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84)
회귀해서 건물주-584화(58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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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빵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그 두 사람은 바로 현성과 빵집 사장인 이세이였다.
현성이 빵 하나를 손에 들며 물었다.
“이 빵들이 앞으로 여기에서 팔게 될 빵들인가요?”
“네, 그래요. 일주일 동안 인천에 있는 유명한 빵집을 다 돌아다니면서 그 빵들을 사서 먹어보고 직접 만든 빵들이에요.”
“맛은요?”
“물론 100% 똑같이 만들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거의 비슷해서 팔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주 맛이 다른 건 뺐고요.”
일주일 동안 이세이가 한 일은 인천의 유명한 빵집 투어였다. 일일이 다니면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빵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그 빵들을 사서 먹어보는 일이었다. 그리곤 밤늦게까지 그 빵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30개의 빵, 그 빵들이 바로 그 결과물인 것이다.
툭!
현성은 손에 들고 있던 빵 봉지를 텄다. 그리곤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흔히 소보로빵이라고 부르는 곰보빵이었다.
우물우물.
곰보빵을 먹던 현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맛 괜찮은데요?”
“그래요? 그 빵이 쉬운 거 같으면서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빵이에요. 핵심은 표면에 울퉁불퉁한 모양이 떨어지지 않게 잘 만드는 거고요. 까딱 반죽을 잘못하거나 온도를 잘못 맞추면 모양도 모양이지만 잘 부서지거든요.”
“이번에 신경을 많이 쓰셨나 봅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지난번 사장님이 빵을 드신 다음 하신 말씀이 저의 승부 근성을 깨운 거 같아요. 제가 원래 학교 다닐 때부터 남한테 지고는 못 살았거든요.”
일주일 전이었다.
유영석의 여자 친구 문제를 해결하고 그다음 들른 곳이 이세이의 빵집이었다. 처음에 팔다가 손님들의 반응이 안 좋아 더 이상 팔지 않았다는 빵들의 맛을 보기 위함이었다.
맛을 본 결과 문제는 손님들의 기호 문제가 아니라 빵맛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때 한 말이 ‘이런 식으로 만들 거면 그냥 여기서 포기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좀 심한 말이란 건 알았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그녀에게 각성을 시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녀의 반응이었다.
그 말에 대해 기분이 상할 법도 할 텐데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다시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연구하고 빵맛을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그 빵맛은 확실히 달려져 있었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세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밤을 새웠어요. 빵이라는 게 금방 나오는 게 아니라 숙성기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도 일주일이면 생각보다 빨리 맛을 찾으신 거 같은데요?”
“이 손을 보세요.”
이세이는 손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가만히 있어도 떨리고 있었다. 그 말은 그만큼 손을 혹사시켰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죽을 얼마나 하셨기에 손이 아직도 떨리는 겁니까?”
“처음 빵을 배울 때 선생님이 그랬거든요. 빵맛은 반죽에서 나온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그동안 제가 너무 게으름을 피운 탓에 빵맛이 형편없었던 거예요. 그걸 이번에 사장님이 정확히 짚어주신 거고요.”
“저는 솔직히 일주일 전에 빵맛을 보고는 힘들 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이 맛으로는 파리바게또를 상대로 게임이 안 될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생각이 싹 바뀌었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게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아마도 저 혼자였다면 저는 그저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이대로 그냥 폐업 수순을 밟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장님 말씀처럼 다른 유명한 빵집의 빵맛을 보고 난 후에야 우리 빵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았거든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죽기 살기로 빵맛을 찾아낸 거고요.”
그 말이 맞는 얘기일 것이다.
전생에서 보면 이세이는 결국 6개월 만에 폐업을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때는 그게 단지 대형 체인점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
그녀는 결국 스스로 변하지 못했기에 살아남지 못했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변화를 본인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다른 빵을 짚어 들었다.
“이건 생크림 빵인가요?”
“네, 맞아요. 그것도 요즘 잘 나가는 빵이에요.”
