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60)
회귀해서 건물주-560화(56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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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이요.”
“네? 뭐라고요?”
“믿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 짓을 하더란 말입니다.”
“아니, 어떻게…….”
유승일은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올 정도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사에서 용돈 벌이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는 것이 말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지금 프로그램이 안 되는 이유가 본사의 농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프로그램을 고칠 수 있는 겁니까?”
“어차피 이건 본사에서 와야 돼요. 걔들도 그걸 노리고 일부러 원격으로 장난을 친 거고 말입니다.”
“그럼 또 당해야 한다는 건가요?”
“아니죠, 오히려 그걸 역이용하는 겁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유승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유승일로서는 지금 간절하다는 의미였다.
만약 이대로 본사에서 박선우 실장이 왔다 가게 되면 지난번처럼 또 백만 원이 날아갈 판이다.
지금 비디오 대여료가 100원이다. 백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비디오 만 장을 대여해야 그 돈을 벌 수 있다.
말이 만 장이지 그 정도 대여하려면 최소한 열흘은 장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유승일로서는 지금 간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사와 어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그러면 굳이 그쪽에서도 많은 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걔들도 일단 목적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일 테니 말입니다.”
“만약 그게 아니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용돈이 목적일 때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합니까?”
“그땐 세게 나가십시오. 나도 다른 데서 당신들이 원격으로 장난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꼬리를 내린단 말인가요?”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들도 켕기는 게 있으니까 세게는 못 나올 겁니다. 아니면 제 이름을 팔아도 됩니다. 저도 그 문제로 막판에 제대로 한판 붙었었으니까 말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유승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는 편안하게 보였다.
그때 이한구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건 그거고 언제까지 백 원으로 갈 겁니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데 말입니다.”
“저는 더 죽겠습니다. 저 아래 시네마천국에서 제가 없어지기 전에는 끝낼 생각이 없으니 말입니다.”
“근데 그 친구는 무슨 이유로 사장님을 쫓으려는 겁니까?”
“그건 그러니까…….”
유승일은 현성이 지금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이한구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사장님이 처음 이 동네에 들어온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거네요?”
“그런 셈입니다. 그리고 이 동네에 들어오면서 다른 대여점들을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 죗값을 받아라, 이겁니까?”
“네, 맞습니다.”
“흠…….”
이한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이한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친구 능력은요?”
“저하고는 게임이 안 됩니다. 강원도에서 식당과 공장을 운영하는데 하루에 순수익만 평균 6억을 번다고 합니다.”
“얼마요?”
“안 믿어지죠? 근데 그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제가 게임이 되겠습니까?”
“허…….”
이한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답은 나왔네요.”
“답이요?”
“네, 어차피 이건 이전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저도 그 생각을 안 한 게 아닌데 문제는 임대 기간입니다. 처음 계약할 때 3년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부동산에 내놔야지요. 누군가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물론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막상 움직이려고 하니 겁이 난다는 것이다.
이 많은 비디오를 어디로 옮긴단 말인가 말이다.
만약 본사에 의뢰를 할 경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 같고 그렇다고 직접 하자니 엄두가 안 나고 이래저래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어쨌거나 유승일은 알았다는 듯 몇 마디를 더 하고 이한구와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잠시 후.
이한구가 비디오를 빌리고 나가자 유승일은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 대상은 물론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고.
일단 프로그램부터 살리는 게 우선이니 말이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박선우 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부평입니다. 프로그램이 또 맛이 갔습니다. 아무래도 내려오셔야겠습니다!”
유승일은 당당하게 말했다. 어차피 본사의 장난이란 걸 안 이상 굳이 기가 죽을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요? 혹시 컴퓨터에 이상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닌 거 같고 누군가 장난을 치는 거 같습니다.”
-장난이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건…… 아, 아닙니다. 제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유승일은 조금 전에 이한구로부터 들은 얘기를 하려다 어차피 그래 봐야 별 도움이 안 될 거 같았기에 바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박선우 실장이 바로 물었다.
-혹시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습니까?
박선우 실장이 민감한 이유는 어제 유승일이 말한 이한구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프로그램 때문에 크게 문제가 생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본사에서 프로그램 가지고 장난친다는 것을 알고 문제 제기를 했었다.
결국 좋게 해결이 되긴 했지만, 그 문제에 있어서는 본사의 입장도 떳떳하지 못했기에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 이한구가 유승일과 만났다고 하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승일은 잠깐 고민을 하다가 바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조금 전에 이한구 씨가 다녀갔습니다.”
조금 전에는 그냥 넘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본사의 장난이란 걸 어필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이한구도 자신의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얘기를 했었고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가 약간 변한 듯했다.
-아, 이한구 씨요…….
“이제는 기억이 나십니까? 어제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더니.”
-어제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기억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혹시 뭐라고 하던가요?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이상한 소리요?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만큼 그는 지금 이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신경이 쓰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유승일이 바로 물었다.
“뭘 그렇게까지 놀라십니까? 혹시 그 친구한테 무슨 실수라도 한 게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그 사람한테 실수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이한구 씨가 뭐라고 하던가요?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에서 긴장한 모습이 느껴졌다. 평상시에 통화하던 목소리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유승일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말을 이었다.
“본사에서 원격으로 프로그램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말입니다.”
-네? 아니, 그 자식은 무슨 그런 헛소리를…….
