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2)
회귀해서 건물주-572화(572/740)
574
다음 날.
현성이 향한 곳은 유승일이 입원해 있는 부평 성모병원이었다.
“어서 오게!”
현성이 병실로 들어가자 유승일은 마치 귀한 손님이라도 대하듯 반갑게 현성을 맞았다.
“몸은 좀 어떠세요?”
“아주 좋네, 이게 모두 김 사장 덕분이네. 그리고 참, 반가운 소식이 있네.”
“반가운 소식이요? 그게 뭡니까?”
현성은 대충 알 듯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부터 치료를 하는데 느낌이 왔었다. 더 이상은 그의 몸에서 나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 말은 곧 그의 암세포가 없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승일의 입에서 바로 그 말이 나왔다.
“조금 전에 의사 선생님이 다녀가셨는데 더 이상은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 내일 퇴원해도 된대.”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결과가 나왔는데 더 이상은 암세포가 안 보인다는 거야.”
“정말 잘됐습니다.”
“이게 다 그동안 김 사장이 밤마다…….”
덥석.
유승일은 말을 하다 말고 현성의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은혜를 내가 앞으로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앞으로 건강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현성은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건 바로 어제 영화마음 본사와 정산한 바로 그 돈이었다.
“이게 뭔가?”
“어제 영화마음 본사에서 민 회장과 박 실장이 다녀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본사와 정산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렇기야 하지만…….”
유승일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제 아침에 본사와 정산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바로 ‘정산’이라는 말이었다.
실질적으로 본사와는 정산을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하나 있긴 있었다. 그건 바로 3년의 계약을 지키지 못했기에 그에 대한 위약금으로 본사에 천만 원을 주는 것이었다.
그 말은 결국 이쪽에서는 받을 게 없다는 얘기다.
유승일은 고개를 갸웃하며 봉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니, 이게 다 무슨 돈인가?”
봉투 안에는 천만 원짜리 수표 세 장과 백만 원짜리 수표 세 장이 들어있었다. 합이 3천3백만 원이었다.
“말씀드린 대로 정산한 금액입니다.”
“이 돈을 진짜 본사에서 줬다는 얘기야?”
“물론이죠. 그 금액은…….”
현성은 어제 본사와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본사에서도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마포에 있는 영화마음을 3개월 안에 없애겠다고 하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현성이 요구한 금액은 세 가지였다.
제일 처음은 비디오에서 너무 많은 금액을 가져갔기에 그중에 2천을 요구했었다.
본사에서는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거부했지만 현성은 끝까지 그들의 부당함을 밝혀냈고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테리어 비용이었다.
이 또한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성이 조목조목 언급을 해서 과다 청구된 2천만 원을 인정받았다.
마지막으로 요구한 건 3백만 원이다.
이 금액은 유승일의 아내인 한미숙이 현성의 뒷조사를 의뢰하면서 들어간 금액이다.
이 돈은 100% 다시 받아냈다. 어차피 그건 본사 측에서도 아예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쉽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받아낸 총금액이 4천3백이었다.
거기서 유승일이 부담할 위약금 천만 원을 제하고 나니 남은 금액이 3천3백이었다.
“…….”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유승일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위약금을 천만 원 물어야 할 판이었는데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3천3백이라는 돈을 받아냈으니 말이다.
유승일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아니, 어떻게……?”
“어차피 그놈들이 처음부터 무리하게 뜯어갔던 돈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일부만 되찾아 드린 거고요.”
“이게 말이 돼?”
유승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물론 현성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천하의 영화마음을 상대로 돈을 다시 받아낸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혹시 무슨 협박이라는 한 겐가?”
“저는 단지 그 돈을 안 주면 마포에 있는 영화마음을 3개월 안에 없애겠다고 했을 뿐입니다.”
“마포? 혹시 전국에서 제일 크다는 그 200평짜리 영화마음?”
현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유승일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잠시 후.
웃음을 그친 유승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깝군.”
“네? 뭐가요?”
