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4)
회귀해서 건물주-574화(57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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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철호한테 무슨 연락받은 거 있어?”
현성은 시계를 바라보며 옆에 있는 이명훈한테 물었다. 그 이유는 출근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도 박철호가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못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새벽 늦게까지 영석이 송별회를 하다 보니 늦잠을 잔 거 같습니다.”
“너는?”
“네? 그게 무슨……?”
이명훈은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너도 그 시간까지 같이 있었잖아? 그리고 쟤들도 마찬가지고.”
현성이 비디오를 정리하고 있는 두 직원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명훈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을 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건 바로 박철호였다. 그가 얼마나 서둘러 뛰어왔는지는 그의 땀범벅이 된 얼굴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박철호가 가쁜 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좀 늦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현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로 물었다.
평상시에 그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왜 늦었냐고 화부터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박철호라면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오는 길에…… 아니, 제가 좀 늦잠을 잤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던 박철호는 잠깐 망설이더니 그냥 늦잠을 잤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50년을 넘게 살았던 그가 아니던가 말이다.
현성은 그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내가 너를 몰라?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해?”
“네?”
박철호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말하면 그냥 간단히 말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이미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지금까지 6개월 동안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던 녀석이 오늘만 늦잠을 잤다고?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자고로 사람은 어느 정도 겪어보면 안다.
박철호와 같이 보낸 시간이 6개월이다. 물론 그 6개월이란 시간이 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짧은 시간도 아니다.
회식을 하는 날이면 새벽 3, 4시까지는 기본이었다. 심지어는 새벽 6시까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출근 시간을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녀석이 오늘따라 늦었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철호가 다시 입을 벙긋했다.
“그게…….”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별게 아니라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별게인지 아닌지는 내가 듣고 판단할 테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봐.”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양복을 입은 50대 중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얼핏 봐도 비디오를 빌리러 온 사람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손님은 손님, 현성은 큰 소리로 그 남자를 맞았다.
“어서 오세요!”
“아, 네. 여기 혹시 박철호 씨라고 계십니까?”
“네, 저희 직원입니다만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사실은 그게…….”
남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신은 지금 파출소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아침에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파출소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어머니를 파출소까지 데려다준 사람이 박철호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박철호를 바라봤다. 그리곤 씩 웃었다.
10분 후.
그 남자가 나가자 현성은 박철호를 향해 말했다.
“이리 와.”
“쑥스럽습니다. 저는 그냥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헤매고 계시기에…….”
툭툭.
현성은 박철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철호야, 잘했어.”
“솔직히 고민이 안 됐던 건 아닙니다. 할머니를 파출소까지 모셔다 드리면 출근 시간에 늦을 게 뻔하니까 말입니다.”
“고민할 게 뭐가 있어? 그거야 당연히 할머니를 파출소에 모셔다 드리는 게 우선이지.”
“그래도 저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친구 중에 한 명이 몇 달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 일로 인해서 그 가게에서 결국 잘렸거든요.”
“그건 좀…….”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땐 모른 척할 거 같다고 말입니다.”
“…….”
“그렇다 보니 저도 솔직히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장님을 믿었습니다.”
“나를?”
현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박철호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철호가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말을 이었다.
“네, 사장님이 평상시에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으니까요.”
“내가?”
“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말입니다. 여자와 아이 그리고 장애인과 노인에 대해서는 무조건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천으로 옮겼던 겁니다.”
“자식!”
툭툭.
현성은 다시 한번 박철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야, 박철호. 너 오늘부터 카운터 봐.”
“네? 제가요?”
“그래, 3개월 후에 네 가게를 오픈하려면 부지런히 배워.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영화 공부도 하고.”
“3개월 후에요?”
“그래, 인마, 3개월 후에는 너도 제대로 된 가게 하나 오픈해야 할 거 아냐?”
“넵, 사장님!”
박철호는 현성을 향해 거수경례로 대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이번엔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왔다. 그 사람은 바로 유승일이었다.
“어? 아저씨,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십니까?”
“이거 받게.”
유승일은 현성 앞으로 작은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시루떡이네. 오늘 개업식을 했거든. 그래서 여기 직원들하고 나눠 먹으라고 넉넉하게 가져왔네.”
“하하, 고맙습니다.”
지난번에 비디오 가게를 오픈할 때는 개업식은 고사하고 주위에 인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던 유승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직접 개업 떡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이 또한 변화라면 큰 변화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유승일을 바라보는 현성의 표정에 흐뭇함이 가득했다.
그때 유승일이 현성 앞으로 다가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김 사장, 잠깐만 나 좀 보세.”
그 말을 끝으로 유승일은 가게를 나갔다. 그러자 현성 또한 그의 뒤를 따라 나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밖으로 나온 현성이 먼저 물었다. 그러자 잠깐 머뭇거리던 유승일이 입을 열었다.
“다른 게 아니고 조금 전에 박 실장한테서 전화가 왔었네.”
“박 실장이요? 혹시 영화마음 본사의 박선우 실장을 말하는 겁니까?”
