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
회귀해서 건물주-59화(59/740)
집에 도착한 김일수.
“할머니!”
김일수의 목소리에 방문이 벌컥 열리며 신유복이 반갑게 맞았다.
“아이고, 내 새끼. 이제 오는 게야?”
“응, 할머니 많이 기다렸지? 저녁은?”
“저녁? 그냥……, 대충….”
안 봐도 뻔하다. 할머니는 아직 저녁을 안 드셨을 것이다. 이런 할머니를 놔두고 서울로 갈 생각을 했으니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사람이 뭐에 씌면 부모 형제도 안 보인다고 하더니 자신이 딱 그 짝이었다.
김일수는 할머니 신유복을 보며 물었다.
“할머니, 혹시 화로에 불 있어?”
“새벽엔 방바닥이 좀 차기에 저녁때 불 좀 땠으니 불이야 있는데, 갑자기 불은 뭐에 쓰려고?”
“잠깐만 기다려, 내가 맛있는 고기 구워올게.”
“고기?”
“응, 할머니. 소고기야. 그것도 꽃등심이라는 건데 진짜 입에서 살살 녹아.”
“호호, 우리 손주 덕분에 소고기도 먹어 보고…, 좋네. 이 할미는.”
김일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시각이 9시가 넘었다. 이제나저제나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렸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잠시 후.
“할머니, 아~”
김일수는 고기 한 점을 소금에 찍어 할머니인 신유복의 입에 넣어줬다.
오물오물.
고기를 씹던 신유복이 갑자기 김일수를 바라봤다.
“진짜 입에서 녹네.”
“그지 할머니?”
“이런 고기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네. 근데 이 귀한 걸 누가 이렇게 많이 사줬노?”
“저 아랫동네에 살던 민영이 형 알지? 그 형이 사줬어.”“아이고, 고맙기도 해라.”
“할머니, 다시 아~”
다시 생각해도 김일수는 웃음이 나왔다.
고깃집에서 12개월 할부로 계산하던 최민영의 얼굴이 눈앞에 선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최소한 1년 동안은 매달 고통을 느낄 것이다.
배신의 대가치고는 약하지만, 그나마 그렇게라도 보복을 하고 나니 조금은 위안이 됐다.
할머니 신유복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끝낸 김일수는 집을 나와 신작로로 향했다.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었다.
날이 흐린 건지 하늘에 별도 보이질 않았다.
마치 자신의 미래인 듯.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게 싫어졌다. 공부야 원래부터 흥미가 없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모든 게 하찮게 느껴지며 학교생활이 무료해졌다.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죄 없는 친구들만 괴롭혔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김일수는 걷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고민 끝에 다시 발걸음을 막 떼려 할 때였다.
서서히 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구름에 가렸던 달빛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
길이 다시 사라졌다.
구름이 다시 달을 가린 것이다.
‘길?’
순간 김일수의 머리에 섬광처럼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홱.
김일수는 방향을 틀어 집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김일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깜깜한 어둠 속이라 사방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늘 다니던 길이라 걷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김일수는 책상 밑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그래! 이거였어.”
한참을 찾던 김일수는 노트 한 권을 찾아냈다.
훅.
입으로 먼지를 털어냈다.
사락.
첫 장을 넘기자 연필로 꾹꾹 눌러쓴 굵직한 글씨가 나왔다.
– 아욱국 맛있게 끓이는 방법.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어느 날인가 된장국을 끓여줬는데, 그 맛이 지금까지 먹어봤던 그 어떤 국보다도 맛이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한테 물었었다.
– 할머니, 이게 무슨 국이야?
– 아욱국인데, 왜?
– 할머니, 너무 맛있어. 이런 맛은 처음이야.
– 호호, 우리 일수가 벌써 가을 아욱국 맛을 알아버렸네.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우리 일수가 외할아버지 입맛을 꼭 닮았구나.
– 이거 어떻게 끓이는 거야?
그때부터였다.
할머니가 끓여주는 국을 먹을 때마다 물어봤었다. 그리곤 그걸 기억했다가 노트에 적어 놓곤 했었다.
사락.
김일수는 노트를 다시 넘겼다.
역시 이번엔 호박 된장국 끓이는 방법이 있었다.
사락사락.
노트를 쭉 넘겼다.
국뿐만이 아니었다. 반찬도 마찬가지였다. 감자볶음으로 시작해서 가지, 오이, 호박 등 시골에서 늘 먹었던 반찬들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노트에는 국과 반찬들을 만드는 방법들이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음……!”
자신이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2/3쯤 넘기자 그다음부턴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였다.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그때가 6학년 겨울방학을 막 시작할 때였을 것이다.
할머니가 할 말이 있다면서 김일수 자신을 불렀다. 이제 중학생이 되니 말해준다면서 말이다.
엄마 아버지에 관한 얘기였다.
그 후론 노트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탁.
김일수는 노트를 덮었다.
“그땐 꿈이 있었구나.”
잊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달빛에 잠깐 나타났던 길을 보며 불현듯 생각이 났다. 마찬가지로 아까 낮에 담임 신민호가 얘기했던 말까지 동시에 생각이 났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와 예전의 기억을 찾아냈던 것이다.
담임은 아마도 생활기록부를 봤을 것이다.
고1 입학하고 장래의 희망에 대해서 써내라고 했을 때, 그저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대충 적어 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자신이 하고 싶었던 그거였다.
