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1)
회귀해서 건물주-571화(57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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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부평에 도착한 민홍식 회장과 박선우 실장의 표정은 자신 있는 듯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 민홍식 회장이 승용차에서 내리기 전에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박선우 실장을 향해 물었다.
“모든 준비는 다 된 거지?”
“네, 회장님. 1원 한 장까지도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작성했습니다. 그 꼬맹이가 아무리 트집을 잡으려고 해도 빈틈이 안 보일 겁니다. 그러니 회장님께서는 아무 걱정 마시고 그 꼬맹이를 상대해도 됩니다.”
대답하는 박선우 실장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 모습을 본 민홍식 회장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박선우 실장의 어깨를 툭 친 후 입을 열었다.
“박 실장이 있어서 든든하군, 자, 이제 그 꼬맹이를 만나러 가세.”
“네, 회장님.”
승용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영화마음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시각.
현성은 영화마음 가게 안에서 통화 중이었다. 그 대상은 비디오 중고 업자인 최윤수였다.
“그러니까 민광기란 사람이 부천에 오픈을 한다는 거죠?”
-응, 엊그제 동생 전화를 받고 수소문 끝에 겨우 찾아냈어.
“그래도 형님이나 되니까 바로 찾아낸 겁니다. 다른 업자들은 영화마음 물건이라고 하니까 아예 겁을 먹고 접근 자체를 안 하더라고요.”
-그건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어. 동생도 알다시피 영화마음이 전국구라 괜히 거기에 찍히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어렵거든. 그렇다 보니 나 또한 솔직히 조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고 말이야. 그건 동생이 이해해야 돼.
사실이다.
영화마음이 더욱 클 수 있었던 것도 전국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중고 업자들 또한 영화마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배테랑인 최윤수조차도 어쩔 수 없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 형님. 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턴 제가 알아서 그 창업자한테 연락할 테니 형님은 빠지세요.”
-그래, 미안하지만 난 여기까지만.
“고맙습니다. 그리고 소개비는 제가 알아서 챙겨드리겠습니다.”
-아니야, 그러지 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한테까지 소개비 받을 생각음 없어. 그냥 이번엔 조용히만 처리해줘.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창업자와 직접 거래를 하게 됐으니 물건값은 최곳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마음에서 이 물건을 가지고 갔더라면 최소 1억은 기본이고 어쩌면 1억 2천까지도 받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그토록 욕심을 냈던 것이고.
하지만 현성이 전면에 나서는 순간 그들은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안 봐도 뻔한 것이고.
이래서 돈이라는 게 무서운 거다.
천하의 영화마음도 한 개인 앞에서 꼬리를 내렸으니 말이다.
“후후!”
현성으로서도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전생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게 다 자본의 힘인 것이고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나마 물건값이라도 최고로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그나저나 올 때가 됐는데…….”
현성은 고개를 돌려 가게 입구를 바라봤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물론 그 두 사람은 영화마음의 민홍식 회장과 박선우 실장이었다.
민홍식 회장이 들어오자마자 먼저 호기롭게 입을 열었다.
“김 사장을 여기서 볼 줄이야. 이래서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모른다고 하는 건가 봐.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민홍식 회장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가 지금 왜 이렇게까지 여유를 부리는지 알 듯싶었기 때문이다.
이틀 전에 박선우 실장한테 현성이 직접 한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정산에 관한 얘기였다. 그러면서 했던 말이 위탁 경영에 대해서 미리 정산을 해서 가져오면 고맙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연히 준비를 했을 것이다.
그것도 철저히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노리는 건 위탁 경영이 아니었다. 결국 민홍식 회장과 박선우 실장은 이틀 동안 헛수고를 했다는 얘기다.
물론 두 사람은 지금 그 사실을 당연히 모른다.
현성이 지금 미소를 짓는 이유다.
세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자 이번엔 박선우 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바로 나섰다.
“김 사장, 이거부터 받게.”
박선우 실장은 현성 앞으로 서류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아마도 그건 위탁 경영에 들어갔던 4천만 원에 대한 내용 증빙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바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김 사장이 엊그제 얘기한 위탁 경영에 들어갔던 4천만 원에 대한 내용들이네. 그러니 한번 확인해보게.”
“아, 그래요…….”
현성은 알았다는 듯 서류 봉투를 힐긋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서류 봉투를 옆으로 슬쩍 밀어놓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민홍식 회장이 황당하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김 사장, 지금 뭐 하는 건가?”
민홍식 회장의 표정에서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예상대로라면 박선우 실장이 서류 봉투를 내밀자마자 현성은 그 내용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리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그 허점을 찾아내려고 해야 한다.
물론 그 허점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박선우 실장이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만들어 놨으니 말이다.
그가 그린 그림은 바로 여기까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현성은 그와는 반대로 그저 슬쩍 바라본 후 서류는 보지도 않고 옆으로 밀어놓으니 민홍식 회장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은 모르는 척 태연하게 물었다.
“네? 왜요?”
“아니, 왜라니…… 내용을 확인 안 하는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뭐, 굳이?”
민홍식 회장은 황당할 뿐이었다.
위탁 경영에 대해 정산을 먼저 요구한 건 분명히 현성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자료를 준비해 내밀었더니 그저 한번 슬쩍 바라보고는 옆으로 밀어놓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황당한 또 한 사람.
