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2)
회귀해서 건물주-592화(59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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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건네받은 이상철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유영석 씨?”
-네, 제가 유영석입니다. 혹시 이상철 씨 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상철입니다. 영석 씨 얘기는 조금 전에 현성이 형님을 통해 들었습니다.”
-아, 네……. 그나저나 이렇게 바로 통화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더라도 우선 한 가지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통화를 부탁했습니다.”
-아, 네…….
유영석으로선 통화를 하면서도 솔직히 낯선 경험이었다. 얼굴도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과 이렇게 통화를 한다는 자체가 말이다.
지금의 상황이 낯선 건 이상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통화를 결심했던 이유는 누구보다도 지금 유영석의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그에겐 지금 위로가 필요할 테니 말이다.
“우선은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힘드시죠?”
-솔직히 지금으로선 암담합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어제 TV에서 상철 씨가 사는 모습을 보고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러셨다면 정말 다행이고요. 오늘은 우선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지 마시고 영석 씨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부터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네? 감사하는 마음이요?
유영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이상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상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무슨 말인지 바로 모르시겠죠?”
-네, 솔직히…….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바로 말씀드리죠. 다리 한쪽은 멀쩡하지 않습니까?”
-네?
유영석은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한쪽 다리는 멀쩡하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말이 심하다고 생각되시죠?”
-솔직히 조금은…….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가장 위로가 되더란 말입니다. 말 그대로 한쪽 다리는 멀쩡하니까 말입니다.”
-글쎄요, 저는 아직…….
물론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한쪽 다리가 멀쩡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멀쩡한 다리에 감사하라는 건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네, 그래요. 서두르지 마세요. 억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영석 씨 마음이 하루라도 빨리 바뀌면 그만큼 영석 씨의 생활도 바뀔 거라는 겁니다.”
-경험담이신 거죠?
“네, 물론입니다. 저 또한 경험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씀 감히 못 드릴 겁니다. 지금 누구보다도 영석 씨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상철 씨의 말은 원망 대신에 감사를 하라는 거죠?
“네, 맞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원망보다 한쪽 다리라도 멀쩡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진다면 앞으로 영석 씨의 삶은 확실히 달하질 거라는 겁니다. 지금 제가 영석 씨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이 말입니다.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기에 현재의 제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거고 말입니다.”
-음…….
유영석은 쉽게 대답을 이을 수가 없었다.
물론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받아들이기엔 아직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영석 씨.”
-네.
“영석 씨는 부자인 거 아세요?”
-네? 제가 말입니까?
“네, 제가 볼 때 영석 씨는 엄청난 부자이던데요?”
-그게 무슨……?
유영석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이상철이 지금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듣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님 두 분 다 계시죠?”
-네, 그렇습니다.
“형님도 계시죠?”
-형님이요? 저는 혼자라…….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제가 알아보니 훌륭한 형님이 계시던데요?”
-훌륭한 형님이요?
“네, 그래요. 지금 제 앞에 계신 분 말입니다. 바로 현성이 형님 말입니다.”
-그거야 두말하면 입 아프죠. 솔직히 제가 병원에서 이렇게 잘 버틸 수 있는 것도 다 그 형님 덕분인데요.
“그러니까 영석 씨는 부자라는 겁니다.”
-그 얘기를 하는 거라면 저는 부자가 틀림없습니다.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유영석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상철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저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네?
“그래도 저는 씩씩하게 살 겁니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형님도 없지만 저는 씩씩하게 살 거란 얘깁니다.”
-…….
유영석은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어제 TV에서도 그의 부모님이나 다른 환경에 대해서는 나온 게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감사하면서 살라는 얘깁니다.”
-…….
“원망보다 감사한 일을 많이 찾다 보면 영석 씨의 미래는 훨씬 나아질 거라는 겁니다. 이게 오늘 제가 드리는 마지막 말입니다. 혹시 다음에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뵙게 되면 그땐 웃으며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뚝.
전화를 끊은 이상철은 잠시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있었다.
말이 없기는 현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무언의 대화라도 나누는 듯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먼저 입을 연 건 현성이었다.
“상철아.”
“네, 형님.”
“한잔 받아라. 오늘 우리 여기 있는 술 다 먹고 가자.
“네, 형님. 오늘은 아무래도 술 좀 마셔야 할 거 같습니다.”
쪼르륵.
현성은 이상철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성이 모르는 게 있었다. 이상철의 술버릇이 특이하다는 것을 말이다.
***
며칠 후.
현성이 향한 곳은 유영석이 있는 병원이었다.
“형님 오셨습니까!”
병실에 들어서자 유영석이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6인실로 옮기니까 어때?”
“처음엔 좀 이상했는데 벌써 며칠 지나고 나니까 적응이 됐는지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자 이거나 받아.”
현성은 유영석 앞으로 책자 하나는 건넸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반색을 하며 책자를 반겼다.
“이거 운전면허 문제지군요?”
“그래, 네가 며칠 전에 부탁했던 문제지다. 이것만 공부해도 필기시험은 충분히 붙을 수 있을 거야. 근데 갑자기 운전면허는 왜?”
