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5)
회귀해서 건물주-575화(57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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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아침 청소를 마치고 잠깐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언제 따라 나왔는지 이명훈이 뒤에서 현성을 불렀다.
“사장님.”
“응? 어, 왜?”
“저 오늘 오후에 미리 퇴근 좀 해도 되겠습니까?”
“퇴근?”
‘퇴근’이라는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명훈을 바라봤다. 그다음 설명을 하라는 의미였다. 어차피 조기 퇴근을 하겠다는 얘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이명훈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친구?”
현성은 당연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 조기 퇴근을 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당연히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순하게 친구를 만나기 위함이라니,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명훈이 누구인가.
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직원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 이유가 궁금했기에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냥 단순히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건 아닐 테고 무슨 특별한 이유인지 설명이 필요할 거 같은데…….”
“그런데 그게…….”
이명훈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어, 일찍 퇴근해.”
“네?”
이명훈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친구를 만나기 위해 조기 퇴근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현성 또한 추가 설명을 원했던 것이고.
하지만 추가 설명을 하기엔 그게 또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말을 못 했다.
그런데도 사장인 현성은 그걸 또 흔쾌히 승낙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이명훈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진짜 괜찮겠습니까?”
“그래, 네가 말을 못 하는 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라고.”
현성으로서도 잠깐이지만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가장 믿는 직원이기에 그런 결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명훈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저는 그 이유를 설명도 안 드렸는데요?”
“그 또한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안 그래?”
현성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 이유를 설명 못 한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는 묻지 않았던 것이고.
물론 그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믿는 이명훈이기에 그랬던 것이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거기까지, 난 괜찮으니까 친구 편하게 만나.”
“…… 네.”
이명훈은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한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명훈은 바로 문을 열고 다시 나왔다. 그리곤 현성 옆으로 다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경우가 아닌 거 같습니다.”
“뭐가?”
“사장님은 저를 이렇게까지 믿어주시는데 제가 말씀을 안 드린다는 게 말입니다.”
“나는 괜찮다니까.”
“아닙니다, 이제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오늘 만날 친구는…….”
이명훈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의 얘기는 오늘 만날 친구의 소개부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한테 돈을 빌려주러 간다는 것이었다.
이명훈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돈을 빌려주기 위해 오늘 그 친구를 만난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 친구가 부천에서 장사를 하는데 너무 힘들답니다.”
“무슨 장사를 하는데?”
“분식가게요.”
“흠…….”
현성은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1분쯤 지났을까.
현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한테 처음부터 얘기를 안 했던 이유가 뭐야?”
“반대하실까 봐요.”
“그 말은 지금 너 자신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얘기지?”
“솔직히 조금은요.”
“그런데 왜 빌려주려고?”
“그 녀석이 며칠 전부터 계속 조르더라고요. 자기 힘드니까 조금만 도와달라고 말입니다.”
현성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어두워졌다. 얼핏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빌려달라는 금액이 얼마야?”
“2천만 원이요.”
“뭐, 2천만 원?”
현성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1, 2백도 아니고 2천만 원 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물론 빌려줄 수는 있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도 이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네가 돈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요 입이 문제입니다. 제가 지난번에 그 친구랑 술을 먹다가 그만…….”
“그래서 결국은 2천만 원을 빌려주겠다는 거야?”
“어제 약속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당연히 모르시고요.”
“흠…….”
현성은 다시 고민에 빠진 듯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넌 그 돈 포기할 수 있어?”
“포기요?”
“그래, 만약 그 친구가 갚지 않으면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냔 말이야?”
“그건 좀…….”
“왜, 자신 없어?”
“사장님도 아시잖아요, 제 꿈이 빨리 돈 모아서 제 가게 하나 차리는 거라는 거.”
“근데?”
“네?”
이명훈은 현성이 무엇을 묻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린지 몰라?”
“네, 저로서는…….”
“빨리 돈 모아서 가게 하겠다는 녀석이 왜 헛짓거리를 하냔 말이야. 넌 지금 그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친구가 1년 뒤에 갚겠다고…….”
“그러니까 너는 지금 그 말을 믿느냐고?”
“저야 당연히…….”
물론 갚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이 전생에서 지켜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돈을 갚았다는 걸 본 적이 없다.
결국은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죽하면 친구한테는 돈을 빌려주지 말고 그냥 주라는 말까지 있을까.
현성은 다시 말했다.
“차라리 그냥 줘.”
“네? 그냥이요?”
“그래, 내가 볼 땐 그게 네 정신건강에 좋을 거다. 나중에 돈 잃고 친구 잃고 속상해하는 것보다 말이야.”
“지금 그 말씀은 그 친구가 갚지 않을 거란 거죠?”
“글쎄다, 갚을 친구였다면 그런 식으로 술자리에서 돈을 부탁했을까 싶다. 물론 그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더 깊어졌다. 진짜 돈이 필요했다면 그런 식으로 술자리에서 부탁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상한 건 또 있다.
그건 바로 금액이다.
