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53)
회귀해서 건물주-553화(55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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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게 다 뭡니까?”
현성이 놀란 이유는 반찬의 가짓수 때문이었다. 얼핏 봐도 반찬의 가짓수가 열다섯 가지는 되는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어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
“말도 마라, 네 아버지가 너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오늘 아침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더 말을 하려 하자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자, 배고플 테니 어서 먹자.”
“네!”
현성은 일부러 큰 소리로 대답을 한 후 식탁 의자에 앉았다.
분명히 이상한 상황인 건 맞다.
평상시라면 어머니가 있을 자리에 아버지가 서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상황이 누군가 연출을 한 게 아니라 아버지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일 테고. 현성이 더 이상 다른 소리를 하지 않고 바로 식탁 의자에 앉은 이유였다.
“이거부터 먹어 보거라.”
아버지가 현성 앞으로 내민 접시는 잡채였다.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게 잡채 요리다. 분명한 건 처음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쉬운 게 아닐 것이라는 거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이것도 아버지가 만드신 겁니까?”
“네 엄마가 옆에서 다 가르쳐주고 난 시키는 대로만 했다.”
“어쨌든 재료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아버지가 다 하신 건 맞잖아요?”
아버지는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성은 슬쩍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러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아버지의 말이 다 사실이라는 얘기였다.
현성은 얼른 젓가락으로 잡채를 입으로 가져갔다.
후룩후룩.
잡채를 먹던 현성은 아버지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리곤 얼른 다시 말을 이었다.
“아버지, 진짜 맛있습니다.”
“진짜?”
“네, 지금까지 먹어 본 잡채 중에 최곱니다. 아버지가 진짜 남잡니다!”
“어? 진짜 남자? 하하, 하하하…….”
아버지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본 후 슬쩍 입을 열었다.
“잡채와 남자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쿡쿡.”
“하하…….”
두 남자는 대답 대신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런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눈을 찡긋거렸다. 둘만이 통하는 의사소통이었다.
전생과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점심을 다 먹은 현성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어디 좀 가요.”
“응? 어디를?”
어머니가 궁금하다는 듯 바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목욕탕이요.”
“목욕탕?”
“네, 아버지 등을 밀어드린 지도 꽤 됐고 해서요.”
인천에서 내려오면서부터 고민했던 게 무엇을 하면 두 분이 가장 좋아하실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지만 마지막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목욕탕이었다.
어떤 선물보다도 그게 가장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거 좋지, 모처럼 아들하고 등도 서로 밀어주고 말이야. 당신은 어때?”
“네, 저도 좋아요. 솔직히 뭔들 어떻겠어요? 우리 아들하고 같이 간다는 게 중요한 거지요. 지연이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고…….”
역시 어머니 또한 웃으며 좋아했다. 아쉬운 건 동생 김지연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 입장이라 평일에 시간을 낸다는 게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자, 어서 가요. 목욕하고 나서 옷가게에 들러 옷도 사고…….”
현성이 먼저 나서자 아버지 어머니도 바로 현성의 뒤를 따랐다. 그런 두 사람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가득 번지고 있었다.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버이날?
전화 한 통화하기에도 바빴다. 그저 그 시간에도 어떡하면 영화마음에 맞서서 버텨낼 수 있을지 그것을 궁리하기도 벅찼으니 말이다.
그렇게 세 사람은 1톤 트럭을 타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저녁까지 먹고 난 현성은 트럭에 올라타기 전에 지갑에서 카드 두 장을 꺼냈다. 일주일 전에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한 거였다.
“아버지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냐?”
“카듭니다. 이걸로 드시고 싶은 거 사 드시고 사고 싶은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다 사세요. 한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한도 없는 카드라는 거냐?”
아버지가 카드를 앞뒤로 돌려보며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 또한 궁금한지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네, 맞아요. 오늘 어버이날 내려와서 드리려고 일주일 전에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돈 걱정 하나도 하지 말고 마음껏 쓰세요.”
“허허, 내가 이런 카드를 다 만져보고…….”
카드를 들고 웃던 아버지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카드를 다시 현성한테 내밀었다.
“마음만 받으마, 도로 넣어둬라.”
“아닙니다. 이건 아버지를 위해서 만든 겁니다. 그러니 받아 주세요.”
“내가 이 시골에서 돈 쓸 일이 뭐가 있다고?”
“자신감 아니겠습니까? 돈을 쓰던 안 쓰던 가지고 계시면 든든하실 겁니다. 그러니 지갑에 넣어두십시오. 그게 바로 진짜 남자의 완성입니다.”
“허허,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것이냐?”
아버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못마땅하다는 듯 살짝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 경고야.”
“네? 왜요?”
“무슨 낮에 잡채를 먹을 때부터 진짜 남자를 찾더니 이젠 또 카드를 가지고 진짜 남자 타령이야?”
“하하, 그런 게 있습니다.”
