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81)
회귀해서 건물주-581화(581/740)
583
다음 날.
“아빠, 엄마 저 수술 잘 받고 나올게요.”
“그래, 영석아!”
“엄마, 울지 말고.”
“어, 그래, 알았어. 엄마 안 울 테니까 너도 씩씩하게 수술 잘 받고 나와.”
한소영은 유영석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런 그녀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유영석이 애써 본 못 척 고개를 돌려 현성을 바라봤다.
“형님, 여기 계실 거죠?”
“그래, 수술받고 나올 때까지 여기 있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수술 잘 받고 나와.”
“네, 그럴 게요. 그리고 어제 저한테 줬던 묵주 반지로 기도도 해 주실 거죠?”
“그래, 알았어. 내가 비록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묵주 반지 돌리면서 하느님한테 내 동생 영석이 수술 잘 받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할게.”
“알았어요, 그럼 저는 이만 형님 믿고 수술실 들어갑니다.”
현성은 유영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를 태운 스트레쳐 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만요!”
유영석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영석아!”
“형님, 저 무서워요.”
지금까지 보여줬던 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막상 수술실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무서움이 몰려온 듯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이제 수술실로 들어가면 나올 때는 다리 한쪽이 없는 상태로 나올 테니 말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버틴 게 대단했다.
현성은 불안해하는 유영석을 향해서 달래듯 말했다.
“영석아, 힘내. 우리 씩씩하게 수술받기로 했잖아.”
“그런데 무서워요.”
“엄마랑 아빠 그리고 내가 여기서 영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응?”
현성은 유영석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불안해하던 유영석의 표정이 조금 안정을 찾은 듯했다.
“이 형이 열심히 기도할 테니까 영석이도 기도해.”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저 이제 진짜 들어갑니다.”
“그래, 세 시간 뒤에 보자. 한숨 푹 잔다고 생각해.”
“네, 형님. 그럼 우리 엄마 아빠 잘 부탁해요. 저는 진짜 들어갑니다.”
유영석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스트레쳐 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륵!
수술실 문이 열렸다 닫히면서 유영석의 모습은 금방 사라졌다.
바로 그때였다.
“영석아…… 흑흑.”
지금까지 참고 있던 한소영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당신의 자식이 한쪽 다리를 절단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멀쩡히 서 있을 어머니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건 그의 아버지인 유상혁도 마찬가지인 듯 벽을 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
세 시간 후.
한소영이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유상혁을 향해 물었다.
“우리 영석이가 왜 안 나오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이제 곧 나올 거야.”
바로 그때였다.
스르륵!
회복실 문이 열리면서 스트레쳐 카가 밀려 나왔다. 그러자 한소영이 급히 다가갔다.
“영석아!”
“으으으…….”
유영석은 마취가 덜 깬 듯 신음 소리만 겨우 낼뿐이었다.
그 순간 한소영의 손이 급히 움직였다. 그녀의 손이 닿은 곳은 유영석의 왼쪽 다리가 있던 곳이었다.
푹!
당연히 아무것도 잡힐 리가 없었다.
유영석의 다리가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걸 확인한 한소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또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30분 후.
“으으…… 엄마.”
“응, 그래, 영석아. 이제 정신이 드니.”
“으으…… 물.”
“어! 그래.”
한소영은 거즈에 물을 묻혀 얼른 유영석의 입에 물려줬다. 수술을 끝낸 직후라 아직은 물도 먹으면 안 되기에 간호사가 가르쳐준 방법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겨우 차린 유영석이 힘들게 한소영을 불렀다.
“……엄마.”
“어, 그래. 우리 영석이.”
“내 다리…… 어때요?”
“어? 그게…….”
한소영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들의 왼쪽 다리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됐어요, 어차피…….”
유영석은 눈을 감고 말았다. 물론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면 되겠지만 아직은 그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한소영은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어떤 말도 지금으로선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찾아낸 말이 현성을 불러주는 거였다.
“혹시 사장님 불러줄까?”
“아, 형님이요? 그래요, 형님 좀 불러줘요.”
한소영은 일어나 병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병실로 들어온 현성은 바로 유영석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영석아, 형이다.”
“형님!”
유영석이 바로 현성의 손을 잡았다. 그런 그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 그랬을 거다. 그래도 우리 영석이가 잘 참았어. 지금 컨디션은 어때?”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정신도 없고…….”
“그래, 한숨 자. 지금은 말 많이 하지 말고. 자고 나면 좀 괜찮아질 거야.”
현성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 유영석의 왼쪽 다리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아침까지도 멀쩡히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이 이불이 푹 꺼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으로선 미칠 노릇이었다.
그때 유영석이 잡았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이제 좀 자야겠어요. 형님도 이제 그만 가게에 가보세요. 어제오늘 고마웠어요.”
“고맙긴 뭘…….”
“진짜 형님 아니었으면 저는 감당이 안 됐을 겁니다. 수술도 제대로 못 했을 거고요. 형님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수술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아니야, 그건 우리 영석이가…….”
“형님!”
유영석이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제 뒤에서 저를 지켜주실 거란 약속 꼭 지켜주실 거죠?”
“그래, 물론이지.”
“알았어요, 그럼 저도 재활운동 열심히 받을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이제부턴 자주 안 오셔도 돼요. 제가 보고 싶으면 전화드릴게요.”
