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85)
회귀해서 건물주-585화(58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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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습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꿈이라고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서 이미 겪었던 일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이세이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꿈이라고 그랬어요?”
“네, 꿈이요.”
“꿈에서 우리 수정이가 울면서 이 동네를 떠났단 말이에요?”
“네, 그래요. 6개월 뒤에 폐업을 하고 가기 싫다면서 저를 안고 우는 꿈을 꾸었습니다.”“아니, 무슨 꿈이…….”
이세이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꿈이라고 하지만 무슨 이런 꿈을 다 꾼단 말인가.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어쨌거나 꿈은 꿈일 뿐이다. 그런데 그 꿈을 꿨다고 그걸 또 실제 생활에서 언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것도 타인의 꿈을 말이다.
이세이는 다시 물었다.
“원래 꿈을 잘 꾸세요?”
“그런 편입니다.”
“꿈은 그냥 꿈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요?”
맞는 얘기다.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런데 현성이 그걸 가지고 현실에서 언급을 하니 이세이로서는 지금 그 얘기가 말도 안 된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현성 또한 그걸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지금으로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좀 특별합니다.”
“특별해요? 그 얘기는 혹시 그 꿈이 잘 맞기라도 한다는 얘긴가요? 가끔 TV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꿈이 현실로…….”
“네, 맞습니다. 제가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심한 말을 했던 겁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이 가게를 살려 수정이가 울면서 떠나는 모습을 보기 싫었거든요. 그리고…….”
“잠깐만요!”
이세이가 갑자기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잠시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잠시 후.
이세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6개월 후라고 그랬지요?”
“네, 맞아요. 파리바게또가 오픈하고 6개월 뒤에 폐업을 했습니다.”
그건 사실이다. 전생에서 분명히 6개월 뒤에 폐업을 했으니 말이다.
“진짜 이상하네요.”
“뭐가요?”
“사실은 앞으로 남은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았거든요. 진짜 신기하게도 그 날짜를 정확히 맞히셨네요?”
“아, 그런가요…….”
현성도 그거까지는 몰랐었다.
그렇다면 결국 전생에서 폐업 결정을 한 이유는 계약 기간이 다 되었지만 더 이상 계약 연장을 안 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 이유야 경쟁에서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계약을 안 한 것일 테고.
이세이의 표정이 약간 불안한 듯 어둡게 변했다. 그런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진짜 사장님 꿈이 잘 맞아요?”
“그런 편입니다. 그 얘기는 조금 전에도 했던 얘긴데요?”
“그럼 저 어떡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꿈이 잘 맞는다면서요? 그 얘기는 제가 6개월 뒤에 폐업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안 그래요?”
“어? 그건…….”
현성으로선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듣고 보니 이세이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생의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 현성은 바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꿈이 잘 맞는다면서요?”
“그거야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이대로 장사를 했을 경우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요. 빵의 종류도 늘리고 빵맛도 예전하고 다르고 거기다가 간판이랑 선팅도 다시 했고 앞으로 이벤트도 할 거잖아요. 그러니 꿈에서처럼 폐업을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 그게 또 그런 식으로 되는 건가요?”
이세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조금 전 걱정했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른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바로 제 꿈의 능력입니다.”
“능력이요?”
“그래요, 미리 꿈을 꾸고 그런 상황이 안 되도록 만드는 거지요. 이번에 사장님처럼 말입니다.”
자고로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다.
하찮거나 언짢은 일을 둘러 생각하여 좋게 풀이한다는 의미다. 사실보다는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지금 현성의 상황이 그랬다.
비록 전생에서는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그걸 꿈으로 얘기했고 결국엔 그런 상황이 안 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이세이의 표정이 확실히 달라졌다.
