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67)
회귀해서 건물주-567화(56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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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
박선우 실장이 병실에서 나가자 유승일은 휴게실로 나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 사장, 날세.”
유승일이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현성이었다.
-네, 아저씨.
“혹시 지금 통화 괜찮은가?”
변화라면 변화였다. 언젠가부터 통화하기 전에 상대방이 통화가 가능한지 상태를 묻는 버릇이 생겼다. 그만큼 유승일한테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조금 전에 본사에서 박 실장이 다녀갔네.”
-혹시 비디오 때문인가요?
“맞네, 결국은 물건이 탐이 났던 거지.”
-금액은요?
“처음 불렀던 그 금액을 그대로 얘기하더군. 그래서 오늘은 내가 작정을 하고…….”
유승일은 박선우 실장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유승일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5천을 말씀하셨다는 거죠?
“그래, 그랬더니 그 업자가 누구냐고 바로 묻는 거야.”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당연히 밝힐 수 없다고 그랬지.”
-그랬더니요?
“찍소리도 못 하고 가더라고. 그 얼굴을 김 사장이 봤어야 하는데 말이야. 하하…….”
유승일은 기분 좋다는 듯 통쾌하게 웃었다. 아마도 그동안 쌓인 불만을 그런 식으로라도 푸는 듯했다.
잠시 후.
유승일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자네가 제대로 견적을 봐줄 수 있겠는가?”
-제가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이제 본사 놈들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니 내가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
-저번에 중고업자 한 사람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전화를 했더니 자기는 영화마음 폐업 물건은 잡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만약 영화마음 본사에서 그 사실을 알면 자기를 죽일 거라는 거야.”
-죽여요?
“나도 몰랐는데 그런 게 있나 봐. 그러니까 더 이상은 이쪽 비디오 업계에서 활동을 못 하도록 한다는 거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도 얼핏 들었던 얘기다. 영화마음이 폐업을 하게 되면 그 물건은 일반 업자들은 손은 못 댄다고 말이다. 혹시라도 그 물건에 손을 대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전국의 수많은 체인점을 이용해 자기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거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국의 영화마음 물건은 본사가 독식하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결국 폐업 물건값은 형편없는 가격에 거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 폐해는 점주들의 몫이고 말이다.
-그래서 물건값을 그렇게 싸게 후려쳤던 거군요?
“그러니까 말이야,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지. 아주 본사 놈들이 알고 보니 악질 중에서도 최고 악질이야.”
-그래서 저한테 지금 의뢰를 하는 거고요?
“그래, 돈도 돈이지만 다른 업자들은 불러도 안 오니 어쩔 수가 없네. 그리고 중요한 건 본사 놈들도 자네한테 만큼은 함부로 못 할 테니까 말이야.”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성으로선 얼핏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무슨 이유로 영화마음 본사에서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지 말이다.
“걔들도 알고 있거든.”
-네? 뭐를 말입니까?
“김 사장의 재력 말이야.”
-저의 재력이요?
“그래, 저번에 통화해 보니 김 사장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도 알고 있더라고. 그러니 걔들 입장에서도 김 사장이 나서서 내 물건을 잡아도 어쩔 수 없을 거란 말이야. 감히 건들지 못하거든. 만약 건드렸다가 김 사장이 영화마음을 상대로 선전포고라도 하는 날에는 영화마음도 끝이니까 말이야.”
씨익.
조용히 유승일의 얘기를 듣던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유승일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전국의 영화마음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그들 또한 자본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길게도 필요 없다.
3개월 정도만 100원으로 덤핑을 치면 모든 영화마음은 정리가 될 것이다. 부평의 영화마음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의 영화마음도 어느 순간 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현성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대여료의 정상화.
전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덤핑 대여료만 잡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는 영화마음과 담판을 지으려고 항상 생각 중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이 은혜는 내가 잊지 않을 거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더 큰 문제?”
