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97)
회귀해서 건물주-597화(597/740)
영업을 마친 현성이 향한 곳은 가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감자탕 가게였다.
“김 사장, 여기!”
가게에 들어서자 창가에 앉아 있던 문희열이 손을 번쩍 들어 현성을 반겼다. 그러자 현성 또한 손을 들어 인사를 한 후 그가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일찍 왔어요?”
“아니, 나도 조금 전에 왔어. 그리고 감자탕은 내가 먼저 주문했다.”
문희열의 특기다. 약속을 하면 항상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서 미리 음식을 시킨다. 그건 전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만큼 문희열은 바른생활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전생에서는 IMF사태를 피해 갈 수가 없었다. 결국 IMF가 터지고 두 달 만에 부도를 맞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살던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고 동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론 어떻게 살았는지 현성 또한 몰랐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미 몇 개월 전에 외환위기를 경고했었고 다행히도 현성의 말을 듣고 미리 대비를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역시 형은 약속 시간만큼은 칼이에요.”
“난 약속 안 지키는 인간들이 제일 싫어. 그건 그렇고 그나저나 이제 IMF 체제로 넘어가게 생겼으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앞으로 1년이 제일 힘들 겁니다.”
그건 사실이다.
1998년 12월, IMF 긴급보관금융에 18억 달러를 상환하면서 점차 금융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2000년 12월 4일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 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표했다. 이후 2001년 8월 23일 195억 달러를 조기 상환하면서 IMF의 관리 체제가 완전히 종료되게 된다.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외환위기에 대해서 한참을 더 얘기를 하고 난 후에야 감자탕을 먹기 시작했다. 그만큼 문희열 또한 IMF사태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였다. 하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건 누구나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두 사람의 얼굴이 어느 정도 붉게 변했을 때였다.
현성이 문희열을 향해 물었다.
“형, 아까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그랬지. 다름이 아니라 우리 공장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보자고 했어. 아까 TV에서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네 얼굴이 딱 떠오르더라고.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공장도 아마 힘들어졌을 테니까 말이야.”
문희열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보답을 하려고.”
“보답이요?”
“그래, 사람이 은혜를 입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작지만 준비했다. 그러니까 사양하지 말고 이거 받아.”
문희열은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현성한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얼마 안 된다. 성의니까 받아.”
“저보고 지금 이 돈을 받으라는 겁니까?”
“그래, 우리 공장이 너 덕분에 살았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공장은 이번에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는 거야. 더군다나 만약 이번에 공장이 잘못됐으면 우리 아버지도 위험해지셨을 거고 말이야. 결국 너는 우리 아버지를 구한 셈이야.”
문희열의 눈빛에서 그 마음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가 며칠 전에 네 얘기를 했었어.”
“아버님이 왜요?”
“주변에 많은 공장들이 부도를 맞았거든. 그나마 우리만 겨우 살아남았어. 그래서 아버지가 네 얘기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전하라고 하셨어.”
“그럼 됐습니다. 저는 이미 그 마음 충분히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 봉투는 다시 넣어두세요.”
현성으로선 당연히 받을 수 없었다.
전생에서 처음 비디오 가게를 할 때 누구보다도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문희열이었다. 그때는 비디오도 모르고 장사도 처음이라 모든 게 어설픈 상태였었다.
그때 문희열이 비디오 진열부터 시작해서 손님을 응대하는 방법까지 모든 걸 가르쳐줬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월말이면 비디오 결제 금액이 부족할 때도 그가 도움을 줬었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그럼 사람이 내미는 돈을 어찌 받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진짜 안 받을 거야?”
“저는 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형한테 그 이상으로 많은 걸 받았습니다.”
“나는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뭐를 받았다는 거야?”
“형은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받았습니다. 그러니 이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고 우리 건배나 한잔해요.”
“하여간 고집은…….”
문희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었다.
그의 성격상 쉽게 돈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에 봉투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의 선택은 거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더 강요를 한다는 것도 오히려 예의에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문희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우리 건배나 하자.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진짜 고맙다. 덕분에 살았다. 나도 그리고 우리 아버지도.”
“네, 그래요. 하지만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 끝까지 긴장 풀지 말고 조심해야 합니다. 자, 건배해요.”
챙.
두 사람의 술잔은 허공에서 가볍게 부딪쳤다.
현성은 건배를 한 후 술을 마시기 전에 문희열의 얼굴을 힐끗 바라봤다. 전생에서는 지금쯤이면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유 있는 표정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전생과는 확실히 다른 그의 모습을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감자탕을 먹던 문희열이 뭔가 생각난 듯 현성을 향해 물었다.
“참, 가게를 하나 더 구한다는 얘기는 무슨 소리야?”
“쓸 데가 있어서요.”
“가게를 하나 더 하려고?”
“그건 아니고 그냥 하나 더 필요해서요.”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사업상 비밀이면 말 안 해도 되고, 나는 단지 가게를 하나 더 구한다고 하기에 궁금해서 말이야.”
“비밀까지는 아니고 사실은…….”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가게를 하나 더 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문희열의 표정이 기대 이상으로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문희열이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이번 IMF사태로 인해 어려워진 가정을 위해 무료로 먹거리를 나눠줄 거라는 거지?”
