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0)
회귀해서 건물주-590화(59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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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께 의지하는 버릇이요.”
“나한테?”
“네, 이런 식으로 어려울 때마다 형님의 도움을 받는다면 저도 모르게 형님한테 의지만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조금은 의외였다.
유영석이 사고 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그것도 작은 사고도 아니고 다리를 절단하는 사고였다.
그만큼 그 충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나이 이제 겨우 스물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 나이에 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건 너무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현성한테 의지한다고 걱정을 하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야 당연히 혼자서 극복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기다.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현성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 바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은 아니고…… 어젯밤에 TV를 봤습니다.”
“TV를?”
“네, 거기서 한 청년이 나왔는데…….”
유영석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젯밤에 TV를 봤는데 그곳에서 장애로 생활하고 있는 한 청년을 봤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청년의 나이가 유영석 자신과 동갑이라는 것이었다. 그 청년 또한 유영석과 마찬가지로 다리 한쪽을 잃은 청년이었다는 것이고.
그런데 그 청년은 장애를 이겨내고 카센터에서 그 몸으로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후 자신과 비교가 되었고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홀로서기를 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유영석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 친구 일하는 데가 어디야?”
“부개동이요.”
“부개동? 같은 인천이네?”
“네, 맞아요. 그래서 나중에라도 혹시 시간 되면 그 친구 한번 찾아가려고요.”
“흠…….”
현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오늘이라도 그 친구 한번 만나 볼까?”
“네? 형님이요?”
“그래,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부개동이라고 하니 찾아가기도 쉽고 말이야. 시간 되면 그 친구한테 네 얼굴 한번 보러 오라고 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래도 그건 좀…….”
유영석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그 친구한테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왜? 부담 가냐?”
“제 성격이 누구를 막 만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지금 제 몸이 이 상태라…….”
“네 몸이 어때서?”
“형님은 제가 아무렇지도 않아요? 보다시피 한쪽 다리가 없는데도…….”
“어차피 그건 사고잖아. 물론 내 눈에는 당연히 안타깝게 보이지. 그런데 혹시 너 그거 아냐?”
“그게 뭔데요?”
유영석은 현성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은 네 다리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요?”
“그래, 나 같은 경우야 네가 특별하니까 지금 너의 모습이 신경이 쓰이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 같은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야.”
“그 말씀은……?”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많이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네 다리에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야.”
현성이 하고 싶은 얘기였다.
정작 남들은 타인의 장애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유영석 같은 경우는 착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이다.
현성은 지금 그걸 알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유영석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정말요?”
“그래,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 먹고살기 바빠서라도 남들의 장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거든.”
“그러니까 형님 말씀은 저만 타인을 의식한다는 거죠?”
“내 생각에는 그래.”
“흠…….”
유영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유영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은 저의 착각이라는 거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그러니까 중요한 건 앞으로는 타인들에 대해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거야.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거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만 하더라도 사고 나기 전에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그냥 만나면 그런가 보다 했던 거 같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
현성 또한 비슷했었다. 그나마 친구인 이정우가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라 장애인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현성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거의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게 흠은 아닐 테니 말이다.
“오히려 장애를 가진 친구들한테는 모른 척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왜 그렇게 생각해?”
“괜히 섣부른 동정이나 관심은 그 장애를 가진 친구들한테는 오히려 불편할 테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진심일 거야.”
“진심이요?”
“그래, 네 말처럼 섣부른 동정이나 관심은 오히려 불편하겠지만 진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다를 테니까 말이야. 사회적 관심 또한 필요한 게 사실이고…….”
“흠…….”
유영석은 이번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의 침묵이 조금 전보다 더 길어졌다.
잠시 후.
유영석이 천천히 현성을 불렀다.
“형님!”
“어, 그래.”
“만약에 말입니다, 제가 나중에라도 이 병원에서 나간 다음에 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거야 네가 하기 나름이겠지.”
“음…… 하고 싶어요.”
유영석의 표정에서 그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데?”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무슨 일이든 저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요.”
“형은 얼마든지 찬성, 그리고 우리 영석이가 한다면 이 형이 도와줄 거고.”
“그 말씀 진짜죠?”
“당연하지. 내가 언제 너한테 헛소리한 적 있어?”
“물론 그런 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형님이 계시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만약 형님이 곁에 안 계셨다면 그런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하나 여쭤도 돼요?”
“물론이지, 뭔데?”
“형님이 생각하시기에 장애인들한테 제일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다…… 그건 아무래도 취업 문제 아닐까?”
“취업이요?”
유영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내 생각에는 취업이 가장 큰 문제일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생각해 보니까 저도 그런 거 같아요. 그렇다면 답은 나왔네요.”
“답?”
“네, 제가 앞으로 할 일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공장을 만들 생각입니다.”
“공장?”
‘공장’이라는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그가 말하는 공장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찬 공장입니다.”
“반찬 공장?”
“네, 물론 처음부터 크게 시작은 못 할 겁니다. 처음엔 작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키워나갈 겁니다.”
