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86)
회귀해서 건물주-586화(586/740)
588
이틀 후.
이세이가 운영하는 빵가게에 현수막이 하나 내걸렸다. 그 내용은 7주년을 맞아 사은 행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품목 20% 할인과 3만 원 이상 구매하는 손님한테는 작은 케이크를 하나 증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엄마, 사은이 무슨 뜻이야?”
어린이 집에서 이제 겨우 한글을 깨치기 시작한 윤수정이 현수막을 바라본 후 이세이를 향해 물었다.
“음…… 사은이라는 말은 고맙다고 인사하는 거야. 엄마가 이 가게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거든. 그래서 그동안 우리 가게에서 빵을 사 드신 분들께 고맙다고 인사하는 거야.”
“아아, 그런 말이구나.”
윤수정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세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수정이는 앞으로 아무 걱정하지 말고 학교만 잘 다니면 돼. 엄마가 앞으로는 커피도 배워서 카페를 운영해 돈 많이 벌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이 동네 떠나기 싫다고 우는 일은 없을 거야.”
“응? 난 운 적 없는데?”
“응, 맞아. 우리 수정이는 운 적 없어. 그냥 엄마가 혼자 하는 얘기야.”
이세이는 윤수정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었다.
이틀 전 현성으로부터 꿈 얘기를 들으면서 윤수정이 이 동네를 떠나기 싫다고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기분이 너무도 슬펐었다.
그 이유는 만약에 현성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
“응, 수정아. 왜?”
“저기 앞집도 내일부터는 빵을 파는 거야?”
“어? 어, 응. 내일이 오픈하는 날이니까 내일부터는 빵을 팔겠지. 그런데 그건 왜?”
“이상해서.”
윤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세이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제 딴에는 뭔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인 듯했다.
“뭐가 이상한데?”
“이상하잖아. 우리가 빵을 팔고 있는데 바로 앞집에서 빵을 파니까 말이야.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다들 뭐라고 그러더라고.”
“뭐라고 그랬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래.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길 건너 앞집에서 같은 빵을 팔면 안 된다고 말이야.”
“…….”
이세이는 할 말이 없었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조차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딸내미의 말이 백번 옳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입장에서 같은 업종이 들어온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에서는 그게 또 어쩔 수 없는 것을.
윤수정이 다시 말을 이었다.
“돈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
“응? 왜 그런 말을 해?”
“사람들이 돈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그랬거든.”
“사람들이 너한테 그런 말을 했어?”
“아니, 손님들이 한 건 아니고 내가 손님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어.”
“…….”
난감한 건 이세이였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윤수정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이세이 앞으로 내밀었다.
“엄마, 이거.”
윤수정의 고사리 같은 손에는 천 원짜리 몇 장이 들려있었다.
“이게 무슨 돈이야?”
“나한테 있던 돈이야. 이거 엄마 줄게.”
“이걸 왜 엄마한테 주는 거야?”
“엄마 힘내라고. 엄마는 혼자잖아. 아빠도 없고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도와줘야지. 이 돈으로 저 사람들하고 싸워서 이겨야 돼.”
윤수정은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손님들이 하는 얘기를 다 들은 듯했다.
이세이는 그런 윤수정을 꼭 껴안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수정아. 엄마가 저 사람들하고 싸워서 꼭 이길게. 그러니까 수정이는 앞으로 더 이상은 이런 얘기 하면 안 돼. 알았지?”
“응, 엄마.”
이세이는 대답하는 윤수정을 한 번 더 꼭 껴안았다.
***
“저게 뭐야?”
이세이의 가게 건너편에서 현수막을 바라보던 파리바게또 사장인 마상구가 직원인 오지혜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오지혜가 피식 웃으며 대답을 이었다.
“발악을 하는 거 같은데요.”
“발악?”
“네, 우리가 내일부터 오픈을 하니까 미리 선수를 치는 거죠. 하지만 어차피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어차피 이미 게임은 끝났는데요.”
오지혜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개인을 상대로 체인점인 파리바게또를 오픈했으니 말이다. 그건 사장인 마상구도 마찬가지인 듯 그의 표정 또한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 그가 다시 물었다.
“오 실장 생각에는 저 빵집이 얼마나 버틸 거 같아?”
“글쎄요, 기껏해야 2, 3개월…… 아마 아무리 늦어도 6개월 이상은 못 갈 거예요.”
“6개월? 그 이유는?”
“알아보니까 앞으로 6개월 후가 계약 갱신 기간이더라고요. 그러니 더 있고 싶어도 못 있을 거예요. 자기들도 몇 개월 장사해보면 우리랑 게임이 안 된다는 걸 알 테니까요.”
“당연히 그렇겠지?”
“그럼요, 어차피 게임이 안 될 테니까 사장님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그려, 그래야지.”
마상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슬쩍 다시 물었다.
“그리고 혹시 내가 알아보라는 거 알아봤어?”
“네, 알아봤어요. 이름은 이세이고 나이는 현재 34살이에요. 딸내미가 하나 있는데 올해로 5살이고요.”
“남편은?”
“3년 전에 이혼했더라고요. 왜 이혼했는지 그거까지는 모르겠고요. 그리고…….”
오지혜는 그 후로도 이세이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마상구는 길 건너편의 빵 가게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5분쯤 지나고, 오지혜의 설명이 끝나자 마상구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어쨌거나 여자 혼자서 5살짜리 딸내미를 키우면서 빵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지?”
