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39)
회귀해서 건물주-539화(53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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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며칠 후.
“회장님, 여기 이것 좀 보시죠.”
박선우 실장은 민홍식 회장 앞으로 서류 몇 장을 내밀었다.
“이게 뭔가?”“일단 보시죠.”
샤락.
서류를 살피던 민홍식 회장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가 보고 있는 서류는 며칠 전에 얘기했던 현성의 건물에 관한 등기부 등본이었다.
쩝.
민홍식 회장은 아쉽다는 듯 입맛 다시며 말을 이었다.
“부동산에서 했던 말이 사실이군.”
“네, 그렇습니다. 저도 혹시나 했었는데 건물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니 그 꼬맹이가 비디오 가게 건물 외에 또 다른 건물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군.”
민홍식 회장의 손가락은 어느새 오른쪽 관자놀이를 지그시 반복적으로 누르고 있었다. 일이 제대로 안 풀리거나 신경이 쓰일 때면 나오는 그만의 습관이었다.
그 모습을 본 박선우 실장의 표정 또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의 불찰입니다. 제가 좀 더 세밀하게…….”
“됐네, 어차피 지난 일이야.”
민홍식 회장이 박선우 실장의 말을 끊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인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 부분은 나 또한 처음부터 간과했던 문제라 나에게도 책임이 있네.”
“솔직히 이건 누구의 책임 문제가 아닌 거 같습니다. 설마 그 꼬맹이가 건물 하나를 또 살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바로 우리의 책임이라는 거네. 우리는 처음부터 어리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시했으니 말이야.”
“아, 네…….”
박선우 실장은 바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건 민홍식 회장의 말이 맞기 때문이다.
그 꼬맹이가 비디오 건물을 샀을 때만 해도 처음엔 그 말조차 믿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만큼 어리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했었다는 얘기다.
그때 민홍식 회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라 치고 도대체 이유가 뭘까?”
“네? 무슨 이유 말입니까?”
“그 꼬맹이가 그 건물을 산 이유 말이야?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돈이 남아돈다면 모를까 굳이…….”
민홍식 회장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현성이야 그 건물 자리에 1년 뒤면 공공건물인 파출소가 들어온다는 걸 알았기에 투자 목적으로 샀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민홍식 회장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 건물을 산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민홍식 회장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거까지도 그냥 넘어간다고 치고, 지금 우리한테 진짜 중요한 건 그 건물이 아닐세.”
“네? 그럼 뭐가……?”
“그 꼬맹이의 재력일세. 한 번에 두 개의 건물을 살 수 있는 재력 말일세. 여기 등기부 등본을 보면 알겠지만 대출도 없이 본인의 돈으로 샀다는 것이네. 이게 무슨 의미겠는가?”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얘기군요?”
“그래, 바로 그거야. 건물을 동시에 두 개나 사고 비디오 가게를 오픈하려면 최소한 7, 8억은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는 거지. 그런데!”
민홍식 회장이 마지막 말에 힘을 주고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이 바로 물었다.
“또 뭐가 있습니까?”
“말이 안 된다는 거야.”
“뭐가 말입니까?”
“자금의 출처 말이야. 그 7, 8억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냐는 말일세. 그 꼬맹이 아버지는 분명히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니 이상합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아버지가 그 많은 돈을 줄 리도 없고 말입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아버지가 안 줬다면 도대체 누가…….”
민홍식 회장으로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얘기였다. 그건 박선우 실장 또한 마찬가지인 듯 얼굴에 궁금함이 잔뜩 묻어났다.
그만큼 그 당시에 7, 8억이란 돈은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어차피 현성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두 사람으로선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잠시 후.
민홍식 회장이 생각을 정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밖에 없어!”
그의 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 얘기는 그만큼 민홍식 회장으로선 지금의 이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건 박선우 실장도 마찬가지인 듯 조심스럽게 바로 물었다.
“하나라면……?”
“그 꼬맹이, 그가 바로 답이라는 얘기지.”
“회장님, 죄송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그 꼬맹이 나이 이제 겨우 스물아홉인 그가 어떻게……”
박선우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 또한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하긴…… 그건 또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제가 볼 땐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음…….”
민홍식 회장이 다시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생각을 정리했는지 어느 순간 박선우 실장을 바로 불렀다.
“박 실장!”
“네, 회장님.”
“아무래도 안 되겠네. 자금의 출처를 알아보게.”
“그 꼬맹이의 자금 출처 말입니까?”
“그래, 박 실장의 말처럼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네. 그렇지 않고는 그 꼬맹이가 어떻게 한두 푼도 아니고 7, 8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후원자가 있을 수도 있을 걸세.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되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선우 실장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민홍식 회장이 바로 또 물었다.
“참, 오늘이 그 꼬맹이가 오픈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라고 했든가?”
“네, 그렇습니다. 부평점보다 2주 먼저 오픈을 했으니 오늘이 딱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궁금하군.”
“결산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과연 한 달 성적이 얼마나 나왔는지 말이야.”
“제가 최대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크게 재미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엊그제 알아보니까 한 달 비디오 구매비만 7천이 넘었더라고요. 거기다 직원 5명의 월급인 천만 원까지 포함하면 기본 8천은 넘을 텐데 과연 총매출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적자 아니면 다행일 겁니다.”