“미리 준비하려고요. 병원에서 퇴원하면 바로 시험 보려고요. 어차피 이젠 병원에서도 특별히 할 게 없어서 말입니다.”
“하긴 시간 날 때 준비하는 게 낫지.”
“그리고 저기…….”
유영석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뭔데 말을 못 하고 머뭇거려?”
“제가 지난번에 부탁했던 거 어떻게 됐나 하고요.”
“상가 말이지? 퇴원하고 나면 반찬 가게 할 상가.”
“네, 맞습니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부동산에 이미 얘기해놨어. 20평에서 30평짜리로 말이야.”
“신기합니다.”
유영석의 표정에서 그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렇게 좋냐?”
“네, 솔직히 많이 떨립니다. 제가 진짜로 상가를 얻는다고 하니 요즘은 밤에 잠도 잘 안 옵니다.”
“그 정도야?”
“헤헤, 네.”
유영석이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슬쩍 긁었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유영석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었다.
“우리 영석이는 아마 잘할 거야.”
“네, 진짜 열심히 할 겁니다.”
유영석은 다짐이라도 하듯 주먹을 흔들었다.
그때였다.
띠리릭!
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형님, 저 상철이입니다.
“어, 상철아. 너 지금 어디야?”
-저 지금 길병원 거의 다 왔습니다. 오늘 영석이한테 한번 가보려고요. 그런데 형님은 어디십니까?
“나 지금 영석이 병실에 있어.”
-정말입니까? 그럼 잘됐습니다. 저 금방 올라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현성은 유영석을 향해 물었다.
“오늘 상철이 온다고 그랬어?”
“어? 오늘 그런 얘기 없었는데요?”
“지금 병원 거의 다 왔다는데. 오늘 두 사람 통화 안 했어?”
“네, 오늘은 아직.”
“그나저나 두 사람 친해진 거지?”
유영석은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의 의미는?”
“거의 매일 통화합니다. 형님 덕분에 제가 또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그날은 상철이와 몇 시까지 술을 마신 겁니까?”
“그날이면…… 상철이 처음 만나던 날 말이지?”
“네, 그날 바베큐 광장에서 말입니다.”
“휴우!”
현성은 대답을 하기 전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물었다.
“왜 한숨부터 쉽니까?”
“그건 조금 있다가 상철이 온 다음에 물어봐라.”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상철이한테 물어봐.”
현성은 대답을 한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유영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군요?”
“하하…….”
현성은 대답 대신 웃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면서 이상철이 들어왔다.
“형님!”
“그래, 어서 와라. 두 사람은 처음이지?”
현성은 유영석과 이상철을 보며 물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보니 인사를 나누라는 의미였다.
먼저 입을 연 건 유영석이었다.
“어서 와라, 상철아.”
“어, 그래. 반갑다. 네가 유영석이구나?”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인사를 나눴다.
잠시 후.
이상철이 유영석을 향해 물었다.
“다리는 어때?”
“보다시피.”
유영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절단된 다리를 살짝 들었다 놨다. 그러자 이상철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씩씩하네.”
“네가 그럴게 만들었잖아?”
“내가?”
“그래, 잃어버린 상실감보다 감사할 일을 찾으라고 그랬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그게 쉬운 게 아닐 텐데…….”
“히히…….”
유영석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상철이 바로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은?”
“네가 그렇게 세게 나오는데 어떡하냐?”
“내가?”
“그래, 기억 안 나?”
“글쎄…….”
이상철은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유영석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넌 부모도 형도 아무것도 없다고 그랬잖아, 그 말보다 센 말이 어디 있냐? 그 말 듣고 난 정말 감사할 게 많다는 걸 알았다.”
“그거였냐?”
“내가 그 말을 듣고 할 말이 없더라.”
“일부러 그랬다.”
“일부러?”
“그래, 나야 어차피 이미 겪은 일이니까 그만이지만 너 같은 경우는 그렇게라도 해서 빨리 털어낼 수 있으면 털어내라고 말이야.”
“음…….”
유영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유영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맙다.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난 이미 지난 거잖아.”
“아무리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 상처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거야…….”
“많이 아팠지?”
“자식, 누가 누구를 위로하는지 모르겠네.”
이상철은 유영석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유영석 또한 빙긋 웃으며 그 앞으로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잠시 후.
유영석이 이상철을 보며 물었다.
“그날 형님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별일 없었는데…….”
“정말이야? 그런데 형님은 그날 얘기만 하면 왜 한숨을 쉬는 거야?”
“글쎄다.”
이상철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유영석과 현성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현성이 이상철을 보며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야?”
“전혀요.”
“허…….”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한두 시간도 아니고 장장 다섯 시간 동안이나 괴롭힘(?)을 당했었다. 결국 그건 그의 술버릇이라는 얘기다.
그때였다.
이상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향해 물었다.
“혹시 제가 형님 옆에 앉았습니까? 제 기억엔 분명히 형님 건너편에 앉았었는데…….”
“진짜 기억 안 나?”
“제가 형님 옆에 앉았었군요? 그렇다면 이제야 알 거 같습니다. 하하…….”
이상철은 웃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술버릇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사람을 더듬는 버릇이다. 그것도 술만 취하면 말이다.
결국 그날 현성은 이상철의 더듬이의 표적이 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