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44)
회귀해서 건물주-544화(544/740)
546
멈칫!
현성의 가게 앞에 도착한 유승일은 출입문 바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궁금한 마음에 여기까지 오기는 했는데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니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명분이었다. 즉, 그럴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슨 명분으로 들어가자마자 기부금 질문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시각이 9시를 막 넘겼다. 그 말은 이제 막 가게 문을 열었다는 얘기다.
자신 또한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장사를 하면서 느낀 게 첫 손님의 징크스였다.
흔한 말로 첫 손님이 재수가 없으면 그날은 이상하게 진상 손님들만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걸 뻔히 알면서 이제 막 문을 연 가게에 들어가서 무턱대고 기부금 질문을 한다는 것도 나이 먹고 할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점심때…….”
유승일은 발걸음을 돌렸다.
차라리 점심때 잠깐 왔다가기로 생각을 바꾼 것이다.
아무리 급한 마음에 찾아오긴 했지만 같이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아침부터 이건 아니라는 게 유승일이 내린 결론이었다.
저벅.
발걸음을 한 발 막 뗐을 때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언제 나왔는지 뒤에서 현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둑질하다 들킨 고양이가 따로 없었다. 그렇다 보니 유승일로서는 놀라는 게 당연했다.
“어? 어, 그게…….”
“뭡니까? 무슨 도둑질이라도 했습니까? 왜 이렇게 놀라십니까?”
“흠흠, 놀라긴 누가…….”
유승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헛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놀란 표정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알았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바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찾아오신 겁니까?”
“찾아오긴 누가……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네.”
유승일은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챙기고 싶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이라고 말을 했던 것이다. 일부러 왔다가 말도 못 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승일의 바람인 것이고 현성의 입에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 나오고 말았다.
“제가 조금 전에 바로 요기서 다 내다보고 있었습니다만…….”
현성은 일부러 손가락으로 출입구 안쪽을 가리켰다.
조금 전이었다.
밖으로 막 나가려는데 유승일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누가 봐도 현성 자신의 가게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문을 열고 들어올 줄 알았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바로 입구에서 발걸음을 멈춘 후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쫒아나가 유승일을 불렀던 것이다.
“험…….”
유승일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자존심?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유승일은 순간적으로 오기가 생겼다.
어차피 자식뻘밖에 안 되는 사람 앞에서 개망신은 이미 당한 상태다. 그렇다면 여기에 찾아온 목적이라도 이뤄야겠다는 것이었다.
잠깐 망설이던 유승일은 눈을 질끈 감으며 바로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네? 뭐가 말입니까?”
“동사무소에 5천만 원을 기부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네? 아니, 그걸 어떻게…….”
현성은 깜짝 놀랐다.
유승일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사무소에 기부를 하면서도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분명히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현성이 놀라자 유승일이 바로 물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뭘 그렇게 놀라는가?”
“아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거까지는 몰라도 되고, 그러니까 결국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거네?”
“…….”
“말을 안 하는 걸 보니 사실이 틀림없군. 5천이라…….”
유승일은 머릿속이 또다시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어제저녁에 동사무소 직원한테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5백도 아니고 5천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다.
5천이나 기부를 했다면 도대체 월 매출이 얼마라는 얘긴가 말이다.
핵심은 이거다.
한 달 매출이 얼마인지.
대충 계산해도 얼추 2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비디오 구매비에 직원들 월급, 그리고 본인의 수익금까지 계산을 하면 말이다.
‘2억이라…….’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유승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렇다 보니 밀려오는 허탈감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더 한심한 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본사의 박선우 실장의 말만 믿고 위안을 삼으며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한심하고 못난 행동이란 말인가 말이다.
그때 유승일의 생각이 길어지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것 때문에 아침부터 저를 찾아왔던 겁니까?”
“…….”
유승일은 차마 자신의 입으로 직접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그렇게라도 그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종잇장 신세인 것을.
창문 유리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표정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저씨, 혹시 제가 오픈하시던 날 새벽에 드렸던 말씀 기억하십니까?”
“무슨……?”
“지금 가게를 접는 게 가장 후회를 적게 할 때라고 말입니다.”
“…….”
“다시 말씀드리죠, 지금이 바로 그 두 번째 기회입니다. 지금이라도…….”
“됐네!”
유승일은 바로 현성의 말을 끊었다. 차마 그 말은 끝까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 또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아저씨는 죽었다 깨도 저를 못 이깁니다. 그러니…….”
“난, 이만…….”
홱!
유승일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왔던 길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히죽 웃고 말았다.
전생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땐 현성 자신이 지금 유승일의 모습이었다. 대여료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돌아서던 기억이 바로 떠올랐다.
잠시 후.
“저 인간이 아침부터 여기는 뭐 하러 온 겁니까?”
언제 나왔는지 이명훈이 멀어져 가는 유승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대답했다.
“이제 알았나 봐.”
“네? 뭐를 말입니까?”
“매출.”
“매출이요? 혹시 우리 매출이요?”
현성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명훈이 다시 물었다.
“표정이 어땠어요?”
“똥 씹은 얼굴이지 뭐.”
“하긴 그러니까 가게 문도 안 열고 아침부터 찾아온 거겠죠.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이 싸움이 생각보다 일찍 끝날 거 같은데요?”
“글쎄다, 그거야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조금 전 그 양반 표정으로만 봐서는 그것도 장담은 못 할 거 같던데.”
