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69)
회귀해서 건물주-569화(569/740)
“6천입니다.”
“6천?”
박선우 실장은 현성의 ‘6천’이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낸 견적가는 2천이었다. 그 금액에 비하면 3배가 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금액을 적게 부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6천씩이나 되는 물건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견적을 낸다면 4천 정도가 맞을 것이다.
그런데 현성은 6천을 불렀다.
결국,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차이가 난다.
이 금액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역시 경험 부족에서 오는 판단 착오?’
박선우 실장의 머릿속에 얼핏 떠오르는 건 그의 경험 부족이었다.
이제 겨우 비디오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조금 더 지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경험 부족으로만 보기에는 또 그의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일단 확인하는 게…….’
잠깐 고민을 하던 박선우 실장은 일단은 왜 그 그런 금액이 나왔는지 판단 기준이 궁금했다. 아무리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고 그 정도의 금액을 부를 때는 그에 합당한 판단 기준이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군, 혹시 왜 그렇게 많은 금액이 차이가 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네, 그러죠. 아마도 정상적인 업자라면 이 정도의 물건은 4천을 부르는 게 맞을 겁니다.”
“4천?”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현성의 말대로 정상적인 견적은 4천이 맞다. 그런데 그는 그 금액에다 2천을 더해 6천을 부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처음 6천이란 얘기를 들었을 땐 경험 부족에서 오는 판단 착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정상적인 견적가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기에 2천을 추가했다는 얘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박선우 실장으로선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 2천을 추가한 이유는 뭔가?”
“저는 업자가 아니니까요.”
“업자가 아니다?”
“네, 실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이 물건을 업자가 가져갈 때는 4천을 부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창업자의 경우는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6천 정도는 줘야 될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다 치고, 그래서?”
박선우 실장은 흥미롭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차이가 나는 2천의 이유가 궁금한 것이니 말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6천과 4천의 차액, 2천은 당연히 업자의 몫이겠지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업자들도 먹고살아야 하니 그 정도는 챙길 수도 있겠지, 그래서?”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업자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 말은 결국 김 사장은 업자기 아니니 중간에서 챙기는 그 몫을 안 갖겠다는 얘긴가?”
“네, 맞습니다. 저는 굳이 그 2천을 안 먹겠다는 겁니다. 대신에 그 돈을 유 사장님한테 다 드리겠다는 겁니다.”
물론 처음부터 유승일의 물건을 처리해줄 생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그의 병을 치료하게 되었고 그러는 와중에 그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를 도와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반성이 있었다.
처음 이 동네에 들어왔던 목적, 즉 다른 대여점을 다 죽이고 혼자만 살겠다고 생각했던 그 목적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병원에 있으면서 그게 잘못됐다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병원에서 퇴원을 하면 제일 먼저 다른 대여점 사장들한테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반성과 함께 사과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이왕 도와줄 거면 제대로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까 지금 김 사장 얘기는 업자가 아니니 중간 마진을 안 먹겠다는 얘기지?”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업자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냥 유 사장님을 도와주는 걸로 만족합니다.”
“그 말은 결국 다른 업자들처럼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네?”
“굳이 따지자면 그렇습니다.”
“하긴…….”
박선우 실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로서는 남는 게 돈이다. 1년에 순수익만 2천억이 넘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유승일과는 어찌 보면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도와주는 관계가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궁금한 게 있네.”
“저한테요?”
“그래, 어찌 보면 자네와 유 사장은 그동안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는데 무슨 이유로 갑자기 이렇게 도와주게 되었는가?”
“음…… 그건 비밀입니다.”
현성은 잠깐 생각을 했지만 굳이 그 이유까지는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말이 ‘비밀’이라는 단어였다. 어차피 그들한테 유승일이 사과한 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고 말이다.