“어머!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
“그런 것도 같은 게 아니라 그런 겁니다. 지금 사장님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그 말을 함으로써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맞아요! 솔직히 그날 사장님이 그렇게 독하게 말씀을 안 하셨다면 저 또한 그냥 예전처럼 똑같이 장사를 했을 거예요. 만약 그랬더라면 사장님의 꿈에서처럼 6개월 후에는 폐업을 결정했을 테고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진짜 사장님 꿈이 보통 꿈은 아니군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현성의 목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목적은 이세이가 체인점인 파리바게또를 상대로 버텨내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딸내미인 윤수정이 울면서 이 동네를 떠나지 않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세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저는 이대로 장사하면 되는 거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조건은 하나 더 남았습니다.”
“조건이요? 그게 뭔가요?”
“변화입니다.”
“변화요?”
“네, 이번에 사장님도 인천 지역의 유명한 빵집들을 돌아보면서 느끼셨을 겁니다. 빵도 유행을 탄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처럼 항상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거고요.”
“그건 사장님 말씀이 백번 맞아요. 사실 이번에 빵집을 돌면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게을렀는지 알았어요. 제가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세이의 말이 길어졌다. 그만큼 그녀 스스로도 느낀 게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참을 얘기하던 이세이가 말을 멈추고는 현성을 잠깐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어떤……?”
“앞으로는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유명한 빵집에 방문하기로요. 그러면 그때그때 어떤 빵들이 요즘 잘 나가는지 알게 될 거예요. 물론 저는 그 빵을 똑같이, 아니, 더 맛있게 만들도록 노력할 거고요.”
딱!
현성은 이세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엄지와 중지를 튕겨 소리를 낸 다음 바로 말을 이었다.
“바로 그겁니다. 그게 바로 저의 마지막 조건이었던 겁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얘기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거든요.”
“네, 알았어요. 이제부터라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할게요. 우리 수정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하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요.”
“음…… 수정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요?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신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할 거 같은데요?”
말을 끝낸 현성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확인한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계획을 수정한다고요?”
“네, 처음엔 그저 바리바게또를 상대로 버텨서 장사를 계속하는 것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그 계획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혹시 그 변경이라는 게 설마…….”
이세이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듯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마도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어쩌면 파리바게또를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체인점인 바리바게또를 상대로 그게 가능하다는 거예요?”
“까짓것 못 할 것도 없지요. 체인점이라고 해서 폐업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요. 어차피 장사라는 게 경쟁에서 지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안 그래요?”
“그렇기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이세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개인이 체인점을 상대로 경쟁에서 이긴다는 게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전생에서 파리바게또의 영업방식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갔는지를 알고 있기에 자신할 수 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진짜 그게 가능해요?”
“네, 물론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사장님께서 앞으로 1년 안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 합니다.”
“갑자기 바리스타 자격증은 왜요?”
이세이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바리스타는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커피 기계를 활용하여 고객이 원하는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를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빵집에서 그런 바리스타 자격증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말이다.
“세상이 변합니다.”
“세상이 변한다고요? 어떻게요?”
“이제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커피가 대세가 될 겁니다.”
“커피 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앞으로는 빵가게에서 커피는 거의 필수가 될 겁니다. 물론 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가게는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을 거고 말입니다.”
그건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거의 모든 빵가게에서 커피는 필수가 되게 된다.
그중에도 파리바게또가 그 일을 선도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모든 파리바게또가 그런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더 대형으로 몸집을 키울 것이다. 커피 매장까지도 겸해야 하니 말이다.
일명 샵인샵(shop in shop) 개념으로 빵가게 안에 카페를 하나 더 운영하는 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현성은 지금 그걸 대비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으로는 앞으로 빵집에서는 커피도 취급해야 한다는 거지요?”
“네, 맞습니다. 앞으로 불과 2, 3년 안으로 서울에서부터 시작할 겁니다. 물론 그 선두 주자는 파리바게또가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하자는 거고요?”
“네, 물론입니다. 앞으로는 빵집도 샵인샵 개념으로 빵가게 안에서 카페를 같이 운영하게 될 겁니다.”
“샵인샵 개념이요?”
