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42)
회귀해서 건물주-542화(542/740)
544
“여보, 나왔어!”
기분 탓일까, 집으로 퇴근한 유승일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던 한미숙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저 아래 꼬맹이 말이야, 글쎄 한 달 정산을 했는데 적자라는 거야. 그렇게 잘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말이야.”
“그게 정말이에요?”
한미숙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그녀 또한 현성의 존재가 신경 쓰인다는 얘기였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같은 상권에서 누군가 한 사람은 없어져야 할 테니 말이다. 물론 그 누군가는 자신들이 아닌 바로 현성이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응, 마감하기 30분 전에 박 실장하고 통화를 했는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말하는 유승일의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럽게 번졌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한미숙 또한 어느새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
“비디오를 한 달에 7천만 원씩이나 산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요. 뭐든 정도가 있는 법인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말이야, 결국은 그게 다 빛 좋은 개살구였던 거야. 실속은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지.”
“어린 사람이 안 됐네요, 호호…….”
“그러게 말이야, 하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본사의 말만 믿고 그저 좋아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 모든 게 한 푼이라도 더 빼먹기 위한 본사의 간계라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그들의 한계인 것을.
물론 그 대가는 나중에 몇 배로 치러야 할 것이다.
잠시 후.
한미숙이 웃음을 그치며 물었다.
“우리는 어떨 거 같아요?”
“적자는 피할 수 없는데 그나마 본사에서 지원을 나오는 바람에 그 폭은 좁아질 거 같아.”
“적자는 어느 정도나……?”
“지금으로 봐서는 300 정도는 어쩔 수 없을 거 같아.”
“음…….”
한미숙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결국은 본사에 이벤트 비용과 인건비로 천만 원 더 들어갔으니 다 합치면 천삼백은 적자라는 거네요?”
“그런 셈이지.”
“다음 달은요?”
“그건 아직 모르겠어. 조금 전에 통화하면서 박 실장이 다음 달에도 도우미 아가씨들을 불러 이벤트를 한 번 더 한다고 했는데 얼마를 또 달라고 할는지 말이야.”
유승일의 얘기를 듣던 한미숙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현성을 놀릴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바로 물었다.
“도우미를 또 부른다고요?”
“응, 그래도 그게 효과가 있었다는 거야.”
“당신이 보기에는 어때요? 진짜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런데 내 생각은 그게 좀…….”
유승일의 말에 힘이 없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한미숙이었다.
“당신 생각에는 별로란 얘기지요?”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가성비야, 과연 그 돈을 들여 그만큼의 효과가 있느냐는 거지.”
“그러니까 결국 당신은 부정적이라는 거잖아요?”
“솔직히…….”
유승일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난번에도 도우미를 불러 이벤트를 하는데 들어갔던 비용이 3백만 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는 안 들어갈 거 같은데 본사에서 요구를 하니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행사를 또 한다고 하니 솔직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본사에 일시적으로 경영권을 넘겼으니 말이다.
한미숙의 말이 이어졌다.
“그럼 안 하면 되잖아요?”
“그게 내 맘대로 안 돼.”
“안 된다고요?”
“그래,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가 본사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3개월 동안은 경영권을 넘겼잖아?”
“아, 맞다. 지난번에 그런 일이 있었죠. 그럼 이제 어떡해요?”
“지금으로선…….”
유승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자 한미숙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냥 본사가 하는 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거네요? 물론 그 비용은 우리 부담일 테고 말이에요.”
“아마도…….”
“그럼 한 명이라도 줄이면 안 될까요? 굳이 세 명씩이나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알았어, 그 정도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내가 얘기를 해볼게.”
유승일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한미숙이 다시 또 물었다.
“어쨌든 다음 달에는 이번 달보다 적자 폭이 적어지겠지요?”
“본사에서 관리를 하니 그렇게 되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본사 말을 들을 걸 그랬어요. 괜히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가 돈만 더 들어가고…….”
“내 말이…… 휴우!”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는 유승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르는 게 있었다. 본사가 아니라 그 어느 누가 와도 현성한테는 게임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승일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마 그 꼬맹이가 적자라니 그걸로 위안을 삼자고.”
“그건 그래요, 그리고 앞으로 두 달 정도만 지나면 적자도 면할 거고 말이에요.”
“그렇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나아질 테고 그 꼬맹이는 힘들어질 테니까 말이야.”
“알았어요,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자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두 사람은 그렇게 현성을 위안으로 삼으며 나락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현성은 영업을 마친 후 직원인 이명훈의 요청으로 한 식당에서 야식과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누가 내 얘기를 하나?”
현성은 귀를 슬쩍 후빈 후 말을 이었다.
그러자 앞에서 순댓국을 먹던 이명훈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흉볼 게 뭐가 있다고요?”
“그거야 모르지,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이 어디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오늘 나를 따로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상의를 할 게 있어서요.”
“상의? 그게 뭔데?”
현성은 별생각 없이 가볍게 물었다. 어차피 심각한 얘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명훈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게…….”
현성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 이유는 그의 표정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혼란스럽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은 월급을 받고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현성의 미간이 갑자기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지금 이명훈이 하는 얘기가 무슨 의미인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얼핏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바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명훈아, 미안한데 내가 지금 네가 하는 얘기가 이해가 안 간다. 무슨 말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면 안 되겠냐?”
“가치관이라고나 할까요, 그게 지금 흔들려서요.”
“지금 가치관이라고 했어?”