“좋네, 굳이 그거까지는 몰라도 되니 나도 더 이상은 묻지 않겠네. 하지만 이 말만은 안 할 수가 없군. 지금 자네가 하는 이 행동이 비디오 업계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조금 전에 김 사장이 직접 말했듯이 중간 마진을 안 먹겠다는 것이 바로 업계의 질서를 흔드는 행위네. 그만큼 견적가를 올려놨으니 말이야.”
“…….”
피식.
현성은 대답 대신 어이가 없다는 듯 슬쩍 웃고 말았다. 그것도 일부러 박선우 실장의 눈에 보이게끔 대놓고 말이다.
일종의 도발을 한 것이다.
역시 효과가 있었던 걸까, 박선우 실장이 바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 질서라고 했습니까?”
“그래, 자네는 이쪽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잘 모르겠지만 이 바닥에도 질서라는 게 있거든. 특히 중고 거래에 있어서는 말이야.”
“지금 영화마음에서 감히 비디오 업계의 질서를 말하는 겁니까?”
“뭐, 감히?”
박선우 실장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아마도 그건 현성이 말한 ‘감히’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제 겨우 비디오를 시작한 지 채 6개월도 안 된 현성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이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린 장본인은 영화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현성은 한 번 더 같은 말을 썼다.
“네, 감히요.”
“어허, 이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제가 하고 싶은 얘깁니다. 아니,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화마음에서 이 바닥의 질서를 말할 수 있는 겁니까?”
“영화마음이 어때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비디오 업계의 질서를 깬 사람들이 누굽니까? 영화마음 체인점 아닙니까?”
현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날부턴가 영화마음 하면 ‘덤핑’이라는 말이 먼저 생각날 정도로 이 바닥의 물을 흐린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선우 실장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듯했다.
“영화마음이 무슨 질서를 깨트렸다는 얘긴가?”
“진짜 모르는 겁니까?”
“우리가 뭘?”
“진짜 어이가 없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비디오 업계의 질서를 깨트린 장본인이 그걸 모른다고 하니 말입니다.”
“내가?”
박선우 실장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진짜 모르겠다는 듯 황당한 표정이었다.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실장님 말고 또 한 사람이 있죠.”
“또 한 사람? 그게 누군가?”
“누구긴 누굽니까, 바로 영화마음을 만든 민 회장이죠.”
“우리 회장님?”
“네, 맞습니다. 민 회장과 실장님, 바로 두 사람이 비디오 업계의 질서를 깨트린 주범입니다.”
박선우 실장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물었다.
“우리가 무슨 질서를 깨트렸다는 건가?”
“대여료요, 이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까?”
“대여료?”
“네, 영화마음이 전국적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 뭡니까? 바로 덤핑 아닙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사실이 그랬다. 기존의 상권에 치고 들어가면서 처음 하는 일이 덤핑이었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업계의 질서를 깬 건 그들이 맞았다.
“그거야…….”
박선우 실장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론적으로는 그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상권을 뚫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말씀을 제대로 못 하시는 거 보니까 인정하는 겁니까?”
“인정한다기보다는 처음엔 어쩔 수 없으니까…….”
“오픈 행사라는 얘긴가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어느 업종이고 처음에 오픈을 하게 되면 오픈 행사는 하니까 말이야.”
“지금 장난하십니까?”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선우 실장이 한 말은 100%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오픈 행사라고 하면 보통 기간을 정하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것도 웬만하면 짧게 말이다. 하지만 영화마음 같은 경우는 달랐다.
그 기간이 일정치 않았다. 어디는 3개월 또 어디는 6개월, 그런 식이었다.
현성 또한 전생에서 당한 기간이 6개월이었다.
원칙이 있다면 일정 금액의 매출이 올라올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 행사 기간이 끝날 때쯤이면 주위에 있는 대여점은 이미 타격을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다.
그게 바로 영화마음의 생존 전략이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6개월씩 하는 게 무슨 오픈 행사입니까?”
“그게…….”
“왜 말을 제대로 못 하십니까?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라도 드는 건가요? 아니면 이제라도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시는 건가요?”
