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68)
회귀해서 건물주-568화(568/740)
“저놈이 왜?”
박선우 실장은 황당 그 자체였다.
조금 전 영화마음으로 들어간 사람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바로 시네마천국의 그 꼬맹이다.
그 꼬맹이가 영화마음으로 왜 들어간단 말인가.
그것도 비밀번호까지 당당하게 누르면서 말이다.
비밀번호를 안다?
그 얘기는 영화마음 사장인 유승일이 그한테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말이 된다. 그 말은 곧 유승일이 비디오를 그 꼬맹이한테 넘겼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설마?”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가장 우려했던 게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어차피 일반 중고 업자들은 영화마음 물건에 손을 댈 수가 없다. 그건 이미 이쪽 비디오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 사람, 저 꼬맹이만은 예외다.
어차피 그는 업자가 아니다 보니 영화마음으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마음에서도 그에겐 압력을 행사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그의 재력 때문이다.
만의 하나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전국에 있는 수천 개의 영화마음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던 박선우 실장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혼자 판단을 할 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회장님, 접니다.”
박선우 실장이 전화를 건 사람은 본사의 민홍식 회장이었다.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일이 생긴 거 같습니다.”
-일? 무슨 일?
“조금 전에 그 꼬맹이가 영화마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유 사장은 아직 병원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꼬맹이가 어떻게 가게 안으로 들어간단 말인가?
민홍식 회장도 박선우 실장이 말한 그 꼬맹이가 누군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기에 더는 묻지 않았던 것이다.
“비밀번호를 직접 누르고 들어갔습니다.”
-뭐? 비밀번호를? 그 말은 유 사장이 그 꼬맹이한테 비밀번호를 가르쳐줬다는 얘기가 아닌가?
당연한 얘기다. 닫혀 있는 문을 당당하게 열고 들어간다는 건 그 주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줬기에 가능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민홍식 회장이 놀란 이유는 단순히 그 비밀번호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는 건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건 박선우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단순하게 비밀번호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무슨 얘긴지 나도 알고 있네.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건 그 이상의 것을 위임했다는 얘기일 테니까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유 사장이 우리 대신에 꼬맹이한테 물건을 넘긴 거 같습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골치 아프군, 잠깐 생각을 좀 해보세.
민홍식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그 후로 얼마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민홍식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은 확인이 필요하니까 가게로 들어가 보게. 혹시라도 우리가 예상한 게 맞는다면 어차피 우리는 바로 철수하면 되네. 어차피 그 꼬맹이와 엮여봐야 좋을 게 없을 테니까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싸우자고 덤벼들면 골치 아프니까 말입니다. 그럼 저는 가게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선우 실장은 전화를 끊자마자 영화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각.
현성은 영화마음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현성은 당연히 손님인 줄 알고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비디오를 빌리러 들어온 손님이 아니었다.
“아니, 당신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영화마음 본사의 박선우 실장이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오랜만이네, 김 사장.”
박선우 실장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놓기로 했다. 어차피 나이도 15년 차이가 나니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말을 놓은 이유는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이 위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반면 현성은 순간적으로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난번에 오픈할 때 잠깐 본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뜸 반말을 들으니 조금 어색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내색하는 것도 이상하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네? 네, 그런데 본사에 계셔야 하는 분이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잠깐 지나가다가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왔네.”
“지나가다가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건 어차피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박선우 실장 때문이었다.
서울이 무슨 옆 동네도 아니고 지나가다가 들어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김 사장이 여기는 어쩐 일인가?”
“유 사장님이 부탁을 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
“부탁?”
박선우 실장으로선 현성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부탁’이라는 말에 바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현성의 대답이 이어졌다.
“네, 유 사장님이 정확한 견적을 내달라고 해서 말입니다.”
“견적?”
박선우 실장은 이번엔 ‘견적’이라는 말에 놀라고 말았다. 그 말은 곧 비디오를 넘기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건 바로 현성의 능력이다. 기껏해야 이제 고작 5개월 조금 넘게 대여점을 운영한 게 그의 전부다. 그런 그가 무슨 견적을 낸단 말인가.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바로 물었다.
“자네가 견적을 낸다고?”
“왜요? 제가 견적을 낸다니까 이상한가요?”
물론 현성 자신도 알고 있다. 기껏해야 이제 겨우 5개월 조금 넘게 대여점을 운영한 사람이 견적을 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믿는 건 전생의 경험이었다. 어차피 비디오를 12년 넘게 하다가 나중에 책 대여점으로 갈아탔으니 말이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럼 먼저 한 가지만 묻죠, 견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음…… 글쎄, 그거야 아무래도 비디오 장수가 아니겠는가?”
“그래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응? 그럼 뭐가……?”
