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50)
회귀해서 건물주-550화(550/740)
552
다음 날.
“후후!”
현성은 다른 날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운동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강원도 고향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코너를 돌아 영화마음 앞을 막 지날 때였다.
“잠깐만!”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영화마음 사장인 유승일이었다.
“어? 이 새벽에 어쩐 일이십니까?”
“할 말이 있어서.”
“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얼핏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유승일은 조금 전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은 일부러 기다렸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일부러 기다린다?
그것도 이 이른 새벽에?
현성은 바로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막 5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지금 이 시간에 저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던 겁니까?”
“그렇다네.”
당당하게 시인하는 유승일이었다. 그 말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승일의 입장에서도 꿀릴 게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새벽에 기다릴 정도로 당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터.
현성은 다시 물었다.
“뭡니까? 이 새벽에 기다리면서까지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그전에 확인할 게 있네.”
“확인이요? 그게 뭡니까?”
유승일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 그 기부금 말인데, 그건 무슨 생각으로 냈는가?”
유승일은 궁금한 게 있었다.
며칠 전 아내와 얘기하면서 현성의 매출이 2억 조금 넘었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그중에서 5천은 기부금으로 그리고 5천은 직원들한테 월급으로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연히 충격이었다.
흔히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직원들 월급은 그렇다 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안 가는 건 기부금 문제였다.
이제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다.
그것도 첫 사업에서 번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을 과감하게 기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과감하게 5천만 원을 기부한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고 결국은 고민 끝에 직접 당사자한테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게 그렇게 궁금하셨습니까? 이 새벽에 기다릴 정도로 말입니다.”
“50년을 훨씬 넘게 살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서 말이야.”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더불어 사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음…….”
유승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생각을 정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안 되겠는가?”
“네? 그게 무슨…….”
“그 더불어 사는 사람 중에서 나는 안 되겠느냐는 말일세.”
“네?”
현성으로선 여전히 유승일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솔직히 말했다.
“저는 지금 아저씨가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여료.”
“네? 대여료요?”
“그래, 대여료를 천 원으로 올리면 안 되겠는가? 자네가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나 또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아저씨!”
현성은 유승일이 말을 다 하기 전에 중간에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은 다 돼도 아저씨는 안 됩니다.”
“나는 안 된다고?”
“네! 안 됩니다!”
현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전생에서 이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유승일이다. 오로지 자신 혼자만 살겠다고 2천 원 하던 시장을 그 반값인 천 원으로 고수하던 그다.
그 결과 결국은 6개의 대여점 중에서 다섯 개가 폐업을 하거나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그때 현성 또한 지금의 유승일처럼 몇 번에 걸쳐 그에게 대여료 정상화를 부탁했었다.
같이 더불어 살자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약육강식.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없으면 그냥 조용히 죽는 거라고 말이다.
그랬던 사람이 인제 와서는 대여료를 올리자고 하는 것이다.
유승일이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자네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지금 가혹이라고 하셨습니까?”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나는 자네한테 어떤 가해도 한 적이 없는데 자네는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유승일의 말이 길어졌다. 역시 이 새벽에 괜히 기다린 게 아니었다. 오늘은 작정을 한 듯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백기 투항이다.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으니 살려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마음이 움직일 현성도 아니었다.
어차피 당한 만큼 갚아주는 것이니 말이다.
현성은 일단 그의 말을 끊었다.
“아저씨!”
“응? 그래, 말해보게.”
유승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그는 지금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그 눈빛을 무시한 채 바로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어? 어, 그래, 그게 뭔가?”
“처음 이 동네에 들어올 때 무슨 생각으로 들어오셨습니까?”
“어? 그건…….”
유승일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처음 목적은 이 동네의 대여점을 싹 죽이고 혼자 살려고 들어왔으니 말이다.
유승일이 말을 제대로 못 하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씀을 못 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제가 대신 말씀드리지요. 혼자만 살 목적이었죠? 이 동네 대여점을 싹 죽이고 말입니다.”
“…….”
“그게 아저씨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저씨는 처음부터 남을 죽이려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보통 인과응보라고 하더군요. 그럼 저는 이만…….”
현성은 발길을 돌리려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씀드리죠. 더 이상 본사 좋은 일은 그만 시키세요.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그놈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문 닫으세요, 그게 아저씨가 사는 길입니다. 세 번째 드리는 말씀입니다.”
“…….”
여전히 아무 말이 없는 유승일이었다.
현성은 그런 유승일을 뒤로한 채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려 다시 뛰기 시작했다.
현성이 떠나고 혼자 남은 유승일.
“휴우……!”
유승일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3일을 고민한 끝에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 어떡하든 살아남고 싶은 마음에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고개를 숙였다.
대여료를 500원에서 1,000원으로만 올려도 어느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이 동네에 들어올 때의 목적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남을 다 죽이고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했다는 것.
“미친 새끼.”
유승일의 입에서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솔직히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어차피 세상이라는 게 약육강식이 아닌가 말이다. 더군다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다. 돈 없으면 밀리는 거고 경쟁에서 밀리면 찌그러지는 게 그게 정상인 거지.
그리고 뭐? 인과응보?
얼마 살지도 않은 놈이 어디서 그런 말을…….