“민 회장과 박 실장의 똥 씹은 얼굴을 내가 직접 봤어야 하는데 말이야.”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가관도 아니었다. 특히 인테리어 비용을 따질 때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들이었다. 그들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그 충격은 더 큰 듯했다.
그때였다.
띠리릭!
유승일의 핸드폰이 울렸다.
“잠깐만…….”
유승일은 현성을 향해 양해를 구한 다음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유승일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전환데 그렇게 좋아하십니까?”
“그놈을 잡았다는구먼.”
“그놈이요?”
“이한구 말이야. 내 돈 들고 도망갔던 놈. 서울 여관방에서 불시 검문에 걸렸다는 거야.”
“돈은요?”
“가방에 현금으로 2천5백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는구먼.”
“다행이군요.”
“그런데 그놈을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유승일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아마도 이한구에 대한 처리 문제를 묻는 듯했다.
“고민할 게 있습니까? 어차피 남의 돈을 가지고 도망간 놈인데 말입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난 그 친구 덕분에 자네를 얻었지 않았는가, 물론 내 목숨도 구했고 말이야.”
하긴 틀린 말도 아니다. 그 이한구가 유승일의 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 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시려고요?”
“물론 남의 돈을 가지고 도망간 건 나쁜 행동이지만 난 그 덕분에 더 소중한 걸 얻었네. 따지고 보면 남는 장사를 했다는 말일세. 그리고 이번에 자네한테 배운 것도 있고 말이야.”
“배워요? 어떤……?”
“용서 말이야.”
“용서요?”
현성은 ‘용서’라는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가 말하는 용서의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 자네가 나를 용서한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자네는 날 왜 용서했는가? 처음엔 더불어 같이 살 수 없다고 그렇게 강하게 말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용서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때는 멋쩍어서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이라도 그 이유를 알고 싶네.”
“…… 회개요.”
현성은 잠깐 생각을 하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때 유승일의 회개가 없었다면 그를 용서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유승일은 그 말이 낯선 듯 바로 물었다.
“회개?”
“네, 제가 정식으로 성당에 다닌 건 아니지만 군대에 있을 때 성당에 몇 번 갔었거든요. 그때 신부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떤 말?”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마음과 행동의 변화가 있다면 그 사람은 용서해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게 바로 회개라고 했었다. 단순하게 과거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회한의 감정을 갖는 것 이상으로 마음과 행동의 완전한 변화가 뒤따르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은 용서를 해줘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그 회개를 했다는 것이지?”
“제가 느끼기엔 그랬습니다. 아저씨가 동네 다른 대여점 사장님들께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날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아저씨를 용서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를 도와준 거고?”
“네, 그렇죠. 만약 그날 아저씨가 그 말씀을 안 하셨다면 저는 여전히 아저씨를 우리 동네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만족했을 겁니다.”
“음…….”
유승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유승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땐 진심이었네. 물론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고 말이야. 말이 나온 김에 내일 점심때 동네 대여점 사장님들을 식당에 모아주게. 내가 사과도 하고 점심이라도 대접하게 말이야.”
“역시 제 판단이 틀렸던 게 아니었군요. 네, 알겠습니다. 내일 점심때 식당에서 뵙는 걸로 하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유승일은 그날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었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희소식이 또 있습니다.”
“희소식? 그게 뭔가?”
“잘하면 비디오 값을 최고를 받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최고로? 어느 정도나?”
“최소한 7천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얼마?”
유승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본사에서 박선우 실장이 부른 값이 2천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현성이 부른 게 4천이었고. 물론 창업자와 직접 연결되면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다고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었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현성은 지금 7천이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지금 7천이라고 했는가?”
“네, 다행히도 아는 형님을 통해 운 좋게 창업자와 직접 연결이 됐습니다. 내일 와서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오~~~!”
