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3)
회귀해서 건물주-593화(59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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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후후!”
현성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 운동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코너를 돌아 예전 영화마음 앞을 막 지날 때였다.
“어이, 김 사장!”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책방 사장인 유승일이었다.
“어? 아저씨, 이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김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네.”
역시나 자신을 기다린 게 맞았다.
지금 시각이 새벽 5시 30분이다. 이 시각에 일부러 나와서 기다린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는 얘기일 터.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무슨 일은 아니고 몇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괜찮으면 우리 가게로 잠깐 들어가겠는가?”
“네, 그러죠.”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유승일이 운영하는 책방이었다.
책방으로 들어간 유승일은 커피포트에 전원부터 꽂으며 말을 이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날이 제법 차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벌써 오늘이 11월 18일이니 이제 곧 겨울입니다.”
11월 18일.
이제 3일 후면 대한민국에 핵폭탄이 떨어질 것이다. 바로 1997년의 외환위기, 일명 IMF사태다.
처음으로 겪는 외환위기, 온 나라가 뒤집어질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알면서도 지금으로선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휴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유승일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려 슬쩍 바라본 후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웬 한숨을 새벽부터 그렇게 쉬고 그래?”
“아니, 그냥이요.”
솔직히 전혀 아무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어떡하든 지금의 위기를 알려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찾아갈 수도 없는 것이고 말이다.
찾아간다고 만날 수도 없고, 아니, 어차피 그 양반은 지금쯤이면 미리 알고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결과론이지만 차라리 그때 그냥 IMF에 구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기업들의 부도는 막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실업사태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자, 커피 한잔 하게.”
어느새 커피를 타서 내미는 유승일이었다.
잠시 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현성은 유승일을 향해 물었다.
“아까 저한테 상의할 게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다른 게 아니고 여기 매장 말인데, 보다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없겠는가 싶어서 말이야.”
“왜요? 특별히 무슨 이유라도 있으세요?”
“어떻게 보면 내 욕심일 수도 있는데, 한 달 정도 장사를 하다 보니 여기 남는 공간이 너무 아까워서 말이야.”
유승일이 매장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그곳으로 걸어가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사실은 처음 오픈할 때부터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다. 그 이유는 책 대여점으로만 사용하기에는 가게 평수가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잠깐 매장을 살피던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이쪽 책장을 한쪽으로 밀면 이쪽으로 15평 정도의 공간은 충분히 나오겠는데요?”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래서 그 공간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했으면 싶어서 오늘 김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네.”
“음, 잠깐만요.”
현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공간의 활용 방법을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시.
현성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합니다.”
“간단하다고?”
“네, 아저씨도 만화방 아시죠?”
“물론이지, 그 말은 지금 이곳을 만화방으로 꾸미자는 얘긴가?”
“아니요, 여기는 어차피 만화방은 안 돼요?”
“이유는?”
유승일이 궁금하다는 듯 바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일일만화가 없잖아요.”
“아, 그렇지. 만화방의 생명은 일간이지. 그럼 여기는 어떤 식으로 한단 말인가?”
“음…… 카페 어때요?”
“카페?”
유승일이 쉽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또 바로 말을 이었다.
“여기를 북카페로 만드는 겁니다.”
“북카페?”
“네, 이곳에다 편한 의자를 스무 개 정도 놓고 커피도 팔고 음료수도 파는 겁니다. 간단한 과자 종류도 팔고요. 물론 라면도 팔 겁니다.”
“그게 될까?”
유승일의 표정에서 의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만화방 개념은 있어도 북카페라는 말은 아직 생소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이미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현성은 확신하듯 말했다.
“네, 됩니다.”
“된다고?”
“네, 무조건 됩니다. 그렇게만 하면 지금 매출의 두 배는 충분히 나올 겁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장담을 하는가?”
“지금 저를 못 믿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유승일이 현성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뭘 또 그렇게 눈치까지 보시고 그러십니까, 어찌 됐든 저를 믿고 북카페로 갑시다. 지금보다 매출은 기본적으로 두 배는 나올 테니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지.”“확실히 된다니까요!”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무래도 미리 살아봤고 만화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보니 목소리에 힘이 실린 듯했다.
그런데 그게 또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유승일의 반응이 바로 돌아왔다.
“알았네, 난 그럼 김 사장만 믿겠네. 그럼 오늘부터라도 당장 김 사장이 알아서 공사 좀 해줄 수 있겠는가?”
“특별히 공사할 것도 없습니다. 진열장 공사하는 업자 불러서 책장만 한쪽으로 몰면 됩니다. 그리고 의자는 업체에 가서 고르면 되고 나머지는 사장님이…… 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다 해드리겠습니다.”
물론 경험이 있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험이 있는 현성한테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어차피 유승일한테 이런 일은 생소한 일일 테니 말이다.
현성이 설명을 하던 도중에 다 해주겠다고 말한 이유다.
“고맙네, 역시 새벽에 기다린 보람이 있구먼.”
“어찌 됐건 잘 생각하셨습니다. 앞으로 이런 식이라면 일평균 칠십만 원 정도는 매출이 오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잠깐만!”
유승일이 갑자기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일평균 칠십이라고 했는가?”
“네, 그 정도는 충분히 오를 겁니다. 물론 성수기인 방학 때는 그보다 훨씬 더 오를 테고요.”
“흠…….”
유승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도 매출에 관한 계산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다 다를까.