빠드득.
유승일은 현성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집으로 돌아온 현성은 일단 샤워부터 끝내고 거실로 나왔다.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부터 갸웃거렸다. 지금 시각이 아침 6시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할 사람은 얼핏 생각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띠리릭!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사장님, 접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막내인 유영석이었다.
“야, 네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혹시 무슨 일 있어?”
-잠깐 창문 좀 열어보세요.
“창문?”
현성은 바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1층에서 유영석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후.
2층으로 올라온 유영석이 바로 현성을 향해 물었다.
“사장님, 아직 아침 안 드셨지요?”
“혹시 아침 때문에 일부러 이 시간에 온 거야?”
“네, 사장님이 오늘 일찍 시골로 가신다고 해서 말입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금방 아침 준비할 테니까 말입니다.”
유영석은 그 말을 끝으로 들고 온 가방에서 반찬통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게 다 뭐야?”
“새벽에 몇 개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멀리 강원도까지 가시려면 든든하게 드셔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걸 다 오늘 새벽에 만들었다고?”
“헤헤, 네.”
“아니, 이 많은 걸…….”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저 많아봐야 서너 개쯤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다 꺼내 놓은 것을 보니 자그마치 반찬통이 열 개였다.
반찬통이 열 개라는 얘기는 반찬도 열 가지일 테고.
어제 마감을 하고 얘기를 하다 보니 2시 30분에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대충 3시쯤 됐을 테고, 지금 시각이 6시다.
그렇다면 3시간 정도의 공백이 있다.
3시간?
10개의 반찬을 만들려면 최소한 2시간은 걸렸을 테고…… 그렇다면 잠은?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야, 너 혹시 밤샌 거야?”
“헤헤…….”
그저 웃고 마는 유영석이었다. 결국은 잠을 안 잤다는 얘기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왜?”
“오늘이 어버이날이잖아요.”
“어? 어, 그거야 그렇지만…….”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영석의 말처럼 오늘이 어버이날인 건 안다. 그런데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말이다.
그런데 그때 유영석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나왔다.
“저한테는 사장님이 그런 분입니다.”
“응? 그런 분?”
“네, 아빠 같은 분, 그런 분 말입니다.”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굳이 나이를 따지자면 그와는 9살 차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을 아빠처럼 생각한다는 말에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유영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장님, 혹시 그거 아세요?”
“응? 뭘?”
“사장님은 실제 나이보다 최소한 2, 30년은 더 많게 느껴지는 거 말입니다.”
“설마?”
“히히, 죄송하지만 설마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러니 제가 사장님한테 아빠 같다고 그러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현성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유영석의 말대로라면 그 말고도 또 다른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그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누군지 뻔할 테고.
“혹시……?”
“네, 형들이요.”
“형들? 형들 누구?”
“다요, 다른 형들 모두 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명훈이 형은 사장님과 4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데도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이상한 거 아닙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장님께서…… 그만하고, 이제 식사하세요.”
유영석은 어느새 아침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현성이 식탁에 앉자마자 유영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어제는 저 사장님한테 또 감동했다는 거 아닙니까?”
“어제? 왜?”
“제가 처음에 면접 볼 때 한 얘기를 기억하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제가 매운 음식 잘 못 먹는 거 말입니다.”
“그거야…… 어서 밥 먹자.”
현성은 다른 말을 하려다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그때 유영석이 또 다른 말을 끄집어냈다.
“우리 아빠도 잘 모를 텐데 말입니다.”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다 바로 입을 열었다.
“영석아, 오늘 아빠나 엄마한테 갈 거야?”
“아니요.”
유영석은 미리 생각이라도 한 것처럼 바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마감을 하면서 어버이날에 부모님과 점심 식사라도 하라는 말을 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게 유영석이었다.
그 이유는 부모님은 이혼을 한 상태고 집이 싫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성은 조용히 유영석을 불렀다.
“영석아!”
“네, 사장님.”
“오늘은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니?”
“당연하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장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엄마랑 아빠 보고 와.”
“…….”
아무 말도 없는 유영석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부탁할게, 오늘은 다른 생각 하지 말고 가서 얼굴이라도 뵙고 와. 물론 네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그게 맞는 거 같다. 할 수 있겠어?”
“…….”
“도저히 안 되겠니?”
“……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자, 이제 밥 먹자.”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여보세요?”
-사장님, 창문 좀 열어보세요.
이번엔 이명훈의 목소리였다.
창문을 연 현성은 깜짝 놀랐다. 1층에는 이명훈을 포함해서 다른 직원들 모두가 와 있는 것이었다.
조금 전 유영석이 다른 형들도 현성을 아빠처럼 생각한다는 말이 바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한 시간 후.
5명의 직원과 아침 식사를 마친 현성은 밖으로 나와 트럭에 올라탔다.
“다들 고맙고, 내일 보자.”
“네, 사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이명훈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하자 다른 직원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부릉!
현성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액셀을 밟았다.
어쩌다 보니 새로 만난 인연들이지만 그런 그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현성은 5명의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강원도로 향했다.
전생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어버이날도 못 챙기고 어떡하든 비디오 하나라도 더 대여하려고 발버둥 치던 자신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