-네, 임대 기간 말입니다. 이제 겨우 5개월 지났으니 남은 기간이 많이 남았을 텐데 월세는 어떻게 할 겁니까?
“역시 자네는 다른 사람하고는 다르군.”
유승일은 다시 한번 현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조금 전에 본사의 박선우 실장한테 서운 했던 게 바로 그거였다.
비디오를 빼는 게 급한 게 아니라 그 후가 더 큰 문제였다. 남은 임대 기간 동안 월세 부담을 어찌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거에 대해서 본사에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유승일로서는 그게 서운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성은 지금 바로 그 문제를 얘기하는 있지 않은가 말이다.
반면 현성은 유승일이 뭐가 다르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르다고요? 저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본사에서는 그 문제에 관해 아예 신경도 안 쓰더라고. 나한테는 그게 제일 큰 부담인데 말이야. 그래서 오죽했으면 내가 박 실장한테 서운하다고 했을까.”
-아, 네…….
현성은 그제야 유승일이 조금 전에 했던 말의 의미를 알았다.
어쩌면 그게 바로 본사의 실체일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점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 말이다.
“2428이네.”
-네? 그 숫자는 뭡니까?
“가게 문 비밀번호네.”
-비밀번호요? 근데 그걸 왜 저한테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정확한 견적을 내려면 아무래도 직접 물건을 봐야 할 거 아닌가? 아무 때나 시간 날 때 들어가서 확인해보게. 그리고 전기 스위치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 있네.”
현성은 유승일의 얘기를 들으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비밀번호를 가르쳐 준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뭐겠는가.
완전히 믿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전생에서의 유승일?
악연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가게 문의 비밀번호를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유승일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내가 퇴원하면 미안하지만 동네 대여점 사장님들 좀 한 자리에 모아주게.”
-사장님들은 왜요?
“사과를 하려고.”
-네? 사과요?
사과라는 말에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만큼 전혀 예상을 못 했다는 의미였다.
그때 유승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병원에 있으면서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네. 근데 김 사장이 예전에 나한테 했던 말이 계속 생각나더라고.”
-네? 제가 무슨…….
“이 동네에 들어온 목적 말이야.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자네한테 대여료를 올려달라고 사정을 한 적이 있었네. 그때 김 사장이 나한테 아저씨는 처음부터 이 동네에 들어올 때부터 다른 사람들을 다 죽이고 혼자만 살려고 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아, 네. 기억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었네. 난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그 동네에 오픈을 했던 거네. 그땐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병원에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쁜 생각인지 깨닫게 됐네.”
유승일은 잠깐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병원을 나가면 그분들한테 용서를 구하고 싶네.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네. 내가 당해보니까 그제야 그게 얼마나 나쁜 행동인지 알겠더라고.”
회개(悔改).
유승일은 지금 과거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겠다는 의미였다.
사람이 변한다는 말, 처음엔 믿지 않았었다.
오죽하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이미 경험을 한 상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사채업자였던 박희철이다.
전생에서는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하던 그가 변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유승일, 그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 그건 바로 회개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계기가 있었다.
박희철 같은 경우는 죽음을 면했고, 유승일 같은 경우는 비록 초기이긴 하지만 간암에서 치료 중이다.
결국은 생명이라는 얘기다. 죽을 뻔했거나 혹은 죽을병에 걸리거나 그런 경우에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게 정말입니까?
묻는 현성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현성으로서도 유승일의 변화가 반갑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말이네, 내가 그동안 자네한테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네. 사실 지금이야 말이지만…….”
유승일의 말이 길어졌다. 말이 길다는 건 그만큼 할 말이 많다는 것일 테고 할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생각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잠시 후.
유승일이 마지막으로 말을 끝내며 현성을 불렀다.
“김 사장!”
-네, 아저씨.
“정말 고맙네. 내가 지금까지 50년을 넘게 살았지만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을 자네를 만나고 이제야 깨달았네. 역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었네. 자네가 지난번에 얘기했던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요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했었네.”
