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
회귀해서 건물주-57화(57/740)
“몇 개야?”
“다섯 개밖에 못 팔았습니다.”
“오후에 더 팔면 되지. 자 여기.”
최민영은 다섯 개의 돈다발 중 한 개를 사내에게 내밀었다.
그리곤 손짓을 하자 사내는 다시 최민영을 향해 인사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일수.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역시 화장실에서 얘기했던 대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연기력은 군더더기 없이 유려하고 깔끔한 한편의 짧은 연극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연극에 김일수도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완벽한 연극 한 편이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김일수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 혹시 지금 저 형이 들고 나간 게 수당이야?”
“다섯 개 팔았으니 개당 10만 원씩 해서 50만 원. 저 정도는 별거 아니야.”
“그 말은 개당 판매가가 50만 원이라는 얘기네? 그것도 현금으로, 그런데 수당이 10만 원씩이나 돼?”
“어? 판매가가 50만 원인지 어떻게 알았어?”
최민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판매가를 가르쳐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일수가 말했다.
“조금 전에 돈다발이 다섯 다발이었잖아. 그 중에 하나를 수당이라고 하면서 형이 줬잖아. 그게 50만 원이라며. 그러니까 …….”
설명을 하면서도 김일수는 한심스러웠다.
이걸 지금 자신이 왜 설명하고 있나 싶었다.
김일수의 설명이 끝나자 최민영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역시 너는 장사꾼 체질이네. 그걸 바로 알아차리네.”
븅신 새끼, 그걸 또 칭찬이라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기는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수당이 원래 그렇게 높아요?”
“우리 회사가 그래. 그러니까 내가 널 부르겠다는 거 아니냐? 어때, 이제 직접 보니까 느낌이 팍 오지?”
그래 온다, 이 새끼야.
사람을 얼마나 호구로 봤으면 이런 장난을 치나 싶었다.
잠깐!
김일수는 순간 생각했다.
만약 조금 전에 두 사람의 대화를 화장실에서 엿듣지 못했다면 지금쯤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냉정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을까?
김일수의 고개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최민영이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점심 안 먹었지?”
“네.”
“나가자. 나머지 얘기는 밥 먹으면서 마저 나누자고.”
“그래, 형!”
바라던 바다.
어차피 여기에 남은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까.
빌딩을 나오자 최민영이 말했다.
“공덕시장 가면 소머리국밥 기가 막히게 하는 데가 있거든, 여기 오면 무조건 그건 먹어줘야 해. 그리로 가자.”
미친 새끼.
이건 아니다. 아무리 사기꾼이라 해도 고향에서 동생이 서울까지 왔는데, 삼겹살도 아니고 소머리국밥이라…….
기본이 안 된 새끼가 틀림없었다.
김일수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형, 나 소머리에 알레르기 있어요.”
“뭐? 그런 알레르기도 있냐?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먹을래?”
븅신 새끼.
그걸 또 믿는다.
김일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돼요?”
“그래, 먹어.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텐데, 그 정도야 내가 못 해주겠니?”
“고마워 형. 그럼 난 저기.”
김일수는 턱으로 2층 식당을 가리켰다.
[한우나라]김일수가 가리킨 곳은 한우 전문점이었다.
그때 최민영이 말했다.
“알레르기 있다며?”
“그건 소머리지요. 다른 부위는 괜찮아요.”
“같은 소인데?”
“그러니까요. 저도 그게 이상하더라고요.”
눈치가 없는 건지 멍청한 건지, 고개를 끄덕이는 최민영이었다.
두 사람은 2층으로 향했다.
어쨌거나 1차 목적은 달성했다.
한우전문점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사실 김일수가 택시에서 내린 이유는 한가지였다. 어떡하든 갚아주고 싶었다.
동네 형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었다.
그런데 최민영의 마음속에 자신은 그저 사기 칠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믿음에 대한 배신이었다.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싶었다.
택시가 막 출발하려 할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2층에 있는 한우 전문점이었다.
김일수에게 자신 있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주먹, 그리고 먹는 거다.
2층에 한우 전문점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택시에서 내렸던 것이다.
김일수는 주문하기 전에 최민영한테 공수표부터 한 장 날렸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기 때문이다.
“형, 혹시 600만 원 준비하면 지역 두 군데 영업권 줄 수 있어요?”
“뭐 600만 원?”
“아까 5개 팔고 수당 50만 원 받아가는 거 보니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어차피 이왕 할 거면 두 군데 하는 게 득일 거 같아서요.”
최민영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도 빛나는 순간이었다.