말을 끝낸 박선우 실장의 얼굴엔 조소가 가득했다. 그만큼 그는 현성이 운영하는 비디오 대여점의 매출이 그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 민홍식 회장이 다시 그의 말을 거들었다.
“5명 월급이 천만 원 가지고 될까?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하루에 17시간을 일하는데 2백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거 같습니다. 역시 우리가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겁니다. 흐흐…….”
박선우 실장이 음흉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 또한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기 시작했다.
현성의 대여점 사정을 모르는 두 사람은 그렇게 자신들만의 착각 속에서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현성이 운영하는 대여점에서는 배달 매출만 해도 하루에 평균적으로 기본 6백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현성은 대여점 운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그러기에 어떤 식으로 운영을 해야 매출이 오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
공장에서 퇴근을 한 두 사람.
“아버지, 잠깐 이쪽으로 앉아보세요.”
문희열이 아버지인 문상기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문상기가 바로 문희열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심각해?”
“이것부터 확인해주세요.”
문희열은 아버지인 문상기 앞으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 종이는 바로 오늘 낮에 달러를 거래한 명세표였다.
내용을 확인한 문상기가 바로 물었다.
“5억을 모두 달러에 투자한 거야?”
물론 며칠 전에 주식을 정리한다는 얘기는 들었었다. 5일 만에 1억이 날아간 후라 말릴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돈을 몽땅 달러에 투자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그것도 그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그 친구의 도움을 받은 거냐?”
“네, 오늘 낮에 통화를 한 후 최종적으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얼마 전에 감자탕 집에서 얘기할 때 현성은 이미 한보가 부도나기 전에 달러에 투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막상 5억이란 돈을 전부 달러에 투자하려니 겁부터 났다. 혹시라도 잘못되는 날에는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성한테 다시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들려온 답변은 지금이라도 빨리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12월이 되면 환율이 2천 원까지도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2천 원이면 지금의 거의 2.5배다.
당연히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100%는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문상기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결국 너는 그 친구의 말을 믿고 달러에 전부 투자를 했다는 거지?”
“물론 100%는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그건…….”
무슨 이유에서인지 답변을 바로 못 하는 문희열이었다.
그러자 문상기가 갑갑하다는 듯 바로 물었다.
“뭔데 바로 말을 못 하는 것이냐?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혹시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
“그게 좀 말씀드리기엔…….”
사실은 공장도 공장이지만 아버지 때문이었다.
만의 하나 현성이 말한 대로 공장이 잘못되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까지 잘못된다면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이번에 모든 결정을 했던 것이다.
“허허, 이거야 원……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 이유가 더 궁금하구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것이냐?”
“…… 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문희열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굳이 비밀로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상기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뭐라고? 그게 나 때문이었다고?”
“사실은 현성이가…….”
문희열은 어쩔 수 없이 지난번에 현성이 했던 얘기를 아버지인 문상기한테 그대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문희열의 말의 길어지자 문상기의 표정 또한 처음과는 달리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다른 얘기도 아니고 본인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말이다.
문희열의 말이 끝나자 문상기가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1월에 공장이 부도를 맞을 것이고 그 충격으로 내가 잘못된다고 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 얘기를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허…….”
문상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 그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친구 점쟁이냐?”
“네?”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멀쩡히 있는 사람을 왜…….”
“아버지!”
문희열은 문상기의 말을 끊은 후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아버지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네, 만약 아버지가 누군가한테 제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경우 어떻게 하시겠냐는 겁니다.”
“그거야 당연히 바로 …….”
“그러니까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
문상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들로부터 전후 사정을 듣고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희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내일 병원에 예약했습니다.”
“병원? 갑자기 병원은 왜?”
“치과 말입니다. 며칠 전에 보니까 제대로 식사도 못하시고 그러기에 바로 그다음 날 예약 잡았습니다.”
“그거야 그냥 늙어서 그런 건데 굳이 무슨 병원까지…….”
“죄송합니다, 아버지!”
문희열이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그 이유는 아버지에 대해서 그동안 신경을 못 쓴 것에 대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솔직히 아버지가 연세를 드셨다는 사실조차 인지를 못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현성이 아버지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나이를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며칠 전에 김치가 없으면 식사를 못 하시던 아버지가 김치 자체를 아예 냉장고에서 꺼내지도 않는 모습을 봤을 땐 속상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치과에 바로 예약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희열이 갑자기 왜 죄송하다고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지 그 이유를 알 리 없는 문상기였다. 그렇다 보니 바로 그 이유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그런 게 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아버지 건강을 직접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저랑 목욕탕도 같이 가요.”
“목욕탕?”
“네, 생각해 보니까 국민학교 때까지는 아버지랑 같이 갔었는데 그 후에는 언젠가부터 가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가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현성이한테 혼났어요.”
오늘 낮에 달러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가 마지막에 한 소릴 들었었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작은 거지만 하나씩 챙기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문상기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디오 가게 사장 이름이 현성이라고?”
“네, 김현성이요.”
“너보단 세 살이 어리고?”
“네, 그런데 그건 숫자로만 그렇고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저보다 한참 형인 거 같습니다.”
“허허, 내가 보기에도 그렇구나.”
“네? 아버지도 참, 하하…….”
문희열은 아버지의 농담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와 이렇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듯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모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