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48)
회귀해서 건물주-548화(54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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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혹시 당신도 저랑 같은 마음이었던 거예요?”
“응, 그래.”
유승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미숙은 그제야 오늘 남편의 행동에 이해가 갔다.
그렇지 않아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바로 가게 문을 닫은 시간 때문이었다.
손님과의 약속을 철칙으로 아는 사람이 한 시간도 아니고 두 시간씩이나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고 하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실은 언제 안 것일까?
한미숙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혹시 언제 아셨어요?”
“어제저녁에 동사무소 직원한테 들었어,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 꼬맹이한테 가서 직접 확인까지 끝냈고. 그러는 당신은?”
“저는 어제 낮에 슈퍼에 갔다가 거기 손님과 사장이 얘기하는 걸 듣고 알았어요. 근데 그걸 직접 찾아가서 확인까지 했단 말이에요?”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한미숙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바로 믿기지 않았었다. 결국은 나중에 꼬맹이가 운영하는 대여점의 직원으로부터 직접 2억의 매출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을 들은 후에야 겨우 믿을 수 있었다.
이번엔 유승일이 입을 열었다.
“이제 중요한 건 본사야.”
“본사요? 거기가 왜요?”
“왜긴 왜야, 그 인간들이 우리를 속였으니까 그렇지. 당신도 알잖아, 그 인간들이 우리한테 분명히 그 꼬맹이도 적자를 냈다고 거짓말을 한 거 말이야.”
“어? 그건 당신이 오해한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는 제가 먼저 본사 측에…….”
한미숙은 오늘 오전에 본사의 박선우 실장과 통화했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유승일의 표정이었다.
한미숙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도 별다른 동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한미숙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보, 지금 그 표정은 뭐예요?”
“당신은 지금 박 실장의 그 말을 믿는 거야?”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럼 당신은 지금 본사를 안 믿는다는 얘기예요?”
“난 안 믿어! 아니, 못 믿어!”
유승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만큼 본사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한미숙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엔 당신처럼 본사를 의심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통화를 해보니까 박 실장도 사정이 있었더라고요.”
“사정? 무슨 사정?”
“지방에서 오픈이 두 건 들어오는 바람에 무지 바쁘더라고요.”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지난번에 얘기하더라고, 그렇다고 해서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유승일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그만큼 유승일은 이미 본사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는 걸 다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자 한미숙이 고개를 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라 사실을 얘기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진짜 모르고 있더라고요. 오늘도 제가 그 얘기를 하니까 당신한테 바로 전화를 하겠다는 거예요. 자신의 실수라면서 이런 건 바로 알려야 한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왜 전화를 안 했어?”
“제가 말렸어요.”
“당신이? 왜?”
유승일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한미숙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당신을 위해서요.”
“나를 위해서? 그게 무슨 소리야?”
“혈압이요, 혹시라도 당신이 충격받으면…….”
한미숙은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어차피 그다음은 굳이 말을 안 해도 무슨 얘기인지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남편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승일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 인간이 진짜 바로 나한테 연락을 하려고 했던 게 사실이야?”
“그럼요, 오죽했으면 제가 사정하다시피 말렸을까요. 제가 오늘 밤에 당신한테 꼭 얘기한다고 말이에요.”
“음…….”
유승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내가 하는 말이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나름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잠시 후.
유승일은 앞에 놓인 호프를 한 모금 마신 후 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찝찝해.”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라고 그 사람이 예뻐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그나마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까 찝찝하지만 일단 넘어가자는 거지요. 솔직히 우리한테 아직은 그 사람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니까요.”
“…….”
유승일은 뭐라 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오픈 건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엉뚱한 정보를 줬다는 것에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내가 말했듯이 현실이다.
아직은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혼자 그 꼬맹이를 상대로 버틴다는 건 절대로 쉽지 않을 거라는 거다.
잠시 생각을 하던 유승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오늘 박 실장한테 위탁경영에 대해서 일단 보류하겠다고 했어.”
“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 본사의 행동이 너무 괘씸해서 말이야.”
“어쩌려고요?”
“일단 이틀의 시간을 달라고 했어. 당신과 의논을 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려고 말이야.”
“휴우…….”
한미숙은 유승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유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결정을 했더라면 빼도 박도 못하고 진짜 큰일일 테니 말이다.
그때 유승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틀 동안 심각하게 고민 좀 해보자고.”
“그래요, 찝찝하기도 하고 현실도 무시를 못할 테니 같이 고민 좀 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혼자 결정 안 하고 이렇게 의논을 해줘서…….”
“별소릴…….”
유승일은 앞에 놓인 호프 잔을 내밀며 말했다.
“어쨌거나 어제부터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느냐고 고생했어.”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당신도 고생했어요.”
“자, 건배하지.”
유승일이 호프 잔을 내밀자 한미숙이 살짝 미소를 지은 후 자신의 호프 잔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챙!
두 사람의 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어쩌면 두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걱정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소리가 더 경쾌하게 들렸는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틀 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이틀 후.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십시오, 유 사장님.”
뚝.
전화를 끊은 박선우 실장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부평의 유 사장이야?”
“네, 그렇습니다. 혹시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가 봅니다.”
“왜?”
“결국은 이틀을 고민하더니 다시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홀로서기엔 경험도 부족하고 무서웠던 거죠.”
“그래? 그거 잘됐군. 그래서 어떡하기로 했어?”
질문을 하는 민홍식 회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 이유는 오로지 하나일 것이다. 다시 위탁경영을 하게 되면 그만큼 콩고물이 더 떨어진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은 경영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먼저는 어떡하든 그 꼬맹이와 맞서려고 했다면 이제는 어차피 게임이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최대한 현상유지를 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어차피 그게 안 된다는 건 박 실장이 더 잘 알잖아?”
