 했다. 어차피 굳이 확인을 안 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야?”
유승일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들이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분명히 본사에서는 도와주는 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말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 모든 발단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유승일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실장님, 여기 부평입니다!”
유승일의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오픈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1톤 트럭 분량의 비디오가 가게 한 구석에 쌓여있으니 말이다.
-왜 무슨 일이 있습니까? 목소리가 안 좋아 보이십니다.
“이 쓰레기들 어쩌실 겁니까?”
유승일의 입에서 바로 ‘쓰레기’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그만큼 그의 눈에는 앞에 있는 비디오들이 쓰레기로 밖에 안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는 박선우 실장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요?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전국에 있는 영화마음에서 보내준 비디오들 말입니다.”
-비디오요? 잠깐만요…….
박선우 실장은 무슨 얘긴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런 그가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어쨌거나 그분들은 그래도 사장님을 도와드리려고 보낸 물건인데 그걸 보고 쓰레기라니요?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도와줘요? 누가요? 그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이 도와줄 마음으로 저걸 보냈다고요? 이거 왜 이러십니까?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습니다.”
-뭐요? 지금 말 다하셨습니까?
“아니요, 아직 다 못했습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지금 당장 이쪽으로 오세요. 오셔서 직접 눈으로 보고 얘기합시다!”
유승일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만큼 그의 감정이 격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박선우가 누구인가.
전국에 수천 개의 대여점을 오픈하고 관리하는 인물이다.
척하면 척, 상대방의 목소리만으로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말은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박선우 실장은 일단 급하게 유승일을 불렀다. 이럴 땐 가장 먼저 감정의 흐름을 끊은 게 우선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님!
“네? 뭐요?”
-죄송한데 제가 잠시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 막 급한 손님이 오셔서 말입니다. 최대한 빨리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뚝.
박선우 실장은 상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상대의 대답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그저 상대의 감정 리듬을 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한 탓이었다.
“뭐야?”
박선우 실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부평에 유 사장이요.”
“그 양반이 또 왜?”
“지난번에 얘기했던 비디오 지원 말입니다. 아무래도 그 물건에 문제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금 화가 잔뜩 나 있기에 일단은 그 열기 좀 식힐 겸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이 안 되니 말입니다.”
“지난번에 강릉에서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었는가?”
“네,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선우 실장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거야 박 실장 전문인데 내가 신경 쓸 게 뭔가 있겠는가,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물건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 난리를 치는 거야?”
“아마도 대부분이 매장에 이미 있는 물건일 테고 먼지가 많이 쌓여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양이 또 만만치 않다 보니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유 사장한테는 미안하지만 사실은 이미 연락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
박선우 실장의 말에서 여유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 얘기는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니고 이미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미리 알고 있었다? 그 말은 결국 지금의 이 상황을 의도했다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그 물건이 유 사장한테는 필요 없겠지만 우리한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말입니다. 창고에 알아봤더니 요즘 재고가 많지 않아서 그쪽으로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결국은 그 물건을 재사용하겠다는 얘기네?”
“네, 물론입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목적은 그거였으니까 말입니다. 부평 매장에서야 필요 없는 거지만 깨끗이 손질하면 오픈할 때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은 공짜로 가져다가 우리는 그걸 돈으로 만드는 겁니다. 물론 그 물건을 치워줄 때도 기름값은 별도로 받을 거고 말입니다.”
박선우 실장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말하는 내내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민홍식 회장이 흐뭇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박 실장이 은근 살림꾼이야.”
“부끄럽게 왜 이러십니까?”
“그나저나 유 사장한테는 조금 있다가 뭐라고 그럴 텐가?”
“모르쇠로 가야죠.”
“무조건 몰랐다?”
“그렇죠, 우리 본사에서는 어디 까지나 선의로 한 것이고 그 사람들이 그런 물건을 보낼지는 몰랐다고 해야죠. 그러면서 우리 또한 지금 당황스럽다고 말하면 유 사장도 어쩔 수 없이 결국은 알았으니까 빨리 이 물건이나 치워달라고 할 겁니다. 당장 장사하는데 방해가 될 테니 말입니다.”
씨익.
민홍식 회장은 신이 나서 얘기하는 박선우 실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때 모른 척하며 치워주겠다고 하면서 기름값만 받고 창고로 실어가겠다는 얘기지?”
“하나가 빠졌습니다.”
“하나? 그건 또 뭔가?”
“원래는 폐기물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가 치워주는 거라고 생색을 내는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고맙다고 할 겁니다. 그러면서 본사의 필요성을 한 번 더 느끼게 될 거고 말입니다.”
“허허…….”
민홍식 회장은 할 말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은 무슨 큰일이라도 한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남의 불행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 후.
민홍식 회장이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부평점 매출은 어때? 이제 벌써 오픈한지도 일주일이 지났잖아?”
“제가 매일 체크를 하는데 평균 20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허, 그거밖에 안 나오는가?”
“생각보다 매출이 빨리 떨어졌습니다. 최소한 3개월은 그래도 어느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꺾였습니다.”