그리곤 그 후론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담임은 꿈을 다시 찾으라고 했다. 방향만 잡으면 이 방황도 끝날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이제 최민영이 사기꾼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잠깐이지만 상경에 대한 꿈을 꾸었었다. 그런데 그것이 가짜임을 오늘 확실히 알게 됐다.
모든 게 끝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하란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김일수는 양손으로 얼굴은 몇 번 문지른 후 눈을 지그시 감았다.
***
“오빠!”
김지연은 현성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현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김지연, 소리 좀 지르지 마라. 무슨 선생이 이래? 학생이 잘 모르면 찬찬히 가르쳐 줘야지 그렇다고 이렇게 소리 지르면 되냐?”
현성의 대답에 어이가 없는 건 김지연이었다.
어느 정도라야 말을 안 하지 이건 뭐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몇 번을 가르쳐줘도 모르겠다고 하니 속이 터지는 건 당연했다.
후!
김지연은 짧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지금이 몇 번째야?”
“기억이 안 나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김지연 못지않게 속상한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며칠째 밤마다 동생 김지연한테 개인 수업을 받고 있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아무리 세월이 오래됐다 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수학 과목이다.
학창시절엔 그나마 제일 자신 있던 과목이었다.
물론 세월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만 하면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자만이었던 걸까?
후우~.
그때 김지연이 호흡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오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여기서 좀 더 가다가는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를 거 같아.”
“허! 무서워서 이거 어디 공부하겠냐?”
“오빠, 그만……, 나 지금 참고 있는 거거든, 그러니까 그 입 좀…….”
“뭐? 이 녀석이……, 알았다 알았어. 그래 그러자고.”
현성은 어이가 없었지만 같이 맞설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진짜 더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50넘어서 동생한테 욕까지 먹을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똑똑.
어머니였다.
“어째 좀 할만 해?”
“엄마! 말도 마, 이 오빠 완전 돌대…… 아니, 돌머리야. 글쎄 중학교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기억을 하는 게 없어. 심지어는 유리수, 무리수, 허수 개념조차도 몰라. 그냥 머릿속이 깨끗해. 누가 청소라도 했나 봐.”
동생 김지연은 기다렸다는 듯 열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측은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랬어? 엄마야 지금 지연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한 거 같은데…….”
“어머니, 그게……, 아닙니다. 머릿속 깨끗한 제가 죄인이죠, 뭐.”
현성은 입을 닫았다.
구차하게 더 말해봐야 자신만 초라해 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럴 땐 그저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 또한 현성만의 생각이었다는 걸 금방 알게 됐다.
“저 봐, 그래도 자기 할 말은 다 한다니깐.”
김지연이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닫았다.
이래서 운전하고 공부는 남한테 배워야 한다는 말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때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알았으니까 이거나 먹고 해라.”
어머니는 꿀물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입이 바짝 마르던 찰나에 잘됐다 싶었다.
스윽.
현성은 꿀물 한 잔을 얼른 집어 들었다.
벌컥벌컥.
그리곤 한 번에 마시기 시작했다.
쯧쯧….
그때 어디선가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 주인공은 뻔했다. 바로 동생 김지연이었다.
“그게 넘어가 오빠?”
“…….”
꿀물을 먹다 말고 현성은 김지연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김지연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보면?”
“어? 아, 아니야. 미안한데 잘 넘어간다. 큭큭….”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처음엔 약도 오르고 자존심도 상하고 그랬는데, 그것도 몇 번 들으니 내성이 생겼는지 앙앙대는 김지연의 모습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자 김지연이 고개를 돌려 현성을 흘겨봤다.
씨익.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보면?”
조금 전에 김지연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유치하지만 소심한 복수였다.
그러자 김지연의 눈매가 더욱더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오빠 진짜 그럴 거야?”
“예쁜 얼굴에 인상 쓰지 마라. 주름 생긴다. 그리고 알았으니까 인상 풀어.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너무 구박하지 말고. 나중에 선생이 되면 나보다 더 심한 얘들도 많을 텐데 어떡하려고 그래?”
“흥, 하여간 말이나 못 하면…….”
벌컥벌컥.
김지연도 목이 마르는지 어머니가 가져온 꿀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때 어머니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어쨌거나 얼마 전까지도 만나면 싸우기만 하던 녀석들이 이렇게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이 어미는 너무 좋다.”
“엄마, 그런 소리 하지 마. 내 속은 터져.”
김지연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너 선생이 꿈이라며? 혹시 이런 말 들어봤어?”
“무슨 말?”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 그만큼 선생 노릇 하기가 힘들다는 거야. 오죽하면 그런 말까지 나왔겠니?”
“엄만…….”
김지연이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빼죽 내밀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김지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우리 지연이는 잘할 거야, 그지?”
“그럼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히히.”
조금은 쑥스러운지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김지연이었다.
물론 요즘에는 선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만 해도 선생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책임감과 의무감 또한 비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었다. 대신 존경이라는 보상만큼은 확실히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미래의 꿈에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항상 빠지질 않았었다. 그만큼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말에 효과가 있었던 걸까.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빠,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엄마 말처럼 선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말이야.”
현성은 동생을 바라봤다.
조금 전 소리를 지르던 김지연이 아니었다.
피식.
현성은 웃고 말았다.
지깐에는 나름 생각을 했다는 거다.
그때, 동생의 맑은 눈이 반짝였다.
김지연이 무슨 할 말이라는 있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달싹이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