유승일의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본사의 말대로 했더라면 지금쯤 손에는 천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있었을 것이다. 비디오 값은 2천이지만 거기서 위약금으로 천만 원을 빼고 나면 천만 원만 남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당장 정산한 금액이 3천3백이고 거기다 물건까지 팔고 나면 7천만 원이 더 들어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총합이 1억이 넘는다.
그 말은 결국 천만 원만 남을 돈이 현성이 개입을 하면서 1억이 넘는 돈을 건졌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내가 김 사장 덕분에 다시 살았네.”
“별말씀을요, 이젠 그 돈으로 그곳에 다른 걸 오픈해야 할 겁니다.”
“그건 그런데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을 찾을 수가 없네. 미안하지만 자네가 나를 한 번 더 도와줄 수 없겠는가?”
“음…….”
현성은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현성이 다시 입을 연 건 시간이 좀 지났을 때였다.
“제 생각에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나? 그게 뭔가?”
“책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고민을 했었다. 어차피 비디오를 빼고 나면 남는 건 진열장뿐이다. 그 진열장 또한 새것이라 그대로 철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이었다. 그래서 결국 찾아낸 것이 책이었다. 어차피 책은 앞으로도 2, 30년 동안은 꾸준할 테니 말이다.
“혹시 비디오 대신 책을 넣자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만한 대체 상품이 없는 거 같습니다. 비디오는 앞으로 10년 후쯤이면 많이 힘들어질 겁니다. 하지만 책은…….”
현성은 전생에서 이미 겪었던 일이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이 길게 이어질수록 유승일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유승일은 바로 입을 열었다.
“김 사장! 역시 자네는 나의 구세주네. 그렇게 되면 진열장도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고 이보다 더 좋은 아이템은 없을 거 같네. 비디오를 빼고 나면 바로 책을 넣도록 하자고.”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20년 정도는 그만한 업종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맞는 얘기다. 어차피 이북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실질적으로 오프에 있는 도서 대여점이 활성화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흥하면 쇠퇴하게 되는 법, 하지만 지금 유승일로서는 상관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10~15년 정도 운영을 하면 될 테니 말이다. 그때까지는 도서 대여점으로도 충분히 먹고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 후로도 두 사람은 도서 대여점에 대해 한참을 더 얘기를 한 후 헤어졌다.
***
다음 날.
식당에는 현성을 포함 총 7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6개월 전에 모였던 주변의 대여점 사장들 그대로였다. 변한 게 있다면 그때는 6명이었지만 지금은 한 명이 더 추가됐다는 것이었다.
그 한 명은 바로 유승일이었다.
이 자리 또한 그가 원해서 만들어진 자리고.
“자, 다들 오셨으니 오늘 여기에 모인 목적이 뭔지 그것부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여기에 모이시라고 한 이유는…….”
현성은 일단 여기에 모인 목적을 설명하고 끝으로 옆에 있던 유승일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유 사장님, 말씀하십시오.”
“그래, 고맙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6개월 전에 영화마음을 오픈했던…….”
유승일은 먼저 자신의 소개부터 시작했다. 그리곤 바로 사과의 말을 이어갔다. 처음 이 동네에 들어오면서 다른 대여점들을 다 죽이려 했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그게 얼마나 나쁘고 이기적인 생각이었는지 지금은 후회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제 앞으로는 비디오를 빼고 책을 넣고 장사를 할 거라는 것과 이제부터는 여러 사장님들과 친하게 지내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자기 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최상길 사장이었다.
“어찌 됐건 고생하셨소. 유 사장님께서 그렇게 사과를 하시고 용서까지 구하는데 우리가 어찌 모른 체하겠소,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맞아요. 더군다나 이제는 비디오도 안 하신다고 하니 우리가 더 이상 말할 게 없지요. 앞으로는 서로 인사하고…….”
여사장 중에 한 사람이 나서서 최상길의 말을 거들었다. 그러자 다른 여사장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느 순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전생이었다면 지금 앞에 있는 사람들 중 최상길을 제외하고 다른 여사장들은 비디오를 접고 이 동네를 떠났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박수로 유승일을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전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