그의 입에서 바로 매출 얘기가 나왔다.
“그 얘기는 한 달에 매출이 최소한 2천은 넘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런 셈이죠. 물론 성수기인 방학 때는 3천 정도는 기본 적으로 오를 테고요.”
“3천이라…… 혹시 마진율은 어느 정도나 되겠는가?”
“제일 중요한 건 인건비라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3, 40%는 될 겁니다.”“흠…….”
유승일이 이번에도 입을 닫은 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번엔 매출 대비 순수익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순수익 얘기가 바로 나왔다.
“기본적으로 한 달에 최소 7백은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오네.”
“네, 최소한 그 정도는 나올 겁니다. 그리고 성수기엔 천만 원 정도 가져가실 수 있을 겁니다.”
“허허…….”
유승일이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를 만나 뒤늦게 돈복이 터졌구먼.”
“돈복까지는 아니고 조금 여유롭게 사신다고 생각하시고 너무 무리하지 않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알았네, 그리 함세. 그럼 공사는 언제부터 할 텐가?”
“인단 진열장 업자부터 알아봐야 하니까 제가 알아보고 이따 낮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진열장 공사 끝나고 의자부터 구한 다음에 먹거리 대주는 업자한테 연락하면 되니까 며칠 내로 카페 영업은 가능할 겁니다.”
“거참 신기하구먼.”
유승일이 이상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자네라는 사람 말이야.”
“저요?”
“그래,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지난번에 책방을 오픈할 때도 그렇더니 이번에 카페로 바꾸는데도 너무 전문가 티가 나서 말이야. 분명히 자네 또한 처음일 텐데 하는 걸 보면 전문가 뺨을 치니 말일세. 안 그런가?”
“하하, 글쎄요…….”
현성은 그냥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미 전생에서 다 겪었던 일이다. 그래서 능숙한 것이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 유승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만 더.”
“네, 뭡니까?”
“책에 뭔가 자꾸 이상한 게 들어있어서 말이야.”
“이상한 거요? 그게 뭔데요?”
“털 같은 것도 있고 코딱지도 그리고 어떤 때는…….”
유승일의 말이 길어졌다.
현성은 무슨 얘긴지 바로 알아들었다.
책방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그건 바로 대여됐던 책에 이물질이 묻어서 반납이 된다는 것이다.
그 이물질도 다양하다.
조금 전 유승일이 얘기했던 머리카락이나 코딱지는 애교 수준이다.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물질들이 들어있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그런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이다.
유승일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이물질이 얼마나 됩니까?”
“나도 몰랐는데 어제 손님이 얘기해서 확인을 했더니 의외로 그런 책들이 많더라고. 도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은 간단하다. 현성 또한 전생에서 수없이 했던 일, 그건 바로 확인이다. 대여할 대 확인하고 반납된 후에 확인하는 것, 그 외에는 답이 없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나?”
“네, 확인하는 겁니다. 대여하면서 확인하고 반납받을 때 또 확인하는 겁니다. 그 방법 외에는 가른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은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는 거네?”
“네, 맞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성별 불문, 나이 불문이라는 겁니다. 무조건 모든 사람을 다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생에서 가장 황당했던 게 이물질의 범인이었다.
말 그대로 누구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가장 문제가 ‘설마’라는 착각이었다.
이 사람은 설마 아니겠지.
그런데 나중에 범인을 잡고 보면 그 설마 했던 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남녀노소, 누구도 예외를 두지 말고 확인을 해야 그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다?”
“네, 다요. 누구도 빼면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나중에 제대로 뒤통수 맞을 겁니다.”“설마 아가씨도?”
“그 설마가 바로 사람 잡는 겁니다. 그러니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알았네, 내가 오늘부터는 확인을 하겠네.”
유승일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또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요.”
“하나 더?”
“네, 이물질도 이물질이지만 칼질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책방을 하면서 이물질 못지않게 골치 아픈 게 바로 칼질이다.
말 그대로 칼질, 그림을 오려 가는 것이다. 예쁜 그림이나 야한 그림이 있으면 그걸 또 칼로 오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모를 리 없는 유승일은 ‘칼질’이라는 말자체가 생소할 뿐이었다.
“칼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 칼질입니다. 칼을 이용해 만화책의 그림을 오려가는 겁니다.”
“설마?”
“설마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특히 예쁜 그림이나 야한 그림이 나오면 그걸 칼로 귀신 같이 오려갑니다.”
“허허, 이거야 원…….”
유승일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황당하기는 전생에서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갑자기 손님의 얘기를 듣고 만화책을 확인하는데 만화책의 중간중간 그림이 없어진 것이다. 나중에서야 그게 칼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 이따 낮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려, 부탁함세.”
현성은 나가려다 다시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참, 3일 후부터 대여료를 조정했으면 하는데요.”
“대여료를? 갑자기 왜?”
“나라에 큰일이 터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엄청 늘어나게 될 겁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유승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그런 일이 있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건 그렇다 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과 대여료는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위로의 표시입니다.”
실직한 사람들에 대한 현성의 마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어찌할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위로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질적으로 IMF 사태 당시 실직한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 가게와 만화방으로 몰린 건 사실이었다. 현성은 지금 그 사람들에게 대여료를 조정함으로써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허허,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네가 그렇게 하라고 하니 시키는 대로 하겠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현성은 인사를 하고 유승일의 책방을 나왔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IMF’라는 세 글자가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