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46)
회귀해서 건물주-546화(54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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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쯤 지났을까.
“잠깐만!”
전화로 통화를 하던 박선우 실장은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듯 직원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핸드폰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 쥐며 바로 물었다.
“지금까지 한 말이 사실이야?”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나머지는 올라와서 자세히 보고하고 그만 철수해.”
뚝.
박선우 실장은 그 말을 끝으로 상대방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홍식 회장이 궁금하다는 듯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
“무슨 일이냐니까?”
“…….”
그 후로도 민홍식 회장이 몇 번을 더 물었지만 박선우 실장의 입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미치겠는 건 민홍식 회장이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터진 건 알겠는데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더 재촉을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그의 버릇 때문이다. 충격을 받으면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럴 땐 답이 없다.
그저 그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민홍식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바로 불을 붙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올라갈 거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기에 이번엔 미리 차단을 했던 것이다.
“후우…….”
민홍식 회장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라는 걸 학습효과를 통해 알고 있던 것이다.
몇 분쯤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박선우 실장이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따라 단숨에 마신 후 민홍식 회장 앞으로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또 예전 버릇이…….”
“됐고, 무슨 일이야?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정신 줄까지 논 거야?”
“그 꼬맹이 얘깁니다.”
“꼬맹이? 걔가 또 왜?”
“그게 그러니까…….”
박선우 실장은 조금 전 전화로 보고 받은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민홍식 회장의 표정 또한 조금 전 박선우 실장이 그랬던 것처럼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박선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민홍식 회장은 바로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네, 그렇습니다. 자세한 건 그 직원이 올라온 다음에 더 보고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일단 큰 맥락은 맞는 거 같습니다.”
“허…….”
민홍식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을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기가 막혀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그가 바로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그 꼬맹이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당을 운영한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지하 2층에 지상 5층이랍니다. 그런데 그 식당의 하루 매출이 기본 10억이랍니다.”
“거기다 산나물 공장까지?”
“네, 거기서도 하루에 기본 2억은 나온답니다.”
“허허, 이거야 원…….”
민홍식 회장은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이제 고작 스물아홉 살짜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당을 운영한다는 게 말이다. 거기다 산나물 공장까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매출이 또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식당과 산나물 공장에서 나오는 하루 매출이 기본 12억이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처음 꼬맹이를 봤을 때만 해도 그저 어린 마음에 부모를 졸라서 건물 하나를 산 줄 알았다.
그러다 놀란 건 그가 비디오 가게를 오픈하던 날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사실은 그때부터 조금 불안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놀란 건 얼마 전에 그가 한 달 매출이 2억이 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대한민국 비디오 업계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역사를 새로 썼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조금 전 알았다.
식당에서 10억, 산나물 공장에서 2억, 합치면 기본 12억이다. 한 달이면 360억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걸 다시 일 년으로 계산하면, 4천3백억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 년에 4천3백억 원!
이 결과물을 만든 주인공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알고 있는 그 꼬맹이, 김현성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박 실장.”
민홍식 회장은 갑자기 박선우 실장을 불렀다.
“네, 회장님.”
“대충 계산해도 1년이면 4천3백억이 넘어, 어떻게 생각해?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건 도저히…….”
박선우 실장은 말이 안 된다는 듯 대답을 하다 말고 고개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러자 민홍식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우리 앞에서 벌어진 거고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과연 매출 대비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어차피 중요한 건 매출보다는 얼마나 남았는지가 중요할 테니 말이야.”
“글쎄요, 본인 건물이니 월세가 나가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50%는 되지 않을까요?”
“50%라…….”
민홍식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살짝 물어뜯기 시작했다. 뭔가를 고민할 때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만큼 지금 그는 생각이 많다는 의미였다.
그가 지금 고민을 하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다.
그건 바로 그 꼬맹이가 무엇 때문에 비디오 가게를 시작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박 실장의 말처럼 월세를 내는 것도 아니니 기본 수익률이 50%는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돈만 해도 최소 2천억은 넘는다.
