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88)
회귀해서 건물주-588화(58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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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또 있어요?”
카운터를 보던 오지혜가 창가로 다가가며 물었다.
그러자 마상구가 다시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의 현수막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기 저 현수막 말이야.”
“어디 잠깐만요.”
오지혜가 길 건너편의 현수막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입을 연 건 채 10초도 지나기 전이었다. 그만큼 현수막이 길 건너편에서도 잘 보일 정도로 크게 걸렸다는 의미일 것이다.
“식빵이 맛있는 빵집이라고 적혀있는데요. 그리고 그 밑에는 네 시간마다 따끈따끈한 빵이 나온다고 적혀 있고요.”
“그 밑에는?”
“첫 빵은 아침 6시 30분에 나온다고 적혀있는데요?”
“요년 봐라.”
마상구의 표정이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가 심하게 올라갔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야? 지금 나하고 전쟁이라고 하자는 거야?”
“그러게요, 아주 독하게 나오는데요. 하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저런다고 우리랑 게임이 되겠어요?”
“글쎄, 그게 진짜 괜찮을까…….”
마상구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오지혜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사실은 저도 걸리는 게 하나 있어요.”
“그게 뭔데?”
“시간이요.”
“시간?”
“네, 아침에 우리는 9시에 빵이 들어오는 반면에 저쪽은 6시 30분이면 빵이 나오니 말이에요.”
“그지? 나도 그게 신경이 쓰여. 그런데 중요한 건 빵이 들어오는 그 시간만큼은 우리 맘대로 어떻게 조정을 할 수 없다는 거야.”
마상구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길을 사이에 두고 경쟁을 하는데 이곳보다 두 시간 반이나 빵이 먼저 나오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간을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는 개인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조정을 할 수가 있지만, 자신 같은 경우는 체인점이기에 그게 조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상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저 빵집이 그 전에는 몇 시에 문을 열었었지?”
“9시요.”
“그 말은 결국 우리 때문에 문 여는 시간을 일부러 앞당겼다는 얘기군?”
“네, 그런 셈이죠. 그 전에는 혼자 있으니까 그럴 필요성이 없었을 테니까요.”
“흠…….”
마상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오지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본사에 조금만이라도 일찍 빵을 배달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 안 될까요? 단 한 시간만이라도…….”
“그렇지 않아도 내가 처음부터 그 얘기는 해봤는데 힘들다고 하더라고. 어차피 본사에서도 도는 코스가 정해져 있다 보니 어느 한 집에 맞춰서 그 코스를 조정할 수 없다는 거야.”
“하긴…….”
오지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니도 그 지역의 모든 체인점에 빵을 배달해야 하니 어느 한 곳 때문에 전체를 바꿀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손님 두 명이 들어왔다. 50대로 보이는 여자 둘이었다.
오지혜가 먼저 나서서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오늘 오픈하셨나 봐요?”
“네, 오늘 오픈했어요. 자주 이용 부탁드려요.”
“오픈 행사는 저게 다인 가요?”
손님 중 한 명이 벽에 걸린 오픈 이벤트 현수막을 보며 물었다. 현수막에는 오픈 이벤트로 전품목 10% 할인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네, 오픈 이벤트로 10% 할인 행사하고 있어요.”
“저기 앞집은 20%로 하던데…….”
“거기는 개인이고 저희는 체인이라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빵맛은 저희가 훨씬 좋을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네?”
오지혜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워 할 말이 없었다.
개인보다는 당연히 체인점의 빵맛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왜 개인보다 체인이 빵맛이 좋을 거라는 거예요?”
“네? 그건…….”
오지혜가 제대로 말을 못 하자 조금 전에 물었던 손님이 다시 물었다.
“그건 편견 아닌가요?”
“글쎄요, 편견이라기보다는 저는 우리 빵이 맛이 있어서요. 그리고 저희는 본사에서는 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거든요.”
“음…… 글쎄요.”
