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6)
회귀해서 건물주-596화(59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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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니, 어떻게…….”
TV를 보던 이세이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어제까지도 TV에 나와 대한민국 재정은 이상 없다고 큰소리치던 경제 부총리가 조금 전에 물러나고 새로운 경제 부총리가 임명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그런데 진짜 더 놀라운 건 다른데 있었다. 그건 바로 하루 전에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을 이미 얘기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새로 임명된 경제 부총리의 이름까지 정확히 언급을 했었다.
귀신이 곡하지 않고서야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이세이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예요.”
이세이가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현성이었다. 어젯밤에 조금 전 TV에 나왔던 일을 미리 얘기했던 바로 그 사람.
이세이는 대뜸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뭐가 말입니까?
“혹시 지금 TV 안 보고 계세요?”
-네, 안 보고 있는데요. 혹시 TV에서 뭐가 나왔습니까?
“어젯밤에 사장님이 얘기했던 게 그대로 나오고 있어요. 경제 부총리 얘기 말이에요. 사장님 말씀대로 강경식이 물러나고 임창렬이라는 사람이 경제 부총리가 됐어요.”
-아, 네…….
현성으로선 놀랄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니 말이다.
반면 이세이는 달랐다. 그녀로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는 현성의 말이 황당할 정도였다.
“별로 안 놀라시네요?”
-어차피 알고 있었던 일이라서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런데 진짜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그걸 미리 알 수 있는 거예요?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지금으로선 저도 뭐라고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그냥 그렇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현성으로선 어쩔 수 없는 대답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전생 얘기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는 이세이의 입장은 달랐다.
“정말 이럴 거예요?”
-네?
“진짜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요? 차라리 처음부터 얘기를 하지 말든가, 기껏 이 상황까지 만들어 놓고 인제 와서 설명을 할 수 없다니…… 사람을 이런 식으로 무시해도 되는 거예요?”
-무시가 아니라…….
“무시가 아니면 설명을 해주세요. 도대체 사장님은 어떻게 미리 이 모든 걸 알았는지 말이에요.”
-어, 그게…….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어제 그 얘기를 했던 이유는 조금이라도 싼 빵을 만들어 IMF사태로 인해 어려워진 사람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의미였다.
IMF사태를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런 식으로라도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는 유승일한테도 미리 그런 얘기를 했었고.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승일 같은 경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대여료를 내리겠다고 한 반면에 이세이는 지금 그 사실을 어떻게 미리 알았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전생에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저의 말을 믿어주셔야 합니다.
“네, 알았어요.”
-제가 지난번에도 한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저는 가끔 꿈을 꿉니다. 그것도 특이한 꿈을 말입니다.
현성으로선 어쩔 수 없이 또다시 꿈을 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런 식으로 밖에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꿈이요?”
-네, 제가 지난번에도 수정이가 울면서 이 동네를 떠나는 꿈을 꿨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죠?
“네, 기억나요. 그때 사장님이 예지몽이라고 하면서 그런 꿈을 꿨다고 했어요.”
-네, 맞습니다. 그 예지몽을 며칠 전에 또 꿨습니다. 그 내용은…….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꾸지도 않은 꿈 얘기를 만들어 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 또한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설명을 하지 않고는 지금의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현성의 말도 안 되는 설명이 끝나자 이세이가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사장님 말씀은 꿈에서 이 모든 걸 미리 봤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걸 지금 저보고 믿으라는 거죠?”
-미리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저의 말을 믿어달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그건 사실이다.
물론 말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라도 넘어가지 않으면 이 문제는 어떻게 풀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금 제가 믿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사실은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바로 말을 안 했던 겁니다. 혹시라도 제 말을 안 믿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화를 내시니 저도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씀을 드린 겁니다.
“진짜 미치겠네요. 믿기도 그렇고 안 믿기도 그렇고…….”
-그냥 믿으세요. 그럼 모든 게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중요한 건 예지몽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니까요.
현성의 목적이 그거였다. 어차피 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얘기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은 행동이라도 하는 것.
하지만 이세이는 쉽게 대답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먼저 다시 말을 이었다.
-전화하던 사람 어디 갔습니까? 왜 말씀을 안 하세요?
“잠깐만요, 저도 생각 좀 하고요.”
-생각할 게 뭐가 있습니까? 이미 제가 말한 대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음…… 좋아요. 어차피 상황이 이렇게 된 거 그렇다고 쳐요.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세이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그 꿈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 상황은 이렇게 벌어졌으니 말이다.
-어제 이미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이 부도가 난다는 거죠? 사흘, 아니, 하루 지났으니까 이제 이틀 후에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그 사실을 발표한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10시에 발표할 겁니다. 그것도 낮이 아니고 야밤에요.
“네? 밤 10시에 말인가요?”
-네, 그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는 얘깁니다. 새로 임명된 경제 부총리가 밤 10시에 IMF 요청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될 겁니다. 대한민국 경제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겁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공식적인 최종 협상 결과는 다음 달 3일에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 우리나라 경제 주권은 IMF로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에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겁니다. 당연히 실업자도 엄청나게 쏟아질 테고요.
다시는 상상하기도 싫은 무서운 해고 사태가 닥치는 것이다.
공기업들이 민영화되면서 공공부문의 전체 인력 20%가 감원이 되고 일반 기업들도 이에 따라 명예퇴직과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해 대규모 해고를 단행할 것이다.
멀쩡히 회사 다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무섭네요.”