보통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 오픈발이라는 게 있다. 보통은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도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서서히 단골이 잡히는 것이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평점은 그 오픈발이 없었다.
민홍식 회장이 물었다.
“그 이유는?”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해서 좀 더 알아봤더니 역시 그 꼬맹이가 원인이었습니다.”
“결국은 또 그 꼬맹이인가?”
“자그마치 천만 원의 중고 비디오를 더 샀더라고요.”
“그때 보니 웬만한 건 다 있던데 비디오를 또 샀다고?”
“네, 특히 아이들 비디오와 무협 시리즈 그리고 드라마 위주로 많이 구매를 했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무협 시리즈는 똑같은 걸로 5질까지도 사고, 하여간에 비디오 양을 엄청 늘렸습니다.”
“음…….”
민홍식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선수였어.”
“네? 선수요?”
“그래, 그 꼬맹이가 아무 생각 없이 대여료를 500원으로 내린 게 아니었어.”
“그 말씀은?”
“그 친구는 이미 모든 게 다 계획적이었던 거야. 대여료를 500원 받기 전에 이미 그 준비를 끝낸 거지. 결국 그는 덤핑을 치기 위해서는 수량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는 얘기야.”
“그래서 비디오를 대량으로 사 들인 것이고 말입니다.”
“바로 그거야. 아무리 가격을 싸게 받아도 볼거리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안 거지. 더군다나 비디오를 늘린 파트도 돈이 되는 것만 귀신같이 늘렸어.”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대박 작품과 신프로만이 돈이 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작품들은 단지 얼굴 마담일 뿐이다.
호객행위.
일단 사람을 끄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연속성.
들어온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그게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바로 다양한 비디오인 것이다. 즉, 볼거리가 없으면 들어왔던 사람들도 점점 발걸음이 뜸해지고 반대로 볼거리가 풍부하게 되면 계속해서 가게를 찾게 되는 것이다.
박선우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특히 만화에 신경을 쓰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보통 웬만한 대여점에서는 만화 파트는 신경을 별로 안 쓰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가 선수라는 거야. 애들이 움직이면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결론은 볼거리가 풍성하니 손님들이 점점 그쪽으로 몰리는 겁니다. 게다가 신프로도 부평점보다는 10배를 더 받으니 당연히…….”
“결국 구색과 신프로에서 다 밀리니 오픈발이 있을 리가 없을 테고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박선우 실장이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대충 감을 잡은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혹시 벌써 마지막 방법을 생각하는 건 아니지?”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준비는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진짜 마지막인 거고 일단 한 달 결산을 보고 나면 작업부터 들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나마 의욕이 있을 때 뽑아내기가 쉬우니까 말입니다.”
“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그게 수순이라면…….”
“하지만 너무 신경은 쓰지 마십시오. 부평점 또한 전국의 수천 개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 말입니다.”
“허허, 이 사람이 나를 뭐로 보고…… 됐고, 이젠 유 사장한테 전화나 해보게. 지금쯤이면 화도 좀 가라앉았을 테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박선우 실장은 대답을 한 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이명훈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얘기 들으셨어요?”
“어? 무슨 얘기?”
“영화마음 말입니다. 조금 전에 일주일 동안 전국에 있는 영화마음에서 보냈던 비디오들이 1톤 트럭으로 가득 실려 나갔답니다. 역시 사장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흠…….”
현성은 그저 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이 됐던 일이라 크게 동요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훈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 듯 바로 물었다.
“그런데 저는 사장님이 어떻게 처음부터 그 비디오가 영화마음에서 필요 없으리란 걸 아셨는지 그게 신기합니다.”
“뻔한 거니까.”
“뻔하다고요? 뭐가 말입니까?”
“어차피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같은 영화마음이잖아요. 본사에서 지시도 내려갔고 말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어차피 소속감이 없는데.”
당연한 얘기다.
아무리 체인점이지만 어차피 개인 사업자다. 그 말은 비록 간판은 같은 영화마음이지만 어차피 각자 개인적으로 영업 활동을 하는 개인 사업자라는 얘기다.
그리고 본사에서 구속력도 없다. 즉, 강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본사에서 공문을 보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무리 같은 영화마음이라고 하지만 서로 연결 고리가 없는데 무슨 애착이 있어서 처음 오픈한 사람을 도와주겠느냐는 것이다.
그저 단지 협조 공문이 내려왔으니 형식상 따르는 척했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이명훈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명훈아.”
현성은 이명훈의 말을 끊은 후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현실이야.”
“현실이요?”
“그래, 그만큼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영화마음 본사에서도 그런 식으로 일부러 분위기를 만드는 거고.”
“네? 본사가 그렇게 만든다고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이명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뭉치면 본사가 곤란해지거든.”
“뭉치면 곤란해진다? 아! 그래서 서로 연결 고리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는 거죠?”
“그래, 그렇지 않으면 영화마음 체제가 무너질 테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떡하든 영화마음끼리는 만나지 못하도록 차단을 시키는 거야.”
“그래서 이번 같은 일이 생기는 거고 말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진짜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현성은 이명훈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명훈이 궁금하다는 듯 바로 물었다.
“진짜 더 웃긴 거요? 그게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