“그거야 물론입니다. 하지만 말이라도 그런 식으로 해야 앞으로 3개월은 더 뽑아먹을 거 아니겠습니까?”
피식.
민홍식 회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유 사장이 마음을 바꿔먹은 이유가 뭐야?”
“본인은 직접 말을 안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아무래도 사모님의 입김이 셌던 거 같습니다.”
“그 아줌마가?”
“네, 사실은 오늘 낮에 먼저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다시 묻더라고요. 진짜 현상유지가 가능하겠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가능하다고 했죠. 앞으로 3개월만 본사에 맡기면 기본 2백은 벌게 해 주겠다고 말입니다.”
“2백?”
민홍식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3개월 전에 처음 계약을 할 때 기본 5백은 벌 수 있다고 장담을 했기 때문이다.
민홍식 회장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이젠 2백에 만족하겠다는 거야?”
“꼬맹이의 매출이 2억이 넘는다는 걸 제대로 인식한 거죠. 그렇다 보니 이젠 5백이 욕심이라는 걸 확실히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원하는 게 2백이라는 거고?”
“네, 그렇습니다. 그 정도면 두 사람 밥은 충분히 먹고 사니 말입니다.”
“근데 그게 가능해?”
“당연히 안 되죠.”
“결국은…….”
민홍식 회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한쪽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어차피 그런 건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다음 달엔 위탁 경영비로 얼마를 요구한 거야?”
“천오백이요.”
“천오백이라…… 거기서 우리 몫은?”
“7백이요.”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이제 막판인데?”
“아닙니다. 사모님한테 꼬맹이 뒷조사 비용까지 합치면 천만 원입니다. 그 정도면 적은 거 아닙니다. 그리고 어차피 마지막 달에 왕창 뽑아낼 거니까 그때까지만…….”
“잠깐만!”
민홍식 회장이 손을 들어 박선우 실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꼬맹이의 실체는 언제 밝힐 거야? 돈을 3백씩이나 받았으니 생깔 수도 없고 말이야.”
“최대한 미뤄야죠.”
“그 아줌마가 가만히 있겠어?”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쩌겠습니까? 어차피 떳떳한 일도 아니라서 신고도 못 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3개월만 지나면 볼 일도 없을 거고 말입니다.”
“하긴…….”
민홍식 회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때 박선우 실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걱정? 무슨 걱정? 어차피 이젠 마무리 단계가 아닌가?”
“그 꼬맹이 말입니다.”
“응? 그 꼬맹이가 왜?”
민홍식 회장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어차피 그 꼬맹이와는 더 이상 엮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꼬맹이의 목적이 뭐겠습니까?”
“그거야 우리 영화마음을 부평에서 몰아내는 거 아니겠는가?”
“바로 그겁니다.”
“바로 그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자세히 얘기를 해봐.”
“이상한 소문을 들었거든요.”
“이상한 소문?”
민홍식 회장은 소문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소문의 주인공은 그 꼬맹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가장 위험한 변수가 그 꼬맹이이니 말이다.
“대여료를 100원으로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00원?”
100원이라는 말에 민홍식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 말은 곧 영화마음을 한방에 보내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은 500원이라도 받으니 버틸 수 있지만 진짜 100원으로 내려가게 되면 더 이상 버틴다는 건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민홍식 회장이 지금 걱정하는 건 영화마음이 아니다.
어차피 이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으니 최소한 3개월은 더 위탁경영을 해야 그 명분으로 돈을 빼먹을 수가 있다. 그런데 혹시라도 대여료가 100원으로 내려가게 되면 더 이상 가게 문을 연다는 게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바로 영화마음에서 철수를 해야 하니 민홍식 회장은 지금 그걸 두려워하는 것이다.
민홍식 회장은 다급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언제부터?”
역시 그가 궁금한 건 사실 여부보다도 그 시기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앞으로 3개월만 더 버티면 되니 말이다.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선 그저 3개월만 더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내 말이…….”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더니 두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 결국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부평점의 경영 정상화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다음 날.
“사장님, 쟤들 또 시작인데요?”
이명훈이 영화마음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선 음악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게 앞에서는 늘씬하게 빠진 도우미들이 춤을 추며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인사를 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입을 열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도 우리랑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글쎄다, 그건 아닌 거 같기는 한데…….”
“네? 그게 아니라고요? 그런데 저렇게 엉뚱한 곳에 돈을 막 쓴단 말입니까?”
“그래야 떨어지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명훈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콩고물.”
“콩고물이요?”
“그래, 그렇게라도 해야 본사에 콩고물이 떨어질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결국은 영화마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사를 위해서 저 짓을 한다는 겁니까?”
“당연하지.”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명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저번보다 도우미가 더 많은데요, 저번엔 세 명이었는데 오늘은 다섯 명이나 됩니다.”
“결국은 본사에서 작정하고 뜯어먹겠다는 거지. 일을 크게 벌일수록 아무래도 떨어지는 게 많을 테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내 생각엔 본사에서는 이미 결정을 한 거 같다.”
“네? 결정이요? 그게 무슨…….”
이명훈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철수.”
“네? 철수요? 지금 그 말씀은 영화마음이 문을 닫는다는 얘깁니까?”
“그래, 그런데 문제는 정작 영화마음의 유 사장은 그걸 모른다는 거야. 바보같이 자신의 등 뒤에 커다란 빨대가 꽂힌 것도 모르고…….”
쯧쯧!
현성은 말을 하다말고 혀를 차고 말았다. 그런 현성의 시선은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그쪽은 영화마음이 있는 곳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처음 목표로 했던 6개월도 굳이 필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계획을 바꾸는 게…….’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