박선우 실장은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저는 구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대박 작품은 어느 가게나 다 있습니다.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는 다릅니다. 특히 인도나 이란 그리고 유럽에서 만든 드라마 같은 경우엔 극장에서도 흥행을 못 하다 보니 작품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여점을 제외하고는 구매를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정하십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렇다 보니 나중엔 그런 비디오는 사고 싶어도 못 삽니다. 하지만 중박이나 대박 작품 같은 경우엔 돈만 주면 얼마든지 살 수가 있죠. 안 그렇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제가 중요시 여기는 건 비디오의 보유 장수보다는 구색이라는 겁니다.”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얘기다. 조금 전에 현성이 질문을 했을 때 자신의 생각도 현성의 생각과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수량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보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일종의 테스트였다.
이번엔 박선우 실장이 먼저 물었다.
“그럼 두 번째는?”
“그다음은 신프로입니다. 신프로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견적이 달라지니까 말입니다.”
“이유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영업에 도움이 되는 건 신프로니까 말입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신프로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2년을 신프로 기준으로 잡습니다.”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중고 업자들은 신프로의 기준을 보통 1년으로 잡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바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2년으로 잡는 이유가 있는가?”
“네, 물론입니다. 저는 손님의 입장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손님의 입장?”
“네, 제가 알기론 대부분의 업자들은 신프로 기준을 1년으로 잡는데 그건 잘못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손님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장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아무리 비디오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출시되는 모든 비디오를 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보니 보지 않은 비디오는 계속 쌓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신프로는 매달 출시되고 말이다.
결국은 보지 않은 작품들도 날짜기 지났다는 이유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게 신프로의 기준을 꼭 출시일을 기준으로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출시일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말이다. 그래서 현성이 선택한 게 신프로의 기준을 좀 더 넓게 잡기 위해서 2년으로 잡은 것이다.
실제로 영업에 적용을 하기도 했었다.
3개월 주기로 비디오의 위치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충분했었다. 보이지 않던 비디오가 앞으로 나오면 손님들은 그 프로를 빌려가는 것이었다. 이미 출시된 지 2년이 지난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는 몇 년이 지난 프로도 그런 식으로 대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손님들은 2년이 지나도 신프로라 생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군?”
“네, 그렇습니다. 그건 주인이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기준을 2년으로 잡겠다는 겁니다.”
“흠…….”
박선우 실장은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일리가 있는 얘기군, 어차피 손님 입장에서는 2년이 지나도 안 본 건 신프로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말이야.”
“네, 물론입니다. 그 대신 그만큼 주인이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겁니다. 저는 그래서 3개월에 한 번씩 비디오의 위치를 바꿔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심지어는 5년이 지난 작품들도 가끔 대여될 때가 있습니다.”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 오거나 일주일에 두세 번 오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한 달에 보는 비디오 숫자가 채 10편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출시되는 비디오는 그에 비해 50편 이상은 되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한 달에 40편, 1년이면 480편 이상이 보지 않고 신프로 진열장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 위치를 바꿔줌으로써 신프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현성의 말에 의하면 그 폭을 2년으로 잡겠다는 것이고.
“듣고 보니 아주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자네는 그런 노하우를 어떻게 알았는가?”
“비디오 잡지에서 읽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사실은 전생에서 오랫동안 대여점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사실대로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잡지를 핑계로 댔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견적에서 또 중요시하는 게 있는가?”
“아이들 만화와 무협 시리즈입니다.”
“그건 또 왜?”
“이유는 하나입니다. 돈이 되니까요. 특히 아이들 만화 같은 경우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엄마들이 움직이게 되니까 말입니다. 결국은 아이들로 인해 온 식구가 다 움직이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놀랍군.”
박선우 실장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체인점을 운영하면서도 안타까운 게 점주들이 만화에 대해 너무 소홀히 대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니까 그냥 아무거나 있는 대로 보면 된다는 식이었다.
아무리 순회를 하면서 교육을 시켜도 좀처럼 지켜지지 않은 게 만화에 대한 투자였다.
그런데 이제 고작 5개월이 좀 지난 현성이 그것까지도 벌써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선우 실장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견적은 나왔는가?”
“네, 대충 나왔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느 정도인지 물어도 되겠는가?”
“그전에 제가 먼저 묻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나한테?”
박선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현성과의 만남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그런데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다는 얘기는 그는 어는 정도 미리 생각을 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궁금한 마음에 박선우 실장이 다시 물었다.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뭔가?”
“왜 그러셨습니까?”
“어? 그게 무슨…….”
“2천만 원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물건을 어떻게 2천만 원을 부를 수가 있습니까?”
현성은 일부러 직구로 던졌다. 어차피 돌려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이런 얘기는 솔직하게 바로 묻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박선우 실장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유승일 같은 경우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2천을 부를 수 있었지만 지금 질문을 하고 있는 현성은 달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조금 전에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웬만한 업자들보다도 그 내공이 더 탄탄하기에 더욱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물건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2천이란 금액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말씀을 못 하시는 것을 보니 박 실장님도 너무 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봅니다.”
“흠흠…….”
박선우 실장은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인정을 하시니 그 부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내린 견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꿀꺽.
긴장한 탓일까. 박선우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때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의 견적가는…….”
571
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