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4)
회귀해서 건물주-594화(59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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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일의 책방을 나와 현성이 향한 곳은 이세이의 빵집이었다.
이세이로부터 하루 전에 연락이 왔었다. 새로운 빵을 만들었으니 새벽 운동을 할 때 잠깐 들러 시식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어서 오세요!”
현성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세이가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현성 또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여전히 빵 냄새가 좋네요.”
“저도 매일 빵을 만들지만 빵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은 거 같아요. 어쩌면 이 냄새 때문에라도 저는 빵을 안 만들고는 못 살 거 같아요.”
“그게 바로 체질이라는 겁니다.”
“그건 사장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저는 빵을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해요.”
말하는 이세이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전생에서는 대형 체인점 때문에 그 좋아하는 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참, 요즘 파리바게또는 어때요?”
“아직까지는 별 반응이 없어요. 저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한데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하긴 아무리 체인이지만 지들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어차피 선택은 소비자들 몫일 테니까요.”
“근데 역시 체인은 체인인가 봐요.”
이세이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말은 어떤 식으로든 영업에 지장이 있다는 의미일 터.
현성은 바로 물었다.
“왜요? 혹시 무슨 영향이 있는 건가요?”
“이름값 때문인지 몰라도 파리바게또에 사람들이 확실히 많이 가긴 가는 거 같아요.”
“음, 그렇군요.”
현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우려했던 게 바로 그거였다.
이름값!
파리바게또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이름값, 결국 소비자들은 빵맛도 빵맛이지만 우선적으로 상표로 몰린다는 얘기다.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래서 요즘은 일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옵니까?”
“평균 팔십만 원 정도요.”
“처음보다 많이 줄었네요?”
“네, 처음 며칠은 평균 백오십은 나왔거든요. 근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반절 정도로 떨어지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 정도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체인이라는 이름값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움직이는 건 어차피 빵맛이다. 아무리 체인이라고 하더라도 빵맛이 없으면 소비자들이 그쪽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셈이다. 결국 이세이의 빵맛이 체인인 파리바게또보다 못하다는 결론인 것이다.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답은 나왔네요.”
“제가 부족한 거죠. 결국 제 빵맛이 파리바게또를 못 따라가는 거지요?”
“사장님 생각은 어때요?”
“제 생각이요?”
“네, 사장님 생각에도 사장님 빵맛이 파리바게또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시느냔 말입니다.”
“글쎄요…….”
이세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얘기는 그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사장님은 인정을 안 하신다는 얘기군요?”
“솔직히 저는 제가 만든 빵이 더 맛있거든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착각일 수도 있을 거예요.”
“음…….”
잠깐 대답을 망설이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좀 더 냉정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그 말씀은?”
“제가 볼 때 이건 이미 답이 나왔습니다. 사장님 생각이 틀린 겁니다.”
손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손님이 한쪽으로 몰린다는 얘기는 결국 빵맛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그것을 인정 안 하려고 하니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결국 제가 문제라는 거지요?”
“죄송하지만 제가 판단할 때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일 큰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게 뭘까요?”
“사장님이요.”
“네?”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사장님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누가 봐도 답은 뻔한데 그걸 사장님이 인정을 안 하시면 이건 답을 찾을 수가 없는 문제이거든요.”
사실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하더라도 정작 빵을 만드는 본인이 그 맛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건 답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데서 시작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 말씀은 지금 저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건가요?”
“네,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손님들은 이미 맛의 평가를 내린 상황인데 사장님께서는 그걸 인정 안 하겠다고 하시니…….”
“잠깐만요!”
이세이가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손님들은 이미 맛의 평가를 내렸다고 했어요?”
“네, 물론입니다. 사장님의 매출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처음엔 평균적으로 백오십만 원씩 나가던 빵이 그 절반으로 떨어졌으니 말입니다.”
“매출이 증거다, 그 말씀이네요?”
“그보다 더 정확한 맛의 평가가 있을까요?”
“음…….”
이세이는 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생각을 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고민을 하던 이세이가 생각을 정리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까지 왜 바보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지금까지도 손님은 다시 돌아올 거라고만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왜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사장님 말씀처럼 이미 맛의 결정을 한 건데 말이죠. 제가 왜 바보 같이…….”
이세이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젠 사장님의 실수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네, 제가 아무래도 미쳤었나 봐요. 지금 생각하니까 진짜 바보짓을 했네요. 아마도 자존심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제 딴에는 그걸 인정하면 자존심이 깎인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진짜 자존심은 그게 아니잖아요, 진짜 자존심은 그걸 인정하고 어떡하든 노력을 해서 손님을 가게로 다시 오게끔 하는 것 아닙니까?”
“맞아요, 그게 진짜 자존심인데 말이죠.”
이세이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직 안 늦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면 떠나갔던 손님들이 돌아올까요?”
“무조건 돌아오게 해야죠. 수정이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수정이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이런 식으로 안 되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맛을 찾아야죠. 파리바게또 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맛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게 사장님이 오늘부터 할 일입니다.”
당연한 얘기다. 소비자들이 움직이는 건 어차피 빵의 맛일 테니 말이다.