2천억!
말이 2천억이지 이건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이다. 그리고 그 금액 또한 1년 기준이고.
식당을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째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쌓인 돈은 또 어느 정도란 얘긴가 말이다.
시중 은행 이자만 해도 연 12%가 넘는다.
하지만 어느 미친놈이 그 많은 돈을 은행에 넣어놓겠는가.
기본적으로 투자증권사에 넣기만 해도 기본 25%는 나올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돈을 직접 주식에라도 투자했다면 그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어쩌면 이미 조(兆) 단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
그거야 그렇다 치고, 문제는 그 정도의 자산가인 꼬맹이가 무슨 이유로 비디오 가게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민홍식 회장은 바로 물었다.
“이유가 뭘까?”
“이유요? 무슨 이유 말입니까?”
“그 꼬맹이가 비디오 가게를 하는 이유 말이야. 돈은 이미 몇 천억, 아니, 어쩌면 조 단위를 넘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슨 이유로 5백 원짜리 비디오 장사를 하느냔 말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당연히 말이 안 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건…….”
박선우 실장은 다시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 후로도 그 문제로 더 얘기를 했지만 결국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으로선 아무리 얘기를 해도 결론이 안 날 테니 말이다.
잠시 후.
민홍식 회장이 먼저 다시 입을 열었다.
“부평점 어떻게 할 거야?”
“솔직히 지금으로선 답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그 꼬맹이의 매출이 2억이 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어떡하든 유지라도 해볼 생각이었는데 이젠 그 마저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어쩌면 당연할 얘기일 것이다.
게임도 어느 정도 상대와 비슷할 때 할 맛이 난다. 이미 매출이 2억을 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한풀 꺾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는 어떡하든 잘만하면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식당과 공장의 매출이 하루에 12억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더 이상의 경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홍식 회장 또한 같은 생각이라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힘들겠지?”
“힘든 정도가 아니라 이건 게임 자체가 안 됩니다. 그나마 지금은 500원이라도 받으니 버티는 거고 만의 하나 저쪽에서 100원으로 덤핑이라도 치는 날에는 우리는 완전히 손가락 빠는 겁니다. 제가 판단할 때는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그 꼬맹이의 목적이 우리 영화마음을 죽이는 거라면 말입니다.”
“음…….”
민홍식 회장이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만큼 지금의 이 순간이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이젠 더 늦기 전에 마지막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민홍식 회장이 결심을 끝낸 듯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살짝 벌려 박선우 실장을 불렀다.
“박 실장!”
“네, 회장님, 말씀하십시오.”
“이제부턴 마지막 C플랜으로 선회하게.”
“결국은…….”
“이건 답이 없어. 괜히 더 미련을 뒀다가는 본사까지도 영향을 받을지 몰라. 만의 하나라도 그 꼬맹이가 본사를 상대로 싸우자고 덤빈다면 이건 우리도 감당이 안 돼. 그 꼬맹이는 더 이상 우리의 상대가 아니네. 이제부턴 부평점에서 손 떼게.”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최대한 뽑아먹고 바로 빠지겠습니다.”
민홍식 회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새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건 박선우 실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도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 고심하던 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부평점은 그저 전국에 있는 수천 개의 체인점 중 하나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부평점의 미래는 두 사람의 손 안에서 이미 결정이 나고 말았다.
***
영화마음 부평점.
“사장님,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카운터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유승일의 시선은 자동으로 벽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 이제 막 정확히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피식.
시계를 확인한 유승일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살짝 드리워졌다. 얼핏 보기엔 그냥 단순한 미소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유승일로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허탈한 웃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의 출근 시간은 오후 2시다. 그리고 그의 퇴근 시간은 밤 10시다. 정확히 8시간 근무다.
그거까지는 좋다. 어차피 본사에서 지침이 그렇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출근시간이다.