박선우 실장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틀 동안 그 자료를 만들기 위해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그 자료는 열어보지도 않는 현성의 모습에 기가 찰뿐이었다.
이래선 안 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이틀 동안 개고생 한 보람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박선우 실장은 왜 서류를 보지 않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 사장, 분명히 나한테 먼저 위탁 경영에 대해서 정산을 하자고 하지 않았는가?”
“네, 했지요.”
“그런데 지금 이 행동은 뭔가?”
“어차피 보지 않아도 모든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를 했을 테니까 굳이 안 보겠다는 겁니다. 그게 뭐 잘못된 겁니까?”
현성이 굳이 내용물을 확인 안 하는 이유는 하나다. 굳이 그럴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가짜로 만든 서류일 테고, 문제는 그 가짜 서류들 또한 이미 하자가 없게 만들었을 거라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그 서류를 확인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박선우 실장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미련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차피 만들어진 자료 그대로 인정을 하겠다는 겁니다.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
박선우 실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은 조금 전에 분명히 ‘만들어진 자료’라고 했다. 그 말은 결국 이틀 동안 만들어진 자료들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것이고 말이다.
할 말이 없는 건 민홍식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 영화마음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했었다. 모든 자료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없었다는 걸 조금 전 현성이 하는 말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탁 경영에 대한 자료들이 만들어진 자료들이란 것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확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그는 처음부터 위탁 경영에 대해 얘기했을 때 이미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정산을 해볼까요?”
“뭐, 이제부터?”
민홍식 회장은 순간적으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건 옆에 있던 박선우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 위탁 경영에 대한 자료를 보지 않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그냥 싱겁게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그건 바로 ‘이제부터’라는 말이었다.
그 말의 의미는 그의 타깃은 처음부터 위탁 경영이 아니고 다른 곳에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위탁 경영은 관심을 다른 데로 끌기 위한 미끼였다는 얘기가 된다.
박선우 실장은 현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정산을 말하는 건가?”
“제가 알아보니까 처음 오픈할 때 너무 많이 드셨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좀 정산을 해볼까 합니다.”
“오픈할 때?”
“네, 물론 체인점이니 적당히 드시는 건 이해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말입니다.”
“허……!”
박선우 실장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건 지금의 이 상황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오픈할 때 얼마를 먹건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마음 내부의 문제다. 그런데 지금 현성은 그걸 또 따지겠다는 것이고 말이다.
물론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게 또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그게 쉬웠다면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거다.
그 모든 이유는 그가 가진 재력, 즉 그가 가진 돈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선우 실장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물었다.
“그래, 확인하고 싶은 게 뭔가?”
“우선은 비디오 공급에 관한 얘깁니다. 제가 알기로는 비디오 4만 장을 꽂아주면서 8천만 원을 받았다고 하시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흠흠…… 그렇네만.”
대답을 하는 박선우 실장은 헛기침과 함께 짧게 대답했다. 자신이 있었다면 일부러 헛기침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은 결국 박선우 실장 또한 이미 그 가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제가 처음에 와서 그 물건을 봤는데 제 눈에는 3천만 원짜리 물건으로 밖에 안 보였거든요.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박선우 실장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물건은 어차피 그 정도의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지금 그 말씀은 제 말을 인정하신다는 건가요?”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는 얘기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영화마음의 내부 문제야. 그걸 가지고 제삼자인 김 사장이 할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 말이야.”
피식.
현성은 박선우 실장의 말끝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민홍식 회장을 보며 물었다.
“회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박 실장 말이 맞네. 어차피 그건 우리 영화마음의…….”
“회장님!”
현성은 중간에서 민홍식 회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전국에 있는 다른 매장들도 모두 그런 식으로 드신 겁니까?”
“험…….”
민홍식 회장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현성의 말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사실이군요?”
“…….”
“좋습니다, 어차피 침묵을 하신다는 건 인정하는 것이니 그 부분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의 정산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성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오픈 물건으로 본사에서는 5천을 드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다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더블까지는 인정하겠습니다.”
“더블?”
“네, 6천까지는 인정을 하겠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나머지 2천은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인정을 못 하겠다?”
“네, 그건 말이 안 되니까 말입니다. 아무리 체인 사업이라고 하지만 더블 이상은 안 되는 겁니다. 이건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인 것입니다.”
뭐든 정도라는 게 있다. 지나치면 안 된다는 얘기다.
3천짜리 물건을 8천에 점주에게 넘긴다는 건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행위다. 설사 그게 영화마음만의 내부 문제라 하더라고 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긴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정산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결국은 뱉어내라, 이 말인가?”
“그게 바로 정산이라는 겁니다. 적당히 드셨으면 제가 이러지도 않았을 겁니다.”
“싫다면?”
씨익.
현성은 민홍식 회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미소 안에는 가소롭다는 표현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감당이 되시겠어요?”
“뭐?”
“제가 분명히 약속드리겠습니다. 서울 마포에 있는 200평짜리 영화마음부터 없애드리겠습니다. 그것도 3개월 안에 말입니다.”
“…….”
빠드득.
민홍식 회장은 대답 대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영화마음 마포점.
영화마음의 상징이 바로 마포에 있는 영화마음이다. 전국에서 최대 규모이며 하루 매출만 천오백만 원이 넘는다.
현성이 지금 찍은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 말은 결국 영화마음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또 헛말이 아닐 거라는 것이고.
‘개새끼!’
한참을 고민하던 민홍식 회장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