“부드럽겠네요?”
“네, 맞아요. 그 빵은 생크림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생명이에요. 일단 드셔 보세요!”
이세이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만큼 빵맛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크림 빵을 한 입 베어 문 현성은 곧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고 말았다.
“오~~!”
“어때요?”
“너무 좋은데요. 지금까지 먹었던 생크림 빵보다 훨씬 맛있어요. 혹시 이것도 이번에 찾아낸 맛인가요?”
“네, 맞아요. 이건 동인천 빵집에서 찾아낸 맛이에요. 저는 아무리 해도 이 맛을 낼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5일 만에 결국 비슷하게 찾아냈어요. 하지만 아직 100%는 아니라서 조금 더 연습이 필요할 거 같아요.”
“대단하시네요.”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이세이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려 웃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처음엔 대형 체인점이 들어온다고 해서 겁만 잔뜩 먹고 어쩔 줄 몰랐는데 이제는 저도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어요. 어차피 빵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빵맛일 테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정도로 조금만 더 노력하시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혹시 해서 여쭙는 건데요, 이 생크림 빵은 색깔이 이거 하나인 가요?”
“네, 동인천 빵집도 보니까 한 색깔이던데요. 혹시 다른 색도 있나요?”
“그건 아니지만 제 생각엔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이때까지도 생크림 색은 흰색 한 가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 또한 다양하게 변한다. 그 색의 다양함은 케이크의 화려한 변신으로 이어졌고.
전생에서 봤던 생크림의 변화였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식용 색소로 만들면…….”
“어! 잠깐만요!”
이세이가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맞아요, 식용 색소! 그거라면 얼마든지 여러 가지 색깔의 생크림을 만들 수 있겠네요.”
“그걸로 케이크를 장식하면…….”
“와! 대박이죠! 그렇게 되면 지금의 케이크보다 훨씬 다양한 색깔의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사장님은 진짜 천재인가 봐요?”
“천재요?”
“그렇잖아요, 사장님은 이쪽 업계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에요. 안 그래요?”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하하…….”
현성은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어차피 현성 또한 스스로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전생에서 미리 봤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 또 천재라고 치켜세우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세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 가시고 나면 당장 만들어봐야겠어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그렇게 되면 케이크가 정말 예쁠 거예요.”
“이제부터 사장님의 능력이 진짜 발휘될 시간이군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요. 사실은 제 취미가 원래 케이크 만드는 거였거든요. 이제부터라도 다시 도전을 해봐야겠어요.”
이세이의 눈빛이 그 어는 때보다도 반짝였다. 그만큼 그녀의 열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던 이벤트는 생각해 보셨어요?”
“생각을 해봤는데 마땅히…….”
“음…….”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7주년 사은 행사 어때요?”
“7주년 사은 행사요?”
“네, 올해가 오픈한 지 7년 됐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그동안 이용해주신 고객 분들께 감사하다는 의미로 사은 행사를 하는 거죠. 어때요?”
“음……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다가 다른 빵가게가 들어오니까 한다고 말이에요.”
“그게 어때서요?”
“너무 속 보이는 거 같아서…….”
이세이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서비스를 받으면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경쟁이 붙으면 원래 없던 이벤트도 만들어서 하는 겁니다.”
“그런 가요?”
“그럼요,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사은 행사 내용은 어떤 게 좋을까요?”
이세이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밝아졌다. 막상 하겠다고 결정을 하니 마음이 변한 듯했다.
“20% 할인행사 어때요?”
“20%요?”
“네, 제 생각에는 그 정도면 괜찮을 거 같은데,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그니까 사장님 말씀은 어떤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빵값을 할인해주자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게 가장 효율적일 거 같아서 말입니다.”
“음…….”
이세이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하긴 그럴 거 같네요. 어차피 빵집에서 가장 좋은 행사는 빵값을 할인해 주는 거니까요.”