현성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유승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유승일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고작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가게를 접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승일의 사정인 것이고.
전생에서 그에게 당한 현성으로선 그런 유승일의 사정을 봐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사정을 해도 매몰차게 거절을 했던 그였다.
세상은 어차피 약육강식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 유승일이었다.
이젠 그의 차례다.
대항할 힘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운지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현성은 다시 한번 유승일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이미 그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적보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두려운 법이다.
그 이유는 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눈앞에 있는 적이 오히려 더 무서울 때가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이 아무리 해도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
물론 그걸 깨닫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시간 또한 사람마다 다를 테고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시작을 유승일은 지금 이 시각 이후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성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
쾅!
영화마음으로 돌아온 유승일은 주먹으로 카운터를 내리쳤다.
“뭐? 두 번째 기회? 그리고 죽었다 깨도 못 이겨? 이런 개자식이!”
유승일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제 내일이면 오픈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처음 오픈하는 날부터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지금 가게를 접는 게 그나마 후회가 가장 적을 때라고 얘기를 하더니 이제는 또 죽었다 깨도 자신을 못 이길 테니 지금이라도 가게를 또 접으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미치겠는 건 그런 꼬맹이의 매출이다.
어제저녁에 기부금 얘기를 처음 들을 때만 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조금 전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그게 사실로 판명이 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그런 그와 계속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내편이라고 생각했던 본사도 이제 더 이상은 믿을 수 없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본사의 책임자란 작자가 경쟁 샵의 정보를 속일 수 있단 말인가 말이다.
그러면서도 도와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 달에 천만 원을 더 뜯어갔다.
별로 효과도 없는 도우미들이나 부르고 전문 경영인이라는 사람은 공무원이라도 되는 양 오후 2시에 출근해서 밤 10시면 퇴근을 하고, 매일 전단지나 뿌리고, 도대체 천만 원이란 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다는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걸 또 다음 달에도 똑같이 한다는 것이고.
이건 아니다. 결국 그들의 목적은 경영 정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경쟁 샵의 정보마저 속이면서까지 그들이 원했던 건 돈이라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본사는 결국 기생충이라는 얘기다.
기생하며 영양분을 빼먹는 벼룩이나 회충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더 이상 당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모든 걸 잃고 말 것이다.
이제 문제는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 본사를 벗어날 것인지, 그리고 그 꼬맹이를 이길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와의 인생 2막은 여기서 끝일 테니 말이다.
‘어떤 식으로……?’
유승일의 미간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
“후!”
한미숙은 전화를 하기 전에 호흡부터 챙겼다. 막상 본사에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하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띡띡…….
한미숙은 명함에 적힌 숫자를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띠리릭, 띠리릭.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박선우 실장님 되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요?
“저는 부평 영화마을 유승일 씨의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네? 아, 네…….
박선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기분이 싸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아내 되는 사람이 전화를 직접 거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보통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내색할 수는 없었기에 반가운 목소리로 바로 말을 이었다.
-사모님,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네.”
-그런데 혹시 무슨 일로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는지……?
“확인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
-확인이요?
확인이라는 말에 박선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아는 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가게에서 100미터 떨어진 시네마천국 얘기예요.”
-시네마천국이요?
박선우 실장은 바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네마천국이라면 그 꼬맹이가 운영하는 가게다. 그런데 그 가게에 관한 걸 왜 자신한테 묻는지 얼핏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가 어제 이상한 소문을 들었거든요.”
-네? 이상한 소문이요? 그게 뭡니까?
“그전에 먼저 실장님께 한 가지 여쭤볼게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우리 아저씨한테 시네마천국에 대해서 말씀하신 게 있나요?”
-유 사장님한테요? 잠깐만요…….
박선우 실장은 바로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바로 하나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사실을 알고도 거짓말로 얘기했던 시네마천국의 경영 상태였다.
보고에 의하면 2억이 넘는 매출과 직원들한테 천만 원씩이나 월급을 줬고 그것도 모자라 동사무소에 5천만 원이나 기부를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자가 났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 이유는 그 얘기를 사실대로 하게 되면 유승일이 포기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부평점을 상대로는 어떤 이득도 취할 수 없었기에 그런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지금 유승일의 아내가 그 얘기를 묻는다는 건 그녀는 이미 시네마천국의 경영 상태를 알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5천만 원이나 기부를 했으니 그 소문은 이미 동네에 퍼졌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유승일한테 시네마천국이 적자라고 했으니 그녀는 지금 그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거다.
그녀의 목적은 왜 거짓말을 했느냐 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왔다.
모르쇠.
거짓말을 한 걸 알게 되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조금 무능한 소리를 듣더라도 진짜 몰랐다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박선우 실장은 바로 말을 이었다.
-제가 시네마천국에 관해서 얘기한 건 하나밖에 없습니다만, 혹시 그걸 말하는 겁니까?
“그게 뭐였지요?”
그녀의 목소리가 범상치 않았다. 어떤 꼬투리라도 잡히면 당장이라도 달려오고도 남을 듯했다.
박선우 실장이 누구인가.
전국에 있는 수천 개의 체인점을 관리하는 그가 아닌가 말이다.
이 정도 쯤이야.
박선우 실장은 전혀 몰랐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입을 열었다.
-적자라고 했습니다.
박선우 실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미숙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