그가 부평점으로 출근을 한 게 내일이면 한 달이 된다.
처음 일주일은 출근시간이 정확했다. 단 하루도 출근시간인 2시를 넘긴 적이 없었다. 오히려 10~20분 정도 빨리 왔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변하기 시작한 건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였다.
처음엔 5분, 그다음엔 10분, 그런 식으로 점점 늦어지는 거였다. 어떤 날은 30분까지 늦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그 시간에 바쁜 시간도 아니고 굳이 그런 걸로 얼굴 붉히는 것도 같이 일하면서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그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20분이나 늦었었다. 그런데도 10시가 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퇴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매장에 손님이 3명이나 있다는 것이고.
그런데도 바로 일어나 퇴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유승일의 입장에서는 너무 어이가 없어 허탈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왜요? 저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유승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퇴근을 하려던 본사 직원이 바로 물었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유승일의 눈길에 신경이 쓰인 듯했다.
유승일은 바로 물었다.
“본사에서 얼마 받아요?”
“네? 그건 갑자기 왜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요.”
“죄송하지만 그건 개인 프라이버시라……, 그리고 그런 건 웬만하면 안 물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사 직원의 목소리에서 기분 나쁘다는 게 바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그런 거에 기가 눌릴 유승일도 아니었다.
유승일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내일이면 여기 온지도 한 달인 거 알죠?”
“네, 물론입니다.”
“한 달 정도 있어보니 어때요?”
“뭐가 말입니까?”
“여기 가게 말입니다. 앞으로 어느 정도나 매출이 더 올라갈 거 같습니까?”
“글쎄요, 그게…….”
직원은 말을 하려다 1시간 전에 본사 박선우 실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내용이 생각났다. 그건 바로 혹시라도 유 사장이 가게의 비전에 관해서 묻거든 무조건 긍정적으로 답변하라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었지만 그건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었다.
직원은 바로 말을 이었다.
“괜찮을 거 같습니다.”
“괜찮다고요? 제가 볼 땐 이번 달도 매출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원래 4월이 일 년 중에 장사가 가장 힘든 달입니다. 이제 다음 달부터는 조금씩 나아질 거고 7, 8월쯤 되면 휴가철이고 애들 방학도…….”
직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길게 설명했다. 어차피 자신의 할 일은 본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니 말이다.
“아, 그래요?”
“네, 그럼 저는 이만…….”
“그래, 알았어요. 그리고 내일은 늦지 말고요. 마지막 마무리는 깔끔하게 해야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마지막이라니요? 저는 3개월로 알고 여기 온 건데?”
직원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바로 보였다.
그로서는 당연할 것이다. 부평점으로 파견될 때 본사에서 3개월을 분명히 약속했기 때문이다.
유승일의 답변이 이어졌다.
“확정은 아니고 지금 마지막으로 고민 중입니다.”
“고민 중이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신뢰가 안 가서 말입니다.”
“네? 신뢰요? 그거 혹시 저 때문인가요?”
확실히 직원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직원 자신의 문제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글쎄요, 그건 본인이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보시고…… 어쨌든 나는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그 고민을 할 겁니다.”
“사장님, 저한테 혹시 서운하셨다면…….”
직원의 모습이 조금 전에 퇴근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유승일은 그런 그를 보며 손짓을 했다. 이젠 그만 가보라는 얘기였다.
그때 손님이 비디오를 들고 카운터로 다가왔다.
유승일은 바로 그 비디오를 받아 스캐너로 찍기 시작했다.
10분 후.
손님도 본사 직원도 모두 매장에서 나가고 혼자 남은 유승일.
그의 표정은 얼핏 봐도 심상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아침에 현성의 매출이 2억이 넘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을 하는 순간 본사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일 고민을 했지만 그 결정을 내린다는 게 쉽지 않았다. 만약 본사와의 계약을 깬다면 그 파장 또한 절대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유승일은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