손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같이 들어왔던 다른 손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여기는 빵이 몇 시에 들어와요?”
“아침 9시요.”
“저기 앞집은 네 시간마다 빵을 굽는다고 하던데…….”
“저희는 본사에서 오는 거라…….”
“네, 알았어요. 듣고 보니 체인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네요. 영희 엄마, 우리 저쪽 앞집으로 가자. 거긴 지금 빵 나올 시간 됐잖아.”
“그래도 왔으니까 한두 개라도 사서 가자. 어찌 됐건 빵맛은 비교해봐야지.”
“그럼 그럴까.”
두 사람은 매대에서 빵을 몇 가지 고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손님이 계산을 하고 나가자 사장인 마상구가 대뜸 욕부터 쏟아냈다.
“이런, 여편네들이 어디서 재수 없게!”
“그러게 말이에요. 그냥 빵이나 사러 왔으면 빵이나 사갈 것이지. 아휴 나도 여자지만 저런 년들 보면 진짜 재수 없어요.”
“얼굴이나 잘났으면 그나마 얼굴값이나 한다고 하지, 이건 어디서…….”
“제 말이요. 요즘은 꼭 못난 것들이 저런다니까요. 에효!”
두 사람은 그렇게 나간 손님들의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파리바게또를 나온 두 사람은 길을 건너 이세이가 운영하는 빵 가게로 들어갔다.
“은수 언니, 수희 언니, 어서 와요!”
이세이가 바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단골이라 당연히 그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그러자 그중 한 사람인 이은수가 먼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자기야, 우리 방금 저기 앞집에 다녀오는 길이야. 괜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미리 얘기하는 거야.”
“언니도 별소릴 다하네요. 장사하면서 그 정도도 이해를 못 하면 어떡해요. 그리고 거기도 오늘 새로 오픈을 했으니 빵맛도 봐야지요.”
“근데 거기 별로더라.”
“왜요?”
“여기보다 크기만 컸지 오픈 이벤트도 10%밖에 안 하고 빵도 9시에 들어온 게 다더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거기 남자 사장이라는 인간이 있는데 인사도 할 줄 모르더라고. 우리가 들어갈 때부터 인사도 안 하더니 나올 때까지도 인사도 없더라고. 그런 사람이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쯧쯧.”
혀까지 차며 흉을 보는 이은수였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한수희 또한 그녀의 말을 거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야. 거기 일하는 직원도 웃기더라고.”
“그 직원은 또 왜요?”
“글쎄 체인점이라 자기들 빵이 여기 빵보다 맛있을 거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바로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처음엔 말도 못 하더니 나중에는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
“뭐라는데요?”
“본사에서 연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내가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하려다가 말았다니깐. 어차피 그래 봤자 공장에서 찍어내는 빵을 파는 주제에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체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그쪽으로 간다는 거야. 겉만 번지르르할 뿐인데 말이야.”
쩝.
이세이는 할 말이 없었다. 어차피 여기서 말을 잘못했다가는 그 소문이 어디로 어떻게 퍼질지 모른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지금 이거 빵 냄새야?”
“네, 지금 2시니까 오후 빵 나오는 시간이에요. 아침 6시부터 시작해서 매 네 시간마다 나오거든요.”
“그래, 그건 들어오면서 현수막 보고 알고 있어. 근데 진짜로 네 시간마다 빵을 만드는 거야?”
“네,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빵은 막 구웠을 때가 제일 맛있거든요. 그리고 빵이라는 게 굽고 난 다음 다섯 시간 정도만 지나면 맛이 조금씩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네 시간마다 빵을 구울 거예요.”
이세이는 그 말을 끝으로 안으로 들어가 쟁반에 이제 막 구운 빵을 몇 개 들고 나왔다. 그리곤 바로 가위로 얼른 잘라 그들 앞으로 내밀었다.
“언니들, 이거 맛 좀 보세요.”
“어? 이제 시식코너도 운영하는 거야?”
