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79)
회귀해서 건물주-579화(579/740)
“사장……님!”
“어, 그래, 영석아. 말해.”
“…….”
하지만 그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그의 어머니인 한소영이 몇 번 더 불렀지만 아직 마취에 덜 깬 듯 신음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10분 후.
유영석의 병실은 1인실로 잡았다. 처음엔 교통사고라 1인실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추가 비용을 현성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현성으로선 사고 난 유영석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사장님께 또 신세를 지는군요.”
유상혁이 현성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바로 말했다.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석인데 제가 마땅히 할 일입니다.”
“이거 매번 죄송해서…….”
유상혁은 미안한 듯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건 옆에 있는 한소영 또한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런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할 말이 없네요. 우리 영석이가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왜 사장님을 그토록 찾았는지 이제야 알 거 같네요. 오늘 아침에도 입대하기 전에 사장님 얼굴 한 번 더 봐야 한다고 하더니…….”
한소영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있던 유상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습니다. 여기는 저희가 지킬 테니 이제 그만 돌아가셔서 쉬십시오.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여기 있겠습니다. 어차피 당분간 병원에 계시려면 준비할 게 많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댁에 가서 쉬시고 준비물을 챙겨 내일 오세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저희가…….”
“제가 영석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만 제가 여기에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실 현성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치료능력 때문이었다.
지금 유영석 같은 경우는 혈관이 끊겼다고 했다. 그 말은 혈액이 그만큼 발끝까지 원활히 공급이 안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이 괴사다.
그렇게 되면 의사가 처음 말했듯이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능력으로 끊어진 혈관을 어찌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시도를 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병실에 머물겠다고 한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그럴 기회는 없으니 말이다.
만약 그렇게라도 해서 유영석의 다리를 살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테니 말이다.
“할 말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 밤만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어떻게 사장님께…….”
“아닙니다, 영석이가 깨어나면 제가 꼭 할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흠…….”
유상혁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좋습니다. 이게 부모로서 할 일은 아니지만 사장님께서 우리 영석이한테 할 말씀이 있다고 하시니 사장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현성은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이제 막 수술을 받고 나온 자식을 두고 집에 간단 말인가.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일단 유영석의 치료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유영석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병실을 나가자 현성은 바로 유영석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바로 그의 오른손을 잡았다.
제발!
현성은 절박한 심정으로 눈을 감은 채 그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현성은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정신을 집중하고 그의 몸을 살피려고 했지만 어떤 느낌도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 왜 이러지?”
현성은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해 그의 몸을 살폈지만 역시나 그의 몸에서는 어떤 느낌도 받을 수가 없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유승일 같은 경우는 손을 잡자마자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심지어는 핸드폰을 통해서도 그의 몸 상태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유영석한테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혹시라도 기대했던 유영석의 치료는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으으으…….”
유영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현성은 바로 침대 옆에 있는 벨을 눌렀다. 환자가 깨어나면 바로 벨을 눌러달라는 간호사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병실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가 들어왔다.
“유영석 님!”
“으으으…….”
“이제 정신이 드세요?”
“여기가…… 어디예요?”
유영석의 입에서 간신히 말이 새어 나왔다. 그 후로 간호사는 대화를 시도함과 동시에 무슨 약인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 약을 링거가 꽂혀있는 손등에 주사기로 놓은 다음 병실을 나갔다.
현성은 바로 유영석 곁으로 다가갔다.
“영석아, 이제 정신이 들어?”
“사장…… 님?”
유영석이 간신히 현성을 알아봤다.
“그래, 나다. 많이 아프지?”
“조금이요. 근데 어떻게 사장님께서 여기를…….”
“아빠한테 연락받았어. 그리고 오늘은 내가 여기 있겠다고 했고. 엄마 아빠는 내일 아침이면 오실 거야.”
“네…….”
유영석이 간신히 대답했다. 그러자 현성이 유영석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힘들면 얘기 안 해도 돼.”
“고맙습니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그런 소리 하지 마.”
“이 병실도 사장님이 잡으신 거죠?”
“어? 어, 다른 병실이 없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내가 돈밖에 없잖아.”
“…….”
유영석은 대답 대신 잡고 있던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얼마나 다친 거예요?”
“왼쪽 팔과 왼쪽 다리를 다쳤는데 일단 수술은 잘 됐다고 하더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현성으로선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솔직하게 모든 걸 얘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다리가 왜 이래요?”