“거기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는 손님한테는 사장님이 이번에 직접 만든 칼라풀한 케이크를 선물로 주면 광고도 많이 될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매출도 제법 더 오를 거고요. 어때요?”
“와! 사장님은 역시 천재가 맞네요. 어떻게 바로 그런 생각까지…….”
이세이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처음 파리바게또가 들어온다고 울면서 걱정하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기준 금액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제 생각에는 3만 원 정도면 어떨까 싶은데,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음…… 3만 원 정도면 적당할 거 같네요.”
“내일 당장 현수막 걸면 되겠네요, 어차피 파리바게또도 3일 후에 오픈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이벤트를 할 테니까요.”
사실 바리바게또는 10% 할인행사가 오픈 이벤트의 전부다. 그래서 현성은 처음부터 20%를 제안했던 것이다. 어차피 이왕 할 거면 거기보다 세게 하기 위함이었다.
“혹시 거기는 어떤 이벤트를 하는지 아세요?”
“아마도 10% 할인행사를 할 겁니다.”
“그것뿐인가요?”
“네, 제가 알기로는 요즘 파리바게또의 오픈 이벤트는 그게 다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더 세게 나가는 거네요?”
“그런 셈이죠. 하지만 걔들은 그거에 신경 안 쓸 겁니다. 어차피 자기들과는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일종의 우월주의다.
대형 체인점이라는 이유로 일반 개인 매장을 무시하는 행위.
그런데 문제는 그게 또 현실에서는 다 먹힌다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를 무시한다는 거죠?”
“자기들은 대형 체인점이라는 자부심인 거죠.”
“하긴…….”
잠깐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이세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고민은 돼요. 사장님이 이렇게 나서서 도와주시는 바람에 용기는 냈지만 제가 진짜 대형 체인점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지 말이에요.”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하시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쟤들도 약점은 있거든요.”
“약점이요?”
“네, 우선은 임대료가 여기보다 100만 원은 많고 게다가 체인점이라 빵값도 일반 개인 매장보다 비싼 편이거든요.”
체인점의 특성이다.
아무래도 매장이 다른 일반 개인 매장들보다는 크다 보니 임대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빵값 또한 일반 개인 매장보다 비싼 게 사실이고.
“빵값을 내리지는 않을까요?”
“걔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일반 개인들이야 내 마음대로 빵값을 조정할 수 있겠지만 걔들은 본사에서 빵값을 정해주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사장님은 그걸 잘 이용하면 유리할 겁니다.”
“결국은 빵값을 가지고 경쟁을 하자는 거네요?”
“그것만큼 확실한 경쟁 도구는 없으니까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빵맛이 중요합니다. 손님들은 무조건 싸다고 해서 빵을 선택하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렇겠지요, 맛이 비슷하거나 낫다면 싼 빵을 찾겠지만 그 반대라면 오히려 싸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세이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맞아요. 게다가 파리바게또라는 인지도도 무시 못 할 겁니다.”
“결국은 빵맛도 더 좋고 단 얼마씩이라도 가격이 싸야 한다는 얘기군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오늘 빵을 먹어보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 같습니다.”
“진짜 그 정도예요?”
“저는 이런 걸로 거짓말 안 합니다. 벌써 잊으셨어요? 제가 사장님 빵맛을 보고 포기하자고 했던 말 말이에요.”
“호호, 하긴…….”
이세이가 기억한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런 그녀가 웃음을 그치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하나만 물어도 돼요?”
“당연히요, 뭔데요?”
“그땐 왜 그렇게 심하게 말을 한 거예요? 솔직히 저 그때는 주저앉을 뻔했어요. 너무 심하게 말씀을 하시는 바람에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이세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빵을 만들 거면 포기하라고 했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어쨌거나 7년이나 장사를 한 사람한테 포기를 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수정이 때문에요.”
“우리 수정이요?”
“네, 수정이가 또다시 울면서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수정이가 울면서 떠난다는 게?”
이세이는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