“네, 지금까지는 못 했는데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하려고요. 아무래도 그게 장사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그거 누구 아이디어야?”
“처음엔 비디오 사장님이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서 그렇게 하려고요.”
“호호…….”
이세이의 얘기를 듣던 이은수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수희가 바로 물었다.
“뭐야?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소문 못 들었어?”
“소문? 무슨 소문?”
“이걸 얘기해야 하나…….”
이은수가 갑자기 이세이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언니, 혹시 그 소문이라는 게 제 얘기예요?”
“어, 그게…….”
이은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언니, 저는 괜찮으니까 얘기해 봐요. 그거 지금 제 얘기하는 거지요?”
“나도 들은 얘기야.”
“그러니까 그 얘기가 뭐예요?”
“음…….”
잠깐 망설이던 이은수가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혹시 두 사람 무슨 관계야?”
“두 사람이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언니 혹시……?”
이세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이은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은수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얘기했잖아, 나도 들은 얘기라고 말이야.”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이 설마 저하고 비디오 사장님을 얘기하는 거예요?”
“맞아, 나도 며칠 전에 들었어. 비디오 사장이 빵집에 와서 산다고 말이야.”
“호호, 호호호…….”
이세이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있던 한수희가 살짝 웃으며 이세이를 향해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의 의미는?”
“너무 웃겨서요.”
“웃긴다고? 걱정이 되는 게 아니고?”
“솔직히 제가 걱정이 될 게 뭐가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저야 혼자 몸이잖아요.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안 그래요?”
“어어, 그래도 그렇지…….”
한수희는 어이없다는 듯 이세이를 바라봤다. 그리곤 옆에 있는 이은수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헛소문이네. 그 소문이 사실이면 세이 씨가 이렇게 태평하게 나올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어쩐지 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내가 알기론 비디오 총각 서른도 안 된 걸로 아는데 뭐가 아쉬워서…….”
“언니!”
이세이가 갑자기 이은수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제가 뭐가 돼요?”
“뭐가 되다니?”
“저 이제 겨우 서른넷이에요.”
“이거 왜 이래, 겨우 라니? 그건 아니지. 그리고 엄연히 세이 씨는 다섯 살짜리 수정이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총각을 무시하면 되나?”
“호호…….”
이세이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은수와 한수희 또한 어느 순간부터 같이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세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지금 우리 뭐 하는 거예요? 멀쩡한 총각 하나를 놓고…….”
“그러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두 사람 소문은 그저 헛소문인 게 맞는 거지?”
“언니, 그런 소리 말아요. 진짜 그랬다가는 저 이 동네에서 못 살아요. 언니도 아시다시피 비디오 사장님이 이 동네에서 보통 사람은 아니잖아요.”
“하긴 그 나이에 그 정도 능력자가 없지.”
“혹시 그거 알아요?”
이세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은수와 한수희 두 사람은 무슨 비밀 얘기라도 하듯 얼른 귀를 이세이 옆으로 가져다 대며 물었다.
“뭔데?”
“나도 책방 언니한테 들었는데, 글쎄 그 비디오 사장님이…….”
이세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잠시 후.
이세이의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린 채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먼저 입을 연 건 한수희였다.
“하루에 10억을 번다고?”
“네, 그것도 식당에서만 그렇게 번다고 하더라고요. 강원도 시골에 땅이 20만 평이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완전 재벌이네?”
“재벌도 그런 재벌이 없어요. 저도 책방 언니한테 그 소리를 듣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세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이은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묘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세이 씨, 그러지 말고 진짜 팔자 한번 고쳐보는 거 어때?”
“언니, 지금 저 놀리는 거죠?”
“아니, 놀리는 게 아니라 세이 씨 정도면 인물도 되고 나이도 그 정도면…….”
“언니!”
이세이가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곤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저 그렇게 양심에 털 난 사람 아니거든요.”
“아니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척 한번 찔러봐.”
“아 진짜 왜 그래요? 언니!”
“아니, 그게 아니고…….”
바로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사, 사장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