“그래, 그 인간이 어떻게 알았는지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서 민 회장이랑 오후에 내려온다는 거야.”
“그 인간들이 왜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이제는 어차피 나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말이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인간들인데 왜 온다고 하는지…….”
“흠…….”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이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박 실장님, 저 김현성입니다.”
-어? 김 사장이 웬일이야?
“뭣 좀 확인할 게 있어서요.”
-나한테?
“네, 혹시 오늘 부평에 오신다고 하셨습니까?”
-유 사장이 오늘 오픈을 한다고 하기에 우리가 가서 축하라도…….
“실장님!”
현성은 박선우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마세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실 필요 없다고요.”
-지금 그 말은 우리한테 부평에 가지 말란 얘기야?
“네.”
-혹시 유 사장님이 뭐라고 하던가?
“그런 거 묻지 마시고 그냥 오지 마세요. 만약 그래도 오신다면 지금의 그 건물에서 더 이상은 일 못 하실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니, 무슨 그런 말을…….
“전 그럼 안 오시는 걸로 알고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아,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거짓말 같은 거 안 하는 사람입니다.”
뚝.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승일이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유승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는 거야?”
“어차피 그런 인간들은 이런 식으로 누르는 수밖에 없어요. 말로 해서는 안 듣거든요.”
“역시 돈이 좋긴 좋구먼. 천하의 영화마음도 찍 소리를 못 하는 걸 보니 말이야.”
“돈밖에 모르는 놈들은 돈으로 버릇을 고치는 수밖에 없어요. 이제 이 정도 얘기했으니 아무 걱정 마시고 영업하세요.”
“그려, 고맙네. 그나저나 김 사장한테도 그런 성격이 있는지는 몰랐네. 자, 그럼 난 가네.”
유승일은 현성을 향해 손짓을 하고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
“이런 개자식이!”
한편, 현성과 전화를 끊은 박선우 실장의 입에서는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본 민홍식 회장이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놈입니다.”
“그놈이 누구야?”
“부평의 그 꼬맹이요. 글쎄 그놈이 우리한테 부평에 오지 말랍니다.”
“뭐?”
민홍식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개업하는 가게에 축하를 하러 가겠다는데 오지 말라니. 그것도 당사자도 아니고 제삼자가 말이다.
“이유가 뭐야?”
“이유도 없이 그냥 오지 말랍니다.”
“무슨 그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다 있어?”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뭔지 아세요?”
“왜, 또 뭐라고 했는데?”
“만약 그래도 부평에 온다면 이 건물에서 우리를 쫓아내겠답니다. 결국 이 건물을 사겠다는 거죠. 무슨 이런 놈이 다 있습니까?”
박선우 실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핏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뿐더러 사람을 무시하는 게 너무 티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말에 대꾸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진짜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 말이다.
“아주 사람을 대놓고 무시를 하는구먼.”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런데 더 열 받는 건 그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라 우리로서는 찍소리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은 돈지랄을 하겠다는 거지?”
“그런 셈입니다. 이 건물이 20억 정도 하니까 이틀만 장사해도 이 건물을 사고도 남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조용히 찌그러져라?”
“결국은 그 말인 거죠. 성질 같아서는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박선우 실장은 화가 나는지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하긴 왜 그렇지 않겠는가. 자기보다 열네 살이나 어린 사람한테 그 정도로 무시를 당했으니 말이다.
그때 민홍식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그 꼬맹이는 비디오를 얼마에 팔았다고 하든가?”
“제가 듣기로는 7천입니다.”
“7천?”
“네, 운 좋게도 창업자와 직접 연결이 됐답니다. 그렇다 보니 최곳값을 받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중간에서 연결해준 중고 업자가 최윤수인 거 같습니다.”
“결국은 그놈이 그 꼬맹이 뒤에 있다는 얘기지?”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처음 오픈할 때도 그렇더니 여전히 그놈과 중고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떡할까요? 최윤수를 블랙리스트로 영화마음 게시판에 올릴까요?”
일명 블랙리스트.
영화마음에서 중고 업자들을 관리하는 명단이다. 거기에 한 번 이름을 올리게 되면 전국의 모든 영화마음에서는 그 사람과 중고 거래를 할 수가 없게 된다. 만약 그걸 어기게 되면 본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다 보니 감히 그걸 어기는 업주는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중고 업자는 아무래도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업계에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블랙리스트를 비디오 중고 업자들은 저승사자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미쳤어?”
“네?”
“만약 그 사실을 그 꼬맹이가 알면 우리를 가만히 둘 거 같아? 괜히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집을 통째로 날릴 일 있어?”
“아, 네…….”
박선우 실장은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다. 화가 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그 꼬맹이는 완전히 잊어. 어차피 그놈하고 엮여봐야 우리만 초라해질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 부평 근처는 가지도 말자고. 그런 놈은 아예 상종을 안 하는 게 상책이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알겠습니다.”
“기분도 더러운데 해장이나 한잔하러 가자고.”
“네, 회장님.”
두 사람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게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