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66)
회귀해서 건물주-566화(56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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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유승일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박선우 실장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박선우 실장 또한 질 수 없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사장님,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고…….”
“잠깐만요!”
유승일은 손을 들어 박선우 실장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박 실장님 얘기는 하루라도 빨리 비디오를 처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진다는 거지요?”
“네, 물론입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비디오를 넘기라는 거고요?”
“네, 맞습니다. 이게 다 사장님을 위해서 그러는 겁니다.”
피식.
유승일은 박선우 실장의 말이 끝나자 한쪽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비웃는 것이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박선우 실장이었다.
“지금 그 웃음은……?”
“네, 비웃는 겁니다.”
유승일은 일부러 대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어차피 이제는 더 이상 본사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박선우 실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유승일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왜요? 이젠 젊은 양반이 귀까지 먹었습니까?”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그러는 박 실장님은 지금 이 행동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겁니까? 저는 단지 사장님을 생각해서 하루라도 빨리 폐업을 하는 게 낫다고 말씀드리는 건데 말입니다.”
박선우 실장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자 유승일은 한 번 더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입을 열었다.
“지금 저를 위해서 라고 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자고로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무슨 말을 잘못했다고…….”
“허허…….”
유승일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는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저를 위한 게 아니라 박 실장님을 위해서, 아니, 어차피 박 실장님도 중간에서 심부름만 하는 거니까 엄밀히 말하면 본사를 위해서 지금 이러는 거 아닙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네? 아니, 그게 무슨…….”
박선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물론 조금 전부터 대차게 나오는 유승일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감은 잡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대놓고 말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자고로 야구를 할 때도 직구로 들어오는 공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그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지금 유승일이 딱 그 짝이다.
돌려 말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직접 핵심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폐업을 서두르는 건 말이 좋아 유승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 목적은 본사를 위해서다.
괜히 시간 끌다가 다른 중고 업자한테라도 넘어가게 되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대한 티를 안 낸다고 했지만 상대가 그걸 이미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선우 실장이 누구인가.
이 바닥에서 10년을 넘게 버텨온 그가 아니던가 말이다.
이 정도쯤이야.
“흠흠.”
박선우 실장은 헛기침을 한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말입니다.”
박선우 실장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어차피 이럴 땐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그동안의 경험에서 터득했기 때문이다.
유승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역시 경험이 있으시니 바로 인정을 하시는군요?”
“어차피 아니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사장님이 믿으실 것도 아닌데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그 부분은 그렇게 짚고 넘어가고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결론은 하나입니다. 하루빨리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는 거죠. 조금 전에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박선우 실장의 말이 길어졌지만 어차피 그다음 얘기는 뻔한 얘기였다. 신프로가 빠지는 만큼 폐업가는 점점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유승일이 바로 물었다.
“그다음은요?”
“네? 그다음이요?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폐업을 하고 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느냔 말입니다.”
“그거야 사장님이 알아서…….”
“풉.”
유승일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본사에서는 알맹이만 쏙 빼먹고 나머지는 나보고 알아서 해라? 지금 이 얘깁니까?”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건 본사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서 말입니다.”
“휴우…….”
유승일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물론 유승일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본사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쨌든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임대 기간이다. 처음 계약할 때 3년을 했으니 앞으로 남은 기간이 2년 이상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월세다. 그것도 한 달에 3백만 원.
지금으로선 폐업보다도 그 월세가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본사에서는 지금까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없다. 유승일이 섭섭한 게 바로 이거다.
가장 골치 아픈 건 앞으로 남은 임대 기간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
단 한 번이라도 그거에 대해서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승일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그건 제 책임이라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가 있는 겁니까?”
“그건…….”
“저는 그게 서운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기껏 한다는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폐업 견적가만 떨어진다고 하니…… 휴우!”
유승일은 말을 하다 말고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선우 실장은 은근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흔한 말로 애들도 아니고 50년을 넘게 산 사람이 그런 거에 서운하다는 게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내색할 수도 없다 보니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승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운하지만 그거야 어차피 제 문제이니 그렇다 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지금 얼마를 주시겠다는 겁니까?”
“그 금액은 지난번에 이미 말씀을 드린 거 같습니다만…….”
피식.
유승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물론 그 미소의 의미는 이번에도 비웃음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놈들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2천 밖에 못 주겠다는 거지요?”
“그것도 지금으로선 최선입니다. 벌써 신프로 안 들어간 지가 열흘이나 됐으니 말입니다.”
유승일은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얼마 전에 현성이 말하기를 기본 3천5백에서 4천은 받을 수 있다고 했었다. 거기다 혹시 운이 좋아 창업자와 직접 거래를 할 경우엔 5, 6천까지도 받을 수 있다고도 했고.