현성은 웃고 말았다. 그러자 아버지 또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교감이었다.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를 향해 바로 물었다.
“당신은 그 카드 어떻게 할 거예요?”
“얘기 못 들었어? 이 카드가 있어야 진짜 남자의 완성이래잖아?”
“뭐요? 이 이가 진짜…….”
“당신도 모른 척하고 받아두구려, 이 동네에서 그런 카드 가진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이 카드 쓸 일이 뭐가 있겠어? 현성이 말처럼 그냥 마음이라도 든든하게 가지고 있자고.”
전생에선 카드 한번 긁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였다. 그런 분들이기에 최고의 카드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물론 두 분이 그 카드를 쓰시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카드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든든한 마음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내려오기 전에 일부러 두 분의 선물로 준비를 했던 것이다.
“자, 그럼 저는 이만 올라가겠습니다.”
“그나저나 쉬지도 못하고 어쩌냐?”
“괜찮습니다. 정 피곤하면 올라가다가 휴게소에서 잠깐 쉬면 됩니다.”
“그래, 무리하지 말고…… 그리고 오늘 고맙다!”
어머니는 그 말과 함께 눈시울이 바로 붉어졌다.
현성은 그런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 그리곤 옆에 있던 아버지도 바로 안아 드렸다. 그러자 아버지 또한 양 팔로 현성을 꼭 껴안았다.
“고맙다, 현성아!”
“제가 더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러마. 자, 더 늦기 전에…….”
아버지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자 현성도 얼른 차에 올라탔다. 더 있다가는 세 사람 모두 아무래도 눈물을 보일 거 같았기 때문이다.
“올라가는 대로 전화드릴게요.”
부릉!
현성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액셀을 밟았다. 현성이 탄 트럭은 점점 집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10분쯤 달렸을까.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현성은 바로 차를 길가에 세운 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장님, 접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막내인 유영석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차였다. 과연 부모님을 찾아뵈었는지 말이다. 낮에 통화를 할 때만 해도 여전히 고민이 많았던 유영석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어디야?”
-집입니다.
집이라는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집이 어떤 집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몰랐기 때문이다.
“집? 어느 집?”
-송림동이요.
현성은 송림동이란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 말은 결국 유영석이 아버지한테 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잘했다.”
굳이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찾아갔다는 자체 하나만으로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텐데 그걸 해낸 유영석이 자랑스러울 뿐이었다.
그때 휴대폰 너머에서 놀라운 사실이 또 하나 전해졌다.
-저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진짜야?”
-네, 그래서 전화드린 겁니다. 아무래도 사장님께서 걱정을 하고 계실 거 같아서 말입니다.
“고맙다, 그리고 진짜 잘했다. 자세한 얘기는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네, 사장님, 그리고…….
유영석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현성으로선 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사장님 아니었으면 끝일 날 뻔했습니다.
“혹시 아버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그게…… 많이 늙으셨습니다. 4개월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입니다.
“…….”
현성은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유영석이 집을 나온 게 4개월 전이라고 했다. 그런데 늙었다는 표현을 쓴다는 얘기는 그의 아버지 건강에 이상이 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병원은?”
-아직이요, 저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요. 일단 오늘 점심과 저녁까지는 해드렸는데 병원은 못 갔습니다.
“식사는?”
-예전과 비교하면 반 정도밖에…….
“술은?”
-안 드시는 건지 못 드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끊으셨습니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던 사람이 술을 끊는다?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거나 아니면 자성에 의한 결심.
그런데 조금 전 유영석이 4개월 전과 비교해서 갑자기 늙었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전자일 경우가 맞을 것이다.
현성은 갑자기 유영석을 불렀다.
“영석아!”
-네, 사장님.
“내일 출근하지 마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 모시고 병원부터 다녀와.”
-제가 빠지면 다른 형들이…….
“아니, 그건 네가 신경 쓰지 마, 지금 가장 급한 건 아버님이야.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네? 명령이요?
“그래,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너보다 하루라도 더 산 인생 선배로서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현성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유영석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얼핏 생각해도 지금 그의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왔을 거라는 게 현성이 내린 판단이었다.
-네, 알았습니다.
“너무 겁먹지 말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네, 사장……님!
유영석의 목소리에서 그가 지금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인 그로서는 당연할 것이다.
현성은 그런 그를 위해 바로 입을 열었다.
“영석아,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라.”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상에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아파서 병원을 가더라도 머릿속에는 병원비부터 걱정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휴우……!”
전화를 끊은 현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유영석이 너무 늦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릉!
현성은 다시 액셀을 밟았다.
전화를 끊은 유영석.
그런 그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건 바로 사장인 현성 때문이었다.
세상에 어느 사장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라고 출근을 막는단 말인가. 그것도 먼저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병원비까지. 그런데 그게 또 빈말이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유영석은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그리곤 고개를 깊이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