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36)
회귀해서 건물주-536화(53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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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며칠 후.
새벽 2시.
탁!
유승일은 마감을 하기 전에 오늘의 매출을 확인하기 위해 날짜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눌렀다.
매일 습관처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그 느낌이 달랐다. 그 이유는 오늘처럼 손님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한 느낌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139,500원]모니터 하단에 적힌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늘로 오픈한 지 정확히 10일이 되는 날이다.
오픈하고 첫 토요일에 30만 원을 찍어보고 그다음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매출은 10일째인 오늘 14만 원선도 깨지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10만 원 미만으로 떨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결국, 이런 식이라면 월말에 적자의 폭은 처음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커진다는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휴우!”
유승일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말았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오픈한 지 10일 만에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더 미치겠는 건 본사의 태도다.
분명히 3일 전에 이미 도움을 요청했었다. 이런 식으로 경험도 없는 자신이 운영을 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로 3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연락을 해도 통화가 안 되고,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그때였다.
띠리릭!
카운터 위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당연히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라고 생각한 유승일은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 저예요.
전화를 건 사람은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 아니라 아내인 한미숙이었다. 순간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지금 급한 건 본사의 연락이었기 때문이다.
“어, 그래…….”
-혹시 끝났어요?
“어, 이제 마감하고 있었어…….”
조금 전에 전화를 받을 때와는 다르게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그걸 모를 리 없는 한미숙이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니, 아무 일도 없어. 그런데 왜?”
-그냥요.
“싱겁기는…… 금방 마감하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네, 알았어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뚝.
한미숙은 일부러 마지막에 힘을 줘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사실은 요즘 들어 더욱 힘들어하는 것 같아 끝나고 호프라도 한잔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피곤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수고했다는 말로 대신했던 것이다.
한편, 전화를 끊은 유승일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수고했다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가슴을 파고드는 듯했기 때문이다.
사실 아내는 아직 가게가 힘들기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심각한지는 모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처음부터 고의로 숨긴 건 아니고 오늘이 지나고 나면 내일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 상황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회를 봐서 어떤 식으로든 아내한테도 지금의 이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띠리릭!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유승일은 이번에야 말로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또 목소리에 힘을 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 사장님, 접니다.
역시 박선우 실장이 맞았다.
마음 같아서는 도대체 3일 동안 연락도 없이 이게 뭐 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난번에 분명히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게 되면 더는 통화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유승일은 어쩔 수 없이 감정을 최대한 누른 채 정중하게 전화를 받았다. 어차피 지금 아쉬운 사람은 본사가 아니라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좀 바빴습니다. 지방에서 오픈하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두 사람이나 생기는 바람에 말입니다.
결국, 3일 동안 연락조차 없었던 이유는 돈이 되는 오픈 쪽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성질 같아서는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어금니를 꽉 깨물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 네…… 그러셨군요.”
-내일쯤 시간을 내서 제가 부평으로 넘어갈까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늘은 14만 원도 못 찍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매출을 얘기하고 말았다. 그만큼 유승일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매출이 심각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승일의 입장인 듯했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선 전혀 다급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 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본사에서 지원을 나가면 금방 복구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저만 믿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믿으라는 말에 유승일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만큼 지금의 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내일 천만 원 준비할 수 있겠습니까?
“네? 얼마요? 천만 원이요?”
유승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며칠 전에 도움을 요청할 때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이렇게 많은 금액을 요구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뭡니까? 지금 그 반응은? 기껏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넘어가려고 했더니…… 이러시면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전화를 끊을 듯한 분위기였다.
유승일은 다급한 마음에 바로 말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3일 만에 걸려온 전화가 끊길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제가 잠깐…… 내일 점심때까지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유 사장님!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유승일은 어쩔 수 없이 꼬리를 바짝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네, 실장님! 말씀하세요!”
-지금 제가 저를 위해서 이러는 겁니까? 뭔가 지금 착각을 하고 계시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정 그러시다면 다음에 갈까요?
“아닙니다, 그러지 마시고 내일 꼭 좀 와주십시오.”
유승일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본사의 도움이 간절하다는 의미였다.
그때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흠흠, 좋습니다, 사장님이 또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넘어가지요. 대신 내일 점심때까지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지금 오픈 건이 두 개나 잡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먼저 부평으로 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죠.
뚝.
박선우 실장은 상대의 대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쾅!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기자 유승일은 주먹으로 카운터를 내리치고 말았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새끼가!”
그 시각.
청량리의 한 술집.
붉은 조명이 비치는 룸 안에 두 사람이 만족스럽다는 듯 이빨을 드러낸 채 술잔을 마주 댔다.
민홍식 회장이 박선우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박 실장, 이젠 많이 늘었어. 거짓말도 제법 잘하고 말이야.”
“헤헤, 부끄럽습니다.”