이세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아직은 생소한 언어라 그런 듯싶었다.
“네, 그렇습니다. 결국 두 개의 가게를 한 공간에서 운영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매장들이 점점 커지게 될 겁니다.”
“어? 그러면 저희는 어떡해요? 보시다시피 공간이 작은데요?”
어쩌면 당연한 걱정일 것이다. 지금 이세이가 운영하는 빵가게는 10평이 조금 넘기 때문이다.
“앞으로 넓혀야지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가게를 넓힌다는 얘기는 결국 옆 가게를 턴다는 얘긴데 지금 옆 가게는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미용실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내년 8월이요.”
“내년 8월이요? 그 말씀은 혹시 내년 8월에 미용실이 나가기라는 한다는 건가요?”
사실이다. 전생에서 이세이가 폐업을 한 후 3개월 뒤에 미용실 또한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게 된다.
“네, 그렇게 될 겁니다.”
“어? 그러고 보니 저번에 그 언니가 자기 계약 기간이 내년 8월까지라고 한 거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사장님은 그걸 또 어떻게 아신 건가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꿈에…….”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또다시 꿈을 핑계로 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이세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사장님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 무슨 꿈을…… 호호.”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꿈에서 미용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걸 봤거든요.”
“진짜 사장님 꿈은…….”
이세이는 이번엔 고개를 좌우로 심하게 저었다.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인 듯싶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혹시 미용실 사장님과 친하세요?”
“물론이지요. 바로 옆집이니까 제가 친언니처럼 따르거든요.”
“그럼 지금 당장 확인해 보세요. 아마도 지금쯤이면 이미 계획을 세웠을 테니까요.”
“진짜요?”
“네, 저는 자신할 수 있거든요. 틀림없이 내년 8월에 이전을 했으니까요.”
“저 진짜 확인해도 돼요? 괜히 실없는 사람 되는 거 아니지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 꿈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거든요.”
“호호, 저 그럼 진짜 다녀옵니다.”
이세이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빵가게를 나갔다.
잠시 후.
다시 빵가게로 들어온 이세이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진짜 사장님 말씀이 맞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몇 개월 있다가 건물주한테 8월에 나간다고 얘기를 하려고 했데요. 그런데 이게 진짜 어떻게 된 거예요? 저는 솔직히 언니한테 물으면서도 사장님 말씀을 믿지 않았거든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래서 가끔 놀랍니다. 그런데 이게 자주 있는 건 아니고 아주 드물게 그런 꿈을 꾼답니다.”
“진짜 신기하네요. 그건 그렇고 그러면 저는 내년 8월에 옆 가게까지 터서 카페를 운영하면 되는 거예요?”
“바로 그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미리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파리바게또보다 일찍 사업을 전환하는 거라 사장님이 훨씬 유리할 겁니다.”
“흠…….”
잠깐 고민을 하던 이세이가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알았어요. 다음 달부터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 시작할게요. 그러면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딸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가게를 트고 카페로 꾸미려면 비용이 어느 정도나 들까요?”
“대충 7천 정도 예상하면 될 겁니다.”
“음, 7천이라…… 네, 좋아요. 그 정도는 제가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이제 됐어요. 이 정도만 준비하면 수정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아니, 사장님의 노후 생활까지도 걱정이 없을 겁니다.”
“호호, 노후 생활이요? 그렇게 얘기하니까 누가 보면 내가 엄청 늙은 줄 알겠어요? 혹시 그거 아세요? 저랑 사장님이랑 겨우 5살밖에 차이 안 난다는 거요?”
이세이가 현성을 보며 살짝 웃었다. 그러자 현성 또한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하,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노후 생활은 좀 심했나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수정이가 울면서 이 동네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전생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게 어린 윤수정이 떠나기 싫다고 우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그런 일을 없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모르는 게 있었다. 상대가 개인이 아닌 대형 체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만큼 그들의 영업력 또한 막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현성 또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