유승일이 잠시 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결론은 자네 말이 맞았네. 사람은 역시 더불어 사는 게 맞았어.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틀렸네.”
-…….
“그래서 말인데, 내가 그 동네에서 자네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가?”
-부평에서 말입니까?
“그래, 그러고 싶네. 지금까지는 나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쳤지만 앞으로는 동네 사람들과 서로 인사도 나누고 함께 살고 싶네.”
-음…….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응? 방법이 있겠는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일단은 비디오부터 정리하고 그다음에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맙네, 난 그럼 자네만 믿고 있겠네. 그런데 하나만 물어도 되겠는가?”
-네? 무슨……?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와서 갑자기 무엇을 묻겠다는 것인지 그게 궁금한 탓이었다.
“지난번에는 나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뭐를 안 된다고 했다는 말씀인지…….
“더불어 사는 거 말일세.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을 때 그때는 분명히 안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흔쾌히 된다고 하니 말이야.”
-그거야 아저씨가 변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호구는 싫습니다.
“뭐? 호구?”
-네, 그렇습니다. 그나마 지금 아저씨가 처음과는 달리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대여점 사장님들한테도 용서를 구하겠다고 하시니 저도 마음이 바뀐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아저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 겁니다.
“허허, 그러니까 내가 변해서 자네도 변했다는 얘기군?”
-따지고 보면 그런 셈입니다. 호구 짓은 저 또한 사양이거든요.
솔직한 심정이었다. 유승일이 변하지 않았다면 현성의 도움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비디오는 대충 처분해줄 수 있었겠지만 그 이상은 현성도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에 다른 비디오 대여점 사장들한테 사과를 한다는 말에 마음이 바뀐 것이었다.
그 후로 몇 마디를 더 나누고 유승일과의 전화를 끊었다.
현성이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이명훈이 슬쩍 물었다.
“영화마음 사장입니까?”
“응, 맞아.”
“근데 갑자기 그 호구 얘기는 뭡니까?”
“호구가 뭔지는 알지?”
“물론이죠.”
“나도 호구되는 건 싫다는 얘기였어. 일방적으로 호구 짓은 안 하겠다고 말이야.”
“누가 사장님한테 호구래요?”
“그건 아니고…… 일단 그런 게 있어. 너도 어디 가서 호구라는 소리는 듣지 마라. 사람이 살면서…….”
현성의 설명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니 일방적으로 베풀고 하는 것들이 결국은 호구 짓이라는 걸 알았다. 너무 계산적인 것도 문제지만 일방적으로 퍼주는 것 또한 문제였다.
세상에는 어느 정도의 기브 앤 테이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명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은 적당히 주고받으라는 말씀인 거죠?”
“바로 그거야, 그게 세상에서 무시 안 당하고 사는 거야. 그렇다고 너무 계산적으로 살면 그 또한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고. 결국은 ‘적당히’가 정답인 거 같다.”
“문제는 그 ‘적당히’란 말입니다. 그게 어려운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적당히…….”
“그러니까요, 그게 어렵다는 겁니다. 하하…….”
이명훈이 웃고 말았다. 그러자 현성 또한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그 ‘적당히’란 말이 쉬운 게 아닌 건 분명한 거 같다.
잠시 후.
현성이 이명훈을 보며 말했다.
“나 잠깐 영화마음에 갔다 올 테니까 가게 잘 보고 있어.”
“거긴 왜요?”
“마무리.”
“마무리요?”
“그래, 최종적으로 견적 내러 간다.”
“드디어 영화마음 부평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건가요?”
현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후 가게를 나왔다. 그리곤 바로 발걸음을 영화마음으로 향했다.
5분 후.
삑삑삑삑.
영화마음에 도착한 현성은 망설임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 새낀 뭐야?”
영화마음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던 박선우 실장의 입에서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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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