이세이가 알았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그 맛의 차이는 오늘부터 파리바게또의 빵과 일일이 비교하면서 찾도록 할게요. 근데 손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 모르겠네요.”
“시식을 이용하세요.”
“시식 코너 말인가요?”
“네, 맞아요. 근데 이번엔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가게 안에 시식 코너를 만들었지만 이번엔 입구 밖에다 만드는 겁니다.”
“네? 밖에요?”
이세이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밖에 시식 코너를 만든다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공격적으로 나가자는 얘깁니다. 제가 볼 때 시식 코너가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법이…….”
“대신에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감수요? 어떤……?”
“아무래도 밖에 시식 코너를 만들게 되면 시식용 빵이 많이 소비되게 될 겁니다.”
그건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시식 코너가 안에 있을 경우에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만 시식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밖에 있을 경우에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시식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시식용으로 소비되는 빵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성은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세이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근데 그게 생각보다 양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어느 정도나 될까요?”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식용 빵이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매출은 오를 거라는 겁니다. 단, 빵맛이 파리바게또보다 좋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흠…….”
이세이가 다시 또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건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겁니다. 만약 빵맛이 없으면 그냥 동네 사람들한테 시식용 빵만 제공하는 꼴이 될 겁니다.”
맞는 얘기다. 어차피 밖에 시식 코너를 만들면 공짜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식을 하게 될 것이다. 아주 못 먹을 정도만 아니면 누구나 그냥 먹을 테니 말이다.
“빵맛에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거네요?”
“그런 셈이죠. 하지만 빵맛만 자신이 있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마케팅은 없을 겁니다. 물론 선택은 사장님의 자유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음, 그게…….”
이세이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테니 말이다.
잠시 말을 못 하던 이세이가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한번 해볼게요.”
“괜찮겠습니까?”
“물론 모험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 정도의 자신감도 없다면 어차피 미래는 없을 거 같아요. 대신에 부탁이 있어요.”
“저한테요?”
현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이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사장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는 겁니까?”
“시식이요.”
“시식이요? 그거야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 정도의 시식이 아니라 사장님께서 결정을 해주시는 겁니다. 과연 제가 만든 빵이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시식을 해도 될는지 결정을 해주시는 겁니다.”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이 말은 결국 시식 코너 자체를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잠깐 망설이던 현성은 이세이를 향해 물었다.
“혹시 제가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우리 수정이요.”
“수정이요?”
“네, 우리 수정이를 위해서 사장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혹시 처음 저를 도와주실 때 하셨던 말씀 기억하시나요? 그때 사장님께서 수정이가 이 동네를 울면서 떠나는 걸 볼 수가 없어서 도와주신다고 하셨는데…….”
물론 기억이 난다.
그땐 꿈을 꿨다고 했었다. 윤수정이 울면서 동네를 떠나는 꿈을 꿨다고 말이다. 그래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그게 사실은 실제로 전생에서 있었던 일인데 꿈을 핑계로 돌려 얘기했었다. 지금 이세이는 그때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네, 기억납니다. 제가 분명히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수정이를 위해서 도와달라는 겁니다. 우리 수정이 이 동네에서 대학까지 가르치려면 무조건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음…….”
잠시 생각을 하던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떠올랐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제가 뱉은 말이니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요. 그런 차원에서 오늘 새로 나온다는 빵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미 준비가 됐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세이는 주방 안쪽에서 쟁반에 빵을 가지고 나왔다.
“바로 이 빵이에요. 드셔 보세요.”
“모양이 예쁘네요.”
“네 하트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는 의미에서요.”
“속에는 뭐가 들었나요?”
“사장님이 저번에 치즈를 이용하라고 해서 새롭게 만들어봤어요.”
이때만 해도 치즈를 이용한 빵이 그리 많지 않았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럼 맛 좀 볼까요.”
현성은 빵을 떼어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음…….”
“어때요?”
“잠깐만요.”
현성은 다시 빵을 떼어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지막까지 빵을 먹은 현성은 천천히 눈을 뜨며 이세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세이가 미처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빵맛이 어때요?”
“좋은데요.”
“진짜요?”
“치즈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살린 거 같네요. 그런데…….”
현성은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그러자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가 있어요?”
“단맛이 너무 강한 거 같아요.”
“단맛이요?”
“네, 단맛이 너무 강하다 보니 치즈의 고소한 맛이 조금 반감되는 거 같아요. 여기서 조금만 단맛을 줄이면…….”
그 순간, 이세이가 다시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이걸로 다시 맛보세요.”
“이건 또 뭡니까?”
“혹시나 싶어서 처음부터 두 가지로 만들어 봤어요. 이번 건 설탕을 조금 줄인 거예요.”
“그럼 어디…….”
현성은 다시 조금 전과 같이 빵을 떼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
현성의 입에서 바로 감탄사가 나왔다.
“괜찮아요?”
“네, 좋아요. 아무래도 단맛이 조금 빠지니 치즈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살린 거 같네요.”
“그럼 이걸로 오늘 밖에서 시식을 해도 되겠어요?”
“네, 저는 대찬성입니다. 이 정도면 오늘 승부수를 띄워도 될 거 같습니다.”
현성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이세이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르는 게 있었다. 무료 시식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