현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찬 공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유영석이 군대를 제대한 후에 반찬 가게를 하기로 했던 만큼 그 시기가 빨라지는 것뿐일 것이다.
“어차피 군대를 제대하고 나면 반찬 가게를 하려고 했던 거잖아?”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반찬 가게로 시작해서 점점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면 나중에는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질 테고 그 직원들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면 될 테니까요.”
“어쩌면 너한테 딱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직장도 되고 장애인들한테 도움도 되고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유영석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 유영석을 바라보며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그래, 네가 먼저 장애를 극복하는 거야. 지금으로선 당장 잘 못 느끼겠지만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그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거야.”
“사실은 저도 그게 제일 두려워요. 그래서 여기 1인실부터 나가려고 하는 겁니다. 여기 1인실에 있다 보니까 제가 자꾸 사람들을 피해 있는 거 같아서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다. 그의 치료를 위해서 일부러 1인실을 잡았던 건데 결과론적으론 오히려 그게 그한테 독이 된다는 생각은 못 했었으니까 말이다.
유영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고 형님을 원망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사실 처음에는 1인실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도 안 띄고 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 앞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뿐입니다. 그러니 행여나…….”
“됐다, 그런 걸로 내가 너한테 서운한 생각은 안 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그리고 오히려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까 나로서는 고맙다.”
그렇지 않아도 걱정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유영석이 나중에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1인실에 너무 오랫동안 있을 경우 나중에라도 사회에 나오려면 그만큼 힘들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본인 스스로 그 1인실을 뛰쳐나오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일이 없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만약 그와 반대로 계속 1인실에 있겠다고 하면 그때는 유영석은 물론이고 현성 또한 힘들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툭툭.
현성은 유영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현명한 선택에 대한 현성의 칭찬이었다.
“형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군요?”
“솔직히 조금 걱정은 했었다. 네가 계속 1인실에 있겠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니까 말이야. 어차피 사회로 나가려면 1인실을 나와야 할 테니까 말이야.”
“저 잘한 거죠?”
“그래, 잘했다. 그래서 고맙다는 거고.”
툭툭.
현성은 한 번 더 유영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유영석이 다시 현성을 나직하게 불었다.
“형님!”
“어, 그래. 말해.”
“고맙다고요.”
“자식, 별소릴 다 한다.”
“아닙니다, 만약 형님이 안 계셨다면 저는 어쩌면 자실을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자식이!”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인마, 그런 생각을 왜 해?”
“너무 무서웠으니까요. 그런데 형님이 하루도 안 빠지고 절 찾아오는 걸 보고 제가 얼마나 못난 생각을 했는지 알았습니다.”
“다시는…….”
“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재활운동에만 신경 쓸 겁니다.”
“그래야지.”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혹시 의족은 언제부터 신을 수 있대?”
“아직 한 달 정도 더 걸린 답니다. 수술한 자국이 완전히 다 나아야 의족을 신을 수 있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
“근데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의족만 신기 시작하면 더 이상 치료할 게 없답니다.”
“재활운동은?”
“그건 퇴원해서도 혼자 열심히 걷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래? 그렇다면 내년 1월에는 퇴원해도 된다는 얘기네?”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유영석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가게를 하나 알아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게를?”
“네, 반찬 가게요. 다음 달에 의족을 하고 넉넉잡고 한 달 정도만 재활 운동을 하고 나면 1월 말에는 퇴원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퇴원하자마자 바로 반찬 가게를 하겠다는 얘기야?”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이제 군대는 못 가니까 하루라도 빨리 반찬 가게를 시작하려고요.”
“음…….”
현성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유영석이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된다고 대답을 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때 유영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요? 제가 걱정돼서요?”
“솔직히 좀 그래, 내 생각엔 최소한 3개월 정도는 재활을 받아야 할 거 같은데 말이야.”
“아니요, 어차피 시작할 거면 빨리 시작하고 싶어요.”
“혹시 이렇게 빨리 시작하려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그게…….”
유영석은 무슨 이유인지 말을 바로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말하기 힘든 거야?”
“그건 아닙니다. 바로 엄마 때문입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왜?”
“병원에만 오시면 아직도 매일 우십니다. 아무래도 제가 적정이 돼서 그러신가 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오시라고 합니다.”
“…….”
말하기 어려운 건 현성이었다. 유영석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의 어머니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제가 자리를 잡아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도와주실 거죠?”
“음…….”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알았다. 그런데 위치는?”
“아무래도 형님이 계시는 부평이 좋을 거 같은데요? 혹시 형님한테 너무 귀찮게 하는 건가요? 헤헤…….”
유영석이 웃으며 현성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씩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내가 형이 되어주기로 했잖아?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자리는 내가 잡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형님, 고맙습니다. 제가 형님 하나는 잘 만난 거 같습니다. 헤헤…….”
유영석이 현성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런 유영석을 바라보며 현성 또한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는 없던 인연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형 동생으로 함께 하기로 한 인연이다. 앞으로 그에게 어떤 일이 또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왕 형이 되어주기로 한 거 제대로 도와줄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