-무섭죠, 그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공포 자체가 될 겁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조금이라도 싼 빵을 만들 수 있냐고 하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그 IMF사태 자체를 막을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어려워진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었으니까요.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할 수만 있다면 IMF사태 자체를 막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면 이렇게라도 해서 실직한 가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네, 알았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500원짜리 빵을 만들도록 할게요. 그런데 그게 과연 그 사람들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저는 단 얼마라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힘들 땐 단 100원이라도 아쉬운 법이니까 말입니다. 저 또한 비디오 대여료를 내릴 겁니다. 그리고 책방 하시는 유 사장님도 대여료를 내리기로 했고요.
“혹시 또 다른 곳도 있나요?”
-이 동네 비디오 가게들은 다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만 다른 곳은 말씀 못 드렸습니다. 이게 또 별건 아니지만 돈과 연관되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하긴…… 네, 알았어요. 일단 저부터 동참할게요. 그나저나 진짜 신기하네요. 사장님이 그런 꿈을 꾼다는 게 말이에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성은 어차피 한 번 거짓말을 한 이상 끝까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요, 뭐 하나 더 물어도 돼요?”
-네, 당연히요.
“혹시 이번에 대통령은 누가 돼요? 이것도 꿈을 꿨는지 모르겠지만…….”
-네, 물론 꿨습니다. DJ가 될 겁니다.
“정말요?”
-네, 제 꿈엔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IMF사태로 인해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투표에 반영된 결과일 겁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여간 어쨌거나 진짜 신기하네요. 그런 꿈을 꾼다는 게…….”
이세이는 그 후로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이틀 후.
현성이 말한 대로 21일 밤 10시에 새로 임명된 임창렬 경제 부총리의 대국민 발표가 이루어졌다. 물론 그 내용은 IMF에 구제 금융을 공식적으로 신청한다는 것이었다.
IMF사태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 시각.
TV를 보고 있던 또 한 사람.
“어떻게 이런 일이…….”
문희열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몇 달 전 비디오 가게 사장인 현성으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었다. 그건 11월 21일에 대한민국 경제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바로 외환위기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게 몇 달 전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 그 얘기가 사실로 일어나고 말았다. IMF에 공식적으로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는 것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문희열은 바로 전화기를 들고 현성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 사장, 나야.”
-어? 희열이 형, 이 시간에 웬일입니까?
“혹시 TV 봤어?”
-네, 봤어요. 대국민 발표 말이죠?
“그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이미 말씀드렸었잖아요? 그게 오늘이고요.
“물론 나도 그건 기억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그게 진짜 벌어질 줄은 몰랐어.”
사실이다. 몇 달 전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만 것이다.
-형네 공장은 어때요?
“간당간당해. 네 말을 듣고 어음은 최대한 거래를 안 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현실에서는 안 되더라고.”
-그래서요?
“줄이긴 줄였는데 받았던 어음들이 부도가 자꾸 나더라고. 어제만 해도 두 개나 부도가 났어.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는 어음 발행을 최대한 줄였다는 거야.”
몇 달 전 현성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어음 거래 자체를 최대한 줄이라는 것이었다. 외환위기가 터지게 되면 부도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날 테니 미리 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고비는 1월일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더욱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건 사실이야. 우리가 발행한 어음 결제일이 1월에 제일 많거든.”
-그리고 저번에 산 달러는 1월 초순에 다시 팔면 될 겁니다. 그 돈으로 어음 결제를 하면 될 겁니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그건 그렇고 오늘 영업 끝나고 시간 좀 되냐?”
-오늘이요?
“그래, 괜찮으면 영업 끝나고 감자탕집에서 보자.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네, 알았어요. 영업 끝나고 거기서 봐요.
뚝.
현성이 전화를 끊자 직원인 이명훈이 기다렸다는 듯 바로 물었다.
“사장님,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많이 힘들 거야. 개인 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월급 받고 다니던 사람들도 강제 해고가 엄청나게 이루어질 테니까 말이야.”
“강제로 말입니까?”
“그래, IMF에서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할 테니까 말이야.”
당연한 얘기다. 돈을 그냥 빌려주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가게를 하나 더 얻는다고 하셨죠?”
“응, 부동산에서 2, 3일 안으로 연락을 준다고 했으니까 곧 연락이 올 거야.”
“그 가게에서는 무슨 장사를 하실 겁니까?”
“장사? 장사는 아니고 다른 걸 하려고.”
“네? 장사를 안 한다고요?”
이명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틀 전에 현성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상가를 하나 더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다른 가게를 하나 더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무슨 장사를 할 것이냐고 물으니 장사를 할 게 아니라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장사를 안 한다면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이란 얘긴가.
이명훈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장사를 안 하면 뭘 하실 겁니까?”
“무료 나눔 가게.”
“무료 나눔 가게요? 그 말씀은 공짜로 뭔가를 나눠준다는 얘깁니까?”
“맞아, 그곳에서 이번에 IMF사태로 실직한 사람들을 위해 먹거리를 제공하게 될 거야.”
전생에서야 내 코가 석자였으니 IMF사태가 터져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기에 어떡하든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료 나눔 가게였다.
“그게 제대로 운영이 되겠어요? 사람들이 공짜라고 하면 누구나 와서 다 가지고 가려고 할 텐데요.”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거야.”
“글쎄요, 과연 그럴지…….”
이명훈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영하는 게 절대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네가 나 좀 도와줘야겠다.”
“제가 어떻게요?”
“나랑 같이 그 가게를 운영하는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어?”
“물론 사장님께서 하라면 하겠지만 그게 과연…….”
이명훈은 여전히 자신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확신이 없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기에 고민 끝에 결심을 한 것이었다.
과연 그 무료 나눔 가게가 잘 운영될지 그건 현성 또한 궁금한 게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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