전혀 예상도 못 했던 말이다.
이명훈의 나이가 올해로 스물다섯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니다. 그의 말처럼 얼마든지 가치관이 흔들릴 수도 있는 나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상한 건 조금 전에 그의 입으로 가치관을 얘기하기 전에 월급 얘기를 먼저 언급했다는 것이다.
월급을 받은 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 말은 곧 월급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현성은 이명훈이 말하기 전에 다시 물었다.
“혹시 월급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야?”
“네!”
이명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줘 대답했다.
결국은 월급이 문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많거나 아니면 그와 반대로 적을 경우다.
하지만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게 두 경우 다 문제가 될 건 없을 거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많은 경우엔 문제 될 게 없다. 어차피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다음이 적을 경우다. 하지만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솔직히 한 달에 천만 원이라는 돈이 절대 적은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명훈은 지금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명훈은 월급에 관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그 이유를 직접 그에게 듣는 게 우선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이명훈을 향해 물었다.
“명훈아, 월급에 뭐가 문제가 있다는 건지 얘기해 줄 수 있겠니?”
“너무 많았다는 겁니다.”
“뭐라고?”
현성은 순간적으로 황당할 뿐이었다.
전혀 예상을 못 했던 답변이었다. 아니, 생각은 했었지만 돈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는 판단하에 처음부터 논외로 했던 얘기다.
그런데 이명훈은 지금 그 얘기를 끄집어낸 것이고.
결국 그는 지금 월급이 너무 많아 문제라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현성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얘기라 이명훈을 향해 다시 물었다.
“야, 이명훈,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월급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도대체 뭐가 혼란스럽다는 건지 말이다.
현성은 또다시 물었다.
“뭐가 혼란스럽다는 거야?”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제 가치관을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가치관?”
“네, 저는 지금까지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이번에 월급을 받으면서 흔들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고 말입니다.”
현성으로선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톡!
갑갑한 마음에 앞에 놓인 소주잔을 들어 한입에 털어 넣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갑한 마음이 바로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명훈아, 미안하다, 지금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내가 알아듣게 설명 좀 부탁하자. 응?”
“네, 그러죠.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명훈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처음 월급을 받을 때는 너무 좋았다고 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금액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혼란이 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은 돈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성의 행동으로 그 가치관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자신 같았으면 5백만 원만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더 챙겼을 거라는 것이었다. 5백만 원도 최대한 선심을 쓴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만 줘도 직원들은 충분히 고맙게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현성은 천만 원씩이나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현성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욕심을 줄이고 직원들한테 그 돈을 줄 수 있는 그 마음이 말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돈이 최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씨익.
이명훈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조용히 앞에 있는 소주병을 들었다.
“명훈아, 일단 한잔 받아.”
쪼르륵!
현성은 이명훈의 잔과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운 다음 술잔을 들었다.
“자, 건배.”
“네!”
이명훈이 꾸벅 고개를 숙인 후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 또한 그의 잔에 자신의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잠시 후.
현성은 먼저 이명훈의 이름을 나직하게 불렀다.
“명훈아!”
“네, 사장님.”
“먼저 하나만 확인하자, 가치관이라는 게 뭐야?”
“살아가면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닙니까?”
“맞아, 우리 각자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를 정립하는 거지. 조금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즉 세상과 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거야. 세상이 이렇게 나오면 나는 이렇게 맞선다는 식의 세상을 상대하는 나만의 방법 말이야.”
“나만의 방법이요?”
이명훈의 표정에서 지금 그가 이 순간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 어차피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그 방법도 다 다르겠지.”
“그렇겠죠.”
“그중에서 너는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거고, 그지?”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생각이 조금 흔들린 거고 말이야.”
“네, 그렇죠!”
드르륵.
이명훈은 의자까지 당겨 앉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명훈이는 왜 그 마음이 흔들린 거야?”
“네? 그건……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사장님 또한 왜 돈에 욕심이 없었겠습니까, 그런데도 사장님은 그 욕심을 줄이고 저희들한테 그 돈을 나눠주는 걸 보면서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겁니다.”
“그게 왜 멋있다고 생각한 거야?”
“음…… 글쎄요, 그렇게 콕 짚어 물으시니 뭐라고 대답하기가…….”
이명훈은 슬쩍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 봐, 네 마음이 왜 움직였는지 말이야.”
“음…… 사람이요.”
“사람?”
“네, 그날 막내인 영석이가 했던 말 있잖습니까, 사장님께서 자신한테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말씀하셨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사장님은 그날 직접 저희들한테 실천으로 보여주신 거고 말입니다.”
이명훈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결국 사장님은 돈보다도 저희를 더 생각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그날 완전히 사장님을 더 존경하게 된 거고 말입니다.”
“존경까지는 좀…….”
“아닙니다, 그날 저는 확실히 애들 눈빛을 봤습니다. 그 눈빛은 확실히 존경의 눈빛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야 알 거 같습니다. 제가 무엇 때문에 가치관이 흔들렸는지 말입니다.”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이명훈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이명훈이 바로 입을 열었다.
“바로 마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마음?”
“네, 내 욕심을 줄이고 나눌 수 있는 그 마음 말입니다. 결국은 돈보다도…….”
이명훈의 말이 길어졌다. 그동안 며칠 잠을 못 자면서까지 고민을 했던 해답이라도 찾은 듯했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그런 이명훈을 보며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돈!
현성 또한 회귀하기 전까지는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