“자, 일단 들자고. 수고했네.”
“네, 회장님.”
두 사람은 술잔에 든 술을 기분 좋게 비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민홍식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부러 3일 동안 연락을 안 했던 거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야 유 사장이 몸이 달아 말을 잘 들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오픈이 두 개나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고?”
“헤헤, 이게 다 회장님한테 배운 겁니다. 내일은 일단 내려가서 서류만 작성하고 모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겁니다. 우선은 이벤트부터…….”
박선우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부평점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민홍식 회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는 게 다였다.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박선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그거야 박 실장이 알아서 잘할 테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 몫은 얼마라는 거야?”
“욕심 같아서는 더 뽑아내고 싶지만 그냥 5백 정도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길게 뽑아먹으려면 적당히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물론이지, 기껏 이제 알을 낳기 시작했는데 굳이 거위의 배를 가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내가 항상 말하지만 적당히…… 알겠는가?”
“네, 회장님.”
박선우 실장이 고개를 숙이자 민홍식 회장이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또 민홍식 회장이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자 박선우 실장이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바로 박수를 두 번 세게 쳤다.
짝짝!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문이 열리면서 아가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또 그들만의 미친 세상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려던 유승일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뒤에서 배웅을 하던 한미숙이 바로 물었다.
“왜요? 뭐 잊은 거 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혹시 커피 한잔 부탁해도 될까?”
“커피요?”
한미숙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남편이 말한 그 커피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을 퇴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던 남편이 갑자기 커피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게 은행 마지막 출근길이었다. 그날 바로 출근과 함께 사직서를 낸 것이다.
“……네, 알았어요.”
한미숙은 간신히 대답을 한 후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
호로록.
유승일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몸은 어때? 어젯밤에 보니까 자다 말고 약을 먹는 거 같던데?”
“그게…….”
“더 아픈 거야?”
“저도 모르게 요즘 자꾸 불안해서인지 심장이…….”
유승일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내한테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녀가 앓고 있는 병 때문이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터라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면 바로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 혹시라도 만약에 진짜로 최악의 상황이 닥치게 되면 그때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눈덩이가 커지면 감당할 수 없듯이 충격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이 바로 그나마 그때일 것이다. 어차피 본사에서 관리를 하면 좀 나아질 테니 말이다.
유승일은 감았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가게 상황이 좀 안 좋아.”
“그거야 어느 정도는…….”
“아니,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좀 더 심각해.”
“그래서 며칠 전에 본사에 도움을 요청했던 거 아닌가요?”
“그래, 그랬지. 그런데 그동안 연락이 없었고…….”
유승일은 잠시 쉬었다 다시 입을 열었다.
“새벽에 전화가 왔었어.”
“본사에서요?”
“응, 오늘 낮에 내려오기로 했어.”
“그럼 이제 우리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예요?”
“일단은 지켜봐야지. 그런데 말이야…….”
유승일은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막상 돈 얘기를 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한미숙이 나직한 목소리로 유승일을 불렀다.
“여보……!”
“어? 응, 왜?”
“저 괜찮아요, 그러니까 얘기하기 힘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요.”
“아니야, 어차피 당신도 알아야 하는 일이니까…… 돈을 요구하더라고.”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요. 어차피 전문 경영인이 올 테고, 그 밖에도 이것저것 필요할 테니 말이에요.”
“근데 그 금액이 좀 많더라고.”
“네? 그게 얼마나…….”
한미숙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은 남편이 조금 전에 돈 얘기를 시작할 때부터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애써 참았었는데 막상 그 금액이 많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긴장을 하고 만 것이다.
“한 장을 준비해 달라고 하더라고.”
“한 장이면 백만 원은 아닐 테고…… 천만 원이요?”
“응, 그래.”
“…….”
한미숙은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본사에서 도와준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는 돈이 필요할 거라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천만 원씩이나 필요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바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남편일 테니 말이다.
한미숙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그 정도쯤이야 기본 아니겠어요?”
“그럴까?”
“그럼요, 아무래도 첫 달이니까 들어갈 게 많을 거예요. 처음에 우리는 오픈 행사도 안 했으니까요.”
“하긴…….”
유승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믿고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한미숙이 바로 입을 열었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될 거예요.”
“어? 이상하다?”
“네? 뭐가요?”
“아니, 나는 당신을 안심시키려고 얘기했던 건데 오히려 당신이 날 위로하고 있으니 말이야.”
“호호, 그런가요.”
한미숙은 일부러 웃음을 보였다. 이렇게라도 해서 남편이 힘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 좋을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유승일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고맙소! 당신이 그렇게 웃어주니 말이오!”
“저도 고마워요, 미리 얘기를 해 줘서…….”
“자, 그럼 난 이만 출근하리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 힘냅시다.”
유승일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조금 전에 출근하기 전과는 확실히 표정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영화마음의 운명은 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