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43)
회귀해서 건물주-543화(54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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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슈퍼에서 물건을 고르던 한미숙은 카운터에서 슈퍼 주인과 손님이 나누는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얼핏 들리는 얘기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한미숙은 좀 더 자세히 얘기를 듣기 위해 카운터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보다 선명하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희 엄마 그게 사실이야?”
“그렇다니까, 나도 처음엔 소문을 믿을 수가 없어서 우리 2층에 사는 민수 아빠한테 일부러 물어봤거든. 그 양반이 통장이잖아.”
“그래서 그 양반이 뭐래?”
“사실이래, 열흘 전에 비디오 총각이 동사무소에 와서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고 5천만 원을 놓고 갔다는 거야.”
“역시 그 소문이 사실이었네. 그런데 그 비디오 총각은…….”
한미숙은 여기까지 얘기를 듣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비디오 총각?’
이 동네에서 비디오 총각은 한 사람밖에 없다. 바로 자신의 가게인 영화마음과 100미터 거리에 있는 시네마천국을 운영하는 김현성.
그런데 갑자기 5천만 원은 무슨 소리인가?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그 비디오 총각이 동사무소에 5천만 원을 기부했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그 비디오 총각은 현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건 말이 안 된다.
얼마 전에 남편으로부터 현성이 적자가 났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 그것도 본사에서 박 실장이란 사람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5천만 원을 기부했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적자인데 기부를 한다?
이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뭔가 잘못된 거다.
한미숙은 다시 카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좀 더 내용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역시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원들한테 월급도 천만 원씩이나 줬다는 거야.”
“천만 원?”
“응, 자기도 알지? 거기 직원 중에 예쁘장하게 생긴 총각 말이야. 반찬 잘 만든다고…….”
“아, 그 반찬 총각?”
“응, 그래. 그 총각이 아까 우리 분식가게에 잠깐 왔었는데 사장님이 월급으로 천만 원씩 줬다고 자랑을 하고 가더라고.”
읍!
한미숙은 한 손으로 잽싸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나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잠시.
한미숙은 다시 입을 가린 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곤 다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아니, 그 총각은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었기에 직원들한테 천만 원씩이나 월급을 주는 거야?”
“놀라지 마.”
“얼만데?”
“첫 달인데 두 장을 넘겼대.”
“두 장? 두 장이면 혹시…… 2억?”
“응, 아까 그 반찬 총각한테 직접 들은 얘기야.”
“와! 할 말이 없다. 비디오로 2억을…….”
슈퍼 주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한미숙이 바로 카운터로 다가가며 물었다.
“지금 그 말이 사실이에요?”
“어머? 난 누군가 했더니 영화마음 사모님이시군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조금 전에 하신 말씀이 사실이에요?”
“네? 무슨?”
“그 비디오 가게 총각이 2억을 벌었다는 얘기 말입니다.”
“네, 사실이에요. 제가 반찬 총각한테 직접 확인한 거니까요. 그런데 왜요?”
“네? 아, 아니, 그냥이요…….”
한미숙은 얼른 들고 있던 콩나물을 계산한 후 슈퍼를 나왔다. 거기서 더 얘기를 나누다가는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휴우…….”
밖으로 나온 한미숙은 일단 호흡부터 챙겼다. 그렇지 않아도 약한 심장이 충격을 받은 탓인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심호흡만으로는 그 통증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미숙은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서 조그만 약통을 꺼내 알약 하나를 얼른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1분쯤 지났을까.
약 기운이 퍼진 탓인지 조금 전까지도 밀려오던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미숙은 한참을 더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5분 정도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집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20분 후.
집으로 돌아온 한미숙은 그대로 소파 위에 쓰러지다시피 누워버렸다. 그리곤 바로 자신도 모르게 기절하듯 잠들고 말았다.
한 번씩 이러고 나면 체력이 고갈되기에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어두워졌는지 거실이 깜깜했다.
눈을 뜬 한미숙은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 듯했다.
딸깍.
겨우 일어나 전기 스위치를 켜자 벽에 걸린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는 어느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낮에 집에 들어온 시간이 6시였다. 결국은 6시간 동안 정신없이 기절하다시피 잠이 들었었다는 얘기다.
“휴우……!”
한미숙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마른세수라도 하듯 양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돌아올 컨디션이 아니었다.
한 번씩 이럴 때마다 무섭다.
이러다 진짜 영영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말이다.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한미숙은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졌지만 주머니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띠리릭!
그때 다시 핸드폰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핸드폰이 거실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걸 알았다.
“여보세요.”
-응, 나야.
전화를 건 사람은 남편인 유승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에 전화를 하지 못했다. 항상 7시쯤이면 전화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신이 없다 보니 전화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남편이 전화를 했을 것이다.
수화가 너머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무슨 일 있었어?
“네? 아,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한미숙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알면 또 걱정만 할 테고 그러면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밤이면 잠을 못 자는데 더 못 잘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또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아까 몇 번이나 전화를 해도 안 받던데?
“아, 그건…….”
-이젠 괜찮은 거야?
한미숙은 아차 싶었다. 급한 마음에 남편이 전화를 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한미숙은 어쩔 수 없이 다른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네, 괜찮아요. 낮에 집안 청소를 했더니 좀 피곤했나 봐요. 저녁 먹고 바로 잠이 들었지 뭐예요.”