“그런 게 어디 있어, 형이란 사람이 동생이 수술을 했는데 그러면 쓰나.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밥만 잘 먹고 있어.”
“…….”
유영석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로 향했다. 눈을 감고 있는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현성이 병실 문을 열고 나오자 한소영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한소영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어머니. 저야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번에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우리 영석이 진짜 힘들었을 겁니다. 사장님 덕분에 어려운 결정도 하고 무사히 수술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석이 형이 되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집에 잠깐 뭐 좀 가지러 갔습니다.”
“아, 네. 그럼 저는 오늘은 이만 가겠습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그게 제 마음이 편해서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온 현성은 주차장으로 바로 향했다. 트럭에 오른 현성은 그제야 핸들을 잡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군대 간다고 아침 일찍 찾아와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던 유영석이었다.
그랬던 녀석이 며칠 만에 다리 한쪽을 잃었으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조금 전 병실에서 봤던 그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10분쯤 지났을까.
현성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가게가 있는 부평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눈가는 발갛게 변해 있었다.
***
며칠 후.
가게를 나와 현성이 향한 곳은 빵집이었다.
“비디오 삼촌!”
현성이 빵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역시 빵집 딸내미인 윤수정이었다.
현성은 바로 양 팔을 벌렸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도 양 팔을 벌리면 뛰어와 안기던 윤수정이 오늘은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윤수정! 무슨 일이야?”
“삼촌 오늘 면도 안 했지?”
“어, 맞아. 오늘 어디 좀 바쁘게 다녀오느라 미처 면도를 못 했어.”
“난 수염 싫단 말이야.”
그때였다.
언제 나왔는지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이세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수정이가 수염 싫어하는 거 삼촌이 몰랐나 보네.”
“하하, 안녕하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제가 병원에 쫓아다니다 보니 깜빡했네요. 그나저나 오늘은 수정이 안아보기 틀렸네요.”
“아마도 힘들걸요. 우리 수정이가 수염이라면 질색을 해서 말이에요. 그런데 병원은 왜요?”
“우리 막내였던 영석이가 그만 교통사고로…….”
“네? 막내라면 그 반찬 총각 말이죠?”
이세이의 입장에서는 이름보다도 반찬 총각으로 각인이 된 듯했다. 하긴 비디오를 빌리러 오는 다른 사람들도 유영석이를 보고 그렇게 부르긴 했었다.
“네, 맞아요.”
“혹시 많이 다쳤어요.”
“네, 생각보다 사고가 크게 났습니다. 그 바람에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어머! 이 일을 어째요!”
이세이는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금방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그녀를 보며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저도 미치겠습니다. 이제 영석이 나이 스물인데…….”
“그래서 영석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
“중앙 길병원이요. 아무래도 재활운동까지 마치려면 몇 개월은 거기 있어야 할 거 같아요.”
“혹시 언제 또 병원에 가요?”
“저는 매일 갑니다. 오늘은 이미 갔다 왔고 내일 오전에 갈 겁니다.”
“아, 그래요…….”
이세이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바로 빵을 봉지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양이 꽤 많았다.
잠시 후.
이세이가 커다란 봉투 두 개를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병원에 가고 싶은데 그건 여건이 안 되고 이 빵 좀 영석 씨한테 전해주세요.”
“이렇게 많이요?”
“병실에 다른 사람들과 나눠먹으라고 넉넉히 넣었어요.”
“영석이 1인실에…….”
“1인실이요? 거기 비싸서…… 혹시 사장님이?”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이세이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이상한 사람 같아요.”
“혹시 그거 제 얘기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사람이 보통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직원이었던 사람을 위해서 그런 식으로 돈을 쓰는 사람은 솔직히 없거든요.”
“그거야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요.”
“아니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비록 제가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사장님 같은 사람은 처음 봐요. 그리고 말이 나와 말이지 저 위에 있는 책방도 사장님이 비디오 팔아서 오픈해주신 거라면서요?”
이세이가 신기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뭐 하나만 물어도 돼요?”
“물론이죠.”
“얘기를 들어보니까 영화마음에서 수고하셨다고 돈을 줬는데 그걸 안 받았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예요?”
“혹시 유 사장님이 그러시던가요?”
“아니, 사장님은 아니고 저번에 사모님이 오셔서 그러시더라고요. 자기들도 여유가 없어서 많이는 못 주고 5백을 준비해서 줬는데 그걸 사장님이 한사코 거절을 하셨다고 말이에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세상에 돈을 주는데도 싫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에요. 근데 그게 사실이에요?”
현성은 대답 대신 그냥 씩 웃고 말았다. 그러자 이세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역시 사실이었군요. 어쩌면 영화마음과는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어떻게 그랬는지 저는 도저히…….”
이세이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였던 사람을 도와주고 게다가 그 수고비조차 단 한 푼도 안 받았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왜 그랬어요? 이제라도 그 이유나 좀 알아봅시다.”
“별거 없는데요.”
“그니까 그 별거 아닌 그 이유가 뭐냐고요?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그래요.”
“흠…….”
잠시 생각하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비록 악연으로 만났지만 인연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악연을 인연으로요?”
“굳이 말하자면…….”
물론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유승일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인연으로 만들자고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이세이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우리 인연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