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6)
회귀해서 건물주-576화(57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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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미터, 20미터, 10미터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현성의 심장 박동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내가 부평으로 이사를 오려면 아직 6개월 정도 남았다.
물론 부평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부천에 살았다는 얘기는 들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주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서 몇 번을 물었지만 가족관계가 아닌 이상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렇다고 미래의 아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날짜가 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여기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는 건 당연할 것이다.
“저기요!”
그녀와 5미터쯤 거리가 좁혀지자 현성은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벗어나 인도를 걷기 시작했다.
현성은 급한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윤지수 씨!”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반응은 없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다시 말했다.
“저기 윤지수 씨!”
“어머? 누구세요?”
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놀란 건 현성이었다.
“어?”
당연히 아내라고 생각하고 쫓아왔는데 그녀는 윤지수가 아니었다. 현성 또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아는 분인지 알고…….”
현성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뒷모습은 틀림없는 아내 윤지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자신이 예상했던 아내의 얼굴이 아니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현성은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기대감이 컸던 것일까, 아내가 아닌 걸 확인하고 나니 그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 자리에서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얼마 후.
다시 횡당보도를 건너 분식 가게 앞으로 돌아온 현성은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린 채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봤다.
어쩌면 혹시라도 아내가 나타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현성은 분식 가게 간판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곤 바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현성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장으로 보이는 청년이 작은 목소리로 현성을 맞았다.
잘 아는 사람 같으면 무슨 인사를 그런 식으로 하냐고 말이라도 하겠지만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로 드시겠습니까?”
“잠깐만요.”
현성은 일단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반 분식 가게에서 보는 메뉴판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면 메뉴 중에서 3개는 테이프를 붙여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결국 메뉴 3개는 포기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메뉴를 포기한다?
그건 그만큼 그 메뉴가 안 팔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1년 만에 메뉴 3개를 포기할 정도로 이곳이 장사가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그 원인은 아직 모르겠지만.
“라면하고 떡볶이 그리고 어묵탕 하나 주세요.”
어차피 그걸 다 먹을 생각은 없다.
목적은 맛을 보기 위함이었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 현성은 일단 그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주문을 한 현성의 시선은 바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성은 바로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음식 장사의 기본은 청결이다.
여기저기 얼룩진 바닥을 보며 현성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라면하고 어묵탕 먼저 나왔습니다.”
5분쯤 지나자 라면과 어묵탕이 먼저 나왔다. 그리고 밑반찬은 김치와 단무지였다.
현성의 숟가락이 먼저 간 건 어묵탕 국물이었다.
후릅.
맛을 본 현성은 숟가락을 바로 내려놓았다.
어묵탕의 생명은 국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국물에서는 어떤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
후루룩.
이번엔 젓가락으로 라면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저 평범한 라면 맛이었다. 일반 가정에서 끓여먹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그런 맛이었다.
“떡볶이 나왔습니다.”
일단 빛깔은 괜찮았다.
우물우물.
떡을 하나 짚어 입에 넣었다.
‘이게 뭐야?’
떡볶이의 생명은 누가 뭐라 해도 떡이다. 밀떡을 쓰던 쌀떡을 쓰던 쫀득한 맛이 나야 한다. 그런데 이 떡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식감이 딱딱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냉동실에 있던 떡을 사용한 듯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청년 한 명이 들어왔다.
그러자 주방에 있던 청년이 바로 인사를 건넸다.
“왔냐?”
말하는 본새로 봐서는 친구인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 또한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바로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명훈이는 몇 시에 온대?”
‘명훈’이란 이름이 나오자 현성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이 주방이지 가게가 좁다 보니 주방과 홀의 경계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주방에서 하는 얘기가 그대로 홀까지 흘러나왔다.
“오늘 거기 사장한테 얘기하고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오기로 했어.”
“근데 진짜로 돈을 빌려준다는 거야?”
“나도 혹시나 하고 부탁을 했던 건데 그걸 또 그 호구가 빌려준단다. 그놈이 원래 학교 다닐 때부터 정이 약했잖아.”
‘호구’라는 말에 현성은 인상이 저절로 구겨졌다.
척하면 척 아니겠는가. 친구라는 놈이 친구를 호구라고 부를 정도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이명훈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그한테 들려주는 게 자신이 평가를 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이명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잠깐만…….”
이명훈이 전화를 받자 현성은 핸드폰을 주방과 가까운 곳에 올려놓았다.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가 보다 선명하게 들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전화를 받은 이명훈은 황당했다. 처음엔 사장인 현성의 목소리였는데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바로 엊그제 만났던 친구들의 목소리였다.
이명훈은 핸드폰을 더욱 귀에 바싹 댔다. 그러자 옆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근데 명훈이 좀 어디가 모자란 거 아니냐?
-내 말이 그 말이다. 나는 혹시나 싶어 그냥 돈 좀 빌려달라고 했던 건데 그놈이 진짜 빌려준다고 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너는 그 돈을 받아서 진짜 가게를 수리할 거야?
-내가 미쳤냐? 어차피 여기는 내년이면 계약기간 끝인데 여기다 그 돈을 퍼 붇게? 난 그 돈으로 오토바이나 한 대 사서…….