“네, 맞아요.”
“그럼 그 친구는 뭐야?”
“그 친구요?”
“그래, 요즘 며칠 동안 빵 가게에 와서 살다시피 하던 그 남자 말이야.”
“아, 김현성 씨요?”
오지혜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현성의 이름을 댔다. 그러자 마상구의 질문이 바로 또 이어졌다.
“그 친구 이름이 김현성이야?”
“네, 맞아요.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저 아래 비디오 가게 사장이에요.”
“비디오 가게?”
마상구의 표정이 갑자기 가소롭다는 듯 살짝 뒤틀렸다. 아무래도 비디오 가게라고 하니 하찮게 생각된 듯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비디오 가게나 하는 주제에 가게는 안 보고 왜 남의 가게에 와서 주접을 싸는 거야?”
“주접이요?”
“그래, 오 실장도 생각해 봐, 지 가게는 놔두고 왜 남의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이해가 안 가잖아, 그러니 내가 주접이라고 하는 거야. 내 말이 틀려?”
“그게 좀…….”
오지혜가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대답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마상구가 바로 다시 물었다.
“왜? 무슨 이유가 있어? 왜 말을 제대로 못 해?”
“사장님은 그 김현성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시죠?”
“나야 이 동네 사람이 아니니까 당연히 모르지. 그런데 그 친구가 왜? 어차피 비디오 가게 한다며? 그럼 뻔한 거 아녀?”
“김현성 씨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 사람입니다.”
“유명하다고? 비디오 가게 한다며? 근데 뭐가 유명하다는 거야?”
마상구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오지혜가 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비디오 가게를 하는 건 맞는데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오지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녀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마상구의 표정은 처음과는 달리 점점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설명이 끝나자 마상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로 물었다.
“그게 정말이야?”
“네, 제가 말한 것 중에 틀린 건 하나도 없어요.”
“비디오로 한 달에 매출을 2억이나 올렸다고?”
“네, 맞아요. 그것뿐만이 아니고 직원들한테도 월급을 천만 원이나 주고 동사무소에도 5천만 원씩 기부를 한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허허, 아니 무슨…….”
마상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비디오 가게라고 해서 하찮게 생각했는데 거기서 매출을 한 달에 2억이나 올렸다고 하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부까지 했다고 하니 그 놀라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국에서 체인점인 영화마음을 이긴 사람은 그 사람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괴물이네. 개인이 어떻게 체인점을 이길 수가 있어?”
“그러니까 말이에요. 영화마음 본사도 그 사람한테는 꼼짝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허허…….”
마상구는 한 번 더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잠시 후.
마상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오지혜를 향해 다시 물었다.
“두 사람 사이는 어떤 관계야?”
“글쎄요, 저도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두 사람이 연인관계는 아닌 거 같고…….”
“연인도 아닌데 남의 가게에 와서 그렇게 살다시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이상해요. 연인관계는 아닌데 너무 자주…….”
“잠깐만!”
마상구가 오지혜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가 아니란 건 어떻게 장담해?”
“그건 사람들이…….”
“사람들이 어떻게 알아? 원래 아무도 모르는 게 남녀 문제야.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란 거지.”
“그럼 혹시…….”
“그래, 얼마든지 가능성은 있는 거야. 요즘 연상연하가 유행이라고 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애 엄마하고 총각이…….”
오지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마상구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만하자고.”
“네?”
“두 사람이 연인이든 아니든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그만 얘기하자고. 중요한 건 지금으로선 두 사람이 우리의 적이라는 거야. 어차피 내일부터는 경쟁을 해야 할 테니까 말이야.”
“글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생각에는 우리와는 게임이 안 될 거 같은데요. 어차피 아무리 그래 봤자 저쪽은 일개 개인일 뿐이고 우리는 체인인 파리바게또잖아요.”
“진짜 그럴까?”
마상구의 표정이 처음과는 달리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오지혜가 그를 행해 물었다.
“사장님은 뭐가 불안하신 건가요?”
“그 친구.”
“그 친구라면 김현성 씨를 말하는 건가요?”
“그래,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체임점인 영화마음을 이겼다며? 그게 보통사람이 할 일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기야 하지만…….”
오지혜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제 생각은 달라요.”
“다르다고? 뭐가 다르다는 거야?”
“비디오 가게와 빵 가게는 다르다는 거예요. 비디오는 모든 제품이 다 똑같지만 빵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빵은 본사에서 공급이 되는 것이고…….”
오지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개인과 체인점의 차별화를 말하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체인점의 장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결론은 빵 가게 같은 경우는 개인이 체인점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거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오 실장의 얘기는 개인이 체인을 못 이긴다는 거지?”
“그럼요, 더군다나 우리 체인이 누구예요? 체인점 중에서는 최고라고 부르는 파리바게또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우리 체인을 따라올 데가 있나요? 저는 없다고 봐요.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흠…….”
마상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라도 한 듯 마상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우리를 따라올 빵집은 없겠지?”
“그럼요, 괜히 비싼 돈 주고 체인점 내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사장님은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그렇겠지? 내가 괜히 예민했던 거지?”
“맞아요. 제가 볼 때는 사장님께서 막상 내일 오픈한다고 하니 좀 예민해 지신 거 같아요.”
“음, 그래. 그럼 난 오 실장만 믿을게.”
마상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다.
체인점이 장점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체인점 또한 단점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