그런데 본사에서는 곧 죽어도 2천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 순간 유승일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본사를 상대로 장난이라도 치고 싶었다.
“이상하네요?”
“네? 뭐가 말입니까?”
“제가 아는 다른 업자는 그렇게 말을 안 하던데요?”
“네? 다른 업자요?”
박선우 실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업자가 끼어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바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업자 누구요?”
“제가 그걸 말할 순 없지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요? 하하…….”
박선우 실장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고 말았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 물건으로 남길 수 있는 금액은 기본적으로 8천 정도다. 많으면 1억 이상도 가능하다. 그런데 여차하면 그 금액이 날아갈 수도 있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중요한 건 견적가다.
다른 중고 업자가 얼마를 불렀는지 그것을 아는 게 우선일 것이다.
박선우 실장은 바로 물었다.
“혹시 그 업자가 얼마를 불렀습니까?”
“글쎄요, 그걸 제가 내 입으로 말을 해야 되나…….”
유승일은 일부러 뜸을 들였다. 어차피 이제부터 아쉬운 건 박선우 실장 쪽일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선우 실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지 말고 그 업자가 얼마를 불렀는지…….”
“그게 차이가 나도 너무 나서 말입니다.”
“네? 어느 정도이기에…….”
박선우 실장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유승일의 물건이 구색으로 치면 최고의 물건이다. 그럼에도 금액을 2천으로 불렀던 것은 다른 경쟁 업자가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다른 중고업자가 이미 생긴 것은 물론이고 견적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견적가가 자신이 불렀던 것보다 많다는 것이고.
“음…… 기본 5천을 부르더군요.”
유승일은 잠시 고민 끝에 현성이 불렀던 금액보다 천만 원을 더 불렀다. 어차피 이왕 엿 먹이는 거 제대로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한 것도 있고 하니 말이다.
“지금 5천이라고 했습니까?”
“네,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
박선우 실장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부른 값은 2천이다.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5천을 불렀다.
1, 2백 차이가 나면 그거야 더 줄 수도 있으니 큰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너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유승일이 다시 말을 이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제가 볼 때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무조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떻게 같은 물건을 놓고 3천이나 차이가 날 수 있는 겁니까?”
“글쎄요, 저도 이해가 안 가네요.”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유승일의 물건이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중고업자가 5천을 부를 정도는 아니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그건 오픈 물건으로 바로 들어갈 때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5천씩이나 불렀단 말인가.
‘혹시?’
박선우 실장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첫날 자신이 왔다 간 다음에 언급했던 인물, 바로 현성이었다.
현성의 뒤에는 업자 중에서는 최고인 최윤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라면 5천까지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잠깐 고민을 하던 박선우 실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꼬맹이입니까?”
“그건 제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지금 그게 아닌 거 같은데요. 제가 궁금한 건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글쎄요.”
박선우 실장은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말을 까딱 잘못했다가는 진짜 유승일의 물건이 날아갈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일단 한 발 물러나는 게 상책일 듯싶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저도 생각을 좀 더…….”
박선우 실장은 어쩔 수 없이 대충 인사를 한 후 병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거기에 더 있다가는 일이 점점 더 꼬일 거 같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온 박선우 실장은 바로 본사에 있는 회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회장님, 접니다.”
-그래, 어떻게 됐어?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박선우 실장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박선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그 업자가 도대체 누구야?
“그걸 말을 안 합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영화마음 물건에 고춧가루를 뿌린단 말이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보통 웬만한 업자들은 알아서 우리를 피할 텐데 말입니다.”
견적을 낮게 부른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업계에서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중고업자들은 영화마음이 폐업을 하더라도 그 물건에는 손을 안 댄다. 어찌 보면 그만큼 예우를 해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 체인점이 있다 보니 그 파워를 무시하지 못하는 탓일 것이다.
-누군지 찾을 수 있지?
“네, 시간이 며칠 걸려서 그렇지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예상이 가는 인물도 있으니 말입니다.”
-누구?
“그 꼬맹이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그놈 외에는 감히 우리와 맞설 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민홍식 회장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혹시 그 꼬맹이가 맞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게 좀 애매합니다. 다른 놈이라면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한데 그 꼬맹이는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워낙 돈이 많다 보니 우리로서도 역부족이라…….”
-골치 아프군.
“네, 그렇습니다. 괜히 잘못 엮이면 우리 영화마음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놈이 못할 일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제일 두려운 게 바로 돈이다. 이번엔 부평점 하나로 끝나지만 만약 작정을 하고 싸우자고 덤벼든다면 이겨낼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쩔 거야?
“일단은 부평에 있으면서 그놈이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하여간 그놈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어쨌든 그놈이 누구인지 밝혀지면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천하의 영화마음도 두려운 존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토록 업계를 뒤흔들던 그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