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47)
회귀해서 건물주-547화(54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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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여보, 저예요.
전화를 건 사람은 이 시간에는 한 번도 전화를 한 적이 없는 아내 한미숙이었다.
그렇다 보니 유승일이 놀란 목소리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니, 당신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내가 무슨 못할 데 전화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놀래요?
“한 번도 이 시간에 전화를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하니까 그렇지.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야?”
사실 유승일이 한미숙의 목소리를 듣고 놀랐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그 꼬맹이의 매출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영업을 마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 혹시라도 아내가 소문을 듣고 그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충격으로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원래부터 심장이 약하다.
그래서 어떤 충격을 받게 되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 그런 이유로 오늘 종일 그 문제 때문에 신경이 쓰였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아내로부터 전화가 오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늘 몇 시에 끝나요?
“늘 끝나던 시간이지,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오늘만 좀 일찍 닫으면 안 돼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유승일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보니 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묻지 말고요.
“이유를 묻지 말라고?”
-네, 그냥 모처럼 당신하고 데이트 좀 하고 싶어서요.
척하면 척.
이 정도까지 얘기하는데 못 알아들을 유승일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할 말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걸 돌려서 얘기한 것이고.
그건 유승일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영업 마치고 그 꼬맹이에 관해서 얘기를 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유승일은 바로 입을 열었다.
“12시면 되겠어?”
-두 시간이나 일찍이요?
“왜, 너무 빠른가?”
-아니요, 저는 괜찮은데 손님들한테 미안해서 그렇지요.
한미숙은 대답을 하면서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남편이 늘 하던 말이 장사를 하면서 손님과의 시간 약속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한 시간도 아니고 두 시간이나 빨리 닫겠다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손님보단 당신이 먼저지, 안 그래?”
-어머, 이 이가…….
한미숙은 순간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좀처럼 낯간지러운 얘기는 안 하던 남편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니 순간 당황했던 것이다.
“집 앞에 호프집 어때?”
-호프집이요?
“응, 그래, 오랜만에 호프나 한잔 하면서 모처럼 데이트 좀 하자고.”
-저야 고맙죠, 그럼 제가 집에서 시간 맞춰 나갈 테니까 집 앞에 있는 호프집에서 만나요.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고.”
-네.
뚝.
전화를 끊은 한미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평상시와 다른 남편 때문이었다.
선뜻 가게를 두 시간이나 일찍 닫는 것도 그렇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호프집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까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전화를 끊은 유승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일이 있어도 가게를 일찍 닫자고 한 적은 없었다.
사람이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한다?
그 말은 곧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일 것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게 뭘까?”
얼핏 생각해도 아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가게 문까지 일찍 닫으라고 했는지 그건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오늘은 아내에게 그 꼬맹이의 매출에 관해서 얘기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목적이 같으면서도 서로의 의중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유승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 사장님, 접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었다.
당연히 그 목소리가 반가울 리가 없었다. 어차피 본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오늘 아침에 무너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바로 티를 낼 유승일이 아니었다. 아직은 그들과의 계약이 유효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것도.
유승일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네, 박 실장님! 이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조금 전에 이상한 얘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이상한 얘기요? 그게 뭡니까?”
유승일은 대충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박선우 실장이 지금 전화를 한 이유는 30분 전에 본사 직원에게 자신이 한 말 때문일 것이다.
신뢰를 잃었다는 말.
사실은 일종의 경고 차원이었다. 어차피 그 본사 직원에게 얘기를 하면 바로 박선우 실장의 귀에 들어갈 걸 미리 알고 했던 행동이었다.
그렇게라도 경고를 날리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직원에게 이상한 말씀을 하셨던데,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제가요? 제가 무슨…….”
유승일은 모르는 척 한 번 더 물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소심하게나마 배신당한 감정을 되갚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의 반응이 바로 나왔다.
-진짜 이러실 겁니까?
“아니, 직원 분이 뭐라고 했기에…… 아, 혹시 그 말을 얘기하는 겁니까? 신뢰를 못하겠다고 했던 그 말 말입니다.”
뭐든 적당히 하라고 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유승일은 이쯤에서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던져줬다. 그리곤 이어 바로 말했다.
“뭔가 오해를 하신 거 같군요?”
-오해요?
“네, 저는 분명히 그 친구한테 한 얘기였습니다. 설마 제가 본사를 상대로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그리고 본사가 저한테 신뢰를 깬 게 뭐가 있다고요? 안 그렇습니까?”
-그거야 물론입니다만…….
박선우 실장은 대답을 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나빴다.
뭐랄까, 왠지 은근히 놀림을 당한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건 바로 그 꼬맹이의 매출을 속인 일이었다.
그런데 다행인 건 일단 얘기를 들어 보니 아직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어차피 그의 아내 되는 사람이 오늘 중으로 그 사실을 얘기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물론 말은 당연히 몰랐다고 했지만 그 말을 유승일이 그대로 믿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그가 그 말을 안 믿는다면 직원한테 얘기했던 신뢰를 잃었다고 한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박선우 실장 자신한테 바로 돌아올 것이다.
박선우 실장은 일단 확실히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그 말은 결국 단지 그 직원한테 한 얘기란 거죠?
“물론입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겠다고 했던 겁니다. 과연 그런 불성실한 친구를 계속 근무를 하게 하는 게 맞는지 말입니다.”
-혹시 우리 직원이 무슨 실수라도 한 겁니까?
