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59)
회귀해서 건물주-559화(55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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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으으…….”
겨우 정신을 차린 유승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는 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본사의 박선우 실장과 통화를 한 게 영업을 마친 2시쯤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10분 정도 정신을 잃었었다는 얘기다.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다. 어쩌다 심한 충격을 받으면 이런 식으로 잠깐씩 정신을 잃는다. 그래서 어떤 때는 병원으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의사의 말로는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뇌에 무리가 가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은 거라고 하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하다고 했었다.
“후우……!”
유승일은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이럴 때마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만약에라도 이러다 정말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은 아내 한미숙이다. 혼자 살아가기엔 건강이 안 좋다 보니 항상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한단 말인가.
그나마 마지막으로 믿었던 곳이 본사였다.
도움을 요청하면 어떡하든 방법이 생길 줄 알았다.
물론 그동안 한 행동으로 봐서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대는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본사에서도 손을 떼고 말았다.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판단하기에도 이제 더 이상은 해결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아니, 그렇다고…….”
물론 상대가 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어떻게 본사에서 포기를 한단 말인가.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
바로 그때였다.
띠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아마도 아내일 것이다. 이 시간에 전화 올 곳은 거기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흠흠, 여보세요.”
유승일은 먼저 헛기침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조금 전에 정신을 잃었던 터라 목소리를 다듬기 위함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내가 걱정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유 사장님, 접니다.
당연히 아내일 줄 알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었다.
유승일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그와 전화 통화한 지 조금 전이었고 이미 모든 얘기는 끝냈었기 때문이다.
유승일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네, 어쩐 일로?”
-조금 전에 제가 안 드린 말씀이 있어서요. 그 말씀을 드리려고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무슨…….”
-혹시라도 폐업을 하시게 되면…….
“잠깐만요!”
유승일은 ‘폐업’이란 말을 듣자마자 박선우 실장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얼핏 생각해도 이건 기본 상식적으로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승일은 확인차 바로 물었다.
“지금 폐업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야, 이 양반아!”
유승일은 박선우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물론, 지금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사의 입장에서 먼저 ‘폐업’이란 말을 꺼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유승일은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사장님이 왜 화를 내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은 현실이니까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 아무리 상황이 안 좋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폐업이란 말을 쓸 수 있는 겁니까?”
-그건 사장님이 경험이 없으셔서 하시는 말씀이고요, 현실은 냉정한 겁니다. 감정적으로…….
“됐고요,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유승일은 더 이상 박선우 실장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결론부터 물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의 말이 바로 들렸다.
-폐업 결정을 하시거든 저한테 먼저 연락을 달라는 겁니다.
결국은 마지막으로 폐업을 하게 되면 비디오를 넘기라는 얘기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 물었다.
“연락을 하면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요?”
-집기도 그렇고 비디오도 최고값으로 쳐 드리겠습니다.
“하아…….”
유승일은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탄식밖에 나오질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유승일은 그냥 전화를 끊으려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좋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얼마 주실 겁니까?”
-네?
“최대한 쳐 주신다면서요? 어차피 여기 물건이나 집기는 박 실장님이 더 잘 아실 테니까 얼마나 쳐 줄 거냐고요?”
-그건…….
“뭡니까? 왜 말을 못 하십니까?”
-그건 나중에 결정되면 최종적으로…….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말씀을 못하시겠다, 이겁니까?”
-그렇지요, 시세가 그때그때 다르니까요.
피식.
유승일은 비웃음이 저절로 나오고 말았다.
결국은 어떡하든 마지막까지도 한 푼이라도 더 뜯어먹으려는 그들의 속셈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봤자 이제 오픈한 지 5개월도 안 된다. 그런데 그 기간에 무슨 시세를 따진단 말인가 말이다. 어차피 그 값이 그 값이지.
유승일은 다시 입을 열었다.
“실장님, 이러지 맙시다. 그만큼 드셨으면 됐지 마지막까지도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네?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제가요? 이거 왜 이러십니까? 심한 사람이 누군데? 솔직히 저 지난번에 위탁 경영한다고 3개월 동안 4천 들어갔습니다. 아시죠?”
-그런데요?
“그런데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말씀이 점점…….
“혹시 이한구 씨라고 아십니까?”
-누구요?
박선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한구.
당연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1년 전이었다. 영등포에 개점을 했다가 6개월 만에 폐업을 한 사람이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고.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을 안다고 하면 안 된다. 그 이유는 그 사람으로부터 빼먹은 돈이 3개월 동안 5천이 넘기 때문이다.
“이한구요. 1년 전에 영등포에서 영화마음을 오픈했던 사람인데 모르십니까?”
-글쎄요, 우리가 전국에 체인점이 수천 개라 이름까지 기억하기는…….
“아, 그렇습니까? 그럼 갑자기 교통사고 때문에 6개월 만에 폐업을 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면 아시겠습니까?”
며칠 전이었다.