“이런 개새끼가!”
이명훈의 입에서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장사가 안 된다기에 어떡하든 수리해서라도 장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돈을 빌려주려고 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이명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친구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 자식 통장에 돈이 6천 있다고 그랬지?
-응, 나도 그렇다고 들었어.
-이따가 그 자식 오면 나도 돈 좀 빌려달라고 그래야겠다.
-넌 뭐하려고?
-일단은 엄마 수술한다고 얘기하고 나도 오토바이 사서 너랑 전국일주나…….
이명훈은 더 이상 듣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핸드폰을 귀에서 뗐다. 그런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비릿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탁.
한편, 라면을 먹던 현성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자신의 임무는 다 한 듯싶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계산을 한 후 가게를 나와 공영주차장에서 트럭을 타고 부평으로 향했다.
30분 후.
현성이 주차장에 도착하자 이명훈이 바로 다가왔다. 아마도 미리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2천만 원 그냥 떡 사 먹을 뻔했습니다. 아니죠, 다른 친구까지 엄마 수술한다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으면…….”
이명훈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상상도 하기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이 입을 열었다.
“명훈아, 이게 세상이야.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진짜 호구 짓만 하다가 세상 끝나는 거야.”
“부끄럽습니다.”
“네가 부끄러울 건 없어, 그놈들이 나쁜 놈들인 거지. 하지만 세상엔 그런 놈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만 알아둬. 그리고 친구라고 해서 다 같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두고.”
“네, 저도 이번 기회에 많을 걸 깨달았습니다.”
“그럼 됐다. 자, 이만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요놈들과 통화 좀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이명훈이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무슨 소린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주차장을 벗어났다.
혼자 남은 이명훈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다.”
-어, 명훈아!
상대의 목소리는 밝았다. 당연할 것이다. 오늘 돈을 빌려주기로 한 친구이니 반갑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장사가 안 된다고 그랬지?”
-그래,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가게가 많이 낡았잖아. 그렇다 보니까 사람들이 아무래도 덜 오더라고.
“진짜 가게가 낡아서 사람들이 안 온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그래서 수리를 하겠다는 거고?”
-그래, 수리만 하면 지금보다 손님이 두 배는 더 올 거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올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만 되면 내가 너한테 진짜 제대로 한턱 쏠게.
피식.
이명훈은 듣다 말고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왔다. 이런 놈을 믿고 돈을 빌려주려고 했던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다.
“야, 이 자식아, 정신 차려.”
-어? 뭐야? 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어. 솔직히 네가 장사 안 되는 게 네 요리 실력이 개판이니까 그런 거잖아? 내 말이 틀려?”
-야, 이명훈, 너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래? 너야 말로 왜 그러는데? 친구를 그런 식으로 무시해도 되는 거야? 어?”
-이 자식이 미쳤나? 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솔직히 말해. 내가 돈 빌려주면 그 돈으로 뭐 하려고 그랬어?”
-야, 그거야 당연히 가게 수리해서…….
“야, 장성욱!”
이명훈은 상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야,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야,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너 내 돈으로 오토바이 살려고 그랬잖아? 내 말이 틀려?”
-어? 야, 그걸 네가 어떻게…….
“그리고 거기 가게도 내년까지만 할 생각이었고? 내 말이 맞지?”
-…….
“어떻게 친구라는 새끼가 그딴 식으로 사람을 이용해 처먹을 수가 있어? 응?”
-야,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어떻게…….
“지금 내가 어떻게 알았느냐가 뭐가 중요해? 네가, 아니, 명식이 새끼랑 너희 두 놈이 나를 이용하려고 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1, 2년 아니고 중학교 때부터 친구니까 10년이 넘은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이 사람의 진심을 이용하려고 했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명훈은 다시 말했다.
“야, 장성욱!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인생 그런 식으로 살지 마라. 죄받는다, 이 자식아! 그리고 명식이 새끼한테도 전해, 인생 그딴 식으로 살지 말라고. 그리고 너희 두 놈 앞으로는 동창회에 나올 생각은 하지 마. 그랬다가는 친구들 보는 앞에서 너희 두 놈 얼굴에 똥물을 뿌려줄 테니까! 그만 끊어 이 개자식아!”
-야, 야, 이명훈…….
뚝.
이명훈은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은 그런 놈과 통화를 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전화 통화 끝났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장인 현성이었다.
“어? 사장님, 아직 가게에 안 들어가셨어요?”
“아니, 들어갔다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다시 나왔어.”
“아, 네. 무슨……?”
“물론 내가 너와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긴 하지만 한마디만 하자. 내 경험으로는 친구가 꼭 많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란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학교 나닐 때는 몰랐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건 바로 친구에 대한 생각이었다.
친구라고 해서 다 같은 친구가 아니라는 것.
흔한 말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걸 알았다.
평상시에 아무리 많은 친구가 있어도 막상 내가 진짜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그런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저도 이번에 많이 느꼈습니다.”
“단 한 명의 친구라도 그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면 열 명도 부럽지 않다는 거야.”
“네, 그런 거 같습니다.”
“너무 친구의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렇단 얘기야.”
“네, 저도 명심하겠습니다.”
이명훈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이명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