“흠흠…….”
박선우 실장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오픈 행사라는 말은 핑계였다.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행사를 한 게 아니라 주변의 가게들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때까지 행사를 했으니 말이다.
“영화마음 하나가 들어오면 기존의 가게 3, 4개는 기본적으로 폐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
“그 폐업을 하는 사람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
박선우 실장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영화마음 입장에서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기존의 대여점들한테 영화마음은 저승사자라는 걸 아시나요?”
“흠…….”
“자, 이제 대답해보세요. 이래도 제가 물을 흐렸다고 말씀하실 건가요?”
“…… 이유야 어쨌든 물을 흐린 건 사실 아닌가? 다른 중고 업자들한테는 말이야.”
피식.
현성은 이번엔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웃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중고업자들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전국에 중고 업자들도 많으니까 밀이야.”
“좋습니다, 그럼 제가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혹시 영화마음 폐업 물건을 일반 중고 업자들이 잡을 수 있습니까?”
“어? 그건…….”
박선우 실장은 역시나 이번에도 할 말이 없었다. 그 이유는 원칙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일반 업자들이 영화마음의 폐업 물건을 잡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역시 말씀을 못 하시는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
“조금 전에 저보고 견적가를 올려놓았다고 뭐라고 그랬는데 그럼 그 반대로 견적가를 낮추는 건 괜찮은 겁니까?”
“그거야 업자들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낮추는 게…….”
“업자의 입장에서는 좋다는 얘기군요, 그렇다면 폐업하는 점주의 입장에서는 어떻습니까?”
“그 반대겠지.”
“그래요, 말씀 잘하셨습니다. 폐업 견적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업자한테는 안 좋겠지만 그와 반대로 폐업하는 점주의 입장에서는 좋을 겁니다. 자, 실장님은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현성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박선우 실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박선우 실장은 어느 쪽도 선택을 못 하고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선택을 못 하십니까? 조금 전의 논리대로라면 실장님은 당연히 업자 쪽을 대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좀…….”
“왜요, 이제 와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시는 겁니까?”
“그래서?”
현성으로선 황당할 뿐이었다. 다른 변명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그래서’라니, 현성의 시선은 박선우 실장한테 향했다.
그런데 박선우 실장은 웃고 있었다.
“어? 지금 웃으시는 겁니까?”
“그렇다고 울 수는 없잖아. 솔직히 놀랍군.”
“뭐가 말입니까?”
“김 사장의 능력 말이야. 그런데 영화마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누가 보면 논문이라도 쓴 줄 알겠어.”
당연히 모를 수가 없었다. 전생에서 영화마음에 당한 게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의 표정이었다.
이쯤 됐으면 똥 씹은 굴이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궁금한 건 당연할 터.
“이상하군요.”
“뭐가?”
“제 예상으로는 이 정도 얘기를 들었으면 불쾌해서라도 뭐라고 할 거 같은데 오히려 그와 반대로 너무 평온하니 말입니다.”
“그게 궁금한가?”
“네, 당연히요.”
“포기를 했으니까.”
“포기요?”
‘포기’라는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박선우 실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손을 떼겠다는 얘기네.”
“손을 떼요?”
“그래, 여기 물건에서 손을 뗀다는 얘기네. 그러니 여기 물건은 김 사장이 알아서 6천을 받든 1억을 받는 맘대로 하라는 얘기네.”
“그래서 마음이 편하시다는 거네요?”
“나도 어떡하든 이 물건을 잡으려고 했는데 게임이 안 되는 거 같아서 깨끗하게 포기를 했네. 그러니 김 사장이 무슨 얘기를 하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가 있더라고. 그럼, 난 이만…….”
박선우 실장은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다는 듯 발걸음을 돌렸다.
‘요놈 봐라?’
현성으로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곱게 보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잠깐만요!”
현성은 문을 열고 막 나가려는 박선우 실장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