손님이 새로 왔는데 자신도 1년 전에 영화마음을 오픈했다가 6개월 만에 폐업을 했다고 했다.
이유는 오픈하고 석 달 만에 교통사고가 심하게 났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병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 보니 본사에 위탁경영을 맡겼다고 했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본사에서 5천을 넘게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글쎄요, 잘 기억이…….
“와! 폐업한 지 불과 6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그걸 기억 못 한다는 겁니까?”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전국에…….
“관둡시다. 역시 그 젊은 친구 말이 맞았군요. 박 실장님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야 알 거 같습니다. 그럼 이만.”
-잠깐만요, 유 사장님!
뚝.
유승일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아까 전화를 했던 이유도 혹시나 마지막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욕심이었다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도움을 요청할 때는 사정없이 전화를 끊더니 다시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폐업 결정되면 연락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 말은 결국 폐업 물건으로 한 번 더 장난을 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쁜 새끼!”
유승일의 입에서 욕이 바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어쭈.”
한편,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기자 박선우 실장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뭐야?”
“부평의 유 사장이 세게 나오는데요.”
“뭐라는데?”
“혹시 이한구라고 기억하십니까?”
“이한구? 글쎄, 그 사람이 누군데?”
“1년 전에 영등포에 오픈했다가 교통사고로…….”
“아아, 그 젊은 친구?”
민홍식 회장은 그제야 기억난다는 듯 아는 체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필 그 친구가 부평으로 간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아무래도 유 사장한테 우리 얘기를 한 거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 사장이 이젠 우리를 못 믿겠다고…….”
“그래서 폐업을 하더라도 물건을 못 주겠다는 거야?”
“지금으로선 그런 거 같습니다.”
“흠…….”
민홍식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엄지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생각을 할 때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민홍식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비시켜.”
“마비라면…… 프로그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그래, 우리가 체인점을 길들이는 방법은 그 방법이 최고야. 스스로 말을 안 들으면 강제로라도 우리의 말을 듣게 해야지. 대신에 이번에는 돈을 받지 말고 해결해 주라고. 우리가 노리는 건 푼돈이 아니라 거기 물건이니까.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공짜로 해줄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지난번에 100만 원 받았으니 이번엔 50만 원만 받는다고 해도 감지덕지할 겁니다.”
“그러든가.”
민홍식 회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 또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앞에 놓인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르는 게 있었다. 세상 일이 그렇게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
다음날.
“어? 이거 또 이래?”
출근한 유승일은 컴퓨터를 켠 다음 대여 프로그램을 작동했지만 지난번처럼 프로그램이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탁탁탁!
아무리 이것저것 두드려 봐도 프로그램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아, 진짜!”
짜증이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 두 번이나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2백만 원이나 날렸다.
이해가 안 가는 건 무슨 프로그램이 이렇게 자주 고장이 나느냐는 것이었다.
“휴우!”
한숨을 쉰 유승일은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냈다. 어차피 이걸 해결해줄 사람은 박선우 실장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화하기가 꺼림직하다는 것이다. 어젯밤에 폐업 물건 문제로 서로 감정이 안 좋게 전화를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할 수밖에.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유승일이 방금 들어온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그는 바로 며칠 전에 이 동네로 이사 온 이한구였다.
“안녕하세요!”
이한구 또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유승일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프로그램 만질 줄 아세요?”
“왜요?”
“저번에도 두 번이나 속을 썩이더니 오늘 또 아침에 나왔는데 안 되는 겁니다.”
“잠깐만요.”
이한구는 카운터 안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혹시 어제 본사하고 무슨 일 있었어요?”
“네? 그건 왜요?”
유승일은 이한구가 그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을 봐달라고 했더니 엉뚱하게도 본사와의 관계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이한구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이건 길들이기입니다.”
“네? 길들이기요?”
유승일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길들인다고 하는지 말이다.
“본사가 체인점을 길들이는 겁니다.”
“그 말은 지금 이게 본사에서 일부러 한 짓이라는 건가요?”
“제가 볼 땐 그렇습니다. 저 또한 본사로부터 당했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저도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고요.”
“그래서 조금 전에 본사와의 관계를 물었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 또한 본사와 싸우고 나면 이상하게 그다음 날 프로그램이 안 되는 겁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말입니다. 그래서 나중에서야 그게 본사 짓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하아…….”
유승일은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설마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이 안 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프로그램이 고장 났을 때도 그 전날에 본사와 언성을 높인 다음날이었다.
‘하지만…….
유승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엔 그렇다 쳐도 두 번째는 본사와 아무 일도 없었는데 보름 만에 고장이 났었다.
그건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말이다.
유승일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본사와 아무 문재도 없었는데 프로그램이 안 되는 경우엔 또 어떻게 된 겁니까?”
“아아, 그거요. 그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요? 어떤 이유요?”
꿀꺽.
유승일은 궁금한 마음에 마른침부터 삼켰다.
그때 이한구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