의외로 액수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분명히 그 친구는 분식 가게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2천만 원씩이나 필요하냐 하는 것이다.
현성은 다시 이명훈을 불렀다.
“명훈아.”
“네, 사장님.”
“그 친구는 왜 2천만 원씩이나 필요하다는 거야?”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싶답니다.”
“이유는?”
“가게가 너무 낡았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돈이 없어서 예전 가게를 거의 그대로 썼는데 이제라도 수리를 하고 싶답니다.”
“흠…….”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친구 하루 매출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 하루에 10만 원 정도 되는 거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가게가 너무 낡아서 손님이 덜 오는 거 같다고…….”
“누가? 그 친구가 그런 소리를 해?”
“네, 저번에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너한테 돈을 빌려 수리를 하겠다는 거고?”
“네.”
현성으로선 얼핏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분식 가게가 낡아서 장사가 안 된다?
그래서 친구한테 돈을 빌려 수리를 한다?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젓기 시작했다. 가게가 낡아서 장사가 안 된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친구의 돈까지 빌려서 가게를 수리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는 어떡할 생각이야?”
“약속을 했으니…….”
“잠깐, 그전에 하나만 묻자. 네가 생각할 때도 거기 장사 안 되는 이유가 가게가 낡아서 안 되는 거 같아?”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무슨 대답이 그래?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현성의 목소리에 약간 짜증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2천만 원씩이나 빌려주겠다는 녀석의 입에서 ‘글쎄요’라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거기 음식 맛은 봤어?”
“두 번 정도 가서 먹어봤어요.”
“어땠어?”
“음…… 그냥 그랬던 거 같아요.”
“야, 이명훈!”
현성은 이명훈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정신 안 차릴 거야?”
“네?”
“돈 2천만 원이 그렇게 우습게 보여?”
“그건 아닙니다. 저한테는 그 돈이 너무 소중한 돈입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앞으로 가게를 꼭 오픈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해?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음식 맛도 별로고 가게는 낡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곳에 그 돈을 빌려주겠다는 게 말이 돼?”
“…….”
이명훈은 현성이 소리를 지르자 아무 소리도 못 하고 그저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서운한 건 잠깐이야. 하지만 그 돈을 줬다가 잘못되면 너희 두 사람은 평생 원수 되는 거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 네.”
“그리고 친구 간에는 돈거래하는 거 아니야. 차라리 빌려줄 거면 그냥 줘. 내가 볼 땐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 내 얘기는 여기까지, 이제 최종 결정은 네가 해.”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이제는 그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이명훈이 급하게 현성을 불렀다.
“사장님!”
“응? 왜?”
“저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
“뭘 도와달라는 거야?”
“죄송하지만 부천에 있는 제 친구 가게에 한 번만 다녀오시면 안 돼요?”
“내가?”
현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핏 생각해도 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저를 위해서 말입니다. 저는 솔직히 결정을 못 할 거 같습니다. 그러니 사장님께서 제 친구를 한 번만 만나주십시오.”
“내가 만나서 뭘 어쩌라고?”
“사장님은 사람을 보시면 딱 알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입니다. 그러니…….”
“잠깐만.”
현성은 손을 들어 이명훈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다시 바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사람을 보면 딱 안다는 게?”
“사장님이 예전에 저한테 그런 말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사람은 그 사람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뽑았다고 말입니다.”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
“기억 안 나십니까? 예전에 회식할 때 저한테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내가 많이 취했던 그날?”
“네, 맞습니다. 그날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 사장님께서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허허, 이거야 원…….”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이명훈이 하는 얘기가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
쩝.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뭔가를 결정할 때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을 때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 친구 가게가 부천 어디야?”
“가실 겁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내 무덤 내가 팠으니 말이야. 하지만 앞으로는 술 먹고 한 얘기 가지고 치사하게 이런 식으로 떼쓰면 안 된다. 알았어?”
“헤헤, 네…….”
이명훈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무안한 듯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바로 친구 가게 위치를 설명한 다음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역시 사장님이 계셔서 전 든든합니다.”
“됐고, 애들 데리고 장사나 잘하고 있어.”
“넵, 알겠습니다.”
이명훈은 뭐가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현성은 그런 이명훈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30분 후.
부천 북부역에 도착한 현성은 트럭을 공용주차장에 주차한 다음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5분쯤 걸었을까.
현성의 눈에 허름한 상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지개 분식]이명훈이 말했던 바로 그 분식 가게였다. 현성은 일단 들어가기 전에 주위의 상권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이곳도 완전히 변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오래된 건물이 많은 곳이었다.
바로 그때.
“어?”
주위를 살피던 현성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꽂혔다. 그런데 그게 어떤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것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여자.
청바지에 빨간 가죽 재킷, 거기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현성의 머릿속에 전생의 기억이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항상 그리워하던 아내 윤지수의 뒷모습이었다.
깜빡깜빡.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타다닥!
현성은 분식 가게를 지나쳐 횡단보도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