‘오예!’
역시 약발이 제대로 먹혔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사실 목적은 300만 원이었다. 미리 올라온다기에 옆 사무실에 잠깐 부탁을 했었던 것이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라 어차피 어려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김일수는 300만 원이 아니라, 그 두 배인 600만 원을 얘기하고 있다.
어젯밤 꿈에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꿈을 꿨었는데, 역시 꿈은 반대인가 보다.
최민영은 김일수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쉿, 그런 말은 그렇게 크게 하면 안 돼. 그렇지 않아도 너는 내가 지금 50% 빼주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난리 난단 말이야.”
김일수는 급하게 입을 가렸다.
그렇지 않으면 웃음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일수는 웃음을 참으며 조용히 다시 물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김일수의 질문에 최민영은 잠깐 고민하는 척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너니까 특별히 내가 봐줄게.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절대 비밀이다.”
“알았어, 형. 진짜 고마워……!”
‘이 개새끼야!’
하마터면 겉으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때 종업원이 다가왔다.
그러자 최민영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일수야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진짜요?”
“그럼! 동네 형인데, 이 정도 못 사주겠냐?”
역시 600만 원의 효과는 확실했다.
꿀꺽.
마른침까지 삼키는 최민영이었다. 흥분된 듯 얼굴까지 붉어지기 시작했다.
하긴 600만 원을 날로 먹을 생각을 하니 눈이 뒤집히고도 남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김일수는 다시 한 번 입을 쓰윽 훔쳤다.
그리곤 당당하게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걸로 일단 5인분이요.”
“5인분이요?”
“네, 제가 보다시피 덩치가 좀 있어서요. 헤헤….”
“넵, 알겠습니다. 꽃등심으로 5인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종업원은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황당한 건 최민영이었다.
꽃등심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5인분이라니…….
그리고 더 황당한 건 김일수의 말이었다.
분명 ‘일단’이라고 했다.
설마 저걸로 모자라단 말인가…….
그렇다고 600만 원씩이나 들고 오겠다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최민영은 궁금한 게 또 하나 있었다.
“밥은 안 먹니?”
“밥이요? 그걸 왜 먹어요?”
“어?”
“저는 원래 고기 먹을 땐 밥 안 먹어요.”
“원래? 그, 그래…….”
괜히 말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최민영이었다.
그때 종업원이 다시 다가왔다.
카트를 밀고 온 종업원은 테이블에 반찬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가짓수만도 15가지가 넘었다.
꿀꺽.
김일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처음 보는 반찬들도 있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벌써 젓가락이 테이블 위를 휘젓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꾹 참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반찬을 먹으면 그만큼 고기를 못 먹기 때문이었다.
김일수가 아무것도 안 먹자 맞은편에 앉은 최민영이 물었다.
“왜 안 먹어?”
“전 고기만 먹어요.”
“밥도 안 먹고, 반찬도 안 먹고 오로지 고기만?”
김일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기도 귀찮았다. 조금 전까지야 주문을 해야 하니 밑밥도 뿌리고 아양도 떨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600만 원을 들고 오기 전까지 최민영은 자신의 밥이기 때문이다.
“여기요.”
고기를 굽던 종업원이 김일수의 접시에 고기를 올려놓았다.
서울이 좋긴 좋았다. 고기도 직접 굽지 않고 그냥 있으니 알아서 구워준다. 그저 먹기만 하면 됐다.
김일수는 고기 한 점을 소금에 찍어 입속에 넣었다.
오물오물.
처음이다. 이런 맛은.
입에서 녹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소고기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김일수는 최민영을 보며 말했다.
“형!”
“어때 먹을 만해?”
“죽여!”
스윽.
김일수는 이번엔 고기 세 점을 한꺼번에 입에 넣었다.
한 점 먹을 때와 맛이 또 달랐다. 하지만 뭔가 입속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다섯 점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는 최민영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밥도 안 먹고, 반찬도 안 먹고 진짜 고기만 처먹는다. 심지어는 쌈도 안 싸먹는다.
이런 식이라면 10인분도 모자랄 판이었다.
자연스럽게 벽에 걸린 메뉴판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가격표가 눈으로 쑥 들어왔다.
“어?”
최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놀랐다. 가격 때문이 아니었다.
고기가, 고기가 ……. 벌써 별로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김일수가 종업원을 보며 말했다.
“여기, 5인분 더요.”
“네? 아, 넵.”
종업원은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잠시 후.
김일수는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최민영이 물었다.
“원래 이렇게 많이 먹냐?”
“아니요.”
“아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이 안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