“아무래도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면 처음엔 괜찮지만 한두 달만 지나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게 될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를 하려는 겁니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가장 먼저 문제 되는 게 먹거리다.
어떤 경우에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제 곧 겨울이 닥칠 것이다. 아마도 IMF사태에서의 올겨울은 그 어는 겨울보다도 추울 것이다.
물론 전생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영화마음과 싸우기 바쁘다 보니 IMF 상황 속에서도 나 혼자 살기도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소한 대한민국이 IMF 체제 속에서 벗어나는 그날까지는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된다.
그런 이유로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혼자서 그 일을 하겠다고?”
“우리 직원들과 함께 하면 될 겁니다.”
“감당이 되겠어? 공짜로 나눠주면 사람들이 엄청 몰릴 텐데 말이야.”
“시작을 했으니 어떡하든 유지를 해야죠. 1차로 4년 정도는 할 생각입니다.”
IMF 체제 속에 있는 기간이 4년이다. 최소한 그때까지는 유지를 할 생각이다. 물론 그 후에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을 할 것이고.
“4년? 왜 하필 4년이야?”
“4년 정도 지나면 IMF 체제 속에서 벗어날 테니까요.”
“그게 진짜야?”
“네, 그 정도면 끝이 날 겁니다.”
“글쎄…….”
문희열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IMF 외환위기도 정확히 맞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그게 언제 끝나는지도 아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하면 할 말은 없는데…….”
문희열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제가 예전에 IMF사태 얘기할 때도 말했지만 이번에도 꿈을 꾸었습니다.”
“그 예지몽이라는 거 말이지?”
“네, 그러니 이번에도 제 꿈이 맞을 겁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문희열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번에도 꿈을 꿨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이 상황을 이해시킬 수 없으니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게 또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문희열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그 말은 너의 말이 맞을 거야. 몇 달 전에 이미 오늘의 IMF사태를 예견했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조금 전에 1차로 4년 동안 나눔 가게를 운영할 거라고 그랬지?”
“네, 맞아요. 일단 1차로 그렇게 운영을 할 겁니다.”
“그 얘기는 4년 후에도 계속 2차, 3차 운영을 하겠다는 거야?”
“지금 생각으로는 그런데 그건 아무래도 그때 가서 다시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처음부터 고민했던 문제다.
시작은 하는데 언제 끝을 맺을지.
그래서 나름 결정한 것이 IMF사태가 끝나는 시점을 1차 기한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다음은 그때 가서 결정하기로 말이다.
“하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그건 아무도 모르니까.”
“맞아요, 그래서 일단 1차로 그때까지만 운영하기로 계획을 잡았어요.”
“하여간 너도 대단하다. 어떻게 한 개인이 그런 일을 할 생각을 하는지 말이야.”
“제 나름대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운영을 결정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건 바로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자는 마음 하나였다.
무료 나눔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분명히 골치 아픈 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어려운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훨씬 많을 거라는 거였다.
그리고 또 하나, 그건 바로 회귀를 했다는 사실이다.
회귀를 한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생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의 돈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IMF사태로 인해 현성이 개인적으로 벌어들인 돈이 1조가 넘는다.
이미 1월에 달러를 산 덕분에 번 돈이다.
이 모든 게 회귀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환원이었다.
어떤 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
그중에 한 방법이 바로 무료 나눔 가게였다.
“어쨌든 대단한 건 대단한 거야. 그래서 말인데, 그 대단한 일에 나도 숟가락 하나 얹으면 안 되겠냐?”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도 너랑 함께 그 일을 돕고 싶다는 거야.”
“네? 형이 말입니까?”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그러자 문희열이 바로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예상을 못 했던 일이라서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나야말로 그 일에 모른 척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현성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문희열은 이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모른 척하면 안 되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그 말이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나는 살아남았잖아.”
“네?”
“네 덕분에 IMF사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잖아. 그러니 이번 일로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서 도울 의무가 있다는 거야.”
“아, 네…….”
현성은 그제야 문희열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었다.
그는 지금 현성의 도움으로 IMF사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기에 어려워진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거 받아.”
문희열은 조금 전에 내밀었던 봉투를 다시 내밀었다. 그러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많지는 않지만 이 돈으로 그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 사는데 보태.”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그건 아니야. 나 또한 너한테 도움을 받았으니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한 거야. 그리고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 앞으로 퇴근하는 대로 네가 운영하는 무료 나눔 가게로 가서 도와줄게.”
“음…….”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문희열이 내민 봉투를 받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좋습니다. 형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이 돈은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그리고 가게에 와서 도와준다는 것도 감사합니다. 형이 도와준다고 하니 저도 힘이 더 납니다.”
“그렇게 얘기해 주니 나로서는 더 고맙다.”
“생각보다 이 일이 많이 힘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같이 해봅시다.”
“그래, 부족하지만 나도 최선을 다할게.”
“형, 그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해요.”
“오케이, 자, 우리의 무료 나눔 가게를 위하여. 건배!”
챙.
두 사람의 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이렇게 해서 무료 나눔 가게에는 한 사람이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그 사람이 전생에서는 IMF로 부도를 맞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이번엔 IMF로 인해 어려워진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이다.