“어? 왜? 아파?”
“힘이 안 들어가요. 이 손은 손끝까지 힘이 들어가는데 다리는 아무리 힘을 줘도 힘이 안 가요.”
“그건…….”
현성으로서도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혈관이 끊어졌다는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말이다.
“사장님, 저 무서워요.”
“어? 왜?”
“혹시 이 발이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요.”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런 일 없을 테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현성은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지 끊어진 혈관을 이을 수 없다면 그 결과는 최악일 테니 말이다.
“사장님, 저 졸려요.”
“어, 그래. 이제 자.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모든 게…….”
유영석은 그 말을 끝으로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그의 말처럼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아침만 하더라도 거수경례를 하며 군대 간다고 인사하던 녀석이 온몸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으니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현성은 다시 조금 전과 같이 유영석의 손을 잡고 어떡하든 그의 몸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느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현성은 방법을 바꿨다. 그의 몸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치료할 때 써먹던 방법을 유영석한테 그대로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자신의 기를 그의 몸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유승일한테 했듯이 말이다.
그렇게 현성은 유영석의 손을 잡은 채 그의 옆을 밤새도록 지켰다.
***
“영석이 어떻게 됐어요?”
현성이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명훈이 바로 물었다.
“안 좋아.”
“많이요?”
“응, 좀 심각하다.”
“그럼, 영석이 어떡해요?”
이명훈의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듯했다. 그건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였지만 워낙 친하게 지냈던 사이들이라 동료 이상의 끈끈한 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들이었다.
“일단은 의사 선생님도 좀 더 두고 보자고 하니 일단은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거 같다.”
“별일 없겠지요?”
“그래야지.”
“사장님 얼굴 보니까 어젯밤에 한잠도 못 주무신 거 같은데 올라가서 좀 쉬세요. 가게는 저희가 볼 테니까요.”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그럼 부탁하마.”
2층으로 올라온 현성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다시피 했다. 아무래도 그냥 밤을 새운 것도 아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를 소모하다 보니 그 피로는 말로 다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현성은 그대로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
며칠 후.
유영석의 담당 의사인 최상기가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닫혔던 입을 열었다.
“유영석 씨.”
“네, 선생님.”
“아무래도 힘들 거 같습니다.”
“네? 그 말씀은…….”
유영석은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최상기가 말하는 ‘힘들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느 정도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결국 한쪽 다리를 살릴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살릴 수 없다는 건 결국 절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 테고.
‘아……!’
유영석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한소영이 바로 물었다.
“선생님, 그럼 우리 영석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절단 부위가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이미 괴사가 시작되었거든요.”
“네? 괴사요?”
“네, 그렇습니다. 괴사라는 게 세포가 죽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최상기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유영석의 귀에는 더 이상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말이 좋아 괴사지 결국은 피가 안 통해 다리가 썩기 시작한다는 얘기였다.
“그만!”
유영석은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 말은 결국 한쪽 다리를 자르고 한쪽 다리로만 살라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물론 며칠 전에 최악의 경우에는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땐 설마 그런 일이 닥칠까 싶었었다.
그런데 며칠 만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날 줄이야…….
“물론 유영석 씨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속상한 일이겠지만 이제부턴 냉정해지지 않으면…….”
“그만! 그만 하라고요! 알았으니까!”
유영석은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결국은 한쪽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순간, 유영석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르는 건 유영석뿐만이 아니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 후.
유영석의 머리맡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그건 바로 수술 동의서였다.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종이에 이름 석 자를 쓰고 서명을 하는 순간 한쪽 다리는 잘려나간다는 얘기였다.
“…….”
유영석은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뜨는 순간 자신의 한쪽 다리가 잘려나갈 거 같았기 때문이다.
“…….”
말이 없는 건 그의 아버지인 유상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술 동의서에는 본인 외에 보호자의 서명도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수술 일정이 잡힌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식의 다리다. 그 다리가 없어진다는데 거기에 어떻게 이름을 적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빨리 결정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서명을 해야 한다.
물론 머리로는 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생각처럼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우…….”
유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때였다.
누워있던 유영석이 유상혁을 불렀다.
“아빠.”
“응, 그래. 영석아…….”
대답하는 유상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미안한데 저 혼자 좀 있을게요.”
“응? 그, 그래, 알았다.”
유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왔다. 그런 그의 발걸음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혼자 남은 유영석.
겨우 일어나 앉은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