박선우 실장의 입에서 ‘그 자식’이란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그만큼 그는 지금 흥분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결국 이한구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유승일이 노리는 건 따로 있었다.
“헛소리가 맞지요?”
-그럼요, 그게 말이 됩니까? 본사에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그건 말이 안 됩니다.
피식.
유승일은 모처럼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이 흥분한다는 건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면 그만큼 그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기에 수월할 테고.
유승일은 바로 실천에 옮겼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물론이지요, 그건 아마도 그 친구가 뭔가 오해가 있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프로그램 좀 바로 오셔서 살려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처음도 아니고 벌써 이번이 세 번째라서 말입니다.”
유승일은 일부러 ‘세 번째’라는 말에 힘을 줘 말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이번엔 어떡하든 비용을 안 들이고 프로그램을 살리고자 함이었다. 어차피 이한구의 용도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이한구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건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혹시 이번에도 비용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요?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짼데 말입니다.”
-네? 그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박선우 실장은 어쩔 수 없이 유승일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50만 원이라도 받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상황이 아니란 걸 바로 알았다.
그 이유는 바로 이한구, 그 자식 때문이었다.
악연은 끝까지 악연이라고 하더니 그놈을 다시 만난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말이다.
“히히.”
전화를 끊은 유승일은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돈도 돈이지만 도도했던 박선우 실장의 콧대를 꺾었다는 사실에 더 기분이 좋은 탓이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한편, 전화를 끊은 박선우 실장은 인상을 팍 썼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아침부터 뭐야?”
“당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부평의 유 사장 말입니다. 그게 그러니까…….”
박선우 실장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민홍식 회장의 표정도 처음과는 달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박선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민홍식 회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결국 그놈이네?”
“네, 맞습니다. 이한구 그놈이 일을 다 망쳤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50만 원은 그냥 용돈으로 들어오는 거였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거기 폐업 물건도 힘든 거 아냐?”
“글쎄요, 일단 부평에 가서 살살 잘 얘기해 봐야 알 거 같습니다.”
“흠…….”
민홍식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잘 얘기해 보고, 그건 그렇고 그 이한구라는 놈 말이야, 내가 듣기로는 그때 가게 주변에서 평이 안 좋았던 거 같던데…….”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주변에서 사기꾼이라고 하더라고요. 돈도 주변에서 빌린 후에 갚지도 않고…… 하여간 나이도 많지 않은 놈이 질적으로…….”
박선우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엮인 인연이지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놈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저는 그럼 인천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가서 잘 구슬려 봐. 어떡하든 폐업 물건은 우리가 잡아야 하니까.”
“네, 그럼…….”
박선우 실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사무실을 나갔다.
***
“후후!”
유승일은 모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바로 박선우 실장 때문이었다.
조금 전 프로그램을 고치고 돌아갔다.
그런데 웃긴 건 그가 가게에 오면서 음료수를 사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 번을 넘게 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게 다 그 이한구 때문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여지없이 백만 원을 본사에 뺏겼을 것이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이한구 씨!”
유승일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철철 넘쳤다. 왜 안 그러겠는가. 그 덕분에 백만 원을 벌었으니 말이다.
“본사에서는 왔다 갔어요?”
“네, 조금 전에 왔다 갔어요. 그나저나 한구 씨 덕분에 내가 이번에 백만 원을 아꼈습니다. 이거 너무 고마워서 어쩌지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야 그저…… 혹시 그런데 박 실장이 저에 대해서 아무 말도 않던가요?”
“네? 무슨 말을요?”
“아니, 꼭 무슨 말은 아니고 그냥 저에 대해서…….”
“아니요, 그냥 프로그램만 고치고 바로 갔는데요. 그런데 왜요?”
“아, 아닙니다.”
히죽.
이한구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저기 혹시 죄송한데…….”
이한구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러자 유승일이 바로 물었다.
“뭔데 말을 하다 맙니까?”
“아닙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경우가 아닌 거 같아서 말입니다.”
“경우요? 허허,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궁금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괜찮으니까 말씀해보세요.”
“저, 그럼…….”
이한구가 잠깐 시간을 끌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돈이 조금 급하게 필요해서 말입니다.”
“돈이요?”
“네, 친구 녀석 아들내미가 오늘 돌인데…… 아, 아닙니다. 그냥 못 들은 거로 하세요.”
“얼마나 필요한데요?”
“십만 원이요. 저랑 워낙 친한 놈이라…….”
“아, 네…….”
유승일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지갑을 꺼냈다. 그리곤 바로 지갑을 확인했다.
“어허, 이거 어쩌지요. 저도 돈이 없네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그냥 서울 집에 다녀오면 됩니다.”
“흠…….”
유승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 없이 이한구를 잠깐 바라봤다. 그리곤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거 제 통장인데 제가 갈 시간은 없고 잠깐 은행에 다녀오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한구 씨 덕분에 제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렇게라도 도와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감사하네요. 자, 이거 받으세요. 비밀번호는 통장 맨 뒤에 있고 여기 도장이요.”
유승일은 통장과 도장을 이한구한테 내밀었다.
“이거 죄송해서…….”
이한구는 유승일이 내민 통장과 도장을 받았다. 그런 그의 눈빛은 찰나였지만 반짝였다. 물론 유승일은 그걸 알 리 없었고.
“그럼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이한구는 바로 영화마음을 나와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얼굴엔 어느새 비릿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