“그건 그 친구한테 직접 물어보십시오. 그거까지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친구에 대해서는 저도 내일까지 더 고민을 할 생각입니다. 결론이 나면 내일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참, 말이 나온 김에 다음날 본사의 위탁경영 문제는 일단 보류했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네? 일단 보류요?
“네, 이틀만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고민을 한 후에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이미 마음의 결정은 내린 상태다. 어차피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위탁경영을 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아내와 논의를 한 다음에 결정을 하기 위해 이틀의 시간을 남겨둔 것이다.
혹시라도 아내는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니 말이다.
-유 사장님, 지금 이거 계약 위반인 거 아십니까?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만약 최종적으로 제가 위탁경영을 포기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하지만…….”
유승일은 그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다음 말은 ‘너도 책임질 게 있다’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박선우 실장의 질문이 바로 이어졌다.
-하지만이요? 무슨 다른 게 있습니까?
“아닙니다, 그냥 제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유승일은 얼른 말을 돌렸다. 아직은 어떤 결정도 내린 게 없기에 말조심을 하기 위함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뚝.
박선우 실장은 전화를 끊으면서도 찝찝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느낌 때문인지 오늘은 이상하게 평상시에 느끼던 유승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투도 그렇고 하여간 어딘지 모르게 확실히 느낌이 다른 건 사실이었다.
그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홍식 회장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이상해서 말입니다.”
“이상해? 누가?”
“부평점의 유 사장 말입니다. 통화하는 내내 말투도 그렇고 왠지 본사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도 같고, 하여간 제 느낌으로는 확실히 다른 날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그저 직원의 말을 듣고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었는데 통화를 하다 보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건 마지막에 한 말이었다.
이미 한 달 전에 위탁경영을 부탁했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그걸 원점에서 다시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심경의 변화.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건 며칠 전에 동화를 했던 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얘기는 하루 이틀 사이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일 테고.
민홍식 회장이 다시 물었다.
“혹시 우리의 계획을 눈치챈 거 아니야?”
“그건 아닐 겁니다. 그러기엔 시간적으로 안 맞습니다.”
“그럼 뭐야?”
“글쎄요, 지금으로선 모르겠고 일단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알 거 같습니다. 오늘 영업 끝나고 그의 아내 되는 사람이 그 꼬맹이에 관해서 얘기를 한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느낌이 안 좋은데…….”
민홍식 회장이 턱을 쓸며 고민을 하는 듯 말이 없자 박선우 실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유 사장의 입장에서도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겁니다. 아직은 이 업계에서 혼자 살아남기는 애송이입니다.”
“원래 모르는 놈들이 더 용감한 법이거든.”
“그러기엔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아무래도 조심해서 행동할 겁니다. 그리고 설사 유 사장이 계약을 파기한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크게 아쉬울 게 없습니다. 어차피 1억 4천 정도는 이미 빼먹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단물이 남았지 않은가, 그게 또 묘미가 있거든.”
“제가 누굽니까? 저만 믿으십시오. 유 사장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입니다. 그러니 일단 하루 이틀만 더 기다려 보십시오. 아마 다시 살려달라고 전화 올 테니까 말입니다.”
“알았어, 부평점 마무리는 박 실장이 알아서 해.”
“네, 회장님.”
박선우 실장이 고개를 숙이자 민홍식 회장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부평점의 말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부평의 한 호프집.
마주 앉은 두 사람 가운데에는 마른오징어와 땅콩이 놓여있었다.
유승일이 앞에 놓인 호프 잔을 들며 말했다.
“자, 한잔 하지.”
“네, 이게 얼마만이예요?”
한미숙이 웃음을 띤 채 바로 잔을 들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지금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막상 그 꼬맹이에 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챙!
허공에서 가볍게 잔을 부딪친 두 사람은 호프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색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상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유승일이 호프를 한 모금 더 마신 후 한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네? 무슨 일이라니요?”
“내가 당신을 몰라? 그러지 말고 말해 봐. 무슨 일인데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거야?”
“저 그게…….”
한미숙은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호프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할 건지 몇 번씩이나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지만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심각한 얘기야?”
“조금은…….”
“힘들면 얘기하지 말고.”
“아니에요, 어차피 오늘은 얘기해야 돼요. 대신에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놀라면 안 돼요. 당신 혈압 올라가면 위험하니까요.”
꿀꺽.
유승일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나머지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말하는 아내의 표정이 너무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유승일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한미숙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은 그 꼬맹이 얘기예요.”
“시네마천국의 그 꼬맹이?”
“네, 그게 그러니까…….”
한미숙은 작정이라도 한 듯 소문으로 들었던 얘기를 바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승일의 혈압을 생각해서인지 얘기를 빙빙 돌려가며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유승일의 표정도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유승일의 표정이 그리 많은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미숙의 입에서 결정적인 매출 얘기가 나오자 유승일이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여보, 잠깐만!”
“네? 왜요?”
“당신 괜찮아?”
“네? 뭐가요?”
“그 사실을 알고도 심장이 괜찮았냐고?”
“놀라긴 했지만…… 잠깐만요, 당신은 괜찮아요?”
한미숙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바로 남편의 반응이었다. 당연히 놀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로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
한미숙은 바로 물었다.
“당신 혹시 알고 있었어요?”
“…….”
유승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후 한미숙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유승일은 이제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목적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유승일은 한미숙의 심장이 걱정되었던 것이고 그와 반대로 한미숙은 유승일의 혈압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스윽.
유승일은 손을 뻗어 한미숙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보,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