-몸도 안 좋으면서 청소는 무슨…… 알았어, 괜찮으면 됐어. 이따 끝나고 봐.
“네, 알았어요.”
뚝.
전화를 끊은 한미숙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다행히도 남편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은 현성이 2억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뭐지?”
한미숙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얼마 전에 남편 말로는 본사의 박 실장이라는 사람이 첫 달 결산을 본 결과 현성이 적자라고 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결국은 박 실장이란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건 고의성 여부다.
박 실장이란 사람이 알고도 일부러 그랬느냐, 아니면 그 사람 또한 정말 모르고 했느냐 하는 것이다.
모르고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알고도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면 그건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닐 거야.”
잠깐 생각을 하던 한미숙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얼핏 생각해도 박 실장이란 사람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진짜 몰랐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국의 수천 개의 체인점을 관리하는 사람이 열흘 만에 동네에 소문이 쫙 퍼질 내용을 몰랐다?
이것 또한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우선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부터 확인을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스윽.
한미숙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12시 2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잠깐 고민했지만 이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밤 12시 넘어서 본사에 전화를 한다는 건 남편의 얼굴을 봐서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 싸움이다.
어차피 동네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으니 남편의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편이 알기 전에 본사에 사실부터 확인을 하는 게 가장 우선일 것이다. 그런 후에 의논을 하는 게 그나마 남편으로선 충격을 가장 적게 받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다.
남편의 혈압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혈압이 높아 항상 불안한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게 그나마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한미숙의 시선이 소파 귀퉁이로 향했다. 그곳엔 검은 비닐봉지가 있었다. 그런 바로 내일 아침에 끓일 콩나물이었다.
“읏차!”
한미숙은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콩나물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
다음 날.
출근을 하려던 유승일은 돌아서서 아내인 한미숙을 보며 말했다.
“괜히 청소한다고 힘쓰지 말고 그냥 있어. 차라니 내가 일찍 와서…….”
유승일의 말이 길어졌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미숙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그건 그렇고 다른 얘기는 못 들었지요?”
“응? 다른 얘기? 뭘 얘기하는 거야?”
“아니, 그냥요. 혹시나 소문이나 뭐 그런 거…….”
“소문?”
“아니, 특별한 건 아니고 혹시 동네에 무슨 일이 있다거나…….”
“사람, 싱겁기는…… 내가 무슨 동네 아줌마야? 소문이나 퍼 나르게? 자, 난 이만 갈 테니까 좀 자. 어젯밤에 보니까 잘 못 자는 거 같던데,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지?”
“아니,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알았어, 그럼 난 이만…….”
쿵.
유승일이 문을 닫고 나가자 한미숙은 바로 거실로 돌아와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는 명함 한 장이 들려있었다.
3개월 전에 영화마음 본사를 찾아갔다가 박선우 실장으로부터 받은 명함이었다. 그때는 당연히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또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
스윽.
한미숙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8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툭.
들고 있던 명함을 내려놨다. 아무리 급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출근도 하지 않은 사람한테 전화를 한다는 것도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효오……!”
한미숙의 입에서 가는 숨이 새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한테 다시 확인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직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 시각.
“휴우……!”
집에서 나온 유승일은 골목길을 벗어나자마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행히도 아내는 아직 모르고 있는 듯했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어젯밤에 이미 말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저녁에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가게로 비디오를 빌리러 왔었다. 그러면서 대뜸 묻는 것이었다.
-요즘 비디오 가게가 괜찮은가 봐요?
당연히 궁금한 마음에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공무원의 답변이 황당 그 자체였다.
얼마 전에 현성이 5천만 원을 동사무소에 기부를 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본사 박 실장으로부터 적자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적자가 났는데 기부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니냐고 공무원한테 다시 물었다.
그의 답변은 간단했다.
-제가 복지과 담당입니다.
그 말끝에 더 이상 물을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공무원이 바로 담당자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소문이 날 거라는 얘기다. 그 소문은 당연히 아내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머리가 아픈 것이다.
아내가 그 소문을 듣기 전에 그 말을 자신이 직접 전해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그게 아내를 보호하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조금 전 집에서 나올 때였다.
갑자기 아내가 이상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소문을 들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무슨 소문이냐고 물었지만 다른 대답은 듣지를 못했다. 그저 ‘그냥’이라는 말로 대충 둘러댔다는 것이다.
‘혹시?’
잠깐 생각을 하던 유승일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얼핏 생각해도 아내의 표정을 봐서는 아직은 모를 거라는 게 유승일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내가 알기 전에 앞으로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후에 대책과 함께 이 사실을 알려야 그나마 아내가 최소한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거다.
본사?
이제는 안 믿는다. 이번 일로 더 이상은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런 일로 거짓말을 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본사에서도 모를 수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게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정보력으로 무슨 일을 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일까?”
가게에 도착한 유승일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물론 담당자한테 그 말을 듣기는 했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5천만 원이나 기부를 했다는 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그래, 직접 확인하자.”
유승일은 가게를 여는 대신에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현성이 운영